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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괴물 대응 전략

특허괴물, 피하지 말고 길들여라

심영택 | 125호 (2013년 3월 Issue 2)

 

 

21세기는 지식기반시대다. 제조능력이 평준화됨에 따라 지식재산 없이 제조기술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동시에 훌륭한 지식재산을 보유한 국가나 기업은 막대한 시설 투자가 필요한 제조설비 없이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식기반시대의 신흥 비즈니스는 비실시기업(NPE·Non-Practicing Entity)이다. 이들은 특허를 보유하되 제품을 생산하는 대신 타 제조업체를 특허침해로 고소하거나 라이선싱을 강요해 수익을 창출한다. 많은 이들은 제품 생산에는 관심이 없고 상습적으로 특허 소송을 남발해 제조업체를 괴롭히는 이들이야말로 혁신을 방해하는 주범이라 비난하며 이들을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부른다. 더 나아가 요즘은 애플(Apple)과 삼성 소송에서와 같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제조업체마저도 혁신을 방해하는 특허괴물이라 부르며 비난하기도 한다.

 

특허괴물의 어원

‘특허괴물’이라는 용어는 1998년 인텔(Intel) 사내 변호사였던 피터 데트킨(Peter Detkin)이 인텔을 특허침해로 제소한 테크서치(TechSearch)란 회사와 경영진을 통칭해 사용한 경멸적 용어다. 특허를 소유하지만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제조업체를 상대로 공격적·기회주의적·상습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미끼로 라이선싱을 강요해 수익을 창출하는 개인 또는 기업을 지칭한다.

 

특허괴물은 왜 항상 제조업체만 괴롭힐까? 그 이유는 이 세상에서 특허를 사용(실시)하는 당사자는 제조업체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허와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에서 돈을 받는 주체는 개인 발명가, 대학교, 연구소, 제조업체, 특허괴물, 특허괴물에 투자한 투자자 등 다양한 반면 돈을 내는 주체는 항상 제조업체다.

 

특허괴물의 종류와 진화

1세대 원조 특허괴물

특허괴물 원조인 제1세대 특허괴물로는 통신특허 관리 회사 인터디지털(InterDigital, 1972년 설립), DRAM 특허 관리 회사 모사이드 테크놀로지(MOSAID Technologies, 1975년 설립), JPEG 특허 관리 회사 포전트 네트웍스(Forgent Networks, 1980년대 중반 설립), DDR-SDRAM 메모리 특허 관리 회사 램버스(Rambus, 1990년 설립), 무선 e메일(wireless email) 특허로 수년 전 스마트폰 원조 RIM으로부터 6억 달러의 기술료를 징수해 유명해진 NTP(1992 설립), (chip) 포장 및 소형화 특허 관리 회사 테세라(Tessera, 1990년 설립), W-OFDM, WLAN, V-chip 특허 관리 회사 와이-(Wi-Lan, 1992년 설립), 각종 소프트웨어 특허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아카시아 리서치(Acacia Research, 1993년 설립) 등이 있다.

 

1세대 특허괴물은 제조업체의 투자 없이 설립자 또는 비제조업 투자자의 자본에 의해 설립, 운영됐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특허를 침해한 모든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자유로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결국 이들과의 특허침해 소송에서이겨봐야 본전인 제조업체들은 이들을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무법자 특허괴물이라고 비하했다.

 

1세대 특허괴물의 또 다른 특징은 자체 R&D 인력이 창출한 특허나 개인 발명가로부터 매입한 특허를 소송에 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개인 발명가, 중소 벤처기업들은 제1세대 특허괴물을특허천사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1세대 특허괴물들은 기술의 자체 사업화가 어려워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던 중 라이선싱이나 특허침해소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게 되자 본연의 R&D보다 소송을 통한 이익 창출에 전념했다.

 

비즈니스 모델 진화에 따른 제2세대 특허괴물

2세대 특허괴물의 대부분은 제조업체, 투자업체, 금융권 등의 자본으로 설립됐다. 1세대 특허괴물에 막대한 보상금을 뜯기던 일부 제조업체들이 자신이 보유한 특허를 이용해 타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라이선싱을 강요해 수익을 창출하는 공수(攻守) 전환을 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또한 고수익 업종을 탐색하던 투자업체, VC, 금융권 역시 특허산업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제2세대 특허괴물들의 탄생을 도왔다.

