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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기업 혁신으론 부족하다 사용자가 문제제기 ‘혁신 콘테스트’를 배우자

배성주 | 175호 (2015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연구개발(R&D), 신제품/신서비스 개발, 생산/서비스로 이어지는 기업의 문제해결 과정이 제품/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는 시점에서 끝난다고 보는 시각.

 

 

사용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사용에 의한 학습(learning by using)’ 과정을 통해 제품/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도 사용자들이 기업의 신제품/신서비스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기업을 앞서 나가는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까지도 이룰 수 있는 존재로 보는 시각. , ‘콘셉트 개발’ ‘설계’ ‘제작등 제품개발 활동의 앞 단계에서 사용자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

 

 

사용자 혁신의 유형

문제의 정형화 정도와 문제 해결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사용자 커뮤니티, SNS, 사용자포럼, 선도사용자 기법, 툴킷, 공유경제, 크라우드소싱, 공동창작 등 다양하게 구분 가능.

 

 

 

사용자 혁신 관점으로의 변화

기업에 가장 중요한 성과측정치 중 하나는 고객만족도다. 오랜 기간 기업은 고객만족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으며 이는 프로세스 개선, 고객센터 운영, 제품의 품질 개선 등 다양한 기업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전략적인 목표들은 소비자(consumer)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기업활동의 대상이 소비를 행하는(consume) 존재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활동의 중심 또한 고객의 소비 행태를 분석하고,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며, 소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과 같이 대규모의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또 점진적인 제품 개선을 통한 신규 수요 창출, 유통망 개선 등을 통한 기존 수요 확충에 나서는 기업도 많다. 하지만 고객을 소비자로만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은 제품/서비스의 개발과 관련한 일련의 혁신활동이 고객을 중심으로 한 시장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분산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게 함으로써 기업들이 중요한 혁신의 원천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는 제품/서비스를사용(use)’하면서 다양한 학습과 아이디어 창출을 해내는 사용자(user)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 소비자의 개념과는 달리 사용자라는 개념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해결과 학습이 일어나게 되는사용에 의한 학습(learning by using)’ 개념이 내포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연구개발(R&D), 신제품/신서비스 개발, 생산/서비스로 이어지는 기업의 문제해결 과정이 제품/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는 시점에서 끝난다고 보는 시각이다.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제품/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도 사용자들이 실제로 제품/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학습이 일어난다고 본다. 이런 관점하에서 사용자는 사용에 의한 학습과정을 통해 기업의 신제품/신서비스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일 뿐 아니라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 경우 기업을 앞서 나가는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까지도 이룰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이러한 사용자의 힘은 정보채널의 비용 하락, 다양한 혁신도구의 확산과 비용 하락 등으로 개인 사용자를 넘어서 집단적인 지성으로 발전돼 나가고 있다. 기존 개인 사용자 중심의 혁신활동에 비해 집단적인 혁신 공동체 활동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서로 교환되고, 서로 결합돼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해 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수준 높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독일 뮌헨대 니콜라스 프랑케(Nicholas Franke) 교수와 미국 MIT 소날리 샤(Sonali Shah) 교수의 연구1 (2003)는 스포츠 분야를 중심으로 이러한 사용자 중심 혁신의 여러 가지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카이트서핑참조.)

 

 

 

[DBR Mini Box] 카이트서핑(Kite Surfing)

 

 

니콜라스 프랑케 교수와 소날리 샤 교수는 스포츠 분야의 공동체를 연구했다. 이들이 연구한 공동체는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으며 유럽, 북미, 일본에서 일 년에 최대 10번 정도의 시합을 통해 만나서 서로 교류한다. 이러한 공동체 회원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낸다. 또한 이들은 서로의 스포츠 장비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돕는다.

 

 

실제 제품을 개발하는 더 발전된 형태의 공동체의 경우 도구나 기반 시설 면에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공동체들과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카이트서핑(kite surfing) 기구에 관련된 정보를 개발하고 전파하기 위해 최근에 만들어진 공동체를 살펴보자. 카이트서핑은 수상 스포츠의 일종으로 서핑보드와 비슷하게 생긴 특별히 제작된 판 위에 사용자가 올라가, 크고 조종 가능한 카이트를 잡고 조종하게 된다. 기구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숙련된 카이트서퍼의 경우 카이트를 순방향이나 역방향 모두에서 조종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또 이 카이트는 수십 초간 선수와 보드를 공중으로 몇 미터나 들어 올릴 수 있게 됐다.

