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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실패하는 파트너십: M&A는 위기 탈출구가 아니다

최두리 | 132호 (2013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The secret to an unsuccessful partnership’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2012 1120일 거대 첨단기술 기업인 휴렛패커드(Hewlett-Packard)는 영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Autonomy)의 인수로 88억 달러의 감가상각을 기록했으며 심각한 분기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해당 업체를 111억 달러에 인수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HP CEO인 멕 휘트먼(Meg Whitmen)은 오랜 조사 끝에 오토노미가 매각에 앞서 계획적으로 실적과 수익을 부풀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HP 50억 달러가 넘는 감가상각이 오토노미의 부적절한 행위와 연관이 있음을 주장하며 이를 미국과 영국의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 오토노미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마이클 린치(Michael Lynch) HP의 주장을 즉각 부인하며 그들의 주장이 옳지 않음을 밝히겠다고 대응했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오토노미를 사기 위해 HP가 지나치게 큰 모험을 한 것은 아닌지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충동적인 협상과 내부 의견충돌, 부실한 재무 신뢰도 등이 이번 파트너십의 유지를 방해한 요인들이다.

 

인수와 합병, 그리고 또 다른 형태의 파트너십 체결은 자주 당사자들의 기대를 저버린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종종 협상 단계에서 행한 실수에서 비롯된다.

 

HP가 별로 알려지지 않은 독일 소프트웨어 책임자 레오 아포티커(Leo Apotheker)를 새 CEO로 임명했던 2010 9월로 돌아가 보자. 그는 사적인 추문으로 해고된 마크 허드(Mark Hurd) 자리에 새로 앉았다. HP는 오랫동안 저조한 실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혁신 측면에서 애플이나 IBM 같은 경쟁사에 크게 뒤지면서 사기가 많이 꺾인 상태였다.

 

부임 초기 린치와 나눈 대화에서 레오는 오토노미와의 파트너십이 HP를 침체의 늪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사회 앞에서 한 발표에서 그는 가격을 고려할 때 이번 인수가 과감한 결정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오토노미를 인수하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며 HP에 필요한 선택과 집중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HP 내부에서 오토노미의 재무적 부조리에 대한 풍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오토노미의 회계감시기관이던 딜로이트 LLP(Deloitte LLP)나 추가 검토를 위해 HP가 고용한 KPMG 중 어디에서도 그 소문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HP CFO였던 캐티 레스잭(Cathie Lesjak)은 이사회에 해당 인수 건을 승인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가격이 너무 비싼데다 해당 거래가 HP에 기대한 만큼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녀의 경고에 불구하고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10명이 찬성하면서 인수가 성사됐다.

 

2011 818 HP의 발표는 여러 면에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HP는 그동안 형편없는 실적을 보여온 터치패드 태블릿 컴퓨터 사업에서 손을 뗀다. 둘째, 죽어가는 PC 사업의 분리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오토노미를 전격 인수한다. 이와 함께 HP는 그해 실적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오토노미 인수 소식과 다른 뉴스들을 같이 발표한 것은 아포티커의 결정이었다. 이사회 역시 만장일치로 그의 계획을 지지했다.

 

다음날 HP 주가는 20% 하락했다. 사람들이 HP를 두고미쳤다라고 하는 기사가 <포천(Fortune)>에 실릴 정도였다. 오토노미 인수는 험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HP의 이사회는 아포티커를 끌어내리고 이베이(eBay)의 전 CEO 휘트먼을 그 자리에 앉혔다. 휘트먼은 오토노미의 비싼 가격에 불만을 표시했으나 결국 인수에 찬성표를 던졌던 인물이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에 따르면 오토노미가 HP에 인수된 후 린치는 오토노미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ial spirit)을 잃을까 우려해서 HP에서 다시 분리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곧 오토노미의 실적은 급락했고 이유는 단 하나였다. HP에 합류한 후에는 저조한 실적을 숨길 재무적 꼼수를 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2 5월 린치는 HP를 떠났다. 오토노미의 최고책임자들이 인수에 앞서 분식 회계를 했다는 소식이 한 내부 고발자에 의해 HP에 전해진 바로 그달이었다. HP는 영국으로 팀을 보내서 수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는 잘 알려진 바와 같다.

 

HP와 오토노미의 이야기는 다른 조직과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이들에게 다음의 세 가지 법칙을 알려준다.

 

 

법칙 1 신뢰성을 확보하라.

HP는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큰 기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부족한 아포티커를 고용하는 모험을 택했다. CFO였던 레스잭은 오토노미 인수가 HP에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아포티커의 주장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HP CFO 승인이 없어도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이사회는 오토노미 인수를 부결해야 한다는 레스잭의 충고를 무시했다. 훗날 휘트먼은 오토노미의 재무 사기 혐의를 감지해내지 못한 HP의 보고 체계를 비난했다.

 

전략을 세우고 관계를 맺는 데 능숙한 최고책임자들이 협상 과정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HP와 오토노미의 협상은 다른 조직 인수나 파트너십 체결을 고려할 때 재무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법칙 2 주의 깊게 실행 계획을 세우라.

HP 리더들이 오토노미 인수 소식을 발표한 방식을 보면 그들은 오토노미와 HP를 어떻게 통합할 것이며 두 회사가 실현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무엇일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터프츠대(Tufts University)의 제스왈드 살라쿠제(Jeswald Salacuse) 교수는 <터프츠매거진(Tufts Magazine)>에서 많은 기업이 협상을 위한 전문 팀을 배치하는데 이 점 때문에 계약 성사 및 이후 실행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예를 들면 제너럴모터스(GM)에는 해외 합작 투자 협상을 위한 팀이 있다. 그들은 한 건이 완료되면 다음 건을 담당하는 식으로 움직이며 새롭게 맺은 파트너십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다른 책임자들에게 미룬다. 그들은 협상이 성사된 것에 대해서만 보상을 받기 때문에 이후 실행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찾아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살라쿠제 교수는 이런 잠재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협상 담당자가 실행 계획까지 도출할 수 있도록 경제적 보상을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일단 협상이 완료되면 양측 리더들이 목표를 정하고 그 과정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도 필요하다.

 

 

법칙 3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절박함으로 맺는 파트너십은 성공할 수 없다.

조직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유망한 파트너를 구원자로 생각하기 쉽다. 새로운 파트너십 덕분에 침체된 기업이 생명력을 되찾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눈앞의 문제들이 급증해서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기도 한다. 파트너십이 실패로 판명됐을 때 조직의 깊은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는 문제의 책임을 파트너에게 돌리기도 한다.

 

당신의 조직이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상하고 있다면 발생 가능한 위험과 이익 모두에 깊이 있는 분석을 진행하라. 양사에 다가올 수 있는 실패와 위기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용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새로운 시도보다 기존 내부 회사들을 정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이 날지도 모른다.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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