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사회 현실과 미래

제왕적 CEO보다는 집단지성이 더 우월. 제도보다 사람과 운영으로 승부하라

161호 (201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전략,재무회계

 

최근 몇 년 사이 KB금융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여러 사안을 원인으로 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사회가 경영진 의사에 반대를 표하며 촉발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는거수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으로 불리는 이사회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경영환경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경영자 자본주의에서주주자본주의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처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배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독립적이고 전문적이며 활동성이 높은 이사회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12년 말부터 KB금융지주와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이하 KB로 통칭함)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다른 기업들에서는 거의 한번도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한 회사 내에서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경영진도 바뀌고 사외이사들도 상당히 교체됐는데도 불구하고 갈등이 계속됐다. 언론은 KB 사태를 보도하면서 애매모호하게 양쪽을 모두 비난하거나뒷다리 잡는다며 사외이사 측을 더 비판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쨌든 KB에서 벌어진 이런 사건들은 한국에서도 최고경영자의 권한을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은 벌써 20년쯤 전부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시대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성격의 사례로 볼 수 있다. KB 사건들의 내막을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우선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가 미국에서 어떤 배경을 가지고 탄생했는지 살펴보자.

미국 이사회의 막강한 권한

 미국에서 한때 가장 존경받는 여성 경영자로 꼽히던 사람이 HP(Hewlett-Packard) CEO를 지낸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 1999 CEO가 돼서 2005년 물러날 때까지 무려 6년 동안 미국 기업 서열 10위권의 거대 기업 HP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그녀가 CEO가 되면서 AT&T 부사장직을 맡고 있던 남편이 유능한 아내를 돕기 위해 회사를 사직하고 집안일을 맡아 내조하기로 한 일도 유명하다. 이미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녀는 유리천장을 깨뜨린 맹렬 여성의 대명사로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롤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T&T에서 일하던 그녀를 HP로 스카우트한 주체가 바로 HP의 이사회였다. 그 정도로 이사회의 신뢰를 받던 그녀였지만 컴팩(Compaq)과의 합병을 주도한 후 그 여파로 다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이사회와 대립하게 된다. 그 결과 이사회는 2005년 그녀를 해고하고 새 CEO를 임명하는 식으로 CEO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도록 했다.

 칼리 피오리나처럼 이사회가 경영자를 쫓아내는 일은 미국에서 그리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실적 부진과 독선적인 경영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1985년 자신이 창업해 경영을 해오던 애플(Apple)에서 이사들의 반란으로 쫓겨난 바 있다. 물론 나중에 화려하게 CEO로 복귀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신이 설립하고 상당한 지분의 주식까지도 보유한 CEO를 쫓아낼 정도라면 이사회의 힘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스타 CEO도 쉽게 내쫓을 만큼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갖는 권한이 막강하다. 이사회가 아니라 CEO, 또는 CEO도 아니면서 이사도 아닌 뒷 선에 숨어 있는 회장님이나 정부의 권한이 더 강한 한국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이사회에서 CEO의 의견에 반대하는 일조차 매우 드물다.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후술하겠지만 2012년 말 어윤대 당시 KB 회장 주도로 KB에서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려고 했을 때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인수 시도가 이사회에서 부결된 것이 거의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

 사실 사외이사 제도와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도 불과 10년이 조금 넘을 뿐이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소액주주들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법제화됐고 1999년 강제로 도입됐다. 도입 후 2000년대 말까지도 사외이사나 이사회는 CEO의 역할에 대해 견제는 하지 못하고 동의만 하는 사실상의 거수기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했다.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의 탄생

그렇다면 미국은 처음부터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가 확립돼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 기업들도 초창기에는 대부분 창업자와 그 가족들이 대주주로서 직접 경영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지배구조가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가 점점 성장하면서 조직이 커지고 복잡해졌다. 능력 있는 대주주나 가족이라면 상관없을 수도 있겠으나 모든 대주주나 가족들이 복잡한 업무와 조직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을 대신해 경영을 수행할 전문경영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전문경영인이 있더라도 여전히 대주주가 회사 경영에 밀접하게 개입하면서 전문경영인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주식이 몇 세대에 걸쳐 상속되면서 전문경영인을 견제할 만큼 많은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가 사라졌다. 즉 전문경영인이 주주들보다 더 큰 힘을 갖게 됐다. 이때를경영자 자본주의의 시대라고 표현한다.1

