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은 향후 20년 동안 상용 항공기의 주요 수요처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항공 산업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공급 비중은 자동차와 소비자 가전 등의 타 제조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맥킨지의 조사결과 이는 수년 내에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구 항공기 제조업체의 OEM 공급업체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환경적 여건이 아직 미흡하지만 항공 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만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규 업체가 부상하면서 서구의 기존 업체들은 앞으로 고부가가치 영역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글로벌 제휴와 파트너십 구축 및 관리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통합 등이 경쟁력을 가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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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산업의 세계화는 여전히 초기 단계
최근 동향에 따라 항공 산업의 세계화가 이미 심화된 단계라고 단정할 수도 있지만 이는 속단에 불과하다. 물론 세계 양대 항공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는 신형 항공기를 개발하는 데 이미 세계 각국의 공급업체를 활용하고 있으며,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한 관리 및 조율의 문제나 설계 통합의 문제 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맥킨지의 연구결과, 항공 산업의 세계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진단됐다. 향후 20년 동안 중국과 인도, 러시아는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서구업체는 원가 절감의 기회를 맛볼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업체에 대항하는 막강한 신규 업체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양상의 경쟁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에어버스와 보잉, 봄바르디에 등 기존 항공기 제조업체들도 차별화나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영역에서 설계 및 제조, 조립의 전문화를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문화로 인해 협업이 확대되면서 조직간 조율과 통합 역량 또한 한층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본 결론은 항공 산업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 기반 모델링 작업을 기반으로 했다. 모델링 작업에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의 공급업체 120곳의 현재 역량 분석 △선진국 항공기 제조사 및 OEM업체의 고위 경영진 인터뷰 △초기 항공 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제반 환경에 대한 역사적 고찰 결과 등이 반영됐다. 이러한 작업을 바탕으로 항공 산업에서 향후 예상되는 변화를 예측하고,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항공기 제조업체 및 공급업체 들의 대응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도출했다.
중·인·러의 항공기 수요 급증 및 가격 경쟁력
신흥시장의 항공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중국과 인도, 러시아의 항공기 구매 물량은 3500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수요의 약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고부가가치 부품의 공급업체로 도약한 뒤 결국 항공기 조립업체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들 시장이 보유한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인건비다. 맥킨지의 조사결과, 운송비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 공급 중단에 따른 리스크 완화 비용 등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신흥시장의 항공기 본체(몸체 패널 또는 동체 부분) 제조 원가는 선진국에 비해 20∼25% 낮았다.(브라질도 원가절감이 가능한 국가지만 이미 소형 제트기 시장의 강자인 엠브라에르가 존재하므로 본 기사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선진국보다 평균 3∼5배 낮은 인건비로 무장한 신흥시장은 노동집약적인 유지 및 보수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신흥시장 성장 더뎌
하지만 이러한 가격우위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의 항공 산업은 지금까지 매우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 시장의 항공기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3%에 불과하다. 반면 소비자 가전과 자동차, 기업 중장비 분야는 이들 시장의 생산량이 전 세계 총 생산량의 85%, 33%, 1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그 동안 서구의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신흥시장에서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없던 이유는 항공 산업의 고유한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기술의 복잡성, 극심한 외부규제, 품질, 안전요건, 비행기 엔진 설계나 항공전자와 관련한 지적 재산권 보호의 중요성, 군(軍)과 민간 기술의 긴밀한 관계 등이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게다가 항공 산업의 생산물량이 타 제조업에 비해 낮으면서 설계, 제작의 주문생산 수준이 높은 것도 걸림돌이 됐다.
이러한 진입장벽으로 인해 신흥시장의 항공기 제조 산업은 매우 더디게 성장해오다 최근 이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인도의 역외시장 필요성,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 러시아의 투자 전망, 신흥시장에 대한 서구 업체의 아웃소싱 및 엔지니어링 파트너십 구축 등으로 인해 이런 추세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