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는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이란 용어가 친숙해진 사람들 사이에 최근 활발히 회자되는 개념이다. 일부에선 임팩트 투자를 단순히 사회적기업에 자금을 대는 것으로 이해하거나 마이크로파이낸스(무담보 소액 대출), 혹은 SRI(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임팩트 투자를 마이크로파이낸스나 SRI와 혼용 가능한 개념으로 잘못 생각한다면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과 유명 재단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임팩트 투자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놓칠 수 있다.
J.P. 모건은 임팩트 투자를 ‘재무적 이익과 더불어 긍정적인 사회·환경적 임팩트도 달성하는 자본 투자’라고 정의하고, 향후 5년 내에 5000억 달러 규모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세계 금융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1 이 정의에 따르면 임팩트 투자는 기존 기부형식이나 미소금융, 사회책임투자 등과 명확하게 구별된다. 우선 임팩트 투자는 반드시 원금과 플러스 수익을 기대하는 규모 있는 자본 투자다. 이러한 면에서 사회적 가치만 달성하면 운영의 효율성이나 재무적 성과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기부금과 다르다. 대상별 단위 금액이 적으면서 지분 투자의 개념 없이 융자와 이자수익만을 보는 미소금융과도 차별화된다. 둘째, 임팩트 투자는 긍정적 사회/환경적 임팩트 창출을 목표로 설계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러한 면에서 상장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건전성을 평가해 투자하는 SRI 투자와 구별된다. SRI는 대부분 사회/환경적 임팩트의 창출과 극대화보다는 기존 운영방식에서 발생했던 사회·환경적 피해를 축소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림 1)
임팩트 투자의 주체는 금융기관은 물론 재단, 기업 또는 개인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임팩트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투자 대상 사업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무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로 이뤄져 있는지, 실제 운영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재무적·사회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평가지표다. 예를 들어, 1984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거대 사회적기업 그룹인 그룹SOS(Groupe SOS)2 는 28년간 프랑스 내 정부기관,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기업들과 꾸준히 협력하며 쌓아온 취약계층 대상의 보건, 주거, 교육 및 직업훈련 프로젝트 운영 경험을 활용해 임팩트 투자 및 컨설팅 전문회사 CDI(Le Comptoir de l'Innovation·르 콩트와르 드 리노바시옹)를 설립했다.
CDI는 임팩트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일종의 ‘중개업체(Intermediary Agency)’라고 볼 수 있다. 그룹SOS의 45개 자회사 중 하나인 CDI는 그룹SOS 자체 사업과 다양한 국내외 고객들로부터 수시로 임팩트 투자를 위한 사업성과 평가 및 성장 전략에 대한 의뢰를 받는다. CDI는 자체 사업도 하지만 다른 임팩트 투자 대상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 측정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개 재무적 성과 지표와 300개 사회적 성과 지표의 가중치로 구성된 CDI 평가 모델은 그룹SOS 내의 각 분야 전문가 및 협력 기관의 자문단을 통해 주기적으로 측정되고 검증 절차를 거친 후에 발표된다.
우선 200개의 재무적 성과 지표는 크게 △시장성 △운영 효율성 △재무적 구조 등 3가지로 분류된 지표를 종합해 도출한다. 이는 사업과 관련된 모든 경제적 재무적 배경과 변화 예측치를 적용하게 된다.예를 들어, 해당 산업의 거시경제적 전망 분석이나 사업 운영 모델의 효율성 분석, 매출 및 재무적 구조 등이 검토되고 사업의 형태(협회, 협동조합, 영리기업 등)를 감안한 각 지표의 가중치를 적용해 -3점에서 +5점 척도 내에서 매겨지게 된다.
반면, 300개의 사회적 성과 지표(비재무적 성과 지표)는 크게 △사회적 미션 △직업 창출 및 창출된 직업의 질 △지배구조 △환경적 영향 등 4가지 분야를 종합해 점수화된다. 사회적 성과는 평가되는 사업의 해당 분야와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른 가정이 적용돼야 한다. 따라서 어느 사업에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주요 지표 외에는 대부분 해당 사업의 미션과 분야에 따라 독립적으로 평가된다. 단,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취해지는 사업 활동의 효과성(performance)과 효율성(efficiency), 당면 문제와의 관련성(relevance), 혁신성 (innovation) 및 운영 모델의 복제용이성(replicability) 평가 지표를 기본 뼈대로 삼는다.
이렇게 도출된 점수를 기초로 CDI는 그 사업의 환경과 형식에 따라 해당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가중치를 적용, 재무적 성과 등급과 사회적 성과 등급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 해석과 이해가 용이하도록 기존 시장에서의 등급 평가(AAA, AA, A, BBB, BB, B, CCC, CC, C, D)를 적용하고 섹터(사업 형태, 미션과 분야 등) 내 타 사업 대비 상대적 강점과 취약점도 함께 분석해 제공한다. 최종 성과 평가에서 재무적 성과나 사회적 성과가 마이너스로 평가된 사업은 아예 투자 고려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두 가지 성과 등급이 일정 한계치(threshold)를 넘어서는 대상 사업에 한해 임팩트 투자를 권유한다. 이 한계치는 사업의 형태나 다루고 있는 사회·환경적 미션과 분야에 따라 관련 업계 전문가의 정성적 판단력에 따라 수시로 조정된다. (그림2, 3)
그룹SOS의 45개 자회사 중 하나인 TÉ(Traiteur Éthique)는 파리시내의 고급 케이터링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1250만 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그림 4) 2001년 설립 후 연평균 매출 및 수익률 성장세가 20%대에 이르는 TÉ는 재무적 성과 외에 사회적 성과 측면에서도 △사회적 반향의 관련성(Social Response Relevance) △사회적 영향력의 효과성 (Performance) △해결책 운영모델의 효율성(Efficiency) △사회혁신성(Innovation) 등을 인정받아 CDI로부터 높은 등급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임팩트 투자는 민간 자본을 활용함으로써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사회 양극화 및 불안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해결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먼저 국내 대기업들이 핵심 역량과 관련도 없고 기존 비영리 단체들의 활동과 중복되는 자선봉사활동식의 사회공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전사적 가치와 맞는 혁신적인 임팩트 사업 모델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에 전략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CDI와 같은 전문적 역량을 갖춘 임팩트 투자 전문 중간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임팩트 투자를 위한 전반적인 생태계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
안은정 MYSC 수석 컨설턴트 ejahn@mysc.co.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맥킨지 서울 사무소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했으며 LG전자 글로벌마케팅 부문에서 브랜드 전략을 담당했다. MYSC 창립 멤버로 그룹SOS의 한국진출을 추진했으며, MYSC 사업의 전략수립 및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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