 

 

카이트서핑에 필요한 카이트 제작 프로젝트는 아직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저속 공기 역학 지식이 요구되는 수준 높은 작업이다. 초기 카이트들은 열정적인 사용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이들은 카이트서핑에 서핑기술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의 장비가 필요함을 느끼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고려해 새로운 장비를 발명했다. 2001년 즈음, MIT의 박사 과정에 있던 학생이자 카이트서핑과 카이트 개발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던 사울 그리피스(Saul Griffith)는 온라인 공동체 상호 작용이 카이트서핑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 세계의 카이트서핑사용자-혁신자(user-innovator)’들로 이뤄진 공동체 사이트(www.zeroprestige.com)를 만들었다. 그는 사이트에 그가 디자인했던 카이트의 종류를 올리고 카이트 제작과 사용에 유용한 도움말과 도구들을 제공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 이들이 이러한 정보를 무상으로 다운로드 받고 만약 그들이 만든 것이 있다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곧 다른 혁신적인 사용자들도 자신들이 설계한 카이트, 초보자를 위한 제작 정보, 공기 역학 모델링 소프트웨어나 원형을 빨리 만들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수준 높은 설계 도구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혁신을 사이트에 올리는 카이트서퍼 중 일부는 아주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중 한 명은 항공 우주 산업에 속한 숙련된 공기 역학자였다.

 

 

요즘에는 신제품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설계 내용을 CAD(computer-aided design) 파일에 담는다. 디자이너들은 이 파일을 2차원과 3차원의 형태로 만들거나 볼 수 있다. 또 설계 내용이 특정한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싶을 때는 다양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설계 내용에 자동화된 분석을 실행해볼 수 있다. 그 후 설계 내용을 제품으로 제작하는 제조사에 CAD 파일을 보냄으로써 바로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카이트서핑이 발달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그룹 내의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간단한 스케치를 전송함으로써 설계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그 후 그룹의 멤버들은 큰 직물을 자를 때 사용하는 컴퓨터화된 재단기가 서핑 카이트의 천을 자르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또한 제조업체가 자신들이 하려는 일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결과 혁신 그룹의 멤버들은 제조업체의 재단기에서도 호환이 가능한 CAD 파일의 형태로 설계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만약 어느 사용자가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할 경우, 그는 이 CAD 파일을 제조사에 맡겨 재단을 부탁했다. 그 후 잘라진 천 조각들을 사용자가 직접 바느질하거나 전문 업체에 보내 조립했다. 디자인 완료 후 생산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 이하였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카이트를 완성하는 데 들어간 총비용은 수백 달러에 불과했다. 이후에는 이러한 사용자 아이디어들을 채택하는 제조업체들이 늘어나 카이트서핑 관련 산업이 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

 

 

출처: 소셜 이노베이션i (2012)

  

 

 

(DBR Mini Box)에서 소개한 카이트서핑의 예에서 우리는 사용자 혁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략적인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사용자들은 혁신을 이루는 데 필요한 두 가지 중요한 정보, 필요 정보(needs information)’해결책 정보(solution information)’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사용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즉 사용자들의 필요(needs)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 정보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오랜 기간 특정 상품에 대한 제조 기술이나 서비스 노하우 등을 축적해 온 덕택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고 생산해야 하는지에 관한 해결책 정보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특정 시기에 어떠한 상품을 원하는지에 관한 정보, 즉 필요 정보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필요 정보를 얻기 위해 기업들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정보를 얻는 데 실패한다. 반면 사용자 중 선도사용자(lead user)들은 시장의 트렌드를 앞서는 필요 정보와 해결책 정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카이트서핑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선도사용자들은 대부분 제조업체들이 나서기 전에 이미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해결책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림 1) 따라서 제조업체나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정보들을 다른 경쟁사보다 먼저 확보할 수 있다면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혁신 또는 서비스 혁신을 하는 데 있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

 