 

2세대 특허괴물은 어디서 특허를 구할까? 제조업체가 설립자이거나 회원사인 경우 제2세대 특허괴물 대부분은 자신이 보유한 특허를 활용한다. 또한 이들은 도산, 폐업 기업을 인수해 특허를 확보하기도 하며 개인발명가, 대학, 연구소의 특허를 매입하기도 한다. 2세대 특허괴물을 위해 수많은 특허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심지어 특허경매회사도 등장했다.

 

인털렉추얼 벤처스(IV·Intellectual Ventures)는 제2세대 특허괴물의 전형이다. IV MS CTO를 지낸 네이선 마이어볼드 박사(Dr. Nathan Myhrvold), MS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에드워드 정(Edward Jung), 피터 데트킨 특허변호사, 1 퍼킨스 코이어(Perkins Coie)의 특허변호사 그렉 고더(Greg Gorder) 2000년 설립했으며 2 18개의 다국적 기술기반회사, 10개의 미국 대학기금, 9명의 개인투자자 및 22개의 투자업체 등 다양한 투자가들의 투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 1)

 

물론 IV와 같은 제2세대 특허괴물이 모든 제조업체를 대리하지는 않는다. IV에 제조업체는 자신에게 투자한 투자 제조업체와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은 비투자 제조업체로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제2세대 특허괴물은 투자 제조업체의 벤처캐피털 운용사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투자 제조업체 등의 자본을 이용해 양질의 특허를 확보하고 비투자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라이선싱을 강요해 수익을 창출한 후 상당 부분을 투자 제조업체 등에 반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특허괴물이란 용어 대신 비실시기업이라는, 보다 중립적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비투자 제조업체에는 제1세대건 제2세대건 모든 특허괴물은 자신에게 라이

선싱을 강요하거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보상금을 뜯어내는공격형특허괴물일 뿐이다. 3

 

 

 

 

 

 

 

 

방어형 비실시기업

특허 비즈니스가 진화함에 따라 제조업체를 공격하는 제1세대, 2세대 특허괴물과 달리 특허를 확보한 후 공격형 특허괴물로부터 제조업체를 보호하는방어형 비실시기업도 등장했다. 방어형 비실시기업의 효시는 모토로라(Motorola), 구글(Google), HP 11개 유수 IT 기업들이 공동 투자해 2008년 설립한 AST. AST의 목표는 양질의 특허가 특허괴물의 수중으로 들어가기 전 이를 구입해 투자자 제조업체를 특허괴물로부터 방어하는 것이다. 2008년 설립된 RPX 역시 MS, Intel, HP, IBM, 노키아(Nokia), HTC,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40여 개의 IT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AST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한다.

 

제조업계는 공격형 특허괴물에 대항해 자신을 보호한다는 방어형 비실시기업의 등장을 반겼다. 하지만 방어형 비실시기업이 진실로 제조업계의 방어자인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방어형 비실시기업의 투자자 또는 회원사가 아닌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방어형 비실시기업 역시 공격형 특허괴물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는소송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라고 공언하는 방어형 비실시기업 역시 수년 내 공격형 특허괴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대한 해답을 IV에서 찾고 싶다. IV의 전신은 MS, Apple을 비롯한 많은 IT 기업들이 자신을 특허괴물로부터 보호하도록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특허방어펀드(Patent Defense Fund). 4 그러면 왜 IV는 방어형에서 공격형으로 변신했을까? 방어형 비실시기업이 양질의 특허를 확보하면 그 다음 단계는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지식기반시대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설령 AST RPX가 방어형 비실시기업으로 남고 싶어도 이들의 특허를 제3의 제조업체들이 무단 실시하는 것을 투자자, 회원사들이 그냥 넘어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AST RPX방어형 비실시기업대신특허 수집업체(Patent Aggregator)’라 부른다. 하염없이 특허를 모으는 기업이란 말이다. 언젠가는 AST RPX도 특허를 활용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IV가 방어형 비실시기업으로부터 공격형 특허괴물로 변신하는 데 10여 년의 기간이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5 필자는 최소한 5∼6년 이내에 AST, RPX 역시 공격형 특허괴물로 변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허괴물 사용 시의 이점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작금의 특허괴물들은 대부분 투자자나 회원사를 위해 비투자 또는 경쟁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거나 이를 미끼로 라이선싱을 강요해 수익을 창출하는 제2세대 특허괴물이다. 따라서 작금의 특허괴물들은 특정 제조업체 및 투자업체의용병으로 간주하는 게 타당하다. 그렇다면 제조업체, 투자업체들은 왜 자신이 보유하거나 구입한 특허로 직접 소송을 제기해 수익금을 독차지하는 대신 특허괴물을 사용할까? 여기에는 특허소송제도, 사업 전략, 자금 조달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신분 노출 회피

