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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미니케이스: 금호종금의 뉴욕 AIG빌딩 매매

‘평방피트당 100달러’ 단순한 메시지로 맨해튼 랜드마크 삼키다

전상경 | 146호 (2014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 경영학과 이현정 학생이 참여했습니다.

 

AIG 프로젝트를 제안받다

 

“월스트리트에 있는 건물을 산다면 어떤 느낌일 것 같습니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됐던 2009 4월 당시 금호종합금융(이하 금호종금, 현 우리종합금융)의 이종성 부사장과 김용찬 이사는 서울 을지로 본사 사무실에서 얼마 전 제안 받은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종성 부사장은 김용찬 이사에게 커피 잔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YWA(Youngwoo & Associates, 영우앤어소시에이션) AIG 본관 건물을 평방피트당 100달러 수준에 매입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믿기 어려운 가격이군요. 월스트리트에 있는 도이치뱅크 본관이 평방피트당 500달러 이상에 거래됐다고 알고 있는데….”

 

YWA의 제안이 사실이라면 이 프로젝트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되는데 김 이사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부사장님, 지난해부터 뉴욕 부동산 투자를 검토해왔지만 현재와 같이 시장이 최악인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5월까지는 입찰에 참여해야 합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우리가 모든 것을 주도해야 하니 쉽지 않을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일단 프로젝트를 검토해보겠습니다. 그런데 해외 대형 금융기관들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정말 우리 회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까요?”

 

“과거에 내가 펀드매니저로 활동할 때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었어요. 1998년 당시 종합주가지수 300선이 붕괴되고 국내, 특히 강남, 여의도 등의 주요 건물들을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했는데 모두 큰 이익을 봤어요. 일종의 NPL(Non Performing Loan·부실채권)이었던 것이죠. 지금은 역으로 미국이 그런 경우라고 생각돼요. 이 거래는 절대로 손해 보진 않을 것 같아요.”

 

금호종금이 뉴욕 현지 한국계 부동산 중개업체인 영우앤어소시에이츠(YWA)로부터 AIG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던 것은 2009년이었다. 당시는 모든 금융기관에 힘든 시기였다. 특히 금호종금과 같은 소규모 회사들에는 더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해외 펀드 등 해외 간접투자의 평가 손실액이 커져 부실화돼 있었다. 리먼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뉴욕의 부동산 시장도 최악의 상황이었다. 미국의 주요 금융 회사들은 투자와 부채의 비율을 줄이는 디레버리징에 집중하고 있었다. 누구도 새로운 부동산에 쉽게 투자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당시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로서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AIG는 본관 빌딩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했고, 특히 회생 의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따라서 AIG입장에서는 높은 매각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빌딩을 사줄 매수자를 찾던 한국계 중개업체 YWA는 우선 한국 내 연기금 몇 군데에 투자를 제안했다. 그러나 연기금들은 YWA의 마케팅 능력 및 평판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금호종금은 우연히도 당시 YWA와 다른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었으며 임원진과의 교류도 있었다. YWA는 금호종금이 규모는 작지만 실제 투자까지 갈 수 있는 추진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금호종금 역시 다윗이 뜻밖의 거인을 낚을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YWA가 제시한 AIG 건물의 매입가는 평방피트당 100달러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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