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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국내 최대 PEF 보고펀드, LG실트론 투자 왜 실패했나

최종학 | 177호 (2015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재무회계

 

 국내 최대 규모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는 LG실트론에 대한 투자 실패를 계기로 buyout 투자 등 고위험-고수익 투자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위험-고수익 buyout 투자를 주로 하던 국내 사모펀드 세력이 다소 위축됐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성장 잠재력 있는 매물을 물색해 자금을 공급해주는 모험자본 본래의 역할이 충실하게 수행될 수 있으려면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연기금이나 금융사들의 행태부터 바뀌어야 한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2014 725, 국내 최대 규모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PEF)인 보고펀드의 LG실트론에 대한 투자가 실패로 끝나고 보고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의 지분을 채권단이 인수한다는 뉴스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보고펀드가 LG실트론 투자 실패를 통해 입은 손실은 대략 2100억 원으로 예상된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동시에 보고펀드가 LG그룹에 대해 손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도 보도됐다. LG실트론이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실패해서 기업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주식을 상장시키지 못했고 이 때문에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이 소송 제기 이유다. 보고펀드는 또한 LG그룹 측의 방해로 LG실트론을 상장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고펀드의 주장에 LG그룹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보고펀드의 주장은 명예훼손에 해당되며 오히려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주식을 불합리한 가격으로 LG그룹에 매입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며 주주들에 대한 배임을 요구한 부도덕한 펀드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 재판은 앞으로 수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보고펀드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냈던 변양호 대표와 리먼브러더스 한국 대표 출신인 이재우 대표가 2005년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펀드다. 보고펀드는 설립 초기부터 화제였다. 변양호 대표는 금융정책국장 재직 시절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데 주역을 담당했는데 그 직후 시중 은행들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투자받아 보고펀드를 설립하면서 금융정책국장직을 사임하고 보고펀드 대표로 부임했다. 당시 많은 시중은행이 투자경험이 없는 변 대표가 처음 설립하는 펀드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이슈였다. 그 전에도, 후에도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 보고펀드의 설립을 둘러싸고관치금융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촉발된 이유였다.

 

 

 

보고펀드의 탄생과 투자 내역

보고펀드는 은행들로부터 받은 자금을 이용해 다양한 기업에 투자했다. 현재 보고펀드의 운영자산 규모는 2조 원에 이르는데 운용규모로는 한국 사모펀드 중에서 최고 상위권에 속하는 펀드다. 운용자산은 크게 보고1, 보고2, 해외투자 등 3개 펀드로 구분된다. 보고1호 펀드는 동양생명, 노비타, 아이리버, LG실트론, BC카드에 투자했다. 보고2호 펀드는 버거킹, 에누리닷컴, 삼양옵틱스, 동양생명에 투자했다. 해외투자펀드는 해외 에너지 업종에 투자했다고 한다.

 

당시 많은 사모펀드가 설립됐지만 외국계 자금을 이용해 투자에 나선 MBK파트너스나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외에 다른 국내 사모펀드는 대부분 소규모 회사로 큰 회사를 인수할 만한 자금이 없었다. 국내 은행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모은 보고펀드는 위기에 빠진 국내 기업들을 인수했는데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변 대표는국내 사모펀드 1세대 대표 주자로 불리기도 했다. 보고펀드라는 이름 자체가 통일신라시대의 해상왕 장보고의 이름을 딴 것으로 외세에 대항해 우리나라를 지킨다는 보고펀드의 철학을 담은 이름이라고 한다.

 

2005년과 비교해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당시 큰 역할을 못하던 국내 사모펀드들도 그동안 여러 거래를 통해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켰고 이제는 그 실력이 보고나 MBK파트너스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인정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IMM이나 한앤컴퍼니,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스틱 등 독립운용사뿐 아니라 삼성이나 대우, 신한,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 소속의 PEF들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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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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