제조업체, 투자업체, 금융업체, VC, 연금기관 등이(이후 특허괴물사용자로 약칭) 특허괴물을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분 노출 없이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하며 경쟁사나 비투자 제조업체로부터 금전적 수익을 창출할(즉 상대방에게 금전적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명 제조업체가 특허침해로 경쟁사 제조업체를 제소할 경우 소비자들은 특허권자가 경쟁사와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대신 특허로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특허괴물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정체가 노출되지 않아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

 

물론 특허침해 소송에 사용하는 특허의 원 소유주가 사용자인 경우 소비자는 사용자의 개입을 쉽게 짐작하므로 사용자는 위의 비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사용자가 여러 개의 특허괴물들을 설립한 후 돈세탁하듯 특허를 세탁하면 소비자가 자신의 개입 여부를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또한 이러한 세탁 과정에 사용자의 자회사나 제3자를 개입시키면 자신의 개입 여부가 더 불명확해진다. 특히 사용자가 제3자의 특허를 구입한 후 소유권 변경을 하지 않은 채, 또는 특허괴물의 이름으로 소유권을 설정하고 소송을 진행하면 사용자에게는 자신의 개입을 부인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많은 사용자들이 특허괴물을 설립하고 특허괴물의 이름으로 제3자의 특허를 구입한 후 경쟁사 또는 비투자 제조업체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증거조사제도의 부담 회피

사용자가 특허괴물을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특허침해 소송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증거조사(discovery)제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피고 제조업체는 원고의 특허가 무효라는 무효 주장과, 설령 특허가 유효하더라도 자신은 침해하지 않았다는 비침해 주장을 방어 논리로 삼는다. 이에 따라 피고 제조업체는 원고 특허의 발명자가 참발명자임을 증명하는 연구 자료, 원고 특허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기술 자료,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을 증명하는 회계 자료 등을 원고에게 요청한다. 미국의 경우 원고가 피고 제조업체의 증거제출 요청에 불응하면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인용한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제조업체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용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자신의 소송 동기, 영업 비밀 등이 피고 제조업체에 노출될 수 있다. 반면 사용자가 특허괴물을 이용할 경우 소송 당사자 및 증거조사제도 당사자는 특허괴물이므로 사용자는 자신의 정체는 물론 소송 동기, 영업비밀 등을 노출시키지 않은 채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특허괴물 사용자가 제조업체일 경우 이점은 배가된다. 즉 피고 제조업체는 증거자료 작성 및 제출에 의한 정상 업무 방해는 물론 증인 심문 등을 준비하느라 연구원, 임직원들의 심리적 압박감이 증가돼 업무 집중력 및 수행 능력이 반감되는 반면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사용자는 자신의 정상 업무에는 전혀 지장받지 않으며 사업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고소 및 상호라이선스(cross-license) 부담 회피

사용자가 직접 피고 제조업체를 특허침해로 고소할 경우 피고 제조업체 역시 사용자를 특허침해로 맞고소할 수 있다. 특히 사용자와 피고 제조업체가 동종업체일 경우 쌍방은 상대방의 특허를 알게 모르게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사용자와 피고 제조업체는 궁극적으로 상호라이선스(cross-license)를 체결하고 특허가 부족한 일방이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의 실시료(royalty)를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특허괴물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 제조업체가 아무리 많은 특허를 보유하더라도 특허괴물을 특허침해로 맞고소할 수 없다. 그 결과 사용자는 특허괴물을 사용함으로써 피고 제조업체의 맞고소는 물론 피고 제조업체와의 상호라이선스를 원천적으로 회피할 수 있다.

 

줄 소송으로 수익 극대화

사용자는 다수의 특허괴물들을 사용하는 줄 소송으로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피고 제조업체가 특허권자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할 경우 피고는 추가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권자의 모든 특허에 대한 포괄적 라이선싱을 원한다. 특허권자가 이를 거부한다면 이는 추후 다른 특허로 추가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므로 피고가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어진다. 따라서 특허권자도 피고와 단일의 포괄적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특허괴물을 이용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사용자는 여러 개의 특허를 상이한 특허괴물들에게 양도한 후 각각의 특허괴물들이 피고를 상대로 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피고가 아무리 노력해도 많은 특허괴물들과 단일의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피고는 울며 겨자 먹기로 특허괴물 각각과 별개의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피고가 지불하는 실시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만큼 사용자의 수익은 극대화된다.

