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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Thinking

세상의 모든 바닷물을 끓일 수는 없다 가설부터 세우고 문제에 접근하라

장재영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하나밖에 없는 중학생 아들 녀석이 어느 날 수학시험 점수로 60점을 받아 왔다. ‘이 녀석이 누굴 닮아 이러지?’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겠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이냐다. ‘소문난 수학 단과 학원을 보내볼까?’ ‘유명한 과외 선생님을 붙여 볼까?’ 여러 방안을 생각하다가 학교 다닐 때 수학만큼은 자신 있었던 기억에 직접 일대일로 가르쳐보기로 했다고 하자. 아들 녀석을 붙잡고 수학 책을 펼쳤다. 그러나 오랜만에 수학 문제를 보니 뭐가 뭔지 통 모르겠고 아들 녀석은 그렇게 푸는 게 아니라며 입이 튀어 나왔다.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수학 잘하는 대학생 과외 선생님을 물색해 수업을 받게 했다. 두 달 후, 기적처럼 수학 점수가 80점대로 올랐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괜히 나섰다가 고생만 했다 싶다.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또는 볼 수 있는 생활 속 풍경이다. 이 사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아들이 수학 점수로 60점을 받아온 것은 문제 상황의 발생이다. 과외 선생님을 붙일까, 직접 가르쳐 볼까 하며 떠올려본 것은 아직 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가설(Hypothesis)이다. 내가 수학을 잘했으니(과거에 있었던 사실) 직접 가르쳐보겠다는 것은 사실에 기반한(fact based) 가설을 수립한 것이다. 여러 가설 중에서 직접 가르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여러 가설에 대한 우선순위화를 한 결과다. 검증 결과 초기 가설은 틀렸다는 결론이 났고 수학 과외 선생님을 붙이는 다른 가설이 옳았다고 최종 증명됐다.

 

이처럼 우리는 평상시 일상생활 속에서 이미 무의식적으로 가설 수립 및 우선순위화라는 개념을 체화해서 사용하고 있다. 3단계 가설 수립 및 우선순위화는 평소 생활 속에서 사용하던 사고 과정을 비즈니스 상황에 똑같이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바닷물을 끓이려고 하지 말라

(Don’t try to boil the ocean)

‘김 과장, 일단 분석부터 해봐, 그러다 보면 뭔가 건지는 게 있을 거야. , 열심히 분석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다해봐부장님이 지시를 내린 후 김 과장은 고민에 휩싸였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분석해야 하는 걸까. 정말 모르겠다, ….’ 상황이 이쯤 되면 김 과장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 채 표류하는 난파선에 몸을 맡긴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석법을 떠올려 볼 수도 있다. 이 방법들을 모두 동원하면 좋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뚜렷한 방향 없이 무턱대고 분석부터 시도하다가는 원래의 목적지를 잃어버린 채 우왕좌왕할 수 있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나침반이나 북극성처럼 방향을 잡아주고 좀 더 효율적으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가설(Hypothesis)이다. 가설 없이 무조건 뛰어드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바닷물을 끓이려 드는 것과 같다. 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얻고자 하는 한 줌의 소금을 얻기도 전에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법한 방법이다(You’ll just kill the fish).

 

가설을 세울 때는 사실에 기반해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fact based hypo). 사실과 직관(통찰력) 및 비즈니스 센스(business sense)에 기반한 가설을 수립하고 수립된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검증하는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 가설은 방향성을 갖고 해결책에 도달하게끔 인도해준다.

 

물론 가설은 가설일 뿐이므로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가설을 잡고 이를 검증하는 분석을 하다 보면 설령 가설이 틀렸더라도 새로 배우거나 알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이는 보다 맞는 방향으로 가설을 재설정할 수 있게 한다. 가설을 몇 번 수정하고 검증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제대로 된 해답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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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기반한 가설을 수립하라