 이런 구조를 제왕적 CEO가 회사를 경영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제왕적 CEO는 회사의 주식은 전혀 또는 거의 갖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이사회를 장악해서 자신의 뜻대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 만약 CEO가 이사들을 모두 또는 상당수 임명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면 CEO의 주장에 반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제왕적 CEO라는 용어는 여기서 비롯됐다. 이때 CEO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인센티브를 지닌다. 성과가 나빠도 자기 보수를 막대하게 스스로 결정해 챙기고, 업무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회사 돈으로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하거나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는 등의 문제다.2 이런 문제들을 통칭해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라고 한다. CEO는 주주들의 재산을 위탁받아 대신 경영하는 대리인(agent)일 뿐인데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익을 더 앞세운다는 문제점을 일컫는 용어다.

 따라서 20세기 중후반부터 학계에서는 어떻게 하면 대리인 문제를 약화시켜 경영자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방법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다. 주주들이 이사를 선정하고 이사회가 주주들을 대신해서 경영진을 감독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특히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들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사외에서 선임하도록(즉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해서 경영진과 독립된 인물로 경영진을 감독하도록 제도화했다. 사내이사는 CEO의 힘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사외이사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1960∼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주식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태가 보편화했다. 그전까지는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이런 변화의 결과주주자본주의라는 흐름이경영자 자본주의를 대체해 대세로 자리 잡게 됐고 주주들의 권한이 강해졌다. 소액주주들도 연합해 자신의 권리를 활발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를 대신해서 투자하는 기관투자가(펀드나 연기금)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입김이 점점 강해져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주주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수 없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의 결과로 이사회에서 주주들을 대표하는 사외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났다. 그 결과 미국 대기업에서는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구성원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할 정도다.

 이사회의 구성원 중 특히 역할이 강조되는 것이 감사위원회다. 감사위원회가 재무보고와 내부 통제에 대한 업무를 감독하면서 CEO를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증권감독위원회(SEC)에서 감사위원회의 설치를 권장해 왔으며 1977년부터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소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감사위원회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 후 Enron 사건의 여파로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Sarbanes-Oxley Act가 통과됐을 때도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가 감사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명확히 한 것이다. Sarbanes-Oxley Act 이후부터 이사회가 기업 경영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 제정된 여러 법률들을 통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역할이나 중요성이 상당히 강화됐다.

 

이사회의 구성과 독립성

 

일부에서는 사외이사들이 비상임이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형식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이 말에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는 기업일수록 여러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 다만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가 실제로 이사회가 경영 의사결정에 공헌을 해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만약 회사의 대주주나 CEO로부터 독립적이고, 능력도 있고, 명망도 있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면 회사가 불법적이거나 위험한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알아서 조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이사회를 자발적으로 구성할 정도라면 능력 있고 양심적인 경영자나 대주주가 회사를 이끌 가능성도 높다.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우수한지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이사회의 (1) 독립성, (2) 전문성, (3) 활동성의 세 가지 지표다.