 

투자 유치, 수익 배분 용이

사용자가 독자적으로 특허 매입, 특허침해소송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울 때 특허괴물을 사용하면 투자자 유치도 용이해진다. 일례로 사용자 제조업체가 경쟁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고 투자업체가 소송 비용을 지원하거나 대학교, 연구소가 특허를 지원할 경우, 대부분이 상장사인 원고는 물론 현금, 현물을 지원하는 투자업체, 대학교, 연구소 역시 언론에 노출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특허괴물은 비상장 페이퍼 컴퍼니다. 6 따라서 사용자가 설립한 특허괴물에 투자한 사용자의 정체는 비밀로 유지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용자가 설립한 특허괴물이 피고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거나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해 수익이 발생할 경우에도 다양한 구조의 수익배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즉 특허괴물은 비상장업체이므로 수익배분구조를 비밀로 유지할 수 있어 고위험-고수익(high-risk high-return)을 추구하는 금융업체, 투자업체에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허의 올바른 사용법

지식기반시대에서 상품은 지식재산과 연동돼 거래된다. 특히 작금에는 무형재산인 지식재산의 가치가 상품의 물질적 가치를 능가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를 감안하면 특허 역시 상품의 일부로 간주할 수 있고 특허라는 재산 또는 상품의 거래는 재산권의 행사 또는 상법상의 상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발명 창출 후 특허를 등록하는 행위는 상품을 제조하는 상업적 행위이며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는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금지처분을 추구하는 것 역시 타인이 자신의 상품을 불법으로 탈취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상업적 행위다. 마찬가지로 후발 제조업체가 특허권자인 선도 경쟁업체의 상품을 모방하는 행위 역시 자신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상업적 행위다. 단 선도업체의 특허가 흠결로 무효 처리되거나 청구범위가 좁아 후발업체의 상품을 포괄하지 못하면 이는 후발업체의 상업 행위가 현행법상 합법임을 반증한다. 반대로 후발업체의 상품이 선도업체의 특허를 침해하면 후발업체의 상업 행위가 현행법상 불법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허는 시장에서 활동하는, 또는 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이 무한경쟁을 벌이며 이익을 창출하는 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필자는 특허라는 재산 또는 상품에 도덕적 가치를 연계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발명가의 기본권이 아닌 재산이나 상품에 해당하는 특허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함에 따라 특허제도의 본질이 왜곡되고 본말(本末)이 전도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특허괴물의 올바른 대응법과 사용법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이 무한경쟁을 벌이며 이익을 창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특허인 바, 특허괴물 사용자는 특허괴물을 이익 창출을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특허를 남이 소유했을 경우와 내가 소유했을 경우의 사용법은 상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허괴물 역시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이라는 특허 활용의 기본 전략에 따라 대응하고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사용해야 한다.

 

수비(守備)

특허괴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경우 제1과제는 상대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이다. 상대가 제1세대 원조 특허괴물인 비제조업체(대학, 연구소, 개인 발명가 등)의 용병인가, 아니면 제2세대 특허괴물인 경쟁사 제조업체의 용병 혹은 나와는 직접 관련 없는 제3(비경쟁사 제조업체, 투자업체 등)의 용병인가? 상대의 목적은 영토(시장점유율 박탈)인가, (royalty)인가, 나의멘붕(정상조업 방해)’인가? 상대의 규모(특허 수효)나 화력(특허의 질, 나의 침해 정도 등), 교전 범위(단일 또는 다수의 특허 소송)와 기간(소송 기간)은 무엇인가? 상대의 재정 상태는 양호한가? 상대의 도발(특허소송 제기) 빈도 및 전적은 어떤가? 상대의 전략은 소송 제기 후 타협을 통해 돈을 요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판결까지 밀고 가는 것인가? 상대는 집중적 소송 전략을 선호하는가, 아니면 수익 극대화를 위해 다수의 소송을 제품군별로 또는 시기적으로 분산해 제기하는가? 상대는 금지처분이나 가처분을 주장하는가, 아니면 돈만 원하는가?

