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Letter

“여론폭탄 맞으면 모두 망해요” 참여 망설이는 상대, 대중심리 이용하라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협상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혔는데 어느 한 참여자가 개인적인 상황을 이유로 협상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이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쓰면 도움이 된다. 우선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심리를 이용해 협상 참여를 촉구한다. 또는 책임 범위를 제한해 부담을 줄여준다. 업계 리더 기업을 참여하게 하면 나머지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Bringing reluctant parties to the table’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2013 424, 라나플라자(Rana Plaza)라고 불리는 방글라데시의 8층짜리 건물이 무너졌다. 112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해외기업의 제품을 만드는, 저임금의 의복 노동자들이었다.

 

이 사건으로 서양의 유통기업들은 자사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점에 많은 질타를 받았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최대의 의류 수출국으로 연간 180억 달러에 달하는 의류를 생산한다. 이 중 60%가 유럽으로, 25%가 북미로 간다.

 

서양의 대형 의류업체들은 방글라데시 내 공장의 안전 문제에 항상 각자 개별적으로 움직이곤 했다. 하지만 라나플라자에서 발생한 재앙 이후, 업계의 안전 문제가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대량 생산하고자 하는 목표를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라나플라자 사고가 발생한 지 몇 개월 후, 해외공장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유럽 유통기업들의 컨소시엄과 북미 유통기업들의 컨소시엄이 각각 협정을 발표했다. 이 협상들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살펴보면 망설이는 상대방 또는 수많은 상대들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라나플라자가 붕괴되기 몇 달 전인 4, 5000만 노동자들의 조합인 인더스트리얼 글로벌 유니온(Industrial Global Union)은 방글라데시 내 공장들의 안전 강화를 위한 공동 협정(joint initiative)을 추진하기 위해 갭(Gap), H&M, 월마트(Wal-Mart)를 포함한 거대 글로벌 유통기업들의 대표를 불러 모았다. 당시 방글라데시에서는 공장 화재와 다른 사고들로 인부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기업 중 단 한 곳, 인디텍스(Inditex)만이 공동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유통기업들은 429일에 또 다른 안전 회의를 위해 모였다. 라나플라자가 무너진 지 며칠 후였다.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는데도 그들은 협정에 참여하기를 꺼렸다.

 

사고 후 몇 주가 지나면서 기업들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중적 압박에 시달렸다. 노동조합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전 협정에 515일까지 서명할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기업들에 돌리면서 그 기세에 불을 지폈다. 또한 그들은 스웨덴의값싸고 개성 있는거대 브랜드, H&M에 안전 강화에 앞장서도록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조합 관계자들에 따르면 처음에 H&M 경영진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에 사인한다는 발상을 거부했다. 그때 웃고 있는 H&M CEO의 사진과 라나플라자 잔해 한가운데서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의 사진을 나란히 실은 인권 광고에 대중이 분노하고 격렬하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그로 인해 여론이 악화됐고, 여기에 공장 개혁에 대한 방글라데시 정부의 새로운 공약이 더해지면서 H&M에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발생했다.

 

H&M은 서구 유통기업들에 해외 근로자들의 안전 개선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바랐던 것처럼 H&M이 움직이자 막스앤드스펜서(Marks&Spencer)와 자라(Zara) 같은 유럽 유통기업들이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갭(Gap)이나 J.C.페니(Penney), 타깃(Target), 월마트(Wal-Mart)는 계속 입장을 보류했다. 그들은 근로계약서에 자동적으로 내재되는 법적 책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협정이 체결되면서 미국 기업들도 행동을 촉구하는 거센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Gap)은 대체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70개의 브랜드를 포함하는 규모로 성장한 유럽 컨소시엄은 78, 법적 구속력을 갖는 협정의 최종안(Accord on Fire and Building Safety in Bangladesh)을 발표했다. 그들은 9개월간 회원 기업들의 방글라데시 내 의류 공장을 검사하고 이를 통해 밝혀진 문제들을 그 다음 9개월 안에 바로 잡으며 대중에게 위험을 알리고 근로자들에게는 공장이 문을 닫는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개선활동들은 기업들과 방글라데시 공장의 소유주, 몇몇 유럽 정부와 세계은행(World Bank)의 재정적 지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로부터 이틀 뒤, 북미 유통기업 17곳이 속한 단체가 방글라데시 내 공장 안전을 위한 자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북미 기업들은 향후 5년 내 방글라데시 공장들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42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는 데 합의했다. 또한 그들은 방글라데시 내 파트너 공장들을 검사해서 심각한 안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단체 역시 방글라데시의 공장 소유주가 안전 개선을 위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기업들과 달리 북미 기업들의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게다가 안전을 개선하든지, 또는 하고 있던 사업을 잃어버리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공장 소유주 몫으로 떠넘겨졌다.

 

노동 단체들은 즉각 북미의 합의 내용을 비난했다. 유럽 버전에 비해 책임이 작고 기업들이 안전 문제에 대응할 때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월마트의 최고준법책임자(Chief Compliance Officer)는 월마트가잠재적으로 무제한적인(potentially unlimited)’ 법적 책임과 소송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북미와 유럽의 법률적 차이를 고려할 때 유럽식 합의안에 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주저하는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고 구속력이 약하지 않은, 강력한 합의에 동의하도록 할 수 있을까?

 

대중 심리를 이용하라

라나플라자 재앙 이후, 노동 단체 및 기타 단체들은 유통기업들이 빠르게 대응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면 공장 안전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줄어들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북미의 컨소시엄이 모두 몇 달 안에 합의에 이른 사실은 부정적인 여론이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범위를 정하라

범국가적 합의를 고려할 당시, 북미 유통기업들은 여러 거래 조건들을 두고 망설였다. 이때 협상 책임자들은 합의 내용을 다소 완화해 북미 기업들이 그대로 모두 참여하도록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대신 책임자들은 핵심 원칙을 고수했고 북미 기업들의 이탈을 초래했다. 협상을 할 때는 모든 것을 포함한, 좀 더 포괄적인 합의와 작지만 좀 더 집중적인 합의의 장점을 서로 비교해보라.

 

나누고 정복하라

노동 단체의 책임자들은 만약 그들이 H&M이라는 업계 선도기업을 끌어들인다면 나머지 기업들도 이를 따를 것을 정확히 예측했다.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세베니우스 교수가 역방향 매핑(backward mapping)이라고 부르는 이 전략은 영향력 있는 상대가 당신이 추진하는 것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해주기를 희망하며 초기 협상 파트너로 지정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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