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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짜리 첨단보청기, 어려운 분껜 40달러!

배성주 | 117호 (2012년 11월 Issue 2)

 

 

 

영국의 사회혁신 관련 비영리 단체이자 사회적기업 육성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영 파운데이션(The Young Foundation)’은 사회적 혁신을보건복지, 의료, 교육, 위생, 환경, 안전 분야 등에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이전의혁신(Innovation)’이 경제적 가치창출이라는 전통적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혁신 자체의 외연을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혁신의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도구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술집약형 사회적기업은 기술혁신의 성과를 사회적 혁신과 연계해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삶의 질 향상, 건강, 환경 등 날로 증가하는 국가적·사회적 문제해결 수요에 대응해 과학기술 분야가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 지식을 활용해 혁신적인 사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기술집약형 사회적기업 사례 분석

1) Project Impact

프로젝트 임팩트(Project Impact)는 개도국에 대한 높은 품질과 적정 가격 수준의 의료 제품 및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설립됐다. 프로젝트 임팩트의 주요 사업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적정가격 보청기사업(AHAP·Affordable Hearing Aid Project)이다. AHAP의 타깃 소비자는 보청기 가격이 평균 1000달러 이상 넘어가면 구입할 엄두를 못 내는 개발도상국 및 선진국의 청각장애 빈곤층이다.1

 

프로젝트 임팩트는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이 보청기를 구매할 때 다음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첫째,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다. 보청기 수요의 대부분은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이다. 그런데도 제조기업들은 선진국을 타깃 시장으로 잡고 목표 이윤을 1000% 이상으로 설정했다. 그러다보니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이 구매하기에는 지나치게 제품 가격이 높았다. 둘째, 개도국에서 판매되는 저가 보청기 제품의 경우 품질이 떨어져 사용자 만족도가 낮았다. 셋째, 개도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저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별도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외에 보청기와 같은 공공의료서비스 제품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였다.

 

프로젝트 임팩트는 부품비용을 최소화해 가격은 낮추되 뛰어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저가 고품질 디지털 보청기임팩트 1(Impact 1)’을 개발했다. 주목할 점은 가격 전략이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가격을 구매자 층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최소 40달러에서 최대 100달러까지 차별화했다. 이른바다층가격전략을 통해 개도국에서의 판매이윤은 줄이고 선진국에서의 이윤은 확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및 운영이 가능토록 했다. 이러한 다층가격전략은 프로젝트 임팩트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그린(David Green)이 이전 직장이었던 오로랩(Aurolab)2 의 가격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밖에도 프로젝트 임팩트는 의료서비스 및 제품에 접근하기 어려운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을 고려해 보청기 공급을 위한 유통망도 구축했다. 특히 개도국 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비영리 조직과 사회적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맺었다. , 인구 밀집 지역에 프로젝트 임팩트 자체적으로 독립 공급망(이어캠프·ear camps)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오로랩의 유통망(아이캠프·eye camps)과도 연계함으로써 도심 지역에선 주문 후 최대 2시간 이내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이처럼 프로젝트 임팩트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사회적기업의 소비자를 고려한 적정 가격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다층 가격전략을 도입함으로써 자립적이며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모델을 제시한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2) Solar Ear

2004년 하워드 와인스타인(Howard Weinstein)이 설립한 솔라이어(Solar Ear)는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보청기를 생산하는 기술집약형 사회적기업이다. 이 회사는 보청기라는 제품 자체의 구입비용도 문제지만 작동을 위한 배터리 가격이 개도국 청각장애인이 부담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데 주목했다. 이에 전자제품 전문가들과 제조업체의 도움을 얻어 일반 배터리 대신 충전 가능한 태양열 전지를 사용하는 제품을 개발·생산했다. , 개도국 청각장애인들의 보청기 구입 장애물이었던 배터리를 태양열 전지로 교체함으로써 유지보수 비용을 낮췄다.

 

이 과정에서 솔라이어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에 대해기술 수요자(Technology Seekers)-기술 공급자(Technology Providers)-자금 지원자(Supporters)’를 연결시켜 줌으로써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적정기술의 공유 및 거래, 공급을 돕는 온라인 플랫폼코페르닉(Kopernik)’을 적극 활용했다.

 

코페르닉의 메커니즘은 <그림3>과 같다. 우선 개도국의 커뮤니티(Technology Seekers) 등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적정기술을 공개적으로 구하고 나서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Technology Providers)이 코페르닉에 제안서를 보낸다. 코페르닉(플랫폼)은 이를 웹사이트(http://kopernik.info)에 공개해 개도국의 도입 여부를 타진한다. 개도국의 NGO 등에서 최종 도입을 확정하면 공개적으로 모금 활동이 시작된다. 사회적 기여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기업, 금융회사 등 자금 지원자들(Supporters)이 십시일반 돈을 내놓는 일종의마이크로 펀딩을 통해 충분한 자금이 모아지면 해당 제품을 개발하거나 구입해 개도국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솔라이어의 모든 제품은 100달러 이하에 판매된다. 제품을 조립, 생산하는 직원들은 모두 청각장애인들이다. 개도국 청각장애인에게 적정 가격수준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지역 기반의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솔라이어는 화석연료의 사용 및 폐기물 절감 등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여러 복지재단과 NGO를 통해 40여 개 국 약 2만여 명이 솔라이어의 보청기를 이용 중이다.

 

솔라이어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보청기 공급을 통해 교육과 근로의 기회를 함께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크다. 특히, 코페르닉 같은 개방형 기술 거래소(Open Technology Marketplace) 플랫폼을 활용해 수혜자인 사용자(User)가 직접 제품의 기획·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사용자로서 청각장애인이 제품 기획과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 장애인 자신의 수요를 더 잘 반영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기술혁신 기회를 더욱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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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주

    - (현)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한국지식경영학회, 한국생사관리학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 이사
    - 전 홍콩대 경영대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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