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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UX와 한국 기업의 전략

엄청 크고 똑똑해진 중국 UX, 도시별 접근전략으로 그들에 맞춰라

반영환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중국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나 힘이 예전 같지가 않다. 분명 뛰어난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데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듯한 중국산 제품들이 시장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심지어 한국인들이 중국 제품에 열광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UX 기술 수준이 한국의 UX 디자인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막연히 중국의 UX 수준을 얕보는 등의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중국의 문화적 맥락과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UX 전략을 짜야 한다.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대륙의 실력이다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 제품은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많은 이들이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완전히 깰 정도로 놀라운 성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회사에서 만든스마트 체중계체중계 부문의 아이폰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 성능에 열광했던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체중계에까지 열광하는 걸 보며 한국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기 때문이다. 차라리한국 기업의 제품과 비등비등해진 기술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정도가 성공의 요건이라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충분히 더 나은 기술로 상황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의 기업들이소비자의 경험전반을 구성하는 제품군을 지니고 있고 바로 그 경험에 대해 한국의 소비자들마저 열광하고 있는 것이기에 긴장감의 강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더 나은 기술로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는 시대다. 기술 격차 자체도 크지 않고개발자들만 아는 미묘한 기술의 개선에 대해 소비자는 관심도 없는 탓이다. 샤오미의 성공에서 보듯 경험을 지배해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5억 인구의 중국 시장에서도뛰어난 기술력과 고성능 제품으로 어필하던 한국산의 매력은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최근 급격히 고전하기 시작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향후 중국 시장은 물론 한국 시장, 더욱 커지는 아시아 신흥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제 소비자의 변화를 감지하고경험을 재구성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중국의경험 디자인 UX 구성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해 있는지를 살펴보고 간략하게나마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중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중국을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언급하는 몇 가지 불편 혹은 불만사항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녹색으로 신호가 바뀌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우회전 하는 차량들이 보행자를 의식하지 않고 마치 차가 우선인 게 당연한 듯 지나가는 일이다. 물론 보행자들 역시 녹색신호가 아닌데 횡단보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경우도 많다. 1차적으로는 아직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시민의식과 질서의식이 부족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기업인들과 학자들은 좀 다른 시각에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질서의식이 없는 걸 탓하고 분노하기보다는 그 사회의 맥락과 상황을 이해를 하고,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 그것이 용인되는 맥락을 파악해 중국인 각자가 추구하는 개인적 가치, 공공적 가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지 분석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여러 제품, 서비스, 시스템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중국 도로에서의 이 같은 교통경험, 또는 관공서나 공무원 서비스 같은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여러 경험의 만족도가 낮다고 해서 중국 제품과 여러 서비스의경험 제공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는 수많은 중국 제품과 서비스의 UX 디자인 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을 사용하지만 중국에서는 위챗(微信)이라는 SNS를 주로 사용한다. 위챗 서비스의 UX를 분석해보면 완성도가 높고 필자의 경우 한국에 와서도 위챗을 자주 사용할 정도로 경험적 중독성도 있다.

 

모바일 앱 서비스의 UX 디자인 수준만 높아진 게 아니다. 올해 초 필자는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광저우에 워크숍을 갔는데 같이 간 한국 학생들이 샤오미의 충전기와 체중계 등을 줄서서 사고 이를 한국에 가져가는 것을 지켜봤다. 한국 대학원생들이 맘에 쏙 들어 할 정도의 경험을 제공하는 중국 제품의 UX 디자인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다시 서비스 분야를 예로 들면, 한국의 콜택시 시장은 최근에 카카오택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훨씬 먼저 디디다처(滴滴打?), 콰이디다처(快的打?), 전처(神州??) 등 다양한 콜택시 서비스가 활성화됐다.

 

 

 

