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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in & Company Report

한 치 앞 모르는 불확실한 시대 반복 가능 모델로 경쟁우위 잡아라

이혁진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2008 9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 실물경제를 침체 국면에 빠져들게 했다. 당시 시장 침체를 예상하지 못한 기업 전략은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믿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저축은행이나 중국 시장의 성장이나 드라이 벌크 시장의 호황을 보고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펀드 및 금융회사들은 가격이 폭락하며 크게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전략이 무의미해지거나 오히려 손실을 보는 일은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그렇다면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 전략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도 전략 수립에는 변함없는 기본 원칙이 존재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본 원칙을 소홀히 하거나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대책에만 집중하면 기업은 오히려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핵심사업의 시장점유율과 이익배분의 증가, 인접 시장으로의 확장,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의라는 3가지 방식으로 순환하며 성장한다. 즉 기업은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며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도 핵심사업에 가장 인접한 시장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만일 핵심사업이 쇠락하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핵심으로 재정의해야 하지만 이럴 때도 기업이 보유한 숨은 자산(hidden asset)을 바탕으로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기업의 성장 단계는 기업이 성장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과는 별개로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비롯해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비즈니스 전략의 속성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원할 것 같던 경쟁우위의 원천(시장 포지셔닝, 독보적인 제품, 강력한 브랜드 파워, 고객관계 등)은 많은 기업에서 잠시 반짝이다 힘을 잃고 만다.

 

구체적으로 전략의 속성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변하고 있다. 첫째, 기업의 전략이 세부적인 계획이 아니라 대략적인 방향과 몇 가지 핵심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제시하는 단순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전략은 끊임없이 개선, 수정, 재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기업 역량을 기반으로 하며 과거에 해당 기업이 이룬 성공을 반복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그 역량을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결합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준다.

 

둘째, 전략의 초점이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더 빨리 시장과 고객을 테스트하고 이를 통해 학습하며 성과와 피드백을 통해 변하고 적응하는 역량을 확보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자의 예가 노키아라면 후자는 애플이다. 노키아는 환경 변화에 적응을 못했지만 애플은 테스트, 피드백, 적응을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며 급성장을 기록했다.

 

셋째, 효과적인 전략과 조직을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최고의 전략이란 조직에 즉각 수용되고 전략 수행에 필요한 자원이 신속하게 동원되며 피드백이 적시에 제공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런 전략은 일방적인 톱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니라 보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직 전체가 전략을 이해하고 공감했을 때 조직의 학습과 적응 능력이 경쟁사를 훨씬 앞지를 수 있다. 이래야만 최고경영자, 일선 직원, 고객 간 거리가 좁혀진다. 베인 연구에 의하면 전략 수립과 수행 관련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최근 5년간 매출 성장률이 평균 약 1.5, 투자 수익률 약 1.8, 주주수익률 약 1.6배를 더 달성했다.

 

조직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방법이어야 한다. 조직의 구조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전략적 메시지가 되기도 하며 전략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한다. 조직을 설계, 생산, 영업 등 기능적 단위로 구성하느냐, 아니면 제품 단위로 구성하느냐는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제조업체가 초기 단계에 소수의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출시하고 기존에 보유한 기술과 생산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식의 초기 성장기에는 기능 중심의 조직을 구성할 때가 많다. 반면 제품이 다양해지고 제품별 규모가 커지면 점차 제품 단위의 조직 구성이 필요해진다. 이때는 제품별 전략과 시장 접근을 차별화하기 시작한다. 전략에 따라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이며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전략의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불확실성의 증가, 이로 인해 전략적 속성이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에 중요한 메시지는 복잡성(complexity)이 더 이상 기업 성장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프로젝트와 달라지는 시스템, 조직 안에서 오가는 수많은 메시지, 시장마다 각기 다른 실행 전략, 이를 관리하기 위한 복잡한 IT 시스템 등은 조직의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복잡성은 기업에 오랜 시간 잠복해 학습을 저해하고 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디게 하며 조직과 경영진의 에너지를 빼앗는다. 기업이 성장할 때 복잡성은 항상 증가한다. 복잡성 때문에 의사결정을 위해 투입되는 자원과 시간이 증가하며 프로세스는 더욱 복잡해지고 고위 경영진과 일선 직원 간의 거리는 갈수록 벌어진다. 반면 성공을 거듭하는 기업들은 조직의 단순성을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유지한다.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은 무엇인가

 

