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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시스템 안과 병원에 도입, 1800달러 수술비 18달러로 낮췄다

이주성 | 117호 (2012년 11월 Issue 2)

 

 

기술 집약적 사회적기업은 과학·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주체로 정의할 수 있다. 기술 집약적 사회적기업들의 혁신 특성들은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과 많은 측면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이들은 설립 목적 및 목표 시장의 특성, 처해진 경영환경 등 여러 면에서 일반 영리기업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혁신 전략을 분석할 때도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기업의 고유한 혁신 특성들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1. 저소득층 시장의 혁신적 사회적기업

최하위 소득 계층을 가리키는 BOP(Bottom of Pyramid) 시장은 전 세계 인구의 70%, 금액으로는 5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시장이다. 그러나 현재 BOP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주로 지역 독점 기업, 영세 중개상 등이며 제품과 서비스의 공급 역시 음식료품 등 제한된 섹터에서 비조직적,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하지만 △BOP 시장 고객만의 독특한 니즈 파악물류, 유통, 전기, 통신, 수도 등 인프라의 열악함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낮은 가격대에 적정한 품질의 제품/서비스 제공 등 도전 요인도 많기 때문이다.

 

Hart & Christensen(2002)은 개발도상국의 저소득층을 위한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제품의 구매 여력(Affordability)1 과 수용성(Acceptability)2 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와해성 기술들이 이러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와해성 기술은 제품의 단순화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의 핵심 기능만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향후 제품의 유지·보수비용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주장은 C. K. Prahalad(2004)의 저서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The fortune at the bottom of pyramid)>에서 소개한 다국적 기업이 BOP 시장에서 취해야 할 혁신 원칙에도 포함된다. 저소득층에서는 혁신적인 저비용 구조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만 비약적인 수요 확대를 가져 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은 저소득층에서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때 기업은 저소득층의 열악한 기반 시설과 낮은 기술력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BOP 시장의 고객들이 그 제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이를 달성해야만 저소득층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 기술기반 사회적기업의 성공 사례

2.1. 해외 사례: 아라빈드 병원

1976년 인도에 설립된 아라빈드병원은 적절하고 특별하며 고품질의 안과치료를 저소득층에게 제공함으로써 인도 저소득층의 불필요한 시각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Prahalad, 2004). 기업의 초기 규모는 창업자 닥터 V(본명: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 Govindappa Venkataswamy)의 집에서 단지 11개의 침대를 가지고 진료를 시작할 정도로 영세했다. 초기 2년간 아라빈드는 재정 후원을 통해 운영됐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경영을 위한 재정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

1층을 유료 병원으로 운영 하고, 그 이익으로 아라빈드병원의 나머지 5개 층에서 무료 수술을 제공했다(Rangan & Thulasiraj, 2007).

 