 

그렇다면 특허괴물에게 공격받는 나는 누구일까? 당연히 제조업체다. 왜냐하면 특허괴물에게 돈을 지불할 상대는 제조업체뿐이기 때문이다. 내 목적은 무엇인가? 영토(최소한의 시장점유율 유지)인가, (최소 로열티 지불)인가? 적과의 교전을 피할 수 있는가? 즉 상대가 요구하는 금액이 과도하지 않으므로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의 화력(특허)을 무력화할 수 있는 대응무기(선행기술)나 적의 화력을 피할 수 있는 벙커(우회 기술을 이용한 특허 침해 회피)를 이용할 것인가? 교전을 피할 수 없으면 어떻게 수비에 임할까? 상대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상대가 나의 영업비밀을 불공정하게 획득했다고 주장할까? 아니면 상대의 호전성을 부각하고 나는 불쌍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부각해 소비자로 하여금 상대가 혁신을 방해한다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

 

상대와 협상할 경우 무엇을 요구할까? 상대 특허의 양도를 요구할까, 나 혼자 쓸 수 있는 전용실시권을 요구할까? 금액을 줄이기 위해 남도 같이 쓸 수 있는 통상실시권을 요구할까, 아니면 면죄부만 7 요구할까? 또는 내가 침해하고 있는 제품이나 특정 분야에 대한 실시권 또는 면죄부를 구입할까, 아니면 장래의 사업 확충에 대비해 포괄적 실시권 또는 면죄부를 구입할까?

 

혹시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다가 상대에게 반격(특허침해 등 맞고소)을 가할까?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특허괴물은 제조를 하지 않으므로 의미 있는 반격은 만만치 않다. 단 상대의 배후가 경쟁사 제조업체라면 나도 경쟁사를 특허침해로 제소할 만한 특허를 앞세워 간접적으로 경쟁사에 상호라이선스를 제안할 수 있다. 또는 나 홀로 대적하지 않고 상대의 적과 제휴해 상대의 도발을 억지하거나 반대로 상대에게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적과의 동침을 통해 상대의 적을 공동으로 공격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심할 점은 특허괴물에게 공격당하는 제조업체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사실이다. 즉 내가 수만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제품을 제조하지 않는 상대를 내 특허로 응징할 방법이 전무한 반면 나는 상대의 특허 한 개만 침해하더라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이 바로 특허괴물에게 제소당한 나의 고민이다.

 

그렇다면 나는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가? 있기는 있지만 돌아가는 방법이다. , 동대문에서 모르는 특허괴물에게로 맞았으니 남대문에서는 내가 직접, 또는 내 특허괴물을 이용해 다른 제조업체에로 받는 것이다. 8 물론 이를 위해 나는 양질의 특허를 보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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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攻擊)

내가 특허괴물을 사용한다면 그 목적은 하나다. 상대 제조업체를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특허는 보유하고 있으나 제조에는 관심 없는 비제조업체(대학, 연구소, 개인 발명가 등)인가, 아니면 보유한 특허가 변변치 않은 제조업체 또는 막강한 특허를 보유한 제조업체인가? 만일 내가 특허가 변변치 않은 제조업체이거나 특허도 없고 제조에도 관심 없으며 수익에만 몰두하는 투자업체인 경우 상대가 침해했거나 침해하고 있는 특허는 어떻게 알아내고, 또 이런 특허는 어디에서 얼마에 구입해야 할까?

 

나는 상대를 직접 제소하지 않고 왜 특허괴물을 사용할까? 내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인가, 증거조사제도의 부담이나 적의 맞고소 또는 적과의 상호라이선스를 회피하기 위해서인가, 줄 소송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투자 유치를 위해서인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 특허괴물을 사용할까? 기존의 특허괴물과 이익 공유(profit sharing)를 협상해 상대를 제소하도록 할까, 아니면 내가 직접 새로운 특허괴물을 설립할까? 소송은 기존의 로펌을 이용할까, 아니면 자체 특허변호사를 고용할까?

 

나의 목적은 영토(상대를 축출해 나의 시장점유율 제고)인가, (royalty)인가, 적의 멘붕인가?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를 기습할까, 아니면 선전포고(침해 경고장, 라이선싱 제안 등)를 먼저 할까? 언제(상대나 나의 마케팅 전략, 신제품 출시 등의 시기), 어디(관할권 선정)서 교전을 개시할까? 교전은 국지전(상대 제품 일부에 대한, 또는 소수의 특허를 이용하는 소송)으로 할까, 아니면 전면전(상대 제품의 대부분 또는 주력 제품에 대한 소송, 다수의 특허를 이용하는 소송 등)으로 할까? 내 정규군(특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단기간의 국지전을 벌인 후 휴전(라이선싱이나 상호라이선싱 제안)을 제안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병력이 월등하므로 인해전술을 사용해서라도 상대의 마지막 병사까지 섬멸할 것인가? 게릴라전을 수행하면 내 수익이 늘어날까?