전략의 속성은 변했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즉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몇 가지 일관된 원칙이 존재한다. 이를 기반으로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Great Repeatable Models)을 도출할 수 있다. 지속적인 성공은 어떤 시장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통제하기 쉬운 변수인 기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간단히 말하면 시장보다는 경쟁사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기업 고유의 경쟁우위로서 체질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역동적인 경쟁 시장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성공을 거듭해 온 기업들의 핵심 특징은 이러한반복 가능한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이케아(IKEA) 제품은 DIY 가구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한다. 이케아가 고수하는 핵심 경영 원칙은 1950년대 첫 매장을 연 이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처음부터 이케아 매장의 모든 목재 가구는 고객이 직접 조립하는 형태로 판매됐다. 모든 제품은 목표가격을 달성하도록 설계됐다. 이케아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요하는 사업 영역으로 다각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자사의 차별성을 유지하고 사업의 경제성을 향상시키며 제품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자사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상품군(product category)과 지역을 주의 깊게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시장 선택의 원칙과 기준, 점포 개설 방법, 운영 방안, 제품 개발 프로세스, 판매 및 서비스 제공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공 공식을 도출해서 매뉴얼화하고 조직에 내재화했다. 예를 들면 신규 매장 개설을 위한 매뉴얼에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확고한 반면 지역 특색에 따라 현지화가 가능한 범위를 함께 명시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통해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정보를 성공적으로 개설했고 결과적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과 수익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케아처럼 수익성 있는 성장의 원천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베인은 유망 시장을 선택하는 것보다 전략적 방법론과 목표, 이를 실천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기업 전략이 성장시장을 쫓기 위한 엄격한 계획적 성격에서 벗어나 심도 있고 강한 역량을 토대로 끊임없이 학습, 개선, 테스트하면서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전략을 주요한 의사결정(decisions)과 행동(actions)으로 풀어 보여주는 청사진으로 정의한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영속성이다. , 현재의 시장 환경이나 특정한 고객 또는 제품 등에 특화된, 일시적인 것이 아닌 변화에 따라 진화해나갈 수 있는 반복 가능한 모델이어야 한다. 기업은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켜 나가야 한다. 반복 가능성이 성공으로 연결되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3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1원칙: 핵심사업의 차별화

 

차별화는 전략의 핵심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다. 타 기업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는 주요 엔진인 셈이다. 기업은 경쟁사와 차별화(핵심 고객에게 월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경쟁사를 능가하는 비용 효율을 달성)해 돈을 번다. 독보적인 자산, 탄탄한 실력과 역량은 이러한 차별화를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기업 행동과 제품에도 반영돼핵심 중에 핵심사업을 규정한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경험하듯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단기적 목표 달성의 압박은 보다 핵심적인 요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때로는 경영진이 기업의 차별적 장점을 심각할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차별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일관적이지 않거나 아예 논의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기업 및 핵심사업의 차별성에 대한 단순하고도 분명한 정의가 좋은 전략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면서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특징, 이것이 출발점이다.

 

차별화를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1.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차별화 요소들이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가?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가?

 

싱가포르항공은 탁월한 서비스(채용부터 기내 수칙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복잡하고도 차별화된 활동 체계의 결과)로 비즈니스 여행객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주요 경쟁사들과 비교해 가장 저렴한 항공사이기도 하다. 두 가지 형태의 차별화 요소는 싱가포르항공의 성공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서비스는 고려하지 않은 채 비용만 차별화했다면 고객 로열티와 좌석 이용률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수준 높은 서비스만을 고집했다면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과 투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2. 차별화를 가능하게 한 핵심 자산과 역량은 무엇인가?

 

싱가포르항공의 성공 비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더 깊숙이 파고들어가 이 기업의 차별화 원천과 탄탄한 재무구조,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경쟁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난 임원들 대다수는 차별화가 전략의 초석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자료에 따르면 경영진 대다수가 자사의 핵심사업과 경쟁력의 원천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차별화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200개 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250개의 차별화 유형을 15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농산품 시장에서 신화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올람은 차별화에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올람은 인접한 새로운 농산품(: 캐슈, 땅콩, 아몬드), 새로운 원산지(: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중국, 호주, 미국), 가공을 위한 새로운 가치사슬 단계(: 로스팅(roasting), 블랜칭(blanching), 선별(sorting), 압착(crushing)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위대한 성공을 계속해서 재현해 내고 있다.

