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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과 조직

유기체가 내부조율로 생명 유지하듯, 퍼실리테이터, 조직의 막힌 곳 뚫어라

김성남 |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HR

 퍼실리테이션 중심의 수평 문화 정착을 위한 방법

 

① 조직 위계의 축소특수목적 조직 운영 ③ 직접 소통 강화

퍼실리테이터형 인재 육성 ⑤ 공통의 경험 축적소통 친화적 공간 조성

 

 

정부, 기관, 기업 등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 목표를 위해 일하는 모든 단위를조직이라고 한다. 원래 이 말은 생물학 용어에서 왔다. ‘조직은 영어로 ‘organization’인데 이는 ‘organ’에서 파생됐다. ‘Organ’은 세포들이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화된 형태를 의미한다. 의미의 원천을 생각해 보면조직역시 유기체적인 성질을 가져야 한다. 유기체는 뛰어난 내부 조율(coordination) 능력에 기반해서 환경에 대응하고 생명을 유지한다. 이를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한다. 유기체처럼 존속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간 활발한 교류(exchange)가 이뤄져야 한다. 신체의 대사작용과 같이 조직에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통해 생각과 아이디어가 흘러야 한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일반적 통념은 이와 다르다. ‘조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직장인들이 연상하는 어휘는명령’ ‘통제’ ‘경쟁’ ‘목표등의 단어들이다. 소통은 멀게 느껴진다. 막혀 있다는 느낌을 주는 조직이 많다. 이런 막힌 것을 뚫어주는 것이 바로 퍼실리테이션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외래어다. 마땅한 한국어 번역이 없지만1  그 자체로 직장인의 일상에서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어원은 불어의 ‘faciliter’쉽게 만들다(to render easy)’라는 의미다. ,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퍼실리테이션의 형식과 방식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회의라는 형태로 이뤄지지 않는 것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BM은 이미 2003 Value Jam을 통해 새로운 핵심가치에 대해 전 세계 임직원들이 참여, 소통하는 이벤트를 경험한 바 있다. (Sun)에서 1999년 처음으로 시도돼 IT 분야에 널리 파급된 해카톤(Hackathon)은 실제로 제품, 기술, 전략 등 구체적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형태의 퍼실리테이션이다.

 

조직에서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상황은 다양하다. 조직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거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울 때 필요하다. 조직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부서의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할 때도 활용된다. 신제품 개발이나 솔루션을 찾을 때도 필요하다. 이를 종합하면 조직이 일하는 과정에서 퍼실리테이션은 필수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협력을 위한 도구, 퍼실리테이션

대등한 조직의 관계에는 3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첫째, 상호고립(isolation)이다.사람들은 다른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든 별다른 관심이 없다. 무엇인가를 같이 해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협력해도 특별한 이익이 없으니 해야 할 일을 내부적으로 처리한다는 마인드가 지배적이다. 또 자신의 영역은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매우 적대적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지역 단위로 영업을 하는 기업에서 부산지역 담당 조직과 서울지역 담당 조직은 교류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호고립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그나마 서로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일이 없는 조직의 상호고립은 커다란 문제는 아니다. 업무상 자주 부딪히는 조직에서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 심각한 문제다. 전화로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지 않으면 처리되지 않거나 한없이 지연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부서의 협조를 얻어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보는 내부에서만 소통되고 친하지 않은 부서 직원들과는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드물다.

 

둘째, 경쟁(competition)이다.다른 부서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상대를 꺾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이런 관계는 같은 임원 아래에서 기능적으로 유사한 성격을 갖는 하위조직에서 형성되기 쉽다. 최종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쟁이 대표적이다. 불필요한 일을 만들고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며, 직원들을 탈진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상황은 상호고립의 사례와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부서와 부서장은 예산, 고과, 승진 등에서 혜택을 얻지만 패배한 조직은 열패감에 빠지게 된다.

 

셋째, 협력(collaboration)이다.협력은 긍정적인 관계의 유형이지만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라는 책을 저술한 조직이론 분야의 대가인 체스터 버나드(Chester Barnard)는 조직 내 협업이 가능하기 위해서 공동의 목표(common purpose), 돕겠다는 의지(willingness to contribute),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은 조직 내 협력 관련 분야의 전문가인 미 버클리대 모튼 한센(Morton Hansen) 교수가이라는 책에서 정리한 협업의 4가지 장벽을 요약했다.