카이트서핑 사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두 번째 전략적인 시사점은 사용자들이콘셉트 개발·설계·제작·실험/분석에 이르는 일련의 제품개발 활동을모두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제조업체 위주의 개발 활동은콘셉트 개발’ ‘설계’ ‘제작등 제품개발 활동의 앞부분은 제조업체가 수행하고실험’ ‘분석등 뒷부분 활동의 극히 일부분에 사용자가 참여하는 구조였다. 이러한 실험/분석 단계에서 사용자는 베타테스터(beta-tester)로서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하나 제품개발에 비밀유지가 필수적인 경우에는 이러한 과정에서마저 제외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반면, 사용자중심의 제품 개발은 사용자가 제품 개발 뒷부분에서 벌어지는 실험과 분석은 물론 앞부분에서 벌어지는콘셉트 개발’ ‘설계’ ‘제작과정까지를 모두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림 2) 제조업체 위주의 개발활동과 달리 일련의 활동을 단일 주체(사용자)가 담당하다 보니 일련의 개발 과정을 순환적으로 진행하기 쉬워진다. 실험과 분석을 거치면서 콘셉트 수정과 설계 변경이 꾸준히 일어나기 때문에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결과로 카이트서핑의 경우 수많은 제품 원형과 다양한 디자인이 개발됐고 관련 산업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

 

 

 

카이트서핑 사례에서 관련 웹사이트와 CAD가 혁신을 창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러한 사용자중심 개발과정에는 필수적으로 정보의 효율적인 공유와 혁신도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쿼키(www.quirky.com)처럼 사용자 중심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쿼키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소셜 상품개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매주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수천 가지 이상의 아이디어에 대해 회원들이 투표를 통해 실제 제품으로 개발할 아이디어를 선정한다. , 쿼키는 사용자에게 제품개발의 과정뿐 아니라 SNS를 활용한 소셜마케팅 같은 역할을 맡기고, 회사(쿼키)는 특정 기술의 개발과 생산 등의 고비용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가 혁신의 중요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이제는 사용자가 콘셉트 개발 및 제품/서비스 개발의 일부 혹은 전체를 담당하는 새로운 혁신 모델이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입장에서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디자인과 혁신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용자 혁신관점으로의 전환은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생산/서비스 시스템을 다품종 소량 생산 및 유연한 서비스 구조로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카이트서핑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세 번째 시사점은 전통적인 제조업체와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기업의 전통적 혁신 메커니즘과 사용자 혁신을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사용자들이 개발한 혁신을 발견해 제품화하거나 그들의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들보다 이러한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학습한다면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용자 혁신을 다른 기업들보다 더 잘 찾아냄으로써 새로운 경쟁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사용자들의 혁신 아이디어와

혁신 결과물을 활용하는 방법

MIT의 에릭 폰 히펠 교수와 하버드대 스테판 탐케 교수의 공동연구2  (2002)에서 이러한 사용자 혁신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선도사용자 기법(Lead User Method)에 관해 논의했다. 이들은 선도사용자들을 찾아내기 위한 방법으로피라미딩(pyramiding)’ 기법을 제시하고 있다. 피라미딩이란어떤 분야에 아주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더 전문가인 사람들을 반드시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한 무리의 혁신자들로부터 더 발전된 혁신자들로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뜻한다. 따라서 사용자 전체를 탐색하기보다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네트워크를 따라가며 해당 분야의 선도사용자들을 찾아내고, 심지어 타 분야의 선도 사용자까지 추격해 찾아내는 기법이 바로 피라미딩이다. 이렇게 추려낸 각계 전문가들을 한곳에 모아 워크숍을 수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선도사용자 기법은 기업이 응용 가능한 선도사용자의 아이디어를 모은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기업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최근의 산업동향을 보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사용자들의 혁신활동은 규모가 확대되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의 혁신 아이디어와 혁신 결과물을 모으는 방법 또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이에 따른 적절한 전략적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 또한 선도사용자 기법이 최초로 제시된 후 10여 년이 지난 현 시점에선 기업의 입장에서 사용자혁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로 제품/서비스 설계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사용자 간 아이디어와 피드백 공유가 용이해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사용자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문제정의와 해결에 관해 누가 주도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문제 정의가 정형화돼 있는지, 비정형화돼 있는지에 따라 <그림 3>과 같이 도식화해 볼 수 있다. 문제 정의가 정형화될수록 사용자가 설계할 수 있는 해결책의 범위가 제한되고 기업은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매우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림 3>의 오른쪽 기업주도 방식 중 툴킷과 선도사용자 기법만 비교해 보면 이러한 차이가 극명히 드러난다. 앞서 설명한 선도사용자 기법은 제품/서비스와 관련된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특정한 범위를 설정해 놓지 않고, 최종 단계에서 선도사용자 워크숍을 통해 자유로이 혁신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으게 된다. 반면 뒤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할 툴킷 접근법은 이미 정의된 툴킷을 통해 매우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게 된다.