 우선 (1) 이사회의 독립성부터 살펴보자. 이사회의 독립성은사외이사의 비율, ② 사외이사 중 회색이사(grey director, 현재는 회사의 정규직원이 아니지만 과거 회사 또는 계열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을 말함)의 비율, ③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 유무, ④ 이사들의 회사 주식 보유 정도, ⑤ 사외이사들만으로 구성된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존재 여부 등으로 구별한다.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회색이사 비율이 낮을수록,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을 때, 이사들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때, 독립적인 사외이사 추천위원회가 있을 때 이사회의 독립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사실 회색이사가 아닌 사외이사 중에도 대주주와 사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사적인 내용들까지 외부에서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으므로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정보들만으로 비교를 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들은 모두 회사 연차보고서에 공시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이사회의 독립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보완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회계감사인의 선정이나 재무보고 과정에서 CEO CFO의 영향을 줄이고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증대시키려는 노력들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정하기 위한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할 때 대주주의 지분비율을 제한하려는 노력들이 이에 해당된다. 후자의 경우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역차별이 된다는 문제점이 있어서 반론도 많다. 하지만 전자는 꼭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선진국 중 우리나라처럼 CEO CFO가 직접 나서서 회계감사인을 선정하고 감사보수를 결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런 관행이 계속 유지된다면 회계감사인이 회사에 쓴소리를 했을 때 바로 교체당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CEO CFO가 아니라 감사위원회가 나서서 감사보수도 결정하고 감사인도 직접 선정하라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소수의 기업에 대해 회계감사인을 금융감독원이 선정하는 감사인 지정제도가 실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④에 대해서는 찬반논란이 존재한다. 이사회 이사들 중 사외이사들이 회사 주식(스톡옵션 포함)을 보유한다면 주주나 직원들과 이해관계가 좀 더 일치하므로 회사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회사 주식을 보유하면 단기적 주가 상승을 위해 회계 부정을 저지르거나 이익조정을 하기도 하고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경영자의 기회주의적 경영행태를 억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실증연구 결과는 후자의 발견을 더 지지한다.

 

많은 연구 결과들 중 비교적 일관된 결과가

발견되는 분야는 회계전문성뿐이다.

회계전문성이 있는 사외이사가 포함되면

재무보고의 품질이 높아져 회계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감소한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활동성

 (2)의 전문성은 회계전문성, 재무전문성, 경영전문성 등으로 구분한다. 이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사외이사 중에 포함돼 있다면 이사회가 전문성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성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많은 연구 결과들 중 비교적 일관된 결과가 발견되는 분야는 회계전문성뿐이다. 회계전문성이 있는 사외이사가 포함되면 재무보고의 품질이 높아져 회계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감소하며 회계처리가 기업의 실질을 더 잘 나타내는 쪽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높다. 이런 연구결과들을 반영해 미국에서는 현재 감사위원회 위원 중 반드시 1인을 회계나 재무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로 임명하도록 법규화돼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에 한해 이 제도가 도입됐다. 회계전문성뿐 아니라 어떤 분야든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된다면 전문성 없는 사람들을 모아둔 것보다는 효과가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외이사들을 보면 전직 대법원이나 검찰, 국세청, 행정부 등 고위간부 출신이나 정치인 출신들이 많다. 미국에서는 드문 일이다. 필자의 추측이지만 선진국이 아닐수록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들도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각자의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가질 수 있지만 이들이 기업경영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들이 소액주주들을 대표해 대주주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기능을 수행한다고도 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보다는 원래 소속돼 있던 권력기관이나 집단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람막이 역할을 하라고 사외이사로 영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즉 기업 활동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보호를 위해 일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해당 기관이나 집단들의 힘이 세다는 것을 나타낸다. 어쨌든 이런 사람을 사외이사로 많이 임명한다는 것은 이들의 임명이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런 현상이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통한 국부 창출이나 국민 복리 증진에 도움이 될 리는 없다.

 (3)의 활동성은 이사회 회의의 수, 회의의 진행시간, 이사의 회의 참석률 등의 변수로 구분한다. 활동성의 효과도 명확하지 않다. 이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열심히 활동을 한 이사회가 더 좋은 이사회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뭔가 문제되는 일이 많아서 이사회가 빈번히 열리고 회의가 길어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이사의 회의 참석률은 해당 이사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고 생각된다.

 이사회의 크기도 이사회의 효과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이사회는 5∼10명 내외의 이사로 구성된다. 작은 이사회보다는 큰 이사회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다수 존재한다. 큰 이사회가 있어야 사외이사를 다수 포함할 수 있고, 그중에는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더 많이 포함돼 있을 것이며, 보는 눈이 많아야 경영진의 행동을 더 잘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사회가 훨씬 커서 15명이나 20명을 넘는 경우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이사회의 이사 숫자가 너무 많으면 회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이사회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연구 결과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국내 기업이나 주주들은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서 각자의 회사에 적합한 최상의 이사회 조합을 구성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사회의 크기도 이사회의 효과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이사회는 5∼10명 내외의 이사로

구성된다. 작은 이사회보다는 큰 이사회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다수 존재한다.