 

1 협업을 가로막는 4가지 장벽

 

 

실행력 있는 의사결정

GE는 잭 웰치 회장의 지시로 1989워크아웃(Work-Out)’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로그램 자체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나 실제 업무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여부는 웰치 회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이후 웰치 회장은 전문가들에게 GE만의 변화관리 모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CAP(Change Acceleration Process). 잭 웰치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전문가 팀은 수백 개의 변화 프로젝트를 검토했다. 이후 가장 중요한 원리를 공식 하나로 정리했는데2  이것이 바로 E = Q x A이다. 여기에서 ‘E’는 변화실행의 효과성(Effectiveness), ‘Q’는 솔루션의 적절성(Quality), ‘A’는 솔루션에 대한 수용도(Acceptance)를 의미한다. 특히 이 공식에서 중요한 것은 ‘x’(곱셈기호). 수용도가 0이라면 아무리 좋은 솔루션도 효과성이 0이 된다.

 

수용도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방식과 관련돼 있다. 사람은 자기가 참여하지 않은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실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은 주로 경영진에게 집중돼 구성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따라서 구성원의 수용도 및 실행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의사결정 과정에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영진은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관련 내용을 직원들이 토의하도록 할 수 있다. 또 여러 부서의 구성원들이 프로젝트 팀으로 참여해서 솔루션을 제시하고 이를 경영진이 승인할 수 있다. 이런 참여 방식은 직원의 직무 및 조직 만족도를 높이고, 노사관계를 개선하며, 업무 성과를 높인다. 하지만 문제는 복잡한 의사결정에서 직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컨센서스의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효과적인 퍼실리테이션 방법이 필요한 대목이다. 팀 단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점과 의사결정 컨센서스를 도출하기 위한 퍼실리테이션 유의점은 < 3>을 참조하면 된다.

 

2 팀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운영

 

3 수렴·발산의 대표적 기법

 

 

퍼실리테이션의 두 얼굴, 수렴과 발산

퍼실리테이션의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해결해야 하는 과제의 성격과 참가자의 특성 및 스타일에 따라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신제품을 기획하는 회의와 인사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워크숍에 적용하는 방법은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퍼실리테이션의 상황에서 공통적인 점은 발산수렴의 순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발산과 수렴을 구분해서 진행하는 것은 퍼실리테이션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발산해야 할 때 수렴을 하거나, 수렴해야 할 때 발산하려면 찌그러진 바퀴가 굴러가듯이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발산은 대안을 확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창의성과 엉뚱한 생각도 필요하다. 비판하기보다는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수렴은 대안의 수를 줄이고 해결방안을 정교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근거와 분석, 비판적인 정신이 필요하다. 중복을 없애면서 최적의 방안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수렴과 발산의 방법 중 현업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이 < 3>에 정리돼 있다.

 

팀 소통 패턴을 바꾸어 성과 높이기3 이 부분의 내용 작성에 주로 참고한 자료: Alex Pentland, Harvard Business Review 2012년 4월호 62∼70페이지 닫기

퍼실리테이션은 소통, 팀워크, 참여를 촉진시켜서 조직의 성과를 높인다. 미국 MIT 인간동역학연구소(Human Dynamics Laboratory)는 구성원의 소통과 팀 성과의 상관관계를 계량적으로 검증했다. 7년에 걸쳐 21개 조직 25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팀의 성공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요인은소통의 패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소통의 패턴은 구성원의 지능, 성격, 스킬, 소통내용 등의 영향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성과에 끼쳤다. 또 이런 결과는 팀의 규모, 업종, 구성원의 기능, 직책 등과 무관하게 일관된 결과를 나타냈다.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팀들이 대화, 회의, 워크숍 등 대면으로 소통할 때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특징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정리했다.

