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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브랜드의 3가지 원칙

김주호 | 182호 (2015년 8월 Issue 1)

최근 과일 맛 소주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회사가 크게 성공을 하니 너도나도 뛰어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술은 기호품 치고는 유행을 상당히 많이 타는 제품이다.

 

주류업계에서만 25년을 일해온 필자는 수많은 브랜드와 주종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1980년대,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한국의 위스키들은 시장 개방과 함께 사라져갔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임원급 독자들 정도만 기억할 이름들, 섬씽스페셜, 패스포트, VIP 등이 바로 그 브랜드들이다. 2000년대 중반대세가 될 것 같던 와인 열풍도 거의 끝나 수년 전부터 수입 중단을 결정하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불었던 막걸리 열풍도 한국의 음주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처럼 뜨거웠지만 사라지고 말았다. 2013년 이후보드카스파클링 와인을 중심으로 뜨거워졌던화이트 스피릿시대 또한 저물었다.

 

다행히 필자가 대표로 있는 에드링턴코리아가 주로 개척한싱글몰트 위스키시장은 성장 중이다. 지난 수십 년의 경험을 반추해보니 이제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이 보인다.

 

첫째, ‘최종 소비자를 중심에 놔야 한다. 음식과 주류는 특히 더 그렇다. 당연한 원칙 같지만 이걸 지키는 건 산업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되는 원칙이다. 1990년대 위스키 소비를 살펴보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이 팔리던 게 아니라 도매상들이 추천하는 제품을 주점에서 소비자에게 권하는 상황이었다. 외환위기 이전의 호황기다 보니 당장에는 매출이 오르고 잘 팔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기가 악화되고 규제환경이 바뀌자소비자의 선택을 무시한 브랜드들은 금방 나가떨어졌다. 필자도 그 상황을 보면서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에 맞추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쉬운 원칙이눈앞의 이익때문에 얼마나 지켜지기 어려운지를 깨달은 바 있다.

 

둘째, 나 홀로 성장은 금방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에 반드시 업계의 동반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비교적 생소한 주종을 주로 판매하려다 보니 우리 회사의 제품이 다른 회사보다 훨씬 좋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마케팅을 전개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들과의협력적 경쟁이 필요했다. ‘싱글몰트라는 생소한위스키 카테고리를 알리는 데에 함께 협력하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펼쳤고 시장 전반의 성장을 만들어냈다. 이는 비단 필자가 속한 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셋째,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기업은 항상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야 한다. 경쟁자들이 다하고 있다고 해서 그들의 방식을 좇아만 가는 전략으로는 따라잡기 어렵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지역에 따라 편차를 두고 매출이 크게 일어나는 곳에 인력과 투자를 집중했는데, 입소문을 많이 타는 식음료/주류 분야, 특히고급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들은트렌드 리더들이 모여 있는 곳부터 집중해야 한다. 더디더라도 이게 진짜 성공하는 길이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즐기는 식음료시장, 주류시장은 언제나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규제환경의 변화도 극심하다. 또한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 크다보니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대체재가 많은 특성상 회복도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취향과 기호를 바꾸더라도 먹고 마시고 즐기는 행위 자체를 멈추지 않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꼭 한번 승부를 내고 싶은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이제 위스키 시장은 한계에 봉착했다. 추락할 일만 남았다고 할 때 몇몇 업체들은 오히려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부장님이 법인카드로 사는 술의 이미지를내가 좋아해서 취하지 않고 그저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바꾸고 제품의 속성을 재정의한 덕분이다.

 

한없이 추락하는 듯 보이는 그 어떤 시장에서도 영리한 기업들, 전략이 있는 기업들은 반드시 새로운 날개를 달고 비상한다. 원칙과 전략이라는 양 날개로 오히려 더 높이 날 수 있다. 25년간 주류시장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뒤 내린 필자의 결론이다.

 

 

 

김주호 에드링턴코리아 대표이사

필자는 1991 UD코리아(디아지오코리아의 전신)에 입사해 주류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1995년 마케팅 매니저로 싱글몰트 위스키맥캘란등을 수입·유통하는 에드링턴코리아에 합류했다. 마케팅 이사, 상무 등을 거쳐 2009 4월부터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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