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공략 키워드

젊은이 많고 오일달러 풍성 역동적인 16억 시장이 꿈틀댄다

131호 (2013년 6월 Issue 2)

 

 

 

어원적으로 이슬람은 평화를 뜻하는 아랍어 살람(Salam)에서 유래됐다. 종교적으로는 유일신 알라에게 복종하고 순종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즉 알라의 뜻을 따라 평화롭게 사는 것이 곧 이슬람의 가치다. 이슬람은 무함마드가 610년경 메카(Mecca) 외곽의 동굴에서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계시를 받아 창시한 종교로 코란을 경전으로 하며 신도들을 무슬림으로 부른다.

 

이슬람 하면 보통 중동 국가들을 연상하는데 실제로 무슬림은 중동뿐만 아니라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블랙아프리카와 베르베르인의 북부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인도·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중국 등 전 세계 각지에 분포해 있다. 인구 수는 대략 16억 명으로 추산되며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30년에는 22억 명까지 증가해 세계 최대 종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륙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10억 명, 중동에 31000만 명, 아프리카에 24000만 명, 유럽에 4400만 명, 미국에 5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인도네시아(2200만 명), 파키스탄(17400만 명), 인도(16000만 명) 등에 많다. 합하면 전 세계 인구의 22% 정도를 차지한다.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한 만큼 이슬람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인종·언어·문화가 뒤섞여 있다.

 

이처럼 다양한 민족과 국가로 구성된 무슬림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종교다. 이슬람은 무슬림의 자의식에 깊이 침투해 일상생활을 규제하면서 거대한 이슬람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같은 이슬람 국가라도 종교가 갖는 영향력과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은 헌법으로, 이집트·이라크·말레이시아·팔레스타인·몰디브 등은 국교로 채택하고 있어 사회 전반적으로 이슬람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반면 세네갈·터키·우즈베키스탄 등은 정치와 종교가 구별된 세속국가(Secular States)이기 때문에 타국에 비해 이슬람의 영향력이 약한 편이다.

 

종교로 묶인 이들 이슬람 경제권의 GDP(구매력 평가기준)는 전 세계 GDP 12.7% 88000억 달러며 교역액은 전 세계의 9.4% 34000억 달러 규모다. 또 지난 2008년 이후 금융·재정 위기로 수년간 침체를 겪고 있는 선진 경제권과는 달리 이슬람 국가들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치·종교적인 이유로 타 경제권에 비해 산업화가 늦었지만 2000년 이후 원유 등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토대로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들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포스트 차이나 및 브릭스(BRICs)를 대체할 신흥 유망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교역액은 2010 1622억 달러에서 2012 2303억 달러로 2년 사이에 42%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건설 및 플랜트 시장이 총수주액의 69% 3850억 달러를 차지하면서 가장 주요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 만족하기는 아직 이르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이슬람 국가들은 경제구조상 우리나라와 상호보완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협력해나갈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그동안의 경제협력이 주로 UAE·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의 건설·플랜트 등 특정 산업에만 편중돼 있기 때문에 이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슬람 시장의 4대 키워드:

젊음, 할랄, 여성, 오일 달러

1) 활력 넘치는 젊은 시장 이슬람

이슬람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매우 젊은 시장이라는 점이다. 2010년 기준 이슬람 국가 인구 중 약 60% 30세 이하다.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에서 이 비중이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슬람 시장이 얼마나 젊고 활기찬 시장인지 알 수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향후 소비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무슬림하면 덥수룩한 수염에 하얀 전통 복장을 입은 모습만 떠올리기 쉽지만 요즘 이슬람 사회의 청년들은 다르다. 얼마 전 UAE의 배우이자 모델인 오마르 보르칸 등 3명의 남성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문화축제에 참석하려다가 추방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들이 너무 잘 생겨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을 홀릴 수 있다는 것이 추방 이유였다. 이 사건은 이슬람 국가들이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점을 나타내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남성들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이들은 종교의 교리와 율법에서 벗어나 깨끗하게 면도하고 외국 유명 브랜드의 청바지와 티셔츠를 선호한다. 재즈바, 스타벅스 커피를 비롯한 서양 음식을 즐겨 찾는 등 서구적인 생활방식과 외국 브랜드에 익숙하다. 장년층의 보수적인 구매패턴과는 달리 온라인 쇼핑을 즐기며 스마트폰 같은 첨단제품 및 신제품에 대한 구매욕구가 강하다. 이들이 주도하는 소비흐름은 다른 연령층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이들보다 경제력이 높은 중장년층에서도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나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력이 증가하고 있는 이슬람의 청년층은 이미 사회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자리매김했다.