 

①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발언을 하고, 말하기와 듣기에 시간을 비슷하게 사용

 

② 서로 눈을 마주치며 소통을 하고 대화와 제스처에 에너지가 넘침

 

③ 구성원들은 팀 리더만이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과도 두루 직접 소통

 

④ 전체 팀 안에서 삼삼오오 구성원들 간의 대화도 활발

 

⑤ 구성원들은 대화나 회의 중간중간 휴식을 가지며 팀 외부에서 확인한 정보를 피드백함

 

이런 특징들은 관찰의 결과를 사후 정리한 것이다. 이런 행동적 특성을 모두 나타내는 팀이 고성과 팀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런 행동을 억지로 유도한다고 해서 꼭 효과적인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퍼실리테이터 입장에서는 무엇을 관리해야 할까? 이 연구는 여기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MIT 연구팀은 참가자의 대화, 표정, 신체 언어 등을 기록하는 단말기를 고안했고, 이를 이용해 축적된 정량 데이터를 팀의 실제 업무성과 지표와 분석하고,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집중 관리해야 할 소통의 요소 3가지를 도출했다. 3가지 요소는 에너지(Energry), 내부관여(Engagement), 외부탐색(Exploration) 등이다. ( 4)

 

4 소통의 관리 포인트

 

 

연구팀은 내부관여와 외부탐색은 모두 중요하지만 병행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2가지 요소는 모두 제한된 소통 에너지를 활용한다. 어느 한쪽이 강하면 다른 쪽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높은 성과를 내는 팀과 창의성이 높은 팀은 2가지 상반되는 소통 상황을 오가며 팀의 성과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한다. MIT 미디어랩도 창의성이 많이 요구되는 리서치팀이 이런 특성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를 나타냈다.

 

뛰어난 퍼실리테이터는 어떤 사람인가?

퍼실리테이터는 강사와는 다르다. 퍼실리테이터와 강사는 대중 앞에서 말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유능한 퍼실리테이터들은 어떤 자질과 태도를 갖춰야 할까?

 

1. 프로세스 지식 퍼실리테이션은 주제에 대한 지식과 별개로 그 자체의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요구한다. 아이스브레이킹, 이슈 도출, 발산과 수렴, 성찰과 마무리 등 각 단계와 상황별로 방법을 적절히 선택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이론적 학습보다는 실습을 통해서 키워진다.

 

2.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래픽 퍼실리테이션, e-퍼실리테이션 등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면 퍼실리테이션은을 매개로 이뤄진다. 명확한 의미전달 능력은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은 경청하는 자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좋은 질문이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하다.

 

3. 참가자 신뢰 퍼실리테이터는 촉매의 역할이다. 모든 아이디어는 참가자에게서 나오고 결정과 실행도 참가자들이 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신뢰는 필수다. 의견 차가 크고 빨리 따라오지 못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성 속에서 강점을 발견하고 이들의 자발성을 북돋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4. 중립적 자세 중립성은 퍼실리테이터의 생명이고, 이를 잃는 순간 퍼실리테이터는 존재의 의미를 잃는다. 또 중립을중간(intermediate)’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동적인 평형(dynamic equilibrium)’의 의미인 중용(中庸)에 가깝다. 3자로서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몰입하는 방법론적 중립이다.

 

 

5. 폭넓은 식견 퍼실리테이션 상황에는 여러 참가자로부터 대량의 정보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내용과 흐름을 이해하고 적절히 세션을 이끌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식견이 필요하다. 주제에 대한 사전 이해를 위한 리서치나 사전 미팅을 하는 것은 필수다.

 

6. 조직에 대한 통찰 첨예한 이슈를 두고 격론을 벌이는 상황에서는 조직의 갈등이나 이해관계 등이 드러날 수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자신의 조직경험과 조직행동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7. 관계 기술 모든 회의나 워크숍에서는 골치 아픈 참가자가 있기 마련이다. 또 전반적으로 참여 의지나 열의가 떨어지는 청중도 있다. 이런 경우 참가자들의 적극성을 끌어내는 것은 에너지와 관계 기술에 의존할 때가 대부분이다. 핵심 참가자들과 얼굴을 보고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8. 주제에 대한 지식 일부 사람들은 퍼실리테이터가 주제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어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상황에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한국 문화에서는 주제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중견 간부들을 앉혀 놓고 세션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참가자를 능가하는 수준은 아니라도 충분한 공부를 해야 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핵심적인 것을 꼽는다면 프로세스 지식, 중립성, 조직 통찰 등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퍼실리테이터를 내부에서 찾는 것과 외부에서 초빙하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 5)