 

차별화를 통해 구성된 올람의 반복 가능한 모델(그림 5, 단순화된 모델)은 다음 요소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상호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1)리스크 관리를 위한 독점적 시스템 (2)전 세계 관리자들에게 일관성(정보 흐름)을 부여하는 공통의 기업 문화, 원칙, 개인 시스템(이를 통해 올람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하나의 회사(one company)’처럼 행동할 수 있다) (3)‘농장 정문까지(at the farm gate)’ 가서 현지 농장주와 중개상과 거래하는 소싱 방식(이 수준까지 공급망을 관리하는 기업은 유일무이하다) (4)세계 최대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 기업들의공장 정문(factory gate)까지이어지는 다음 단계의 가치사슬에 대한 통제력 (5)고객에게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솔루션과 서비스(: 원산지 추적 보장, 유기농 인증, 맞춤형 등급 등) (6)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익실현에 대한 자체 판단을 기반으로 가치사슬 업스트림(upstream)에 존재하는 농장과 미드스트림(midstream)상 가공업체에 대한 선택적 통합 (7)소규모 현지 인수합병(이 또한 올람이 영업하는 국가들에서 흔치 않은 반복 가능한 기술이다) 등이 그것이다.

 

 

2원칙: 명확한, 그리고 타협할 수 없는 필수요건(non negotiable)

 

기업이 성공하려면 경영진과 직원들이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의사결정에 적용되는 주요 기준에 공통된 이해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략을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과 행동으로 옮기는 데 사용되는 이러한 원칙들을 필수요건(non-negotiable)이라고 한다.

 

필수요건은 풍성한 아이디어를 간략한 문구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전략의 핵심 정신을 조직원들이 이해하고, 수용하며, 자신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몇 가지 지시로 옮기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전략 실행을 위한사용자 매뉴얼의 표제라고 해도 무방하다.

 

필수요건은 경영진과 직원들 간에 이뤄진, 혹은 투자자나 주주들과 경영진 간에 이뤄진 전략의 실행에 관한 일종의 합의를 뜻한다. 사모펀드는 투자로 인해 예상되는 내부 수익률(IRR) 또는 인수 이후 매각 가능성(Exit) 등이 필수요건이 될 것이며 어떤 기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객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요건일 것이다. 사모펀드는 투자자에게 일정 수익률 이상을 올려줄 수 없는 거래에 참여하지 않으며 기업은 공정의 개선이나 공장의 증개축 등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고객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된다. 이렇게 분명히 정의된 필수요건은 전략을 단순한 지침이 아닌 실질적인 행동수칙과 금지규정으로 구체화해서 조직의 전략적 집중력과 단순성을 강화한다. 이는 경영진과 일선 조직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즉 필수요건은 전략을 조직 구성원의 행동(behaviors)과 태도(mindset)로 구체화한다. 명확한 필수요건에 따라 경영진과 조직원의 간극이 좁아지면 자기조직화 행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업무의 속도가 가속화한다. 일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포착하게 되고 단위 시간당 더 많은 성과를 올리게 돼 궁극적으로 성장이 빨라진다.

 

필수요건을 잘 활용한 기업으로 앞서 소개한 올람을 들 수 있다. 올람의 공급망은 상품 원산지에 있는 농장주에까지 뻗어 있다. 반면 올람의 경쟁사들은 배달된 상품을 항구나 세관에서 집하하기 때문에 허술한 현지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돈 새는 곳이 많다. 올람은 현재 다양한 개도국에 흩어져 있는 20만이 넘는 개별 공급업자들과 직접 거래하면서 비효율을 발생시키는 요소들을 걸러내고 현지에서 직접 획득한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리스크를 관리한다. 올람은 원칙과 필수요건을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그 모델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올람은 농장 정문까지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몇 가지 필수요건을 개발했다. 그중 하나가 관리자에 대한 요건으로 관리자는 일선 진행 상황을 학습하기 위해 반드시 개도국 시골 지역에 상주해야 한다. 명문 MBA 출신이라 할지라도 시골 지역에서의 상주 경험은 필수다. 이러한 필수요건을 지원하는 파견 프로세스, 채용 기준, 교육 등에 관한 일련의 루틴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독특한 관행은 올람 기업문화의 핵심이면서 모든 관리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의 경험을 제공한다. 올람은 농장주를 위한 현장 학교를 운영해 효율적인 농장 운영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현지 면화 농장의 수확량을 25% 이상 증가시켰다. 올람이 추구한 이러한 원칙들은 싱가포르에 있는 본사에서부터 전 세계 시골 지역의 농장 정문까지 일관성 있게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기초가 됐다.

 

기업이 필수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의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다.

 

● 사업의 전략을 몇 개의 간단한 원칙으로 진술할 수 있는가?

 

● 고위 경영진이 원칙들에 동의하는가? 원칙들은 널리 공유되고 있는가?

 

● 원칙들이 영업에서의 필수요건과 루틴으로 구체화해서 일선 직원들의 행동을 촉진하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가?