<그림 1>의 인터페이스를 보면 결제도 연동이 돼 있고, 사용성도 꽤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결제와 같은 영역이 각종 규제로 인해 서비스에 연동하기 어려운데 결제 부문은 중국이 훨씬 앞서서 잘 구현돼 있는 상황이다. 신규 서비스에 대한 법제적 변화의 유연성은 중국이 오히려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한국의 많은 규제는 오직 한국 내에서만어렵고 까다롭게쓸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버렸고, 이로 인해 한국에서의 결제 시스템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인은 한국에서 알리페이 시스템을 쓸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있다. 즉 중국인들은 본인의 경험 서비스를 자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한국인보다도 많다. 경험의 연속성 측면에서 오히려 낫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서비스에 대한 경험의 수준도 많이 향상됐다. 하이디라오(海底?) 식당을 가면 서비스의 고도화와 시스템화 정도를 알 수 있다. 이 식당은 대기시간이 긴 편인데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신발을 닦아주거나 네일아트 서비스를 해준다. 또한 간식을 미리 제공하기도 한다. 칼국수를 추가하는 경우에는 공연하는 것처럼 각종 퍼포먼스를 제공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겁게 한다. 식당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를 배려해 상하이점과 베이징점에는 화상장치(큰 스크린)를 마련해두고 베이징에 있는 사람과 상하이에 있는 사람이 마주보며 식사할 수 있는 방도 구비해 놓았다. 이 서비스의 유용성은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정도로 UX를 고려하고 있다는 나름의 상징성이 있다. 이렇게 이미 한국에 비해서 손색이 없거나 오히려 앞서 있는 경험적 제품과 서비스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UX, 나아가 CX의 발전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중국의 UX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대상을

공공적인 성격의 공공서비스와 시스템, 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상품으로서의 제품과 서비스의 두 측면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UX 이해의 범위와 구조

 

 

 

UX 디자인을 할 때에 <그림 2>에서와 같이요구의 계층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능성은 제품과 서비스에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 있느냐 하는 것이고 신뢰성은 그러한 기능들이 사용자가 쓸 수 있을 만큼의 성능과 지속성을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다. 사용성은 고객이 목적에 맞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중심으로 한 개념이다. 사용성을 논할 때 특히 공공서비스 차원에서는 안전성 개념을 추가하기도 하는데 안전성이란 어떤 기능을 수행할 때 사용자가 안전하게 쓸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그림 4) 감성은 고객에게 좋은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이슈다. 이러한 것은 계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에 사용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2007년도에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부터 많은 휴대폰 제조회사에서 이미 터치폰이 나온 상황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고객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러한 제품은사용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보기도 전에 터치의 기능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였다. 성공 못하는 게 당연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능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사용성을 논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중국의 UX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대상을 공공적인 성격의 공공서비스와 시스템, 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상품으로서의 제품과 서비스의 두 측면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앞서 많은 사례를 통해 중국에서 이미 급성장한 여러 분야의 UX를 설명했고, 제품과 서비스 UX는 좀 더 보편성이 크기에 여기에서는 주로 공공서비스와 시스템의 특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중국의 지하철이나 공원 같은 경우에는 동선이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정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림 3>은 베이징 칭화대 근처에 있는 우다코(五道口)역의 모습이다. 지하철 역 안에 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역 밖에서부터 줄이 밀리고 있다. 중국 도시에 많은 사람이 모이지만 세계 최다 인구를 가진 국가답게 그 스케일이 다르다. 따라서 시민들의 편리한 이용보다는 사회 시스템적인 안전, 즉 이용 과정에서의 안전이 훨씬 더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는 사용자 중심으로 디자인을 한다는 UX 디자인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야 할 문제가 돼 버린다. 중국의 공공서비스 디자인에 사회적 안전성을 고려한관리 중심 디자인이라는 또 다른 방향성이 포함돼 있는 이유다. 단순히 사용성 측면에서만 보면 불편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 사용성 대신 선택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상품으로서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UX는 인터넷 분야의 강점과 서비스와 제품 결합의 접근성의 용이성, 시장의 크기 등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점차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다. 각종 사례는 이미 글의 서두에서 제시한 바 있다.

 

 

 

UX 디자인과 관련된 중국의 세 가지 특징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의 UX 디자인 특징을 알아보자. 중국의 UX 디자인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세 분야를 각각 구분해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는 기업 전반에 대한 분석과 그 기업이 만들어내는전체적 UX’에 대해 알아보는 접근이고, 둘째는 UX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살펴보는 것이며, 셋째는 UX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의 특성을 정리해보는 것이다. ‘전체적 UX’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경험적 요소이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의 전체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의 총체적 역량과도 관련이 있다. 조직을 살펴보는 것과 UX를 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은 한 국가와 기업들의 UX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1) 기업과 UX 전반

