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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빼앗긴 아빠, 야구가 보고 싶다면? CJ헬로비전, 틈새욕망을 잡다

김상훈 | 109호 (2012년 7월 Issue 2)





2012 6월 초, CJ헬로비전(CJ HelloVision·이하 헬로비전)의 조찬회의에 참석한 임원진과 팀장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더 활기가 넘쳐 보였다. 인터넷 방송서비스 티빙(tving)이 헬로비전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에 그치지 않고 쾌속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식 대표이사도 작년 말에 티빙이 가입자 수와 다운로드 건수 등 주요 성과 지표에서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운 것에 대한 기쁨으로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티빙은 2010 6월 서비스를 시작하고 약 1년반 만인 2011 12월에 가입자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온라인 미디어 시장의 키 플레이어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서 티빙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은 2012 5월을 기준으로 300만 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져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 김종원 마케팅추진팀장이다. 김 팀장은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티빙이 성공가도에 진입했다기보다는 이제 전초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게임에 돌입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만 같다.

 

지난 2년에 가까운 시간은 티빙이 초기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단계였다. 지금까지는 미디어 소비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선도 진입자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가입자 수가 400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고 유사한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서서히 인터넷 방송 서비스 시장이 정착돼 가고 있다는 증거다. , 올해부터는 선도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광고 형태를 도입해 수익모델에서 광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 서비스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개편하거나 가격 구조에 변화를 꾀할 필요도 있다. 현재 마케팅추진팀에서 기존 상품을 결합하거나 새로운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기존 상품의 자기잠식을 최소화하면서 전반적인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와 가격을 설정하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또 점차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지속적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 서비스와 차별화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헬로비전은 이를 위해 기존 티빙의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티빙 에어(tving Air)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티빙 에어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과 수익을 공유함으로써 뉴미디어 시장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찾는 중이다. 이렇게 산재해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서둘러 찾지 못한다면 경쟁 서비스들의 빠른 추격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김 팀장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헬로비전의 역사

헬로비전은 현 업계 1위의 케이블 방송 사업자로서 지난 십여 년간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방송통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02 11월 국내 케이블 방송의 메카인 양천방송을 필두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헬로비전은 이후 지속적으로 전국 주요 지역의 SO(System Operator)를 인수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로 성장해왔다. 헬로비전은 케이블 방송 이외에도 초고속인터넷, 인터넷 전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까지 이 분야에서만 320만 명이 넘는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2005 11월에는 세계 최초로 오픈 케이블 방식에 의한 디지털 케이블 방송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2006 3월 아시아 최초로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국제 인터랙티브 에미상(Emmy Award)을 수상했으며 2011 12월 티빙으로 &어워드 2011 스마트미디어 부문과 스마트앱어워드 2011 방송/뉴스분야 대상 수상까지 각종 상을 휩쓸고 있다. (1)

 

헬로비전은 서울 목동 지역채널 사업자로 출발했다. 지역채널은 지역의 다양한 소식과 유용한 정보를 해당 지역 시청자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특정 지역 안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물리적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핵심사업으로는 부적합했다. 또 헬로비전은 방송의 디지털화라는 흐름에 앞장서서 디지털 케이블 방송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디지털 위성 방송, IPTV(Internet Protocol TV)나 스마트 TV(Smart TV) 등 차세대 TV 서비스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 다시 말해 기존 지역채널 중심의 케이블 사업 이외에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사업이 절실해졌다. 헬로비전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인터넷에 접속만 가능하다면 거실의 TV 앞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발상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인터넷 방송 서비스 티빙이다. 고화질의 디지털 케이블 방송 사업에 주력하던 헬로비전에 웹 기반의 방송 서비스는 일종의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었다. 와해성 기술이란 주류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일시적으로 열등한 기술이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궁극적으로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림1) 내부에서는 티빙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기존 케이블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는 다소 무모한 의사결정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소비자들의 미디어 향유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헬로비전 경영진의 믿음은 티빙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나타났다.

 

티빙의 탄생

티빙은 프리미엄 동영상 서비스를 기반으로 국내 최고의 개인 미디어(personal media)를 만들겠다는 헬로비전 경영진의 의지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이미 다수의 시청자들은 자신의 방에서 PC를 통해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시청하거나 이동 중에 휴대전화의 DMB 기능을 이용해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거실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하나의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는 모습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심지어 거실에 TV를 들여놓지 않는 가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들의 성능과 인터넷 속도의 향상으로 TV가 아닌 다른 기기들로 언제 어디서나 고화질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개인화된 미디어를 향유할 수 있는 제반 여건들이 갖춰지면서 티빙 서비스 개발은 탄력을 받았다.

