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
Article at a Glance – HR,자기계발
현재 우리나라에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국민’이라 여기는 노년층과 ‘시민’으로 느끼는 중년층, ‘소비자’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젊은 세대가 뒤엉켜 있다. 우리는 모두 이 시대와 세대와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심하며 살고 있다. 영화 ‘명량’ 열풍은 이런 고심의 바다 위에 일자진처럼 다시 등장한다. 이순신은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의 스펙트럼을 훌쩍 뛰어넘는다.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고 위대한 정치 지도자나 리더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는 어느 조직에서든 리더 역할을 한다. 기업 내에서 서너 명의 팀을 꾸린 팀장도 분명 리더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에서는 ‘팀장’의 중요성에 집중해 다양한 평가를 시도하고 있을 정도다. 자신과 끝까지 함께할 참모와 동료들이 있는지, 자신을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사람들이 자신을 믿고 있는지 모두가 자문해 볼 때다. |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순신 흥행돌풍
이순신은 죽어서도 강하다.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수많은 관람객을 몰고 다닌다. 영화 ‘명량’은 역사상 최단기간에 누적 관객 수 1위를 갈아 치웠다. 이순신을 다룬 소설 <칼의 노래>는 진작 100만 부를 넘겼다가 ‘명량’ 개봉 이후 다시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있다. 2005년 방영된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그해 방송대상 최우수작품상, PD들이 뽑은 드라마 작품상, 방송위원회 대상을 휩쓸었다.
‘명량’의 흥행 이유를 이순신의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1000만을 넘긴 영화 중에는 ‘변호인’과 ‘광해’처럼 역사적 리더를 다룬 작품이 많다. 한국 사회는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정부 시스템이나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팽배한데 믿을 만한 리더는 보이지 않는다. 리더를 자칭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진정한 리더는 보기 어렵다.
‘명량’의 흥행에는 남성과 중장년의 역할이 크다.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명량’은 20대 20%, 30대 29%, 40대 이상이 48%를 차지했고, 특히 남성 관객들의 비중이 높았다. 전체 예매량에서 남성 관객의 연령대별 비율을 보면 40대(13.2%), 30대(12.3%), 20대(11.1%) 순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40대 이상 관객들은 ‘이순신이 주인공이란 점’을 관람 이유 1순위로 꼽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417년 전의 명량해전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일까?
그림 1영화 ‘명량’ 포스터
우리 시대의 자화상
우리는 새로운 공화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의 진단이다. 1950∼60년대는 전쟁을 겪으면서 생존과 가난을 극복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1970∼80년대는 부당한 국가 권력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일궜다. 1990∼2000년대는 진보가 주도했지만 경제에 대해서는 신임을 얻지 못해 CEO 출신으로 경제 해결을 시도했다. 2010년대 시장과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정의란 무엇이고 국가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가 새로운 공화시대라 규정한 배경이다.
박성민 컨설턴트가 진단한 세대의식은 연령대별로 뚜렷한 정체성을 보인다. 60대 이상의 정체성은 ‘국민’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국가에 대한 권리보다는 의무를 중시하며 희생을 감수한 세대다. 40∼50대는 시민의 시대를 열었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바꿨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권리와 의무를 동등하게 여기고,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국가가 해야 할 것과 국민이 해야 할 바를 구분한 세대다. 20∼30대는 가난, 독재, 억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국민’ ‘시민’ ‘소비자’가 한데 부대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대별로, 이념별로 찢어져 좀처럼 상대방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보면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35%와 그 정당을 무조건 반대하는 30%, 그 중간에서 선택적으로 지지를 바꾸는 35%가 대권을 좌우한다. 대통령은 지지율 50% 언저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당선된다. 모두가 승복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75%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배경이다.1
우리는 다시 우리의 시대와 세대와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사회에서 저마다 다양한 문제들과 대면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명량’ 열풍은 이런 고심의 바다 위에 일자진처럼 다시 등장한다. 이순신은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의 스펙트럼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민·시민·소비자라고 구분한 세대별 정체성의 칸막이도 뛰어넘는다. 자판기와 에스프레소 커피 사이를 갈라놓은 문화적 취향도 뛰어넘는다. 이순신은 이 시대에 75%의 지지를 뛰어넘는 극소수의 리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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