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행복하세요, 고객님”, “사랑합니다, 고객님”처럼 다양한 인사말을 들을 수 있다. 딱딱하고 건조하던 예전의 안내 멘트는 사라지고 상냥한 인사말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제는 제품만 무한경쟁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도 무한경쟁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좋은 서비스를 넘어 고객 감동, 그것도 모자라 고객 섬김 경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좋은 서비스 하면 상냥한 미소와 친절한 고객 응대를 생각하는 정도에 머문다. 하지만 서비스도 엄연한 전략의 일환으로 전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의 서비스 우수 기업 사례를 보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 전략을 배워보자.
군인과 우주비행사가 고객인 미국의 보험사
첫째 전략은 서비스 전문화다. 시장에서도 특화한 제품이 살아남듯 고객에게 최적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USAA는 미국 국민의 2∼3%에 해당하는 현역 및 퇴역 군인, 그들의 자녀 등 약 560만 명을 주 고객으로 하는 보험회사다. 놀랍게도 USAA는 최근 조사에서 96% 이상의 고객으로부터 ‘약속한 서비스를 분명히 실행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비결은 바로 USAA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시장에 뛰어들었고 거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USAA가 1922년 자동차 보험회사로 문을 열 당시, 다른 보험회사들은 군인의 보험가입을 아예 받아주지도 않았다. 군인은 이동이 빈번하다는 이유로 다른 보험회사들은 군인을 유랑자와 같이 분류했다. 특히 업무상 위험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 자체를 불허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그러나 USAA의 창립 멤버인 미군 장교 26명의 생각은 달랐다.
USAA의 창업자들은 군인이야말로 소득이 안정적이고 채무불이행이 적은 우수고객이라고 판단했다. USAA는 육군에서 해군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군인에게 딱 맞는 맞춤 서비스를 개발하고 적용했다. 군인에게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군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USAA는 직원의 15%를 군에서 전역한 인력으로 배치했다. 또 군의 인력 시스템 및 훈련법을 서비스 프로세스에 도입했다.
이처럼 남들이 안 하는 영역을 개척해 한 우물만 판 덕분에 USAA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 역시 최고를 유지했다. 참고로 USAA는 현재 우주비행사를 고객으로 하는 유일한 보험사이기도 하다.
고객의 일거수 일투족을 분석한 포시즌
둘째 전략은 구체적인 서비스 목표 설정이다. 고객 감동이라는 다소 모호한 목표보다는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서비스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많은 특급 호텔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포시즌 호텔은 서비스에 대한 승부 근성이 남다른 기업이다. 예를 들어 2005년 4%이던 포시즌의 고객 불만율을 2006년 2%로 떨어뜨린 것도 한번 정한 서비스 수준을 기필코 달성해내는 승부 근성과 완벽주의의 결과다.
특히 포시즌 호텔은 목표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정해서 전사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예로 포시즌 호텔의 ‘가장 간편한 체크인’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포시즌 호텔에 다섯 번 이상 투숙한 고객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객실 열쇠를 받을 수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프로젝트는 아주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가장 간편한 체크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우선 고객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통해 고객의 방문 횟수를 파악해야 하고, 고객의 차량 번호도 알아야 한다. 고객이 택시를 이용해서 호텔에 오더라도 그 고객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얼굴도 정확하게 기억해야 한다. 체크아웃 고객, 숙박중인 고객, 일반 방문객 등이 뒤얽힌 로비에서 체크인 고객을 재빠르게 파악해낼 수도 있어야 한다. ‘가장 간편한 체크인’이라는 구체적 목표가 구성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고 세세하게 이야기해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