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사디, 카림 사바흐, 리처드 쉐디악
5년 전만 해도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웬만한 도시 규모의 인공 섬들이 들어선 이 자리에는 불과 5년 전까지 아라비안만의 반짝이는 푸른 물결만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후 두바이 정부는 원유와 교역에 의존하던 경제에서 투자자와 여행객을 유혹하는 비즈니스와 레크리에이션 허브로 변신하기 위한 다각화 작업을 가속화했다.
그곳에서 몇 마일 남쪽의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레이트연방(UAE)의 수도이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엄청나게 빨리 성장하고 있다. 금으로 된 돔 지붕을 이고 있는 30억 달러짜리 에미레이트 팔레스 호텔은 2005년에 완공됐다. 수십여 개의 세계적 박물관, 대학교, 그리고 병원이 방문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건물들이 향후 10년간 새로 건축될 예정이다. UAE는 중동의 새로운 국제 중심지로 재탄생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 5년 이후 중동 지역은 민간 기업의 유망한 투자처로 변해가고 있다. 사우디텔레콤 같은 정부투자 기업들이 민영화하면서 경쟁시장에 노출됐고, 첨단기술 연구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휴렛팩커드나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상업 지구에 들어서고 있으며, 토착 기업들은 비디오 스트리밍과 기타 첨단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하고 있다. 제조업 성장세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걸프 연안의 원유 채굴 구역 내에서 19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80억 달러 규모의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많은 소비재 기업들도 이 지역에 공장을 건설해 중산층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소비하고 남은 제품은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요약하면 세계시장의 최종 소비자이던 이 지역이 공급업자로 변신하고 있으며 이 모든 변화가 유례없는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의 정치적 긴장은 가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하지만 원유 매출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경제가 안정성의 새로운 원천이 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변화의 조짐은 사막에서 멀리 보이는 오아시스의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우리가 목격하는 성장이 비전을 갖춘 리더십의 결과인지, 아니면 위험한 계획 때문인지 △이곳이 비옥하고 오랫동안 유지되는 오아시스인지, 아니면 신기루의 환상인지가 궁금했을 것이다. 실제로 신규 공장이나 신축 호텔, 새롭게 등장하는 중산층이 위치한 시장에서 불과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 군사행동의 위험이 상존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다. 이것이 경제발전 전망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직 대부분 사람들이 과소평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지만 이 지역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만약 이런 경제적 오아시스들이 사막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이는 중동지역의 미래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희망적이고 더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의론과 지속 가능성
우리가 본 많은 변화 중 특히 규제완화와 민영화 같은 변화는 과거에는 추상적으로 얘기됐지만 최근 4∼5년사이에 차츰 구체화 하고 있다. 만약 신기루가 실재가 되고 있다면 왜 지금 이루어지고 있으며, 무엇이 이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의 일부는 외부인들에게 모호하고 두렵게 여겨지는 이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달려있으며 나머지 일부는 중동 지역 지도자들의 모순된 긴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달려있다. 서구 논평가들은 중동지역을 동질적인 지역으로 보고 문화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레바논과 예멘처럼 두 부류의 국가로 구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아랍어와 이슬람 문화는 공통적 유산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공통된 역사적 경험이 지역감정을 어느 정도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레반트 지역(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걸프지역(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연방, 예멘), 이집트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 간에 그리고 국가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유사성과 차별성의 공존은 어느 시점에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 서로 다른 국가가 다른 이해를 추구하는 경우, 지역 전체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이 지역 모든 국가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유 가격이다. 1970년대 유가가 상승했을 때 이 지역 국가들은 국가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마구 지출했고 재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런 과거 경험 때문에 현재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의 지도자들은 1990년대 유가 하락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한때 무적을 자랑하던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연방 등의 걸프 협력 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가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원유 매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현재 원유 생산국들은 잉여 이익을 외채 상환이나 유동성 강화, 교역 국가 개발 및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 쓰고 있다. 이런 투자를 통해 국부를 강화하고 현재의 원유 가격 상승을 장기적 입지강화에 활용하고 있다.(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중동 국가들은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지만 원유로 인한 부가 원조 혹은 투자라는 형태로 자신들의 국가에 유입되고 있다. 따라서 유가 하락은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국가들까지 경계 태도를 갖게끔 유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지속성장 가능한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중산층을 육성하고 이들을 유지하기 위한 고용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국가의 통제권을 다소 잃더라도 중산층을 육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20세 이하이고, 많은 국가의 실업률이 꽤 높아서 든든한 중산층은 경제적인 불안을 누그러뜨리고 정치적인 긴장을 완화하는 세력이 된다. 가족의 안위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국가경제의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수의 중동 국가들은 민간 기업을 육성하려는 의욕과 의지를 갖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십을 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