 

본 글에서는 제품과 서비스 두 영역에서 다양한 사용자 혁신 방법들이 존재하고 각각 장단점이 존재함을 살펴보려 한다. 지나치게 기업 주도의 방식을 사용하거나 정형화된 문제정의 방식을 택하게 될 경우, 다양한 사용자의 혁신 아이디어와 혁신결과물들을 기업의 혁신과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게 되므로 많은 수의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혁신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일수록 기존에 정의된 문제나 비즈니스 모델의 변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형화된 문제 정의뿐 아니라 비정형화된 문제 정의를 통해 급진적인 혁신 또한 가능하도록 혁신 방식을 설계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사용자 혁신에 관한 각각의 접근법에 대해 자세히 논의하고 각 접근법에서 기업은 어떻게 사용자의 혁신 아이디어를 활용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 사용자 주도

1) 사용자 커뮤니티

사용자 커뮤니티(User Community)는 크게 문제 해결과 해결책 공유에 집중하는혁신 커뮤니티와 특정 브랜드를 위주로 브랜드에 관한 문제들을 개발하고 해결하는브랜드 커뮤니티로 구분할 수 있다. 리눅스와 아파치 웹서버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가 대표적인 혁신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XDA디벨로퍼(XDA Developers)와 같은 스마트폰 오픈소스 커뮤니티도 매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 커뮤니티의 특징은 다수의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전문성이 발달돼 있으며, 사용자들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에 관해 상당기간 논의를 한 후 문제를 정형화시키는 과정을 거친다는 데 있다. 따라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정확하게 정의돼 있으며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도 공동의 문제 정의를 통해 새로운 문제를 발굴해 낸다. 또한 해결책 개발을 위한 도구들(toolkit) 또한 직접 개발해 문제 해결을 돕게 되는데, 위에서 언급한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도구 개발이 매우 잘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혁신 커뮤니티를 통해 혁신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기업은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커뮤니티가 사용자 주도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업의 커뮤니티 활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정의에 기업이 참여했다는 것이 알려질 경우 사용자의 참여가 급격히 줄어들 수도 있다. IBM의 오픈 소스 전략을 보면 특허 공개 등을 통해 이들이 상당히 조심스럽게 커뮤니티에 참여해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 자체가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인정받고 혁신에 동참하면서도 결과물을 사적인 이익 취득보다는 공동의 혁신에 기여하는 쪽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와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혁신공동체 참여자들이 쉽게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 커뮤니티 자체가 사용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 자연스럽게 탄생된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기업이 혁신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서비스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아이디어에 관해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의 아이디어도 모두 공개하고자 하는 선한 의도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반면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용자들로 이뤄진 브랜드 커뮤니티의 경우에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중심이 돼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때문에 혁신 커뮤니티에 비해서는 기업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덴마크의 레고(Lego)는 성인들도 매우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LDraw 같은 커뮤니티(www.ldraw.org)에서는 가상의 레고 모델을 만드는 도구(무료 레고 캐드 프로그램 ‘LDraw’)를 제공하고, Brickfilms.com에서는 레고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뿐 아니라 오프라인상에서도 레고 사용자 그룹(Lego User Group)을 만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있다. 레고는 수백 개에 달하는 이러한 브랜드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자사의 레고 아이디어(ideas.lego.com) 웹사이트로 유인해 1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찬성할 경우 자사의 신제품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레고처럼 커뮤니티 활동을 자사의 신제품 개발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문제 정의와 투명한 프로세스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는 사용자가 주도하는 혁신 메커니즘이므로 사용자의 참여를 유지하면서 이를 기업이 주도하는 메커니즘으로 원활히 변경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프로세스와 적절한 보상 메커니즘이 구비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2) SNS