 

● 경영진과 일선 직원들 사이의 거리는 어떠한가?

 

● 조직의 속도와 일관성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 비즈니스 모델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비재무적 지표 세 가지는? 이것에 모두 동의하는가?

 

3원칙: 자체 반복 학습(Closed loop learning)

 

시스템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고 반응 주기와 경쟁우위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시대에 적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됐다. 앞서 설명한 차별화된 핵심과 필수요건, 즉 분명한 가치를 조직에 내면화했더라도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조직의 학습 능력 또는 적응력이 없다면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재화하는 일이 불가능할 것이다.

 

애플은 분명 강력하고도 영구적인 차별성과 반복 가능한 모델 및 강력한 내적 가치를 보유한 기업이다. 여기까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기업이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활용해서 조직의 적응력을 극대화한 기업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 지니어스 바(The Genius Bar): 직판 채널이 등장하기 전까지 애플이 고객과 직접 접촉할 기회는 매우 드물었고 유통 채널을 통한 간접적인 접촉이 전부였다. 그러나 현재 컴퓨터 수리 및 문의를 처리하는 지니어스 바의 기술 서비스 직원들은 고객 카드를 수거한 후 분류해 제품에서 반복되는 문제점들을 파악한다. 취합된 모든 데이터는 제품별로 분류된 후 사내에 있는 담당 부서로 전달된다. 애플은 매장에서 수집한 다양한 형식의 피드백을 통해 실험의 정확도를 높이고 애플의 끊임없는 적응과 도전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점검하고 있다.

● 순추천고객지수(NPS): 애플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전자 영수증과 함께 가끔씩 두 가지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 조사를 받게 된다. 질문의 내용은 매장 방문 경험과 이 매장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지로 구성된다. 부정적인 답변에 대해서는 매장 매니저가 직접 후속 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매장 직원들과 전반적인 결과를 공유한 후 취합된 자료를 다른 지점에도 전달한다. 이런 자료는 신상품을 출시할 때 특히 유용하다. 출시 시점에 취합된 점수들을 비교해 소비자 반응과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 매장별 데이터 수집: 애플은 매장 내 아이팟 터치를 사용해 구매자와 비구매자를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한다. 이를 통해 제품 구매 의사를 가지고 매장에 들어왔다가 제품을 사지 않고 매장을 떠난 고객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발견된 문제점의 예로 매장이 너무 붐벼서 검정색 티셔츠를 입은 판매 직원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애플은 좀 더 밝고 눈에 띄는 색상으로 티셔츠를 교체했고 그 결과 이 문제가 현저히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 온라인 데이터 수집: 애플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들-주로 앱스토어(App Store), 온라인 애플스토어, 아이튠즈-역시 소비자 구매 패턴에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애플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이를 기존 및 신규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적용한다. 현장에서의 학습은 아무도 지시하지 않아도 자체 시스템에 의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기업이 자체적인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 기업이 반응 속도 면에서 경쟁력을 지녔는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주요 위협 요소에 어떠한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는가?

 

●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테스트와 실험에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는가?

 

●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들의 생산성 개선 속도(: 경험 곡선)를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하고 있는가?

 

● 변화와 적응 관련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유형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확한 정보에 기반을 둔 명확하고 단순한 프로세스인가? 그렇지 않다면 원인은 무엇인가?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의 성공 비결

 

세 가지 설계원칙에 기반을 둔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은 <그림 7>과 같은 선순환 고리를 지닌다. 즉 분명하고 반복 가능한 차별화(설계원칙1)는 공통의 수단과 신념을 형성 및 적용하는 과정(설계원칙2)을 용이하게 하고 이는 투명성과 학습, 적응(설계원칙3)을 촉진시켜 기업 전체의 경험 곡선을 가속화한다.

 