이미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겠지만 제품과 서비스의 UX UX 부서만의 노력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주체의 모든 역량이 성패에 영향을 준다. 전체적인 UX의 향상에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건실제로 만들어보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다. 한국의 UX가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할 수 있던 데에는 한국 특유의열풍에 힘입어 제조, 서비스, 콘텐츠 등 다양한 요소의 UX를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점이 큰 역할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국은 대기업 위주로 경제가 돌아가기 때문에 대기업의 지원과 투자로열풍을 쉽게 일으킬 수 있으나 종국에는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갖게 된 몇 개 기업의선이 굵은제품과 서비스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한국의 시장 자체가 중국에 비해 작은 탓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중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거의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스타트업이 활성화돼 있는 나라다. 물론 국영기업과 대기업도 상당수 존재한다. 정부는 그 어느 쪽으로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의 대기업이 이끌었던 것과 같은 방식의 투자는 물론 아주 세세하고 작은 서비스, 틈새시장을 노린 소소한 제품과 서비스 그 어떤 영역에서든 UX 디자인을 해볼 수 있고 이러한 각각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들과 기업들이 국가 전체적인 UX 역량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의 알리페이는 한국에서 작동하지만 한국의 그 어떤 결제 시스템도 중국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다양성’과 이에 기반한서비스 확장의 측면에서 한국보다 오히려 중국의 기업들이 더 강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미국과 서유럽 선진국의 UX 전문회사들이

지사를 만들어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UX 회사의 한국 지사는

거의 없었지만 중국에는 많이 있다는 얘기다.

 

2) UX 조직의 특성

“조직은 있으면 일을 한다는 말이 있다. 조직은 그 자체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항상 일을 하게 돼 있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UX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UX가 중요하다고 알려진 상태에서 조직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는 것을 꼽는 사람들이 있다.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결국은 많은 회사들이 UX 조직 만드는 걸 처음 기업을 설립할 때부터 당연시했고, 이것이 빠른 UX 발전을 이끌고 있다. 중국의 게임 회사들은 짧은 기간 동안에 커진 회사들이 많은데 아직도 게임회사에서 UX 부서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한국과 달리 UX 조직이 상당한 힘을 갖고 있다.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미국과 서유럽 선진국의 UX 전문회사들이 지사를 만들어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UX 회사의 한국 지사는 거의 없었지만 중국에는 많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시장 규모의 차이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한국 UX 전문회사의 역량은 평균적으로 중국보다는 앞서 있지만 서구와 미국 UX 전문회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은전체적 UX’에서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3) UX 인력에 대한 이해

UX 분야는 다양한 학문의 융합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누가 UX 업무를 하는 사람인가라는 걸 정의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과 중국을 다시 비교해보면 한국은 중국에 비해 UX 업무가 세분화돼 있는 편이다. 리서치하는 사람, 정보에 대한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제품 디자인, SW 개발자, 사운드 디자이너, 사용성 전문가 등 다양한 인력이 있다. 한국은 90년대에는 웹이, 2000년대에는 모바일과 디지털 기기 중심으로 UX가 활성화됐기에 여러 종류의 전문가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최근에는 자동차 분야도 점차 활성화되면서 많은 전문 인력들이 자동차 UX에 관한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고, 2010년대 이후에는 의료, 금융, 컨설팅 등으로도 이들의 업무가 확대가 되고 있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로 IT 중심으로 UX 인력들이 분포돼 있지만 한국처럼 다양한 분야에 UX 디자이너가 있지는 않다. 주로 베이징, 선전, 상하이, 광저우, 항저우에 많은 인력이 있다. 인력들의 경력도 1∼2년이 제일 많을 정도로 아직 경험 있는 인재는 부족한 편이다.

 

UX 관련 교육기관 역시 한국에 비해서는 취약한 편으로 교수들 중에서 이 분야에 대해 경험이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하지만 점차 해외에서 경험을 한 인력들이 자국에 돌아가고 자체 중국에서도 경험이 쌓이고 있어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위한 UX 디자인: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이해하라

 

인구가 14∼15억 명에 이르는 중국은 당연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제 중국인의 UX 선호를 고려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이 글의 서두에서 제시했듯 중국인들은 이미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영역에서발전된 UX’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한국인들이나 북미/유럽인들에 비해 기대치가 낮을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비동시성의 동시성이다. ‘동시대에 존재하기 힘든 것들이 한 시대에 존재하는 상황을 설명하는 말로 19세기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혼란상에서 기원했지만 그동안은 주로 압축 성장을 이룩해 온 한국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됐으며 최근에는 한국보다 더한 압축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을 설명하는 말로 종종 인용된다.

 

1) 도시 간 격차는 시대적 격차와 일치한다.