특정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사용자들의 혁신활동은 SNS상에서도 활발히 이뤄진다. 사용자 커뮤니티가 비교적 명확한 목표와 문제 정의를 통해 이뤄진다면 SNS상의 사용자 혁신 활동은 보다 비정형화된 문제를 다루면서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는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므로 사용자의 커뮤니티 형성이 비교적 수월하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자칫 브랜드의 홍보나 긍정적인 사용자 리뷰들로만 채우게 되는 단점도 존재한다. 현재 기업이 제공하는 페이스북 팬페이지 대부분은 자사의 홍보물로 내용을 채우고 있어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 개진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 혁신 관점에서 바라볼 때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제품 개선이나 제품 혁신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 사용자와의 교류를 위한 도구로서 SNS를 활용하는 것이 기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SNS상의 사용자 정보는 비정형화된 문제들에 관한 의견개진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기존의 문제 정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취합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최근에 역량이 활발히 증대되고 있는 텍스트 마이닝, 빅데이터 분석 기법 등을 통해 다량의 데이터를 취합/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정형화된 문제들에 대한 사용자 의견을 질적인 방법을 통해 직접 사용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분류해 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제품 개발과 관련된 정형화된 문제 정의를 통해 사용자 아이디어 콘테스트 등을 진행해 사용자의 혁신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기업의 혁신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의 아이디어 콘테스트는 단기간 정형화된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사용자 의견을 취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방법과 상호보완적인 방법이 된다.

 

 

 

 

3) 사용자 포럼

사용자 포럼(User Forum)은 게시판 형태로 이뤄진 사용자들의 의견 교환장소다. 미국의 자동차 관련 포럼(www.automotiveforums.com)을 보면 다수의 사용자들이 특정 영역에서 다양한 주제에 관해 제품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용자 포럼은 도처에 분산돼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추출해 의미 있는 사용자 의견으로 만드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빅데이터 분석 방법 등의 발달로 이러한 분산된 형태의 사용자 아이디어도 취합할 수 있는 기법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사용자 포럼의 의견에는 크게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리뷰와 함께 부정적인 불만사항, 개선점 등이 동시에 논의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불만사항이나 개선점 등이 모두 제품/서비스의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정보일 뿐 아니라 차기 제품개발에도 반영돼야 할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특히나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이러한 사용자 포럼에서는 사용자들 간 정보공유와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사용자들이 제품/서비스에 관한 의견교환의 통로로 사용되며 기업이 혁신에 활용할 다양한 정보가 존재한다. 사용자 포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중요한 정보를 기업의 혁신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갖는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보통 부정적인 의견을 혁신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보상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기업에 갖춰져 있어야만 사용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다.

 

. 기업 주도

1) 툴킷

툴킷(Toolkit) 접근법은 선도사용자 기법과 함께 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과 운영을 한다는 점에서 앞서 논의한 사용자 주도적인 방법들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Nike iD(www.nikeid.com)는 웹사이트를 이용해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신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툴킷을 제공한다. (그림 4) 앞서 논의한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도 사용자들끼리 다양한 툴킷을 만들어 사용하지만 기업 주도의 툴킷은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가 곧바로 생산과정과 연계돼 사용자가 설계한 제품사양이 곧바로 생산에 적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Nike iD가 디자인에 중심을 둔 툴킷인 반면에 mi Adidas는 기능성에 중심을 두고 사용자의 발에 가해지는 압력과 개인의 신발 크기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측정해 이를 신발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니콜라스 프랑케 교수와 프랭크 필러 교수의 연구3  (2004)에서 보듯 시계 디자인의 경우 고객들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시계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시계라는 사실이 제품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게 만들고 시계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재미로 인해 다른 시계보다 자신이 만든 시계의 가치를 훨씬 더 높게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툴킷 메커니즘은 사용자를 제품/서비스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서비스의 가치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사용자 혁신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툴킷 방식은 보통 주문자 생산방식(mass-customization)과 연결되기 때문에 생산 시스템 자체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뒤따라야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전통적 생산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할 수도 있어 상당한 비용이 들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디자인 툴킷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디자인 옵션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디자인 옵션을 보다 많이 제공할수록 사용자의 혁신 역량이 발휘돼 다양한 종류의 제품디자인이 탄생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디자인 옵션을 더 많이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애플의 SDK(software development kit)의 경우를 보면 수십만 개의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을 탄생시킬 정도로 툴킷의 디자인 옵션이 다양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을 사용자를 통해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플의 SDK는 기업의 전략적 툴킷 제공이 사용자의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기업과 연결시킬 수 있음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보다 사용자 친화적이고 사용자 주도적인 툴킷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피드백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여 툴킷의 디자인 가능성을 늘려가야 한다.