인도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병원들은 규모가 너무 작거나 낮은 품질과 형편없는 서비스 등으로 평판이 좋지 않아 인도인들은 대개 개인 병원이나 NGO 기반 병원에서 진료받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인공수정체를 이용한 백내장 수술의 경우 비용이 100달러로 1인당 국민총소득이 430 달러(OECD, 1980년 기준)인 인도에서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인도인은 전체 환자 중 50%에 불과했다. , 닥터 V가 아라빈드병원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인도 저소득층은 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닥터 V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생산 공정에 착안, 표준화와 분업화된 백내장 수술을 도입함으로써 혁신적인 시스템 개선을 이뤘다. 수술실에는 총 두세 대의 수술대가 설치되며 의사 1인에 간호사 4인 이상으로 구성된 두세 조가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수술대 사이에는 커다란 현미경 하나가 회전하도록 돼 있어서 의사가 한쪽 환자의 수술을 마치면 현미경을 돌려 곧바로 다음 수술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한 수술대에서 의사가 중요한 부분(: 인공수정체 교체)의 수술을 끝내면 간호사들은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나머지 수술을 수행하는 분업화된 수술 프로세스를 고안해 냈다. 이는 곧 수술 시간의 단축과 서비스 질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백내장 수술의 대량 수술 시스템이 구축된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아라빈드는 수입에 의존하던 고가의 인공 수정체를 고품질의 저가 인공수정체로 대체함으로써 획기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여기에는 사회적기업가인 데이비드 그린(David Green) 1992년 설립한 오로랩(Aurolab)의 공이 컸다. 현재 아라빈드 병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공헌, 교육 및 훈련 사업 등과 함께 아라빈드 아이케어 시스템(Aravind Eye Care System)의 일부인 오로랩은 당시 한 벌에 150달러에 달하는 인공수정체를 단 10달러로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오로랩은 출범할 때부터 아라빈드와 제휴를 맺고 병원 옆에 최첨단 백내장 수술렌즈 생산시설을 세웠으며, 부유층에게는 제값을 받지만 저소득층 환자의 수술을 위해서는 무료로 렌즈를 내놓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병원은 미국에서 1800달러에 해당하는 백내장 수술비용을 18달러로 낮추는 혁신적인 비용구조를 달성했다. 아라빈드의 공정혁신 및 제품혁신의 결과로 지난 30년 동안 인도에선 2200만 명의 백내장 환자들이 치료를 받게 됐다. 이 중 60%에 달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의료체제에서는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없었던 최하위 저소득층이었다.구체적으로 2006년 기준 약 700만 명의 백내장 환자 중 가난으로 안과수술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약 300만 명의 환자들이 백내장 수술 시장의 새로운 고객으로서 혜택을 누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아라빈드의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 인도 저소득층은 교통이 불편한 교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수술비가 얼마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안과 진료를 받기 위해 직접 병원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라빈드병원은 버스를 이용해 원격 이동 진료를 실시하는 등 환자를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Brown, 2008)

 

2006년 기준 아라빈드병원의 영업이익은 5억 루피(490만 달러)에 달한다. 또한 현재 아라빈드 아이케어 시스템의 일부인 오로랩의 인공수정체는 품질을 인정받아 130여 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연간 생산 규모도 약 70만 개에 달해 물량으로만 따지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이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개발됐던 기술이 점차 중간 소득층 소비자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1>은 아라빈드를 포함해 해외의 주요 기술기반 사회적기업에서 일어난 혁신 사례를 사회적기업의 기술 혁신 분석틀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3

 

 

2.2. 국내 사례: 딜라이트

2008년 설립된 딜라이트는 저소득층 난청 노인의 경우 기존 보청기의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운 기업이다. 창업초기 회사 구성원은 모두 보청기 분야 창업 경험이 없던 학생들이었다. 자본금도 단돈 500만 원으로 충분하지 않았고 제품개발을 위한 기술 역량도 부족했다. 저소득층 난청인과의 접촉점과 유통망 확보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이 필요했다.

 

딜라이트의 창업자이자 CEO인 김정현 대표는 아라빈드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보청기 사업에 적용했다. 우선 보청기 제품의 표준화를 이루기 위해 200개 정도의 귓구멍 모양 표본을 수집, 평균값을 냄으로써 이전의 맞춤 제작 방식의 보청기를 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 개발된 보청기는 고객 각자의 귀에 맞춰 본을 뜨고 그 형틀을 이용하는 고객 맞춤형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는 보청기 가격을 수백만 원대로 올리는 주요 원인이었다. 반면, 딜라이트는 한국사람 귀의 표준 크기 및 외형 등을 조사해 표준화함으로써 제품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획기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표준화 덕택에 기존 기업에서 7∼8일 걸리던 제작기간을 4∼5일로 단축시켜 구매자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업계 최초로 사전 예약(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 후 방문)을 통한 공동구매 판매방식을 도입, 불필요한 관리와 재고비용, 유통 마진을 없앴다. 또한 저소득층 난청인과의 접촉점과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가톨릭 사회 복지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 복지관에서 보청기의 수요를 조사하면 딜라이트가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개별 고객들에 대한 제품 분배도 복지기관이 맡았기 때문에 저소득층 고객과의 접근성이 열악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차별화된 공정 및 제품혁신 과정을 통해 딜라이트는 기존 150∼200만 원대에 이르던 외국 보청기 업체들이 선점한 국내시장에서 최초로 34만 원의 저가의 보청기를 내놓았다. 34만 원이라는 가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난청인에게 주는 보청기 보조금 금액으로 형편이 어려워 보조금만으로 보청기를 사야 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정해진 가격이다. 딜라이트의 사업을 통해 고가의 보청기를 구입하지 못하던 저소득층의 난청인들이 정부 보조금만으로 보청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2)