 

5 내부와 외부 퍼실리테이터 비교

 

 

외부 퍼실리테이터는 퍼실리테이션 스킬과 제3자의 관점, 철저한 중립성이 요구되는 워크숍, 회의 등에 적합하다. 하지만 크고 작은 모든 퍼실리테이션을 외부에 맡기기보다는 내부적으로도 인재를 양성해서 활용할 수도 있다. 내부 퍼실리테이터는 조직 내부의 정치와 역학관계까지 이해하고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의 감각까지 갖추고 있다.

 

1) 리더의 퍼실리테이션 리더는 조직의 쟁점과 참석자들에 대해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초점을 둬야 할 점과 피해야 할 점을 잘 판단한다. 특히 리더가 신망을 받고 있고 퍼실리테이션 스킬도 어느 정도 갖춘 경우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 일반 구성원의 퍼실리테이션 다른 구성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리더와 함께 논의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룰 경우에 적합하다. 다만,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고 참가자들을 자신 있게 리드하면서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

 

3) 타 조직 구성원의 퍼실리테이션 해당 조직 또는 이슈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원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특정 조직의 이슈는 모르지만 기업 전반의 문화나 용어에 익숙한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중립성 유지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4) ·외부 공동 퍼실리테이션 내·외부 인력을 함께 활용할 때 장점을 두루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퍼실리테이션 실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외부 전문가의 노하우가 내부 구성원에게 이전이 되고 외부 전문가에게는 부족한 조직 지식이 보완된다. 다만 내·외부 퍼실리테이터의 호흡이 필요하다.

 

조직 내부 소통과 리더의 역할

퍼실리테이션은 보통 한 장소에서 동시에(concurrent)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조직 내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렇게만 이뤄질 수는 없다. 또 너무 많은 회의와 워크숍은 조직의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모튼 한센 교수도 사내 협업을 무조건 장려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협업이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평적인 협업을 위한 퍼실리테이션만큼이나 수직적인 캐스케이딩(cascading)도 중요하다. 퍼실리테이션과 캐스케이딩은 조직소통의 씨줄과 날줄이라고 할 수 있다. 캐스케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중간관리자들이다. 2012년 인사조직컨설팅 기업 타워스왓슨이 실시한 <글로벌 인적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중 47%만이나의 상사는 조직의 목표와 업무에 대해 명확히 커뮤니케이션 한다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4  환언하면, 조직 목표가 뭔지도 잘 모르고 일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업무 몰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같은 문항 응답 결과를 몰입 수준과 교차분석을 했더니 저몰입군() 직원들은 단지 29%만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고몰입군() 직원들은 무려 85%가 긍정적으로 응답을 했다. 저몰입군 직원과 고몰입군 직원은 응답에서 무려 3배의 차이를 보였다.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상부와 하부의 소통 과정에서 메시지 누수가 최대한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캐스케이딩을 거치면 메시지는 조금씩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 (그림 1 왼쪽) <그림 1>의 오른쪽 조직처럼 메시지에 대해 저항하거나 차단하는 리더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많은 직원들이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래서 CEO들이 한두 번 정도만 지시한 내용은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GE의 웰치 전 회장은 “10번 이상 말하지 않았으면 한번도 말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림 1 조직위계 내 소통 흐름

 

퍼실리테이션 중심의 수평적 문화 정착을 위하여

 