 

. 사용자와 기업 양측의 균형 주도

1) 공유경제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공동 창작(Co-creation)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 또한 적극적으로 문제의 재해석과 해결책 제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업과 사용자의 참여가 비교적 균형 있게 이뤄지는 사용자 혁신 방식이다. 이 중 공유경제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공간 등을 빌려주고 나눠 쓰는 방식으로,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많은 혁신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공유경제 모델인 에어비앤비(Airbnb)는 사용자가 제공하는 다양한 숙박시설을 바탕으로 여행자와 숙소 제공자를 연결해 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용자의 참여 범위와 책임 설정 등 문제의 대부분은 에어비앤비(기업)가 주도적으로 설정하고 운영하지만 문제 해결의 핵심인 숙소 제공과 마케팅은 사용자에게 이관함으로써 도심의 아파트부터 산속 산장까지 전 세계에서 100만 개 이상의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자신이 제공하는 숙소를 디자인하고 마케팅한다는 측면에서 사용자의 아이디어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은 사용자 커뮤니티나 사용자 포럼 등 다른 혁신 방법들과 동일하다. 다만 문제 정의는 매우 정형화된 형태로 계속 유지된다. 사용자들은 에어비앤비가 설정한 서비스 제공 방식, 결제 방식, 마케팅 방식 등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숙소를 홍보하고 판매하게 된다. 따라서 지속적인 사용자의 피드백과 의견 개진을 통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에어비앤비의 플랫폼 자체를 업데이트해 나가는 게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초기 서비스 이후 에어비앤비는 숙박료 이외에 청소비, 기타 유지비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숙박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의 유연성이 점차 증대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

 

2) 크라우드소싱

크라우드소싱은 기업 활동에 사용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공유경제가 사용자가 이미 보유한 자산이나 제품의 공유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 크라우드소싱은 사용자의 아이디어와 창의성 등의 문제 해결 능력이 보다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노센티브(Innocentive)를 들 수 있다. 이노센티브의 크라우드소싱은 명확한 문제 정의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문제 정의에 따라 가장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경연에 참여하며 가장 좋은 해결책을 제시한 사용자가 각 문제에 책정된 보상금을 받게 된다. ‘혁신 콘테스트라고도 일컬어지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자신이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다수의 해결책을 제시하게 된다. (그림 5) 제프 호우는 2006 <와이어드(Wired)>4 에서 크라우드소싱 개념을 논하면서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같은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을 할 때 이노센티브를 통해 사용자들로부터 중요 R&D 문제의 해결책을 얻고 있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혁신 방법으로 활용할 때 난제(難題)는 문제가 매우 명확하게 정의되는 공유경제 방식과 비교해봤을 때 경우에 따라 문제가 달리 정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SNS의 사례처럼 전혀 형식이 없이 진행되지 않고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안에서 정의되긴 하지만 공유경제 방식과 비교해 봤을 때 사용자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능력이 훨씬 더 중시된다. 특정 접근법이나 과정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이 중요한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 정의를 명확히 해 사용자들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 정확하게 결과물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후 결과물에 대한 보상을 정확히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원리 때문에 현재는새로운 물질의 개발천체물리학에서 필요한 문제의 해결수학적 알고리즘 등 문제 해결에 대한 결과물의 평가가 정확히 이뤄질 수 있는 부문에서 크라우드소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판매하는 소셜 디자인 쇼핑몰 스레드리스닷컴(www.threadless.com)처럼 다수의 사용자가 커뮤니티를 이뤄 디자인 평가 등이 가능하다면 결과물의 성능치가 수치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크라우드소싱 기법을 이용해 사용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사용자들이 납득할 만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점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크라우드소싱을 적극 활용해 기업의 R&D 비용과 신제품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이노센티브와 같이 사용자의 해결책을 평가해 보상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매우 제한적인 이슈에 관해 사용자 아이디어를 모을 수밖에 없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보상책을 확대하고 보다 비정형화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구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사용자들로 하여금 평가를 하게 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혁신 아이디어를 많이 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공동창작

