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in & Company Report
2008년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 실물경제를 침체 국면에 빠져들게 했다. 당시 시장 침체를 예상하지 못한 기업 전략은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믿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저축은행이나 중국 시장의 성장이나 드라이 벌크 시장의 호황을 보고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펀드 및 금융회사들은 가격이 폭락하며 크게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전략이 무의미해지거나 오히려 손실을 보는 일은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그렇다면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 전략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도 전략 수립에는 변함없는 기본 원칙이 존재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본 원칙을 소홀히 하거나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대책에만 집중하면 기업은 오히려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핵심사업의 시장점유율과 이익배분의 증가, 인접 시장으로의 확장,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의라는 3가지 방식으로 순환하며 성장한다. 즉 기업은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며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도 핵심사업에 가장 인접한 시장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만일 핵심사업이 쇠락하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핵심으로 재정의해야 하지만 이럴 때도 기업이 보유한 숨은 자산(hidden asset)을 바탕으로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기업의 성장 단계는 기업이 성장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과는 별개로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비롯해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비즈니스 전략의 속성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원할 것 같던 경쟁우위의 원천(시장 포지셔닝, 독보적인 제품, 강력한 브랜드 파워, 고객관계 등)은 많은 기업에서 잠시 반짝이다 힘을 잃고 만다.
구체적으로 전략의 속성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변하고 있다. 첫째, 기업의 전략이 세부적인 계획이 아니라 대략적인 방향과 몇 가지 핵심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제시하는 단순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전략은 끊임없이 개선, 수정, 재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기업 역량을 기반으로 하며 과거에 해당 기업이 이룬 성공을 반복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그 역량을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결합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준다.
둘째, 전략의 초점이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더 빨리 시장과 고객을 테스트하고 이를 통해 학습하며 성과와 피드백을 통해 변하고 적응하는 역량을 확보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자의 예가 노키아라면 후자는 애플이다. 노키아는 환경 변화에 적응을 못했지만 애플은 테스트, 피드백, 적응을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며 급성장을 기록했다.
셋째, 효과적인 전략과 조직을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최고의 전략이란 조직에 즉각 수용되고 전략 수행에 필요한 자원이 신속하게 동원되며 피드백이 적시에 제공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런 전략은 일방적인 톱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니라 보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직 전체가 전략을 이해하고 공감했을 때 조직의 학습과 적응 능력이 경쟁사를 훨씬 앞지를 수 있다. 이래야만 최고경영자, 일선 직원, 고객 간 거리가 좁혀진다. 베인 연구에 의하면 전략 수립과 수행 관련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최근 5년간 매출 성장률이 평균 약 1.5배, 투자 수익률 약 1.8배, 주주수익률 약 1.6배를 더 달성했다.
조직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방법이어야 한다. 조직의 구조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전략적 메시지가 되기도 하며 전략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한다. 조직을 설계, 생산, 영업 등 기능적 단위로 구성하느냐, 아니면 제품 단위로 구성하느냐는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제조업체가 초기 단계에 소수의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출시하고 기존에 보유한 기술과 생산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식의 초기 성장기에는 기능 중심의 조직을 구성할 때가 많다. 반면 제품이 다양해지고 제품별 규모가 커지면 점차 제품 단위의 조직 구성이 필요해진다. 이때는 제품별 전략과 시장 접근을 차별화하기 시작한다. 전략에 따라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이며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전략의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불확실성의 증가, 이로 인해 전략적 속성이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에 중요한 메시지는 복잡성(complexity)이 더 이상 기업 성장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프로젝트와 달라지는 시스템, 조직 안에서 오가는 수많은 메시지, 시장마다 각기 다른 실행 전략, 이를 관리하기 위한 복잡한 IT 시스템 등은 조직의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복잡성은 기업에 오랜 시간 잠복해 학습을 저해하고 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디게 하며 조직과 경영진의 에너지를 빼앗는다. 기업이 성장할 때 복잡성은 항상 증가한다. 복잡성 때문에 의사결정을 위해 투입되는 자원과 시간이 증가하며 프로세스는 더욱 복잡해지고 고위 경영진과 일선 직원 간의 거리는 갈수록 벌어진다. 반면 성공을 거듭하는 기업들은 조직의 단순성을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유지한다.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은 무엇인가
전략의 속성은 변했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즉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몇 가지 일관된 원칙이 존재한다. 이를 기반으로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Great Repeatable Models)을 도출할 수 있다. 지속적인 성공은 어떤 시장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통제하기 쉬운 변수인 기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간단히 말하면 시장보다는 경쟁사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기업 고유의 경쟁우위로서 체질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역동적인 경쟁 시장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성공을 거듭해 온 기업들의 핵심 특징은 이러한 ‘반복 가능한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이케아(IKEA) 제품은 DIY 가구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한다. 이케아가 고수하는 핵심 경영 원칙은 1950년대 첫 매장을 연 이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처음부터 이케아 매장의 모든 목재 가구는 고객이 직접 조립하는 형태로 판매됐다. 모든 제품은 목표가격을 달성하도록 설계됐다. 이케아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요하는 사업 영역으로 다각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자사의 차별성을 유지하고 사업의 경제성을 향상시키며 제품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자사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상품군(product category)과 지역을 주의 깊게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시장 선택의 원칙과 기준, 점포 개설 방법, 운영 방안, 제품 개발 프로세스, 판매 및 서비스 제공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공 공식을 도출해서 매뉴얼화하고 조직에 내재화했다. 예를 들면 신규 매장 개설을 위한 매뉴얼에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확고한 반면 지역 특색에 따라 현지화가 가능한 범위를 함께 명시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통해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정보를 성공적으로 개설했고 결과적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과 수익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케아처럼 수익성 있는 성장의 원천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베인은 유망 시장을 선택하는 것보다 전략적 방법론과 목표, 이를 실천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기업 전략이 성장시장을 쫓기 위한 엄격한 계획적 성격에서 벗어나 심도 있고 강한 역량을 토대로 끊임없이 학습, 개선, 테스트하면서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전략을 주요한 의사결정(decisions)과 행동(actions)으로 풀어 보여주는 청사진으로 정의한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영속성이다. 즉, 현재의 시장 환경이나 특정한 고객 또는 제품 등에 특화된, 일시적인 것이 아닌 변화에 따라 진화해나갈 수 있는 반복 가능한 모델이어야 한다. 기업은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켜 나가야 한다. 반복 가능성이 성공으로 연결되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3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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