 

 

 

 

2) 소비자도 기업도 웃는 할랄 마케팅

‘할랄’은 이슬람 시장 진출에 잊어서는 안 될 단어다. 아랍어로허가된, 허락된, 합법적인이라는 뜻을 지니는 할랄은 이슬람 율법(Shariah)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이나 가공품에 붙는다.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 세계 할랄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식품 분야만 하더라도 그 규모가 60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할랄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할랄 전문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무슬림 소비자의 92%가 할랄 인증 제품을 선호한다고 나타난 한 설문조사 결과처럼 16억 명에 이르는 무슬림의 마음을 얻으려면 할랄 인증은 필수다. 최근에는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가혹한 도살법, 불량한 사료, 성장 호르몬제 사용 등을 피하고 안전하게 가공된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할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할랄 인증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150∼200개가 있다. 기관마다 신뢰도에 차이가 있으므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받는 것이 좋다. 세계적인 인증기관에는 말레이시아 JAKIM(Jabatan Kemajuan Islam Malasia), 인도네시아 LPPOM-MUI(Lembaga Pengkajian Pangan Obatobatan - Kosmetika Majelis Ulama Indonesia), 싱가포르 MUIS(Majlis Ugama Islam Singapor) 등이 있다. 인증 절차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개 인증기관에 신청서와 검사료를 납부하면 관계자들이 실사를 한 후 인증서를 발급한다. 신청부터 인증서 취득까지는 통상 6개월 정도 걸린다.

 

 

화장품·의료·식품 등 약 12000∼2조 달러로 추산되는 할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네슬레, P&G, KFC, 맥도날드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발 벗고 나섰다. 네슬레는 1992년부터 할랄 제품 개발 정책을 세워 추진한 결과, 현재 전 세계 85개 공장의 154개 제품에 할랄 인증이 완료된 상태다. 맥도날드는 말레이시아에서 패스트푸드 회사 중 처음으로 할랄 인증을 받았다. 1995년 식품뿐만 아니라 제품, 운반, 보관, 조리, 사후 관리를 포함하는 전 과정에 대해 JAKIM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 사실은 마케팅에 적극 활용됐고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매장마다 ‘DITANGGUG HALAL(할랄 인증을 받았다)’이라는 간판을 달았고 인터넷을 통해 제품의 유통과 조리 과정을 자세히 공개해서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맥도날드는 말레이시아에 매년 15∼20개 매장을 추가로 열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2009년 말 기준 194개 매장에 매달 1000만 명 이상의 고객이 찾는 패스트푸드 전문점으로 성장했다.

 

  

 

 

 