 

 

 

KB금융지주-ISS 관련 사건의 전말

 이제 전술한 바 있는 KB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자. KB에서 이사회와 최고경영진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 것은 2012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B금융지주의 어윤대 회장이 적극 추진하던 ING생명 인수 건에 사외이사들이 반대했다. 사외이사들은 ING생명 인수가 KB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회장이 적극 나서서 사외이사들을 설득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2012 1218일 열린 이사회에 ING생명 인수안이 상정됐을 때 사외이사 9명 중 5명이 반대, 2명이 보류, 2명이 찬성 의견을 내서 안건이 부결됐다. 당시 KB는 언론을 통해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외이사들이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홍보했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경영진이 내놓은 안건에 사외이사들이 거수기(손만 드는 기계) 역할을 한다는 비난을 담은 기사가 다수였는데 이 사건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안건에 반대하고 부결시켜서 오히려 경영을 못하게 방해한다며 사외이사들을 비난한다는 기사가 났다.

 사실 이 사건만 있었다면 KB에서의 갈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연이어 다른 사건이 터졌다. KB는 경영권을 행사할 만한 대주주가 없는 상황이며 다수의 외국인 주주들(대부분이 기관투자가)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주주들에게 전문적인 내용을 조언하는 서비스 회사들이 존재한다. 서비스 회사가 외국에 있는 해당 회사의 상황을 분석하고 주주총회 때 어떤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하라거나 의견을 개진하라고 조언을 주는 것이다. 상당수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이 조언에 따라 행동한다. 이런 일을 하는 서비스 회사들 중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의 ISS.

 2013 2, 어윤대 회장의 최측근인 박 모 부사장이 ISS를 접촉해서정부 측 영향을 받는 일부 사외이사가 회사의 경영을 방해하므로 주주총회에서 이들의 재선임에 반대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뉴스가 퍼졌다. 박 부사장의 의견에 따른 결론인지는 알 수 없으나 312, ISS주총안건 중 독립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는 특정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외이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어윤대 회장은 자신이 박 부사장에게 그런 일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사외이사들은 믿지 않았다. 어윤대 회장은 318일 측근 박 부사장을 직접 해고했고 ISS에 앞의 보고서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여러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을 방문해 설득했다. 그 결과, 불과 4일 후인 322일 실시된 주주총회에서 ISS보고서에 언급된 세 명의 사외이사는 모두 재선임될 수 있었다. 두 번째 분쟁에서도 사외이사들이 승리한 것이다.

 그 직후 신재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내용 중에는 사외이사들이 스스로를 추천해서 장기간 사외이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그 후 7, 어윤대 회장은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후임 CEO로는 재정경제부 차관과 KB국민은행 행장을 역임한 임영록 회장이 임명된다. 후임 은행장으로는 KB국민은행의 이건호 부행장이 임명된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은행의 갈등

 2014년 들어 KB가 다시 CEO와 사외이사들의 갈등으로 시끄러워졌다. 이번에는 KB은행에서다. 4 KB 이사회에서는 10인의 이사 중 8인의 찬성으로 전산시스템을 기존의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비용 절감 효과가 100억 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주 교체 이유였다. 그런데 5월 정 모 감사가 이런 결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이사회에 제출했다. 정 감사는 업체 선정이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으므로 부당하고, 이사회 결정 이후 IBM이 가격을 유닉스 수준으로 내리겠다는 제안을 해왔으므로 업체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유닉스로 교체하면 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은 추정일 뿐이며 교체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오히려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건호 행장은 감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임영록 회장은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정도의 짤막한 코멘트만 했다고 언론에 전해진다. 임 회장은 자회사 사장이 아닌 이사회 편을 들었다. 같은 KB금융그룹 안에서 경영진의 의견이 엇갈린 셈이다. 지주사에서는전산 교체를 문제 삼지 말라고 은행에 공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회장과 행장 사이에 갈등설이 확산됐다. 그러자 정 감사는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제공된 보고서의 진위가 의심스럽다며 금융감독원에 회사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금융감독원은 조사인력을 파견해 KB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당시 발생했던 여러 부정과 비리 사건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대규모 조사를 벌였다.

