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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gotiation Letter

테러리스트처럼 부담스러운 상대. 협상 노하우, 전문적 도움 필요하다

최두리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비도덕적이거나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의 협상은 어떻게 임해야 할까. 2014 819일 중동 테러 조직 ISIS에 인질로 잡혀 사살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사건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대응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미국은 ISIS의 요구사항이었던 몸값 13000만 달러와 이슬람 포로 석방에 대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제임스 폴리 등 인질 가족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인질들이 살해되자 큰 비난에 직면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몸값 협상에 나서 인질들을 구출해 냈다. 미국은 모두가 알게 될 정보들을 인질 가족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폴리 가족이나 다른 가족들에게 테러리스트들의 e메일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조언해 줬어야 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The Highest-Stakes Negotiation of All’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비즈니스 협상가들은 때때로 비도덕적이거나 신뢰할 수 없어 이상적인 협상 상대라고 볼 수 없는 사람과 협상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곤 한다. 하버드 로스쿨 협상 프로그램의 학장인 로버트 누킨(Robert Mnookin)은 그의 책 에서 비도덕적인 상대와의 협상에 관해 조언한다.

 

문제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협상할 때 더욱 복잡해진다. 2014 819, ISIS(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라고 알려진 중동의 테러 조직이 미국 기자인 제임스 폴리(James Foley)를 사살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폴리의 가족들은 그의 석방을 위해 협상할 당시 국가로부터 사실상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던 데서 겪은 혼란과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폴리는 2012 11월 시리아에서 생포됐다. 1년 후, ISIS는 그의 형인 마이클 폴리(Michael Foley)에게 e메일을 보내 그를 석방하는 대가로 돈을 원한다고 알려왔다. 추가 e메일에서 ISIS는 폴리의 몸값 13000만 달러와 미국의 이슬람 포로 석방을 요구했다.

 

폴리의 가족은 이 메시지를 FBI에 전달했지만 인질 석방을 위해 몸값을 치르거나 포로를 교환하지 않는 것이 미국 정부의 오랜 정책이라는 답을 들었을 뿐이었다. 또 민간인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은 범죄라는 경고도 받았다.

 

 

FBI가 폴리의 가족들과 연락을 지속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보안에 관한 이유로 제한된 정보만을 전했을 뿐이다.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폴리의 가족들은 FBI 3명의 미국 시민을 포함한 다른 22명의 서방 인질 가족들이 ISIS와 접촉 중이라는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았으며 당시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영국도 미국처럼 테러 조직과의 협상을 거부했는데 이 두 국가의 무책임한 접근은 같은 시기에 자국민의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 있던 일부 유럽 국가의 방식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ISIS의 메시지를 받은 직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과 스위스는 상시 비상 센터를 세웠다. 그들은 인질 가족들의 e메일을 통해 ISIS와 직접적으로 얘기를 나눴고 요구사항과 몸값을 협상했다. 현재까지 ISIS는 수백만 달러를 받고 15명의 유럽인 인질들을 석방했다.

 

 

유럽 국가가 기울인 노력을 알게 된 미국인 인질 4명의 가족들은 자체적인 논의를 통해 몸값을 지불하기 위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즈음 FBI는 폴리의 가족들에게 테러 조직에 몸값을 지불해도 정부가 문제 삼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과 대테러 조직의 협상에 대한 조언도 전달했다고 한다. 협상에서 시간을 끌어 몸값을 낮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폴리의 가족들은 그들이 폴리의 석방을 위해 수백만 달러의 돈을 모아도 결국 포로 교환이라는 ISIS의 요구에 맞춰줄 도리가 없음을 알게 됐다.

 

531,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아프가니스탄 분쟁의 유일한 미국 측 죄수였던 보위 버그달(Bowe Bergdahl) 병장을 석방하는 대가로 미국 정부가 다섯 명의 탈레반 억류자들를 풀어준 것이다. 오바마(Obama) 정부는 자진해서 전쟁지역으로 들어간 폴리와 달리 버그달 병장은 전쟁 포로라는 점을 이유 삼아 기존 정책에 반하는 예외 상황을 정당화했다.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인질 구출 작전을 허가했고 73일 이행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88일에는 이라크 내 ISIS 주둔지에 대한 공습을 허가했다.

 

812일 폴리 가족은 ISIS에게서 미국 정부가 협상에 실패했다는 최종 전갈을 받았다. ISIS 1주일 뒤 제임스 폴리를 처형했고, 92일에는 미국 언론인 스티븐 소트로프(Steven J. Sotloff), 그리고 곧 이어 영국 국적의 국제 구호원을 사살했다.

 

미국 정부에게는 ISIS나 유사한 테러 조직과의 협상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후 유사한 테러 조직의 자국민 납치나 몸값 요구를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그 정책을 고수해 협상 참여를 거부하고 폴리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외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단계를 따름으로써 폴리와 다른 인질 가족들의 염려를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 유럽 인질들에 대한 소식처럼 결국 모두가 알게 될 정보들은 인질 가족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 폴리의 가족이나 다른 가족들에게 테러리스트들의 e메일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조언을 전달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 가족들에게 ISIS와 협상하는 데서 생기는 부정적인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인질 교환 정책에 대해 잘 소통함으로써 버그달 장병과 ISIS 인질들을 차별 취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적용해 보면 당신은 전문적인 협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당신이 대표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들이 스스로 협상해야만 하는 상황을 피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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