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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사회 현실과 미래

제왕적 CEO보다는 집단지성이 더 우월. 제도보다 사람과 운영으로 승부하라

최종학 | 161호 (201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전략,재무회계

 

최근 몇 년 사이 KB금융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여러 사안을 원인으로 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사회가 경영진 의사에 반대를 표하며 촉발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는거수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으로 불리는 이사회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경영환경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경영자 자본주의에서주주자본주의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처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배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독립적이고 전문적이며 활동성이 높은 이사회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12년 말부터 KB금융지주와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이하 KB로 통칭함)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다른 기업들에서는 거의 한번도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한 회사 내에서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경영진도 바뀌고 사외이사들도 상당히 교체됐는데도 불구하고 갈등이 계속됐다. 언론은 KB 사태를 보도하면서 애매모호하게 양쪽을 모두 비난하거나뒷다리 잡는다며 사외이사 측을 더 비판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쨌든 KB에서 벌어진 이런 사건들은 한국에서도 최고경영자의 권한을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은 벌써 20년쯤 전부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시대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성격의 사례로 볼 수 있다. KB 사건들의 내막을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우선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가 미국에서 어떤 배경을 가지고 탄생했는지 살펴보자.

미국 이사회의 막강한 권한

 미국에서 한때 가장 존경받는 여성 경영자로 꼽히던 사람이 HP(Hewlett-Packard) CEO를 지낸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 1999 CEO가 돼서 2005년 물러날 때까지 무려 6년 동안 미국 기업 서열 10위권의 거대 기업 HP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그녀가 CEO가 되면서 AT&T 부사장직을 맡고 있던 남편이 유능한 아내를 돕기 위해 회사를 사직하고 집안일을 맡아 내조하기로 한 일도 유명하다. 이미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녀는 유리천장을 깨뜨린 맹렬 여성의 대명사로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롤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T&T에서 일하던 그녀를 HP로 스카우트한 주체가 바로 HP의 이사회였다. 그 정도로 이사회의 신뢰를 받던 그녀였지만 컴팩(Compaq)과의 합병을 주도한 후 그 여파로 다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이사회와 대립하게 된다. 그 결과 이사회는 2005년 그녀를 해고하고 새 CEO를 임명하는 식으로 CEO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도록 했다.

 칼리 피오리나처럼 이사회가 경영자를 쫓아내는 일은 미국에서 그리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실적 부진과 독선적인 경영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1985년 자신이 창업해 경영을 해오던 애플(Apple)에서 이사들의 반란으로 쫓겨난 바 있다. 물론 나중에 화려하게 CEO로 복귀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신이 설립하고 상당한 지분의 주식까지도 보유한 CEO를 쫓아낼 정도라면 이사회의 힘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스타 CEO도 쉽게 내쫓을 만큼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갖는 권한이 막강하다. 이사회가 아니라 CEO, 또는 CEO도 아니면서 이사도 아닌 뒷 선에 숨어 있는 회장님이나 정부의 권한이 더 강한 한국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이사회에서 CEO의 의견에 반대하는 일조차 매우 드물다.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후술하겠지만 2012년 말 어윤대 당시 KB 회장 주도로 KB에서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려고 했을 때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인수 시도가 이사회에서 부결된 것이 거의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

 사실 사외이사 제도와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도 불과 10년이 조금 넘을 뿐이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소액주주들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법제화됐고 1999년 강제로 도입됐다. 도입 후 2000년대 말까지도 사외이사나 이사회는 CEO의 역할에 대해 견제는 하지 못하고 동의만 하는 사실상의 거수기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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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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