1. 조직 위계의 축소

조직의 위계질서가 복잡해질수록 소통이 어려워진다.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CEO에서 일반 직원까지 6∼7단계의 위계로 구성돼 있다. 경영 그루 피터 드러커는메시지의 전달 단계마다 잡음은 두 배로 늘어나고 메시지 내용은 반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경영자의 메시지가 아래로 한 단계 전달될 때마다 조금씩만 희석돼도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최소 30% 이상 소실된다. 이런 현상은 현장에서 흔히 발생한다. 또 조직이 복잡할수록 다른 부서와의 소통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따라서 일차적인 해결방안은 위계를 줄이는 것이다. 이것은 외과수술적 방법이다. 효과가 빠르고 확실하다. 다만 반발과 부작용의 가능성도 높다. 위계를 줄이면 직책을 가진 사람들의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고, 인사적체의 원인이 되며, 남은 직책자들의 업무관장 범위(span of control)가 넓어진다. 그래서 비공식적인 자리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다시 생긴다. 따라서 이 방법은 현재 조직의 위계가 업무량과 난이도 대비 불합리하게 많은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

 

2. 특수목적 조직 운영

전통적 위계 조직의 체계를 통째로 바꾸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특수목적 조직을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1990년대부터 이런 방법을 많이 활용했다. 다만, 성격상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해체되는 한시적인 형태가 많았다.5  이런 방식의 장점은 바로 CEO에게 직접 보고를 통해 중간관리 조직 및 내부 절차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자원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빠른 속도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기존 조직에서는 정치적 이유, 자원의 분산, 역량 부족, 수직적인 업무 처리 관행 등으로 어려운 과제들이 짧은 기간에 해결된다. 최근 기업들이 실제로 적용한 특수목적 조직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례 1

삼성전자 ‘C-Lab (Creative Lab)’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실리콘밸리형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 완전 자율 근태, 독립적인 업무 공간, 팀원을 직접 선택하는 Self-Staffing 권한 부여. 안구마우스아이캔(eyeCan)’과 시각장애인용 자전거 개발 등 성과 창출.

 

 

사례 2

SK플래닛플래닛 엑스 인큐베이션 센터’ 2011년부터 운영 중인 사내 벤처 성격의 별동대플래닛 엑스를 강화, 확장한 형태. 격월로 열리는 데모 데이(Demo Day)에 제안을 제출하면 구성원과 전문 평가단이 평가를 해서 60% 이상 지지를 얻으면 인큐베이션 단계로 돌입해 시안을 준비.

 

사례 3

LG그룹아이디어 컨설턴트그룹 계열사의 전문가 100명이 내부 아이디어 제안창구 ‘LG Dots’ 등에 올라온 아이디어들을 월 1아이디어 캠프를 통해 검토하고 사업화할 만한 것들은 계열사 상품기획 등 조직에 전달하는 방식. 2013년 운영 시작 후 특허 출원 등 가시적 성과 창출.

 

사례 4

마이크로소프트 ‘The Garage’ HP,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유수 IT 기업들이창고(Garage)’에서 시작된 점에 착안, 직원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사업 관련 아이디어를 공유,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 마련. 이를 활용해 6년간 3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1만 개 이상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완수.

 

 

3. 직접 소통 강화

가장 효과적인 소통방식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다. 또 조직 위계가 많을수록 CEO와 현장의 거리는 멀어진다. 이런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했을 때 중요한 것은 리더의 직접 대면이다. 중간에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없어서 왜곡이 없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평소 몇 단계를 거쳐야 겨우 보고할 수 있는 CEO와 직원들이 직접 소통하면 임원이 평소 생각하는 고민과 이슈를 가감 없이 이해할 수 있고 또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묻고 확인할 수도 있다. 이런 소통은 회사 전체에 소통 DNA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는 CEO 차원은 물론 총괄, 부문, 본부, 실 등 임원 레벨에서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타운홀미팅(townhall meeting) 방식을 꼽을 수 있다. 타운홀미팅은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 모든 구성원이 참가할 수 있고 발언권이나 시간 제한을 특별히 두지 않는다. 타운홀미팅의 가장 큰 효과는 모든 직원들이 한 공간에 모인다는 것이다. 타운홀에서 오간 대화의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평소 따로 약속을 잡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웠던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근황을 묻는 과정에서 친밀감이 싹 튼다. 체력 강화를 위해서 격렬한 운동을 하면 이후에도 약 1시간 정도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지속되면서 몸의 지방을 태운다. 이를애프터 번(after burn)’이라고 한다. 타운홀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면 조직의 활력을 높이는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4. 퍼실리테이터형 인재 육성

한센 교수는 조직의 협업 제고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T()형 인재브리지(Bridge)’ 육성을 제안했다. T자형 인재는 자신의 전문 분야 이외에 다른 업무 영역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 협업의 관점에서는팀 성과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부서와의 협업도 잘하는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사원과 대리는 주특기 분야의 전문성을 쌓는 데 집중하고 과장 이상의 직급에서는 시야를 넓히고 다른 조직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이런 방법을 추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절한 직무이동이다.

