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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만으론 승자 될 수 없다

이석근 | 118호 (2012년 12월 Issue 1)

 

내년도 기업들의 예산 프로세스에 긴축, 긴장, 비상 같은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계 부채, 금융권 불안, 수출 경기 둔화 등 악재도 잇따르고 있으며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와 세제 개편 논란도 경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비상 경영, 긴축 경영 등 전형적인허리띠 졸라매기대응 외에 한국의 기업들이 고려해볼 만한 전략은 무엇일까? 한마디로전략적 대응력 강화라고 할 수 있다.

1935년 이래 S&P 500 지수에 포함된 대기업의 평균적인 지수 편입 유지 년수가 90년에서 15년으로 줄었다. 이는 현재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절반 이상이 2020년에는 사라진다는 의미다. ‘지속 가능한 기업의 핵심 성공 요인은 결국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는지 여부다.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조직적 유연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조직 이론에서는 네트워크형 조직이 상명하복형 수직적 조직보다 외생적 변화에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명하복형 조직에서는 외부의 변화가 기존 조직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변화 양상이 상부에 전달되지 않는다. 반면 네트워크형 조직에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이 보고되면서 결국 최고경영진이 상황에 맞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기 쉬워진다.

국내 대다수의 기업들, 특히 금융회사들은 다가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용 감축, 조직 축소, 프로세스 효율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위기에 대응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이런 방식의 위기대응 노하우를 배워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선제적 대응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개념이고유연성 조직(Highly Resiliant Organizations·HROs)’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높은 적응성을 보이는 조직일수록효율성보다잉여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HROs에서 조직의 유연성은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응 시나리오 개발, 가상 경영 게임 등을 통해 훈련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연성이 높아지기 위해선 조직 효율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성과 심지어 중복성, 그리고 분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견해는 위기가 반복됐던 자연생태의 예를 들면 이해가 쉽다. 질병, 천적, 자연재해 등에 쉽게 몰락됐던 생태계는 다양성이 높았던 개체군이 아니라 오히려 동질적이고 상대적으로 질서가 높았던 쪽이었다. 2009년 금융위기가 그토록 빠르고 강력하게 확산된 이유는 고효율을 극도로 지향했던 금융기관의 운영 시스템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2013년에는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다른 상황에 같은 방법을 써서 같은 결론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전통적인 비용 효율화, 인원 감축, 사업 축소 등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이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포지셔닝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최고경영진과 조직원들이 구조조정에 에너지를 소비해버리면 더 이상 새로운 비전을 만들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2013년에는 한국 기업들에 위기보다 더 큰 기회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러한 기회를 포착해서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들은 재계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다.

 

 

 

이석근 롤랜드버거 한국지사 대표        

  

이석근 대표는 액센츄어 파트너를 거쳐 아서디리틀 한국 대표 및 아시아 총괄대표를 지냈으며 올해부터 롤랜드버거 한국지사 초대 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 보험사 및 통신사,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비전·전략수립, 턴어라운드 및 조직구조 개선, M&A 관련 컨설팅을 해왔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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