 

 

 

3. 기술기반 사회적기업의 경영전략

2009년 기준, 한국 사회적기업들의 매출은 3∼5억 원 사이에 해당하는 기업이 전체의 23.1%를 차지하고 있다. 연 매출 1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16.5%로 아직까지 사회적기업의 규모가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재정 자립도 역시 열악한 수준이다. <그림2>에서 알 수 있듯이 2009년 기준 전체 사회적기업 중 27.5%가 총수입의 51%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정부 지원금 없이 운영되는 사회적기업은 전체의 13.2%에 불과하다(채종헌 · 이종한, 2009).

 

기술 집약적 사회적기업이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는가치 공유 혁신(Value sharing innov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의 궁극적 목적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있기 때문이다. 가치 공유 혁신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크게극복해야 할 사회적 문제의 구체화가능한 기술 자원을 활용해 해결방안 수립파트너십 구축 등 실행방안 검증지속적 성장을 위한 자원 확보등의 단계적 접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Step 1. 극복해야 할 사회적 문제의 구체화

가치 공유 혁신을 실행하기 위해 사회적기업들이 맨 처음 해야 할 일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를 최대한 구체화하는 것이다. 아라빈드의 닥터V는 인도 저소득층의 시각장애 문제, 그중에서도 백내장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딜라이트의 김정현 대표는 한국 취약계층 중 청각장애로 인해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각각 해결하고자 했다. 이렇게 구체화된 사회 문제는 기술 집약적 사회적기업 내에서 공유해야 할 비전이자 기업의 목표와도 직결된다.

 

극복해야 할 사회 문제를 매우 세부적인 수준으로까지 구체화하면 사회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제약요소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라빈드의 경우 수술 시간과 인공수정체의 원가가 인도 저소득층의 시각장애 해결을 막는 제약요소였으며 딜라이트의 경우에는 저소득층이 보청기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공략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이들은 비즈니스 수행에 있어서의 제약요소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따라서 기업들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사회문제를 가능한 명확하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문제를 규정하는 단계에서 대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 추후 검증 및 보완하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이는 향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경제적 이윤 창출을 검증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며 기업 운영에 있어서 위험요소를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Step 2. 가능한 기술 자원을 활용해 해결 방안 수립

문제가 구체적으로 정의됐다면 그 다음으로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때 무조건 신기술을 개발하려고 하기보다는 기존 기술의 활용 및 변형, 혹은 기존 제품/서비스의 단순화 및 표준화 등을 통해 앞서 파악한 제약요소를 해결할 방안을 탐색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 저소득층 고객 특성상 비용 절감을 위한 목적도 있을 뿐 아니라 유지 및 보수에 드는 미래 비용 역시 최소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닥터V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생산 공정을 통해 수술의 표준화와 분업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김정현 대표 역시 사출공정을 활용한 표준화를 통해 보청기의 제조비용을 비약적으로 줄였다.

 

Step 3. 파트너십 구축 등 실행 방안 검증

세 번째 실행 방안 검증 단계에서는 고객 접근방법에 대한 구체적 방법을 준비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해야 한다. 이때 외부자원 혹은 외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은 가치 공유 혁신의 실천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라빈드의 경우에는 인도 정부와 연계해 안과 진료 캠프를 지역별로 개최하는 한편 의료 버스를 이용한 원격진료를 통해 실질적으로 교외에 위치한 인도 저소득층이 아라빈드 병원의 진료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딜라이트 역시 지역별 사회복지 단체와 연계해 그 지역의 취약계층에게 먼저 제품들을 공급하고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최종 제품 및 비즈니스 모델의 실현가능성을 검증했다.

 

특히 BOP 시장 진출을 위해 기업들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존의 파트너 업체들과의 협업 체제를 뛰어넘어서 정부 주요 기관, 대학, NGO, 최종소비자들과의 협력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 구축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의 니즈를 가격 및 기능면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Step 4. 지속적 성장을 위한 자원 확보

마지막은 지속적 성장을 위한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다. 기업은 영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인재, 자본, 그리고 기술과 같은 핵심 경영 자원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기술 집약적 사회적기업이 가치 공유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방법들을 계속적으로 고안하고 실천할 인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기술과 자본의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기업이 오랫동안 존속하기란 매우 어렵다.

