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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라포(rapport) 좋은 결과를 만드는 유대감의 비밀

우정이 | 113호 (2012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FOR BETTER RESULTS, BUILD RAPPORT’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우리는 대부분 협상 상대방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합의를 원만하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라포(rapport)’라고 불리는 이 유대감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에서 상대방과 효율적으로 라포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 라포를 쌓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 위치한 노스웨스턴대(Northwestern University)의 재니스 내들러(Janice Nadler) 교수는 라포에 대해조화와 친밀감을 통해 서로에게 가지는 긍정적 감정 상태로 두 명의 협상 파트너가 라포를 구축하면 자신과 상대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며 상대와의 교류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고 표현했다.

라포는 왜 필요한가? 내들러 교수는 라포가 협상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줄여주는사회적 안정제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라포가 형성되면 상대의 발언이나 행동에 동요하거나 화를 내는 경향이 줄어든다. 라포 관계 속에 있는 협상가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위협이나 최후통첩 등의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적다고 내들러는 말한다.

라포를 구축하면 상대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한다. 협상에서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얻을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상대와 공유해야 하는데 이때 신뢰는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된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통해 구축된 강력한 라포는 협상가들이 서로 협력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서 이들이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총 가치를 확대해준다.

여러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라포를 구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똑똑한 협상가들은 자신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상대의 메시지를 얻기 위해서 라포를 사용한다.

협상가들은 상대방과 마주했을 때 서로의 몸짓이나 얼굴 표정, 목소리 톤을 은연 중 비슷하게 흉내내며 라포를 구축한다. 눈을 맞추고 상대를 향해 몸을 기울이는 행동은 상대에게 마음을 열었고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며 의도적이든 아니든 유대감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이런 몸짓은 대부분 시각적 반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e메일이나 전화보다는 직접 얼굴을 맞대는 것이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내들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간을 두고 라포를 구축할 때는 상대와 거리를 둬야 협상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라포는 공통점을 통해 형성되기도 한다. 함께 아는 친구가 있다거나 같은 스포츠팀을 응원한다는 사실은 좋은 공통점이 된다. 공통점은 유쾌한 우연을 통해 발견될 수도 있고 상대방의 배경을 관찰하거나 그와 수다를 떠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찾아낼 수도 있다.

라포는 사려 깊은 행동을 통해서 강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대의 생일을 기억해주거나 마음을 보여주는 선물을 하면 라포가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먼저 마음을 보여주는 행위도 낯선 협상 상대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이나 현재 관심을 가지는 문제에 관해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은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상황에서 라포는 협상에 부작용을 미칠 수도 있다. 최근 한 실험 결과를 통해 발견된 사실이다. 애틀랜타 에모리대(Emory University)의 샌디 잽(Sandy Jap)과 라이언 해밀턴(Ryan Hamilton),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다이애나 C. 로버트슨(Diana C. Robertson)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는 협상을 설정하고 이를 관찰했다. 협상을 중단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고 어느 한쪽 혹은 양쪽이 상대를 속여야만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명씩 짝을 지워 협상 시뮬레이션에 참여하도록 했다. 한 명은 부동산 매각 대리인의 자격으로, 다른 한 명은 잠재적 매수자 대리인 자격으로 협상에 참여했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매도인은 부동산이 주거용으로만 개발되기를 원했고 매수인은 그곳에 고급 호텔을 지으려 한다는 시나리오였다.

매도인을 대리하는 실험 참가자들은 매수인에게 향후 부동산 사용 용도에 대해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지침을 받았다. 반면 매수인 대리자 역할을 맡은 참가자는 매수인의 정체나 부동산 사용 용도를 밝히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 혹은 양쪽이 서로 혹은 서로의 의뢰인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특정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야 했다.

연구팀은 이들 중 일부에게는 라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들은 컴퓨터를 통해 협상에 나서기 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라포를 형성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실험 결과, 라포를 형성한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합의를 이룬 참가자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거나 사실과 전혀 다른 거짓말을 하는 등 서로를 속이거나 의뢰인의 당부 사항을 지키지 않는 방식으로 협상을 성공시켰다.

라포를 구축한 사람들은 협상 실패만이 유일하게 합리적인 상황에서 왜 굳이 서로를 속이면서까지 합의에 이르렀을까? 잽 교수가 실시한 실험에서 라포 관계를 구축한 협상가들은 상대가 원하는 바와 완전히 모순되거나 협상을 위협할 수도 있는 안 좋은 소식을 상대와 공유하지 않으려고 했다. 상대와 구축한 라포를 유지하고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윤리적 가치를 저버리고자 하는 충동을 느낀 것이다.

그렇다면 협상 상대와 유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윤리를 저버리고자 하는 충동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세 번째 실험에서 잽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일부 협상가에게 협상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은법적, 사회적, 직업적으로 자신에게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이를 들은 참가자는 계약 성공 후 누리게 될 재정적, 사업적 이득에 대해서만 전해들은 참가자보다 윤리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았다.

실험 결과는 다음의 사실을 알려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협상을 진행하기 전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의사 결정이 장기적으로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유념해야 한다. 그래야 비윤리적 행동을 경계할 수 있다.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서 애써 만들어 놓은 상대와의 라포 관계가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협상이 끝나더라도 상대와 비공식적으로 만나서 언제라도 다른 사업 기회를 탐색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실험 및 직접적 경험을 전반적으로 살펴본 결과, 라포는 협상에 긍정적이다. 협상 상대와 라포를 구축한다면 관계는 보다 오래 이어지고 협상 결과는 더 좋아질 것이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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