 

 

 

중국은 <그림 5>처럼 지역별로 시장을 분류할 수 있다. 성격에 따라 4개 지역, 8개 지역, 또는 성별로 접근할 수도 있다. 최근 여러 이유로 인해 약간 주춤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빠른 성장을 경험하고 있기에 약간만 시간이 흘러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중국인들조차 중국의 현재의 모습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중국을 지역 또는 도시 레벨에서 바라보는 것도 중국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국의 3도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를 생각하면 시안(서안), 최근의 발전을 생각하면 선전(심천)도 중요하나 HCI나 디자인 분야를 생각하면 이 세 도시가 중요하다. 앞선 세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술 발전과 소비 패턴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서구 선진국과 동일한 시간대에 놓인 도시들이다. 또 일반적으로정치의 베이징’ ‘경제의 상하이’ ‘제조의 광저우로 생각하지만 시대의 흐름상 점차 복합화돼가고 있다. 그런데 종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보듯이 도저히 지금 시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실상 전근대적인 삶을 영위하는 중국인들도 존재한다. 주로 내륙의 발전이 처진 도시 혹은 지역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국의 1980∼90년대의 모습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전한 도시들도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이 다 중국이다. 한국 기업들은 따라서중국 진출을 한다고 할 때 중국이라는 한 나라를 추상적인 이미지로 그리지 말고 각기 다른 나라로 생각하고 UX 전략을 짜야 한다. 당연히 기본적으로 최첨단 도시 상하이 등에 존재하는 다수의 소비자를 중심으로 최고의 UX 디자인을 개발하되 2, 3선의 조금 뒤처진 도시로 진입할 때에는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2) 중화주의와 영어 문맹의 공존

중국의 IT 발전과 UX 혁신을 이끌고 있는 이들 중에는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 최첨단 학문을 공부하고 돌아온 젊은이들이 많다. 영어로 자유자재로 소통하고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교류하며 홍콩 금융시장의 영국 투자자들을 만나 비즈니스를 한다. 당연히 영어로 된 멋진 로고와 브랜딩이세련됨의 상징이 될 듯하지만 결코 아니다. 사실 중국에서 의외로 굉장히 중요한 UX 디자인 요소는문자. 예를 들어, 삼성은 중국어로 三星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나 LG LG그룹의 전 세계 표준이 LG다 보니 중국에서도 LG로 표현을 한다. 영어 약자로 표현하는 것은 10년 뒤의 중국에서는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의 중국에서는 모든 표기를 중국어로 해야 하기에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중국어를 매우 중히 여기며 외국어는 다 중국어로 바꾼다. 최근 삼성이 갤럭시 브랜딩 자체를 중국에 맞춰 한자어로 바꾼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얘기다.1 이는 또한 단순히 중국인들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는 실제로 영어 알파벳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고, 도시 간의 격차도 크고, 세대 차이도 현저히 드러나는 나라라고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 소비자들의 경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는텍스트역시최고의 영어실력을 가졌지만 중화주의를 품은 젊은 세대영어 자체를 모르는 낙후된 지역의 나이든 세대를 배려해 일단 중국어 문자 위주로만 제공하되 도시와 세분시장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인들은 유럽이나 미국식 사유방식과 표준을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오직 중국인들의 특성만을 파악한 UX 디자인, 혹은 경험 디자인에 나서야만 하는 이유다.

 

앞서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는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 내에도 내재해 있다. 중국이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게 불과 10여 년 전이다. 그런데 2015 11월 초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광군제를 보면 알리바바가 시작 직후 1시간 동안 일으킨 매출이 한국 전체 백화점 업계 두 달치 매출과 맞먹는 53000억 원(한화 기준) 이상이었을 정도로 중국은 거대한 소비시장이 됐다. 그런데 이렇게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정리하는 것에서 멈추면 안 된다. 그 특성을 더 깊게 봐야 한다. 중국이공장에서시장으로 변화하던 때는 애플의 아이폰 혁명을 필두로 전 세계적인 스마트 디바이스와 모바일 혁명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당연히 중국 소비자들은 서서히 세상의 변화에 맞춰 예전의 수동적 소비자에서 조금씩경험을 중시하는 적극적 소비자이자 사용자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그 등장 때부터 Usumer(유저머: user+consumer)였다는 것이다.(DBR minibox ‘유저머의 시대참조.) 서구나 북미는 물론 꽤 오랜 전부터 소비시장이 발전했던 한국 등과도 소비자의 행태와 습성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비 자체를경험 경제에서 시작한 이들이기에 기존 선진국 소비자들보다 훨씬 더 경험 중심적 소비와 구매패턴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비동시성의 동시성’ ‘중화주의를 비롯한 중국의 역사문화적 맥락을 이해한 상태에서 UX 전략을 짜고 접근해갈 때만 성공할 수 있다. 또한 처음부터 유저머였기에 UX에 신경을 쓰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는 무조건 실패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DBR Mini Box

 

 

유저머의 시대

전통 마케팅은구매 후에 상품을 경험한다라는 가정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선경험, 후구매 시대. 그래서 소비자라는 개념보다 사용자라는 개념이 더 중요하다. 고객들은 이미 다른 사람의 사용 경험 정보를 가지고 구매를 결정하지 마케터의 정보를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심지어 신뢰하지도, 관련 내용을 읽지도 않는다. 구매하고 사용하기도 전에 이미사용자의 관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제는 소비자란 개념보다유저머(usumer, user+consumer)’란 개념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저머는 사용자와 소비자를 결합해 만들어진 조어다.