 

아라빈드는 직원들의 지속적인 전문 교육을 통해 실력 있는 의사들과 직원들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오로랩과의 제휴를 통해 인공수정체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딜라이트의 경우 보청기의 표준화에 대한 기술을 특허로 획득했고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신제품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도 확보해 놓았다. KAIST와 기술 협력을 맺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4. 기술 소셜 벤처 확산을 위한 대학의 역할

한국의 기술 집약적 사회적기업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가치 공유 혁신을 실천하는 사회적기업가들을 양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대부분의 사회적기업 CEO들은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하고 비영리 기관에서의 근무 경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과학 기술 기반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할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가치 공유 혁신을 실천할 인재들의 발굴 및 교육,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기술집약적 사회적기업 양성을 위해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사회적기업들을 위한 창업 환경이 가장 잘 조성돼 있는 대학이라 할 수 있는 미국 MIT에선 벤처캐피털, 엔젤 투자자 및 선배 기업가 등 대학발 창업과 관련된 여러 인적 자원들이 대학 내 기관을 통해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 및 교수들을 지원한다. 특히 MIT 2007년 글로벌 투자회사인레가텀그룹(Legatum Group)’으로부터 5000억 원의 기부금을 받아 ‘LCDE(Legatum Center for Development & Entrepreneurship)’를 설립했다. LCDE는 저개발국에 기업을 설립하고 혁신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경제개발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LCDE에선 MIT 슬론스쿨 학생들 가운데 소셜 벤처에 뜻을 품은 학생들을 엄선해펠로(Fellow)’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비즈니스 세미나, 코칭, 사업계획서 작성 기법 등 각종 지원 서비스는 물론 창업을 위한 자금도 제공하고 있다. 2008년 이후 LCDE의 프로그램을 통해 총 90명의 펠로들이 배출됐으며 이들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 개도국에서 총 20개의 산업에 걸쳐 소셜 벤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에 비해 국내 대학에서 소셜 벤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잠재적인 청년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해 우리 대학에서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은 이공계와 경영 융합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공학도에게 기술 개발 능력뿐 아니라 기업 경영 능력까지 길러줌으로써 향후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경영과 공학 지식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기반 지역사회 경험학습 수업을 정규 커리큘럼에 도입하거나 간단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개도국의 빈곤층들을 위한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4 혹은 제품을 내놓는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여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대학 내 적정기술 관련 창업동아리 및 학생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과학 기술 지식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학기술의 사회적책임(Science and Technology’s Social Responsibility)도 존재한다. 사회적기업, 특히 기술집약적 사회적기업은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다.사회적기업의 활성화는 비단 민간 기업체에서만 단독으로 추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과학기술 기반의 사회적기업을 이끌 인재 양성과 함께 사회, 제도적인 지원도 따라줘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기술 지원 등이 이뤄지면 기술 집약적 사회적기업들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주성 KAIST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jooslee@kaist.ac.kr

필자는 미국 일리노이대(UIUC)에서 공학사, MIT에서 기술정책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도쿄대 경제공학연구센터 연구원, 엔트루(Entrue)컨설팅 파트너스 선임 컨설턴트,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 연구 분야는 개방형 연구개발 전략, 친환경 기술혁신, 하이테크 산업정책 등이다. 저서로 <기술경영전략 Plus> <미래경제와 사회적기업> 등이 있다.

 

참고문헌

손호성, 여예원, 이주성, 기술기반 사회적기업의 기술혁신 특성에 관한 연구, 사회적기업연구, 5 1, 2012

이주성, 신승훈, 미래경제와 사회적기업, 청람, 2011

채종헌, 이종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역할과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행정연구원, 2009

C. K. Prahalad, 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 Wharton School Publishing,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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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Kasturi Rangan and R. D. Thulasiraj, Making Sight Affordable, (Innovations Case Narrative: The Aravind Eye Care System), Innovations: Technology, Governance, Globalization, vol 2, no 4, pp 35-49, 2007

  • 이주성 | - (현) KAIST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 일본 도쿄대 경제공학연구센터 연구원
    - 엔트루(Entrue) 컨설팅 파트너스 선임 컨설턴트
    -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등을 역임

    joos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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