 

적재적소(適材適所)

이와 같이 똑같은 특허로 특허괴물에 당하건, 똑같은 특허로 특허괴물을 이용해 상대 제조업체를 압박하건, 나의 정체, 능력 및 사업 전략에 따라 대응 방안이나 사용 방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허괴물에 대한 일률적 방어전략이나 특허괴물의 일률적 사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허괴물의 공격에 대응하건, 특허괴물을 공격적으로 사용하건, 특허전문가, 경영자는 물론 연구진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특허전문가의 참여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왜냐하면 나의 무기 및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는 전쟁에 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기

특허가 재산, 상품인 만큼 필자는 특허를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특허괴물 역시 상업적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즉 특허괴물도 현행 특허제도하에서 합법적 상업 활동을 하는 주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필자는 특허괴물이 제조업체를 옥죄어 혁신을 방해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 활동 중인 특허괴물의 대부분은 특정 제조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특허괴물에 투자한 업체에 특허괴물은 황금알을 낳아주는 효자인 반면 특허괴물에 투자하지 않아 먹이로 전락한 제조업체에 특허괴물은 자신이 노력해 얻은 수확을 뜯어가는 악덕업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특허괴물이 침해소송에 사용하는 특허의 약 80%의 원소유주가 제조업체라 한다. 즉 작금의 특허괴물 대부분은 발명가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자신에게 투자한, 또는 자신의 회원사인 제조업체, 금융업체, 투자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 언론은 물론 정부, 학계까지도 아직 특허괴물을 백안시하고 있다. 주된 원인은 우리 국가 대표 기업들이 해외에서 특허괴물의 먹이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도 특허를 재산, 상품으로 인식하고 특허괴물 역시 우리의 재산, 상품의 효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즉 우리 기업을 괴롭히던 InterDigital, Rambus, NTP와 같은 제대로 된 특허괴물과 협업하는 동시에 이들과 맞먹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능가할 특허괴물을 준비하며 우리의 특허를 이용해 해외, 특히 미국에서 수익을 창출할 때가 됐다.

 

물론 특허라는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주체들이 남이 하니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욕만으로 덤벼서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특허에 문외한인 도이치뱅크(Deutsche Bank) 24000만 달러를 투자해 2006년 설립한 IP 베르베퉁스(IP Berwertungs)는 화려한 금융기법만으로 특허 비즈니스에 맴돌다가 2010년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9 이는 동산이나 부동산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재산인 특허로 수익을 창출하려면 결국 특허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그동안 외국의 쟁쟁한 특허괴물에게 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제조업체, 대학, 연구소, 특허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등이 합심해 정부 투자 없이 국내외 민간자금으로 자금을 조성하고 외국의 전문화된 특허괴물들처럼 특허를 만들어도 보고 특허로 돈 벌어본 전문가들로 경영진을 구성해 우리 특허의 우수성 및 상업성을 확인할 시점이 도래했다. 우리의 선도기업, 투자자들이 설립한 특허괴물이 우리의 개인 발명가, 유수 대학, 연구소의 특허를 이용해 미국연방지방법원, 미국연방항소법원, 미국연방대법원을 누비며 외국 언론으로부터는 혁신을 저해하는동방불패 괴물(東方不敗怪物)’이라고 심심찮게 지탄(?)받는 날이 곧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심영택 서울대 법과대학 초빙교수 yshim@snu.ac.kr

필자는 서울대 공대에서 화학공학 학사, KAIST에서 화학공학 석사, 미국 듀크대에서 의공학 박사 및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보스턴의 Fish & Richardson, 실리콘밸리의 Pennie & Edmonds 등 미국 유수 특허전문 로펌에서 특허변호사로 근무했고 서울대 산학협력재단 본부장, 인털렉추얼벤처스 코리아(Intellectual Ventures Korea) 지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부사장을 겸임하며 서울대 보유 특허의 해외 기술이전 및 해외 사업화를 도모하고 있다. 10여 건의 국내외 등록특허는 물론 30여 건 이상의 해외출원 특허를 보유한 발명가이기도 하다.

 

 

  • 심영택 | - (현)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부사장, 서울대 법과대학 초빙교수
    - 서울대 산학협력재단 본부장, 인털렉추얼벤처스 코리아 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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