 이런 대립이 지속되면서 은행 노조는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물러나라는 시위를 벌였다. 수차례 회의를 가진 후 530일 열린 이사회에서 결국 전산시스템 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논의는 금융감독원 검사가 끝난 후로 연기했다.

 사실 필자는 이 사건을 보며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라갈 정도라면 이미 회사 내부에서는 여러 단계에 걸쳐 결재가 끝난 상황이다. 내부 결재 과정에서 최고경영자가 반대했다면 이사회에 안건으로 회부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최고경영진이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직원들이 안건을 이사회에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직원들 중에 최고경영자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언론 보도를 보면 거의 대부분의 다른 은행들이 이미 유닉스를 사용하고 있고 IBM을 사용하는 회사는 우리은행과 KB뿐이다. 그런데 우리은행도 유닉스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얼핏 생각하면 단순한 문제인 것 같은 시스템 교체가 이렇게 이슈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러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금감원은 2014 9 4일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중징계 수준인문책 경고’를 내렸고 이 행장은 사임했다.

 

한국의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

 KB의 두 가지 사례는 예외적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사외이사가 대주주나 회사 경영진 주장에 반기를 드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빈도는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표결까지 가기 전에 대화를 통해 안건 내용 일부를 변경하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이사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을 살펴보면 한국은 현재소유 경영자시대 또는전문 경영자시대에 있는 셈이다. 소유 경영자가 주도하는 시대에서 주주가 주도하는 시대로 넘어가려면 몇 세대가 걸리므로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도 점점 더 정착해 갈 것이다.

 무엇이 더 바람직한 제도일까? 정답은 없다. 소유 경영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경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무능한 소유 경영자는 회사를 손쉽게 망치기도 한다. 전문 경영자는 소유 경영자보다 단기적 관점에서 경영한다는 문제점을 지니며 때로는 소유 경영자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누리기도 한다. 이사회 중심의 경영은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외이사들이 경영에 참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전술한 것처럼 이사회 중심 경영이 가진 장점도 많다. 따라서 제도 자체보다는 제도의 운영과 사람이 누구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최고의 천재 한 사람이 경영권을 잡는 것이 최고다. 한국의 대기업을 세운 여러 창업자들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을 떠올리면 된다. 그러나 자신이 이들과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 평균적으로 볼 때 회사 경영에 덜 관여하는 사외이사라 하더라도 유능한 다수의 집단지성이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독재국가보다 민주국가가 평균적으로 더 잘사는 원리를 생각해보라. 최고경영진은 이사회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따라야 한다. 자신의 권력이 방해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겠지만 이런 구도가 잡혀야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3

 선진국들이 대부분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결국 우리나라도 이 추세로 바뀌어갈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대주주와 이사회 사이의 갈등, 또는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사이의 갈등은 아직 한국이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로 완전히 전환되지 않았으며 변해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누가 힘이 더 센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그렇다면 주주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주주총회 때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독립성이나 전문성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명망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경영진의 부당한 행위를 제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사람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내가 직접 나서지 않고남들이 알아서 해주겠지하고 가만히 있는다면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또한 이미 선임된 사외이사들도 이사회에 열심히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정보들은 모두 공시된다. 문제 있는 사람이 이사에 선임되거나 이사로 선임된 자가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음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서 이사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맡은 바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라는 경고는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술한 것처럼 제도 자체보다는 제도의 운영과 사람의 문제다. 이런 제도들이 한국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나서야 한다. 주주들이 관심을 보여야 사외이사도 자신의 책무를 수행할 것이다. 주주가 관심이 없다면 사외이사들도 제왕적 CEO와 다를 바 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시리즈와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