 

티빙은 고품질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고객이 가장 이용하기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티빙은 실시간 TV 프로그램 시청과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 TV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주요 채널들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는데 서비스 오픈 당시 140여 개던 채널이 현재는 200여 개까지 늘어났다. VOD 서비스는 TV 프로그램과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포함해 5만여 편의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자랑하는데 이는 업계 최대 수준이고 현재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티빙의 강점은 고화질의 동영상을 불편함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SD급 이상의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콘텐츠는 HD급의 동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다. 또한 티빙이 제공하는 거의 모든 채널들은 Wi-Fi 3G 두 여건에서 모두 시청이 가능하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My Channel 설정, 트위터(Twitter)나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주요 SNS와의 연동, Multi-view(4개 채널 동시 시청), 포털사이트 연동형 검색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 시청자의 편의를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뉴미디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2010 4월부터 시작된 베타(beta)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한 헬로비전은 2010 6월에 tving.com을 통해 티빙 서비스를 상용화하게 된다. 초기에는 PC 버전으로만 출시된 티빙은 2010 10월 삼성전자의 태블릿 PC인 갤럭시 탭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모바일 기기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같은 달인 2010 10월 말,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애플의 아이폰(iPhone) 전용 어플리케이션이 출시되자 가입자 수는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2010 12월 초에는 서비스 상용화 반 년 만에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2011 3월 말에는 애플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iPad) 전용 어플리케이션이 출시되면서 세계 최초의 N-스크린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었다. N-스크린이란 하나의 멀티미디어 콘텐츠(영화, 음악 등)를 여러 개의 기기에서 연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술(또는 서비스)을 말한다. 예를 들면, 가정에서 TV로 보던 방송이나 영화를 외출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혹은 노트북)로 이어 볼 수 있는 것이 N-스크린이다.

 

2011 38, 헬로비전은 지난 9개월 동안 지적됐던 서비스상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콘텐츠를 대폭 강화한 티빙 2.0(tving 2.0)을 출시한다.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기존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었던 곰플레이어(Gom Player)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보다 나은 시청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플래시(Flash) 기반의 자체 플레이어를 개발했다. 2011 10월에는 케이블 TV 프로그램으로 지상파 채널 프로그램 이상의 흥행을 거둔 슈퍼스타 K 3번째 시즌을 온라인상에서 독점 중계하며 단숨에 가입자 수를 280만 명까지 끌어올렸다. 가입자 수 증가는 더욱 가속화돼 2011 12월에는 312만 명에 이른다. 2012 5월 막을 내린 보이스코리아 역시 티빙이 메인 스폰서로서 온라인 독점 생중계를 진행하면서 티빙에 대한 인지도는 13%, 브랜드 선호도는 10% 상승했다. 그 결과 보조인지도 71%로 동종 서비스 중 1위를 기록했다. 또한 방송 시간에 티빙 사이트에 올라오는 실시간 톡을 생방송 중에 노출함으로써 티빙에서 방송 시청에 대한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림 2)

 

 

시장 상황

DMB, IPTV, 그리고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오늘날 미디어 산업의 경쟁 구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국의 미디어 시장은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도 계속해서 높아져 가고 있다. 미디어 소비자들은 과거 TV에서 송출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으나 오늘날에는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스스로 선택해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미디어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개인 미디어의 빠른 확산은 이와 같은 능동적 소비자의 수를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포착한 미디어 사업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을 만나기 위해 앞다퉈 경쟁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갖게 됐다. 2011년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 결과 많은 사람들이 TV 외에도 컴퓨터(14.8%), DMB(10%), 스마트폰(6.5%), PMP(0.6%), 태블릿PC(0.5%) 등을 통해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매체가 기존 매체의 이용을 대체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케이블 TV 가입자와 DMB 이용자 비율은 계속해서 하락하는 반면 스마트폰을 통해 미디어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비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 TV를 시청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꼿꼿이 안테나를 세우고 DMB 수신장치를 탑재한 기기로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어느새 옛날 풍경이 돼 가고 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주요 사업자는 크게 지상파 사업자, 통신 사업자, 종합 유선방송 사업자의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 강자인 KBS, MBC, SBS의 지상파 사업자들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지상파 TV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2009 SBS의 고릴라를 필두로 pooq(MBC), K-player(KBS)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다. 한편, 스마트폰 이용자의 급증은 통신 사업자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 참여에도 불씨를 당겼다. SKT Hoppin에 이어 KT에서도 올레TV 나우를 출시해 스마트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헬로비전을 포함한 종합 유선방송 사업자들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갔는데 현대HCN이 멀티미디어 플랫폼 사업자인 판도라TV와 제휴해 출시한 EveryOn TV가 그 대표적인 예다. ( 2)