3) 히잡 뒤에 감춰진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라

여성의 사회 활동에 제약이 많은 이슬람 사회에도 뜨거운 여풍이 불고 있다. 재스민혁명으로 인한 자유화 바람과 함께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늘면서 8억 명에 달하는 이슬람 여성의 소비시장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과거와 달리 이슬람 여성들은 교육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적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고 있으며 그동안 금녀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으로도 점차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슬람 국가들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생계유지형이었던 소비가가치중심형으로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여성의 구매결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슬람 여성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할랄 인증 여부, 가격, 디자인 등을 주로 고려하며 최근에는()’ ‘육아·가정’ ‘건강·다이어트’ ‘럭셔리·웰빙관련 제품에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여성 감성을 자극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브랜드가 있다. 이집트의 카리나(Carina). 이슬람 교리에 따라 여성들은 외출할 때 머리나 피부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 이집트에서는 머리에 히잡을 두르는 것이 강제사항이 아닌데도 무하자밧(히잡을 쓴 여성)의 비율이 80%에 달한다. 카리나는 히잡을 착용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피부는 가리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최대한 살릴 패션을 연출할 수 있도록 타이트한 상의와 화려한 색상의 레깅스 상품을 출시했다. 부르카(겉옷)를 걸치는 소비자들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을 화려한 언더웨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언더웨어 라인에도 공을 들였다. 카리나 제품을 이용하는 여성들에게 히잡이나 부르카는 신체의 일부를 엄격히 가려야 하는 종교적 의무 요건이 아니라 개성을 연출하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이런 마케팅을 통해 카리나는 출시 4년 만에 카이로 전역에 매장이 30개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 이집트 여성의 90%가 카리나 제품을 소유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4) 넘쳐나는 오일달러, 국부펀드를 활용하자

이슬람 시장에 진출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 바로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이슬람 국부펀드는 1953년 쿠웨이트 정부가 풍부한 오일머니를 국내 산업이나 해외에 투자해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쿠웨이트 투자위원회(Kuwait Investment Board)를 세우면서 탄생했다. 이후 풍부한 오일머니를 갖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등에서 경쟁적으로 국부펀드를 설립했다. 규모 기준 세계 20위 국부펀드 가운데 이슬람 국가의 국부펀드가 9개로 전체 금액의 36.5%를 차지한다. 이들 펀드는 그동안 주로 미국이나 유럽 국채 등의 안전자산에 투자해왔으나 최근에는 사모펀드, 플랜트 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고 투자 지역도 한국·중국 등 아시아 신흥지역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중동 펀드는 자국의 탈석유산업을 추진하기 위해 석유화학, 철강, IT 및 벤처 등의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설립된 펀드 중에 마스다르 클린테크 펀드1 , 무바달라 펀드2 등은 한국 중견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이 유망한 펀드로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이슬람 국가들은 국부펀드를 활용해 아프리카·중동 등 제3국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1년에도 국내 기업이 카타르 국부펀드와 손을 잡고 아프리카 가나 서부도로 사업과 인도네시아 석탄 터미널 사업에 공동 진출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이슬람 국부펀드를 적극 활용한다면 또 다른 성장 기회가 될 것이다.

 

2차 중동 붐과 우리의 도전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슬람 지역에 다시 오일 달러가 넘치고 있다. 이는 2차 중동 붐으로 연결되며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에 1차 중동 붐을 통해 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바 있다. 1970년대 원유 가격이 급등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는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열사의 중동 건설 시장에 진출해 넘쳐나는 오일 달러를 끌어모았고 산업개발에 재투자해서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켰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붐은 당시와 많은 차이가 있다. 1970∼80년대 1차 중동 붐이 토목·건설 등의 단순 노동력 분야에 국한됐다면 오늘날 2차 중동 붐은 플랜트·정보기술·의료·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그 대상이 다양해졌다. 또 과거에는 중동의 오일머니를 두고 겨룰 경쟁자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중국·터키 등 쟁쟁한 경쟁국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재스민혁명 이후 일고 있는 2차 중동 붐에 제대로 편승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국가들에 불고 있는 변화와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지난 30년간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쌓아온 한-이슬람 경제 협력이 단순 교역과 건설·플랜트 분야를 넘어 문화·의료·금융 등 서비스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다면 양국이 누리는 경제적 효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영화 코트라 신흥시장팀장 yhjung@kotra.or.kr

필자는 한국외대 아랍어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코트라에 입사해 11년간 UAE, 리비아, 파키스탄 등 중동 지역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현재 코트라 신흥시장팀장으로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개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