뮤추얼펀드 뱅가드는 선순환 역학을 보여주는 사례다. 1974년 존 보글(John Bogle)이 설립한 뱅가드는 11개의 일반 뮤추얼 펀드 상품과 18억 달러의 자산으로 출발했다. 보글은 일반 펀드로는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굳이 비싼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특정 주식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passive fund)가 대안으로 개발됐다. 인덱스펀드는 펀드매니저나 연구원이 따로 필요 없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 펀드보다 수수료가 훨씬 저렴했다. 보글은 단순한 종목선정 조언보다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비스(responsive service)와 투자자의 니즈에 부합한 투자 종목과 유형에 대한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976년 보글이 인덱스 트러스트(Index Trust)라는 이름으로 이런 개념의 펀드를 처음 출시했을 때 당시 저명한 비즈니스 언론들은 혹독한 비난을 쏟았다. 그러나 그의 아이디어는 굳건히 뿌리를 내려 뱅가드 사업의 핵심이 됐고 저비용 투자는 뱅가드의 차별화된 핵심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아이디어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반영한 상품이 인덱스펀드다. 뱅가드는 이러한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차별화 전략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당시 뱅가드는 관리 자산 16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의 뮤추얼펀드로 올라섰다. 물론 뱅가드는 해마다 새로운 유형의 인덱스펀드와 새로운 고객 세그먼트를 개발하는 등 다각화에도 힘썼다. 그러나 규모가 늘어나도 뱅가드는 저비용 투자, 장기 고객 로열티(뱅가드의 고객이탈률은 업계 평균치의 3분의 1 수준), 직원 평등주의, 보수적 투자라는 핵심 원칙을 결코 벗어난 적이 없다.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뱅가드의 비즈니스 콘셉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대부분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 위험에 상응하는 기대수익률보다 높은 투자이익을 거둘 수 없다.

 

● 최고의 고객은 충성심 있는 장기 투자자들이다.

 

● 우리는 상품 판매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 비용지급이 적을수록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 펀드를 통한 상호소유구조(mutual organization)가 투자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 사내 업무 협력은 평등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영속적인 경쟁우위를 창출하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이들은 뚜렷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가치관과 조직 구조는 외부에 공개돼 있다. 애플, 싱가포르항공, 나이키, 도요타, 이케아와 같은 기업들의 사례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들은 성공 비결이 모든 사람에게 알려진 상황에 어떻게 경쟁력을 항상 유지하는 것일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경영진과 일선 조직 간의 거리가 좁다는 점이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이 가진 단순성은 경쟁업체를 차단하는 방어벽을 만든다. 기업이 새로운 사업과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규모가 커지면 수반되는 리스크와 불확실성도 커진다. 또한 경영진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안들도 늘어난다. 동시에 기업은 새로운 경쟁업체들을 견제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조직의 복잡성을 증가시키기 마련이다. 더 많은 시스템, 더 많은 조건, 더욱 특화된 제품, 더 많은 프로세스, 그리고 더 많은 접점 관리가 생긴다. 그 결과 기업의 리더십은 사업 일선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의 효과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발휘된다.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의 리더들은 수많은 결정을 혼자 내릴 필요가 없다. 가치 제안과 가치관이 단순하고 명확해질수록 리더들의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리더들은 고객 성향이나 시장 진화 등 외부적 환경 변화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즉각적인 대응을 요하는 요소나 위협을 좀 더 빨리 포착할 수 있다. 만약 노키아 경영진이 외부 환경에 대한 집중력을 가졌더라면, 복잡한 조직 관리상의 문제에 매여 있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이동통신업계의 1인자로 남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둘째, 더 빠르고 현명한 의사결정이다. 변화가 가속화하는 세상에서 적보다 더 효율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능력은 현장에 엄청난 경쟁력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목표 달성에 필요한 혁신 자원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분배하는 데도 큰 이점을 제공한다. 이것이 복잡한 시장과 조직 안에서 성과를 가속화하는 비결이다.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은 이러한 경쟁 환경에 매우 적합하다. 모델이 제공하는 학습 프로세스를 통해 기업은 변화를 조기에 탐지하고 탄탄한 기업 문화는 행동을 취해야 할 때 빠른 합의를 이끌어낸다. 직원들에 대한 신뢰는 일선 직원들로 하여금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더 빠른 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지속적인 개선 기술 숙달이다. 재무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미한 차이들이 합쳐져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이 제공하는 이점들은 비교적 안정된 사업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들의 진정한 힘이 발휘되는 곳은 경쟁력의 원천(규모, 전용 유통망)이 순식간에 부채로 전락할 수 있는 변동성이 큰 산업들이다. 그리고 오늘날 산업들은 변동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복잡한 세상에서 비즈니스의 단순성을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을 부여한다.

 

이제까지 불확실성의 시대, 특히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할 수 있는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의 세 가지 설계원칙을 자세하게 살펴봤다. 이 세 원칙들은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비즈니스 전략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 물론 이를 이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이혁진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hyukjin.lee@bain.com

필자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베인앤컴퍼니 서울 오피스 M&A 프랙틱스 리더로서 국내외 유수 사모펀드 및 전략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M&A 전략적 실사, 인수 후 기업가치 극대화 전략 수립, 기업 분할 및 매각 등 기업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포트폴리오 전략, 운영 개선, 마케팅/영업/R&D 역량 극대화 및 신시장/상품 개발 전략 수립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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