가설은 문제 상황에 대해 ‘OO하면 해결될 것이다와 같은 형태로 해답을 잠정적으로 정하는 것이므로 ‘Best Educated Guess’로 수립해야 한다. 충분한 지적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추정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막 던지는 가설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가설은 반드시 근거(supporting rationale)를 가지고 수립해야 한다. 근거는 사실(fact), 유사 경험들, 다른 사례들, 직관(통찰력), 비즈니스 센스(business sense)들이어야 한다. 직관과 비즈니스 센스도 과거 여러 경험과 지식들에 기반해 나오는 것이므로 넓게 보면 일종의 사실로 볼 수 있다. ‘이러이러한 근거에 기반해 보니 이러이러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와 같이 근거와 가설이 짝(pair)으로 수립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Educated Guess라고 부르는 것이다. 또한 가설은 틀릴 수 있다고 해서나중에 고치면 되지 뭐하면서 아무렇게나 잡는 것이 아니다. 가설을 세울 당시 끌어모을 수 있는 근거들을 최대한 모아서 만들어야 한다. 기각당하거나 수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베스트(best)’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가설을 잡을 때 종종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직관(통찰력)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 비즈니스에 몸 담아온 임원들이그럴 땐 이렇게 하면 된다고 던지는 한마디가 그대로 답이 되는 때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임원들이 보여주는 통찰력을 발휘하기 위해 몇 십 년을 꾹 참고 내공이 길러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과장이나 대리, 사원이라도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임원들의 통찰력도 사실은 수십 년간 여러 경험 지식과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다. 통찰력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임원으로 승진한다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통찰력은 평상시 사실에 기반한 가설 수립을 꾸준히 업무에 적용해 생각하며 일할 때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설을 수립할 때 반드시 짝으로 나와야 하는 근거, 즉 사실, 유사 경험들, 다른 사례들, 직관, 비즈니스 센스는 어디에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풀어야 하는 문제와 관련해 회사 선임자나 내부 담당자에게 자문을 구해볼 수도 있고 이슈와 관련한 외부 전문가나 전문 기관의 자료를 참고할 수도 있다. 팀원들이 함께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정리해볼 수도 있다. 여러 명이 모이면 당연히 더 많은 지식과 아이디어가 나온다.

 

나열심 과장: 가설 수립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바쁘게 돌아가는 현업에서 항상 가설을 수립해야 하나요?

 

길 그리삼 코치: 가급적 프로젝트 초기에 항상 가설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방향성 없이 분석을 할 수는 없잖아요? 전체 프로젝트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설을 수립하며 업무를 수행하셔야 합니다. 제가 전략적 사고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것은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항상 범죄현장 분석 초기에 여러 증거들을 바탕으로 ‘XX의 방식으로 피해자는 죽었을 것이다’ ‘OO의 이유로 △△가 유력한 용의자다와 같은 가설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형태로 추가 분석을 하면서 범인들을 잡아왔기 때문이에요.

 

나 과장: 가설 수립은 어디에 하면 되나요?

 

그리삼 코치: 2단계에서 생각을 구조화하면서 이슈트리를 만들었잖아요. 그렇게 만든 이슈트리의 최종 하위레벨을 기준으로 각각의 이슈들에 대해 가설을 수립하면 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성격상 최종 하위레벨을 기준으로 가설을 수립하기가 어려울 때는 한 단계 상위 레벨로 올라가서 그 레벨을 기준으로 가설을 세우셔도 됩니다.

 

나 과장: 가설을 세울 때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다른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 다르게 해석해서 서로 다른 가설을 세울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어느 쪽 가설이 맞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리삼 코치: 각각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가설을 세웠다면 가설 수립 단계에서는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렸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각 가설은 그대로 두고 검증하는 분석 단계를 제대로 거친다면 분명 어느 한 쪽이 맞거나 둘 다 틀려서 새로운 가설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저절로 교통정리가 되는 셈이죠.

 

나 과장: , 그러고 보니 예전 경험이 하나 떠오르네요. 당시 제 상사였던 분이 가설을 수립한 후 분석 단계에서 가설에 반하는 사실이 계속 나오는데도 그 가설이 100% 옳다고 우기시는 바람에 팀원들이 한동안 크게 고생을 한 적이 있어요.

 

그리삼 코치: 그 상사 분은 본인이 세운 가설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모양이네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가설은 가설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틀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석 단계에서 가설에 반하는 사실(fact)들이 계속 여러 개 나온다면 가설이 틀린 것은 아닌지 보다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본인이 세운 가설을 지켜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이 잘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야 궁극적으로 본인의 자존심도 지킬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이 세운 가설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 가지 더, 분석을 하다 보면 본인이 세운 가설에 유리한 사실들만 모으고 가설에 반하는 사실은 은근슬쩍 모르는 척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무의식중에라도 이렇게 하지 않도록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나 과장: 마지막 질문은요, 일을 하다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각날 수도 있잖아요?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요?

 

그리삼 코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적극 환영입니다. 번뜩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일단 가설로 잡으시고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지 검증해 가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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