 

브리지는 공식이나 비공식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조직과 조직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기존에 왕래가 전혀 없었거나 관계가 서먹했을 때 브리지를 통하면 소통이 훨씬 원활해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꼭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전문가를 많이 알고 있고 평소 네트워크 유지에 노력을 기울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1∼2명 정도만 있어도 요긴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주로 영업, 마케팅, 인사 분야처럼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군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 중에 브리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직 내부의 퍼실리테이터를 양성하는 것도 꼭 필요한 투자다. 퍼실리테이션은 매우 전문적인 스킬을 요구하는 분야이고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전적으로 외부 퍼실리테이터에게만 의존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내부 퍼실리테이터의 풀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직무가 가장 필요한 곳은 조직문화나 인적자원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다. 마케팅, 상품개발, 전략개발 등 전략을 고민하고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수시로 찾으며 프로젝트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조직에서도 내부 퍼실리테이터의 육성이 필요하다.

 

5. 공통의 경험 축적

퍼실리테이션은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때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또 여러 부서들의 이견을 극복해 공감대를 이뤘을 때 실행력을 얻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 가능하다. 부서 간 견해 차가 크거나, 참가자들이 정서적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출중한 퍼실리테이션의 실력을 갖췄더라도 소기의 결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게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문제에 대한 관점과 실행방법에 대한 견해는 달라도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은 같아야 한다. 또 모든 사람들이 소통의 공통 분모로 삼을 수 있는 공유된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핵심가치에 대해서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 공유경험은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 않다. 과거에는기수문화 등 공동체 의식 강조를 위한 각종 교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용과정이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 중심으로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더욱 조직에서 공통의 경험을 쌓을 기회를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게 좋다. 한 가지 방법은 모든 직원이 입사를 했을 때 핵심사업의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의 한 유명 제약회사는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무조건 영업직 사원만을 뽑는다. 영업을 체험해야 제약사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 자포스(Zappos)사는 모든 직원이 업무를 콜센터에서 시작한다. 이런 경험은 복잡하게 기능이 분화된 조직에서업의 개념에 대해 매우 쉽게 이해하고 타 부서에 대한 공감대(empathy)를 쉽게 형성하도록 해준다. 그래서 이런 경험은 오랜 기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게 조직 협력에 큰 도움이 된다.

 

6. 소통 친화적 공간 조성

사람은 의외로 일하는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디자인 전문기업 갠슬러(Gansler) 2008년 지식근로자의 업무 방식, 생산성, 근무 환경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고성과를 내는 기업의 직원들은 전체 평균 대비 23%나 더 많은 시간을 협업을 위해 사용했다. 업무 목표 달성에서 협업의 중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도 약 2배 정도 더 높았다.또 이 연구에서는 근무 환경을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직원들의 몰입, 직원의 관계, 협업의 효과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재무적 이익이나 브랜드 가치 같은 결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IDEO는 의외로 개인 사무공간이 비좁고 불편하다. 반면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회의용 테이블은 매우 넓고 쾌적하다. 직원들은 자연히 회의 테이블에 나와서 업무를 하게 되고 얼굴을 자주 맞대니 저절로 의견교환이 자주 이뤄진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선호해서 책상 사이 거리가 25m 이상 떨어져 있을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기업의 업무 환경을 설계할 때도 소통의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남타워스왓슨 이사 hotdog.kevin@gmail.com

김성남 이사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듀폰코리아, 휴잇컨설팅, 머서컨설팅, SK C&C 인력팀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타워스왓슨 인사/조직 컨설팅 부문 이사로 재직 중이다.

 

  • 김성남 김성남 | 칼럼니스트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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