 

유저머에 대한 이해 부족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최근 출시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윈도 8’이다. 기술 차원에서만 보면 윈도 95 이래 최고의 혁신이라는 얘기를 들을 만했다. 혁신의 내용 자체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였고, 윈도 시스템에서구닥다리의 상징시작버튼을 없앴다. 시원스러운 타일 모양의시작 화면을 도입했고, 블록형 모던 UI로 기존 UI를 바꿨다. 윈도 기반의 다양한 태블릿 PC들도 터치기능을 지원하고 있고 많은 소비자들이 터치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손가락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는 UX를 구축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도 드디어 모바일 중심 시대에 완벽히 적응했다는 선언을 하는 듯했다.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부었고 실제 초기 판매량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UI에만 집착한 나머지유저머로서 사람들이 갖는경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결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10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먼저 전통적인 윈도의시작 버튼을 생각해 보자. 시작 버튼을 누르면 아이콘과 문자로 돼 있는 메뉴 리스트가 나온다. 원하는 것을 찾아 눌러가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이다. 이런 메뉴는 다양한 선택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정확한 곳을 찾아 한 번에 하나씩 콕콕 짚어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포인팅이라 하고, 마우스가 적격이다. 그리고 나서 복잡한 문자나 수식을 입력하기 위해 키보드를 사용한다. 뭔가 생산성 있는 작업을 위해서는 키보드가 필수다.

 

시작 화면은 다르다. 시작 화면에는 스마트폰처럼 커다란 아이콘이 시원스럽게 배열돼 있다. 앞서 말한 메뉴 같은 GUI를 쓴다면 굵은 손가락으로 콕콕 짚을 수가 없기 때문에 손쉽게 할 수 있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터치를 쓰면 마우스 같은 매개물을 이용하지 않고 화면의 아이콘을 직접 조작(direct manipulation)할 수 있다. 마우스를 쓰지 않으니 마우스의 조작 체계를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아기들도, 노인들도 쓸 수 있다. 손가락 터치 방식은 손가락에 맞는 GUI가 있어야 한다. 그게 시작 화면이다. 즉 태블릿으로 활용할 때의 경험과 작업용 PC로 사용할 때의 경험은 완전히 다른데 윈도는 이걸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에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멋진 시작 화면이 들어선 곳이 바로 사용자의 오피스공간인바탕화면이다. 바탕화면은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작업하던 문서나 웹사이트, 엑셀 파일, 파워포인트,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자료들을 깔아놓고 일을 한다. 그리고 여기서 작업을 끝낸다. 지저분하더라도 그곳은 사용자의 개인 작업 공간이다. 그런 소중한 곳에 윈도8은 사용 화면을 집어넣어 사용자의 자기 공간을 빼앗았다.

 

시작 버튼을 없앤 것도 문제였다. 시작 화면에서는 예전 작업을 다시 하기 위해 두세 번 여기저기 찾아 클릭을 하든지, 아니면 시작 버튼을 살리는꼼수를 찾아야 한다. 급기야 사용자들은 시작 버튼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른다.

 

완벽해 보이는 UI 혁신은 이처럼경험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놓침으로써 그 가치를 상실했다. 아직도 소비자들을 그저 기업이 세팅해주는 대로 자신의 경험을 바꿔가는수동적 소비자로 상정했을 뿐유저머로 여기지 않았고 전체적인 경험 디자인의 측면에서 UX를 바라보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UX 트랙 교수 kwangsu.cho@yonsei.ac.kr

 

 

 

반영환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peterpan@kookmin.ac.kr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반영환 교수는 KAIST에서 인간공학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삼성전자에서 사용성 업무와 UI(User Interface) 업무로 책임연구원을, 팬택에서 UI팀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인터랙션 디자인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3 1년 동안 중국 칭화대 방문교수를 지냈고, 중국의 IxDC 개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대한사용자경험전문가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20여 개의 UI/UX 지적재산권을 등록했다.

 

  • 반영환 반영환 | - (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인터랙션 디자인 전공 교수
    - (전) 삼성전자 사용성 업무와 UI(User Interface) 책임연구원
    - (전) 팬택 UI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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