공동창작은 기업과 사용자가 함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위에서 열거한 다양한 방법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만약 공동창작의 범위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아이디어 개발에 국한시킨다면 이러한 방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과 사용자가 직접 교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직접 교류를 하게 되면 기업이 이미 보유하지 못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보유한 선도사용자들의 의견을 제품 개발 단계와 직접적으로 연계해 보다 관련성 높은 지식을 모을 수 있다. 기업이 관심 있는 영역에서 특정 문제에 관해 사용자 의견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제품/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단점은 직접 물리적인 교류를 하는 게 공동창작의 필수 요건이다 보니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특정 문제를 잘 정의하지 않으면 노력에 비해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없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어떠한 제품/서비스를 만들 것인지 영역을 구체화하고 사용자들로부터 얻고 싶은 아이디어가 제품/서비스의 어느 부분에 적용될 수 있는지 명확히 파악한 후에 사용자들과 교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 이러한 공동창작의 방법론들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디자인 회사인 IDEO5 의 경우 병원의 서비스를 새로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간호사, 의사, 환자, 행정 담당자 등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 공동으로 서비스를 디자인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에 정의됐던 서비스 프로세스는 재정의될 수 있고 사용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다는 점에서 기업과 사용자의 의견이 고루 반영되는 균형 있는 혁신방법이라 할 수 있다. IDEO는 미국 헬스케어 전문업체 카이저 퍼머넌테(Kaiser Permanente)와 같이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간호사들이 환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세스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을 간호사들과 함께 개발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프로토타입을 실제 의료환경에 적용해 보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환자가 만족해 하면서 편안하게 느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이러한 프로세스에 영향을 받는 의사, 환자, 행정 담당자 등도 동참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 혁신을 이뤄냈다. 개발과정에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게 되면 이러한 공동창작 과정은 특정 제품/프로세스에 집중해 사용자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제품/서비스 설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새로운 혁신의 모색

<그림 3>에서 나타나듯 네 개의 사분면에 위치한 여러 접근법들은 주도하는 주체와 문제의 정형화 정도가 모두 상이하다. IT 10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면서 사용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용자 측의 혁신 아이디어가 나날이 향상되고 있으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자 집단의 혁신 능력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접근법들은 주도하는 주체와 문제 정의 방식 등이 모두 상이하며, 이로 인해 결과물로 나오는 사용자의 혁신 아이디어의 형태도 모두 다르다. 예컨대 사용자 주도로 비정형화된 문제들을 다루는 사용자 포럼에서는 사용자 주도로 제품/서비스에 관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반면 기업 주도로 정형화된 문제를 다루는 툴킷 접근법에서는 기업이 정해놓은 해결책 범위 내에서 사용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되도록 다양한 접근법을 이용해 여러 종류의 사용자 혁신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특정 방법론만을 사용할 경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사용자 혁신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습의 결과들을 기업의 제품/서비스 개발과 연계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의 약 17% 정도가 사용자 혁신을 하고 있고(Kim and Kim, 2010)6  , 우리 인구의 100만 명 이상이 최근 3년 이내에 혁신활동을 했으며, 매년 개발이나 개선에 공헌한 액수를 계산해 봤을 때 19000억 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7 들을 고려해보면 우리나라도 이제 사용자 혁신의 능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돼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용자의 혁신능력 그 자체로 국가의 혁신 시스템에서 중요한 혁신의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이제는 기업의 혁신 메커니즘과 연결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혁신 메커니즘이 됐다. 기업들이 다양한 전략을 통해 사용자 혁신을 흡수하고 자사의 혁신역량과 연계해 사용자 혁신을 고려할 때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또한 더욱 향상될 것이다.

 

배성주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sjbae@yonsei.ac.kr

필자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보경제학 석사와 MIT 슬론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Technological Innovation, Entrepreneurship & Strategy)를 받았다. 홍콩대 경영대 교수를 지냈으며 주 연구 분야는 다양한 형태의 신제품 개발 과정, R&D 관리 및 정책, 기술전략 및 기술 조직 등이다.

 

  • 배성주 | - (현)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한국지식경영학회, 한국생사관리학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 이사
    - 전 홍콩대 경영대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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