 

티빙2.0 Mission

티빙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2010 9, 티빙의 가입자가 5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수많은 도전과제를 안고 출발한 티빙의 비교적 성공적인 출발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러나 헬로비전은 이와 같은 초기의 성공에 만족할 수 없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무료 채널을 시청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뿐이고 이들을 티빙의 장기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 시작 단계에 접수된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함으로써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헬로비전 측은 티빙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혁신의 기점으로 티빙 2.0의 개발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티빙2.0혁신의 목표는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티빙을 모두가 이용 가능한 ‘My personal TV’로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인프라와 콘텐츠를 구축해야 했다. 초기의 티빙 이용자들은 주로 PC를 통해 웹사이트에 접속해 실시간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처럼 PC를 통한 서비스 이용은 ‘My personal TV’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서비스의 요건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부터 노트북, 데스크톱을 넘어 대형 TV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에서 티빙의 이용이 가능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My personal TV’가 완성될 수 있다. 최병환 tving사업추진실장은 이를 위해 신속하게 서비스기획팀(지금의 N스크린서비스팀)을 가동시켜 티빙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강화하고 3G 환경에서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이는 초기 티빙이 Wi-fi 환경에서만 제한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서비스의 가용성을 높이기 위한 치밀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실질적으로 티빙의 전반적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기획팀에서는 티빙 출시 이래로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SNS 연동을 통해 실시간 의견 교환을 활성화시키고 시청 중인 채널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플레이어상에서 시청 편의를 높여줄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던 것이다. 또한 멀티뷰 기능을 통해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소비 패턴을 창조해내고자 했다. 이들은 티빙 2.0 출시와 함께 이러한 기능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자 했는데 외부 제휴 플레이어인 곰플레이어에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티빙은 두려움을 이기고 둥지를 떠나는 새와 같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다른 경쟁자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곰TV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와 같은 서비스 개선 과정에서 콘텐츠 확보와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에 제공하던 유료 서비스의 가격 인상과 패키지의 할인율 조정이 불가피했다. 문제는 유료 서비스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아직까지 국내 미디어 소비자들 사이에는 유료 영상 콘텐츠 구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인터넷을 통해 보는 것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빙 웹사이트를 방문해 채널 미리 보기 등의 무료 서비스만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요금을 지불하고 우리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어떠한 소비자일까?’ 마케팅추진팀의 고민이 깊어져 갔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유료 서비스 이용 고객의 분포와 이용 패턴을 집중 분석한 결과, 남성 가입자가 여성 가입자에 비해 20%가량 많으며, 특히 30대 이상 남성들의 유료 가입 비율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이는 안방의 채널 선택권을 잃어버린 남성들이 티빙을 통해 방송 시청 욕구를 충족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이들이 티빙을 통해 주로 시청하는 채널은 다른 고객층이 시청하는 채널에 비해 한정적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고객층별로 합리적인 가격(value for money)에 맞춤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의 맞춤 가치란 단순히 송출되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각 테마별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료 가입자들의 이용 패턴을 보다 상세히 분석한 결과 viki, 스파이스TV와 같은 성인 채널 및 특정 스포츠 채널에 대한 추가 수요를 감지할 수 있었고 해당 채널들을 중심으로 상품 패키지 구성을 보다 다양화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종합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기존의베이직팩과 성인채널을 포함한 플러스패키지의 요금을 인상하는 대신 다양한 테마별 패키지를 추가한 새로운 상품 구성을 준비했다. 가장 먼저 선보일 상품은스포츠팩이었다. 마케팅추진팀에서는 J골프, SPOTV, 유로스포츠와 같은 모든 스포츠 채널을 자유로이 시청할 수 있는스포츠팩이 유료 가입고객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포츠 마니아의 높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하여 티빙2.0과 함께 선보일스포츠팩을 시작으로 부모를 타깃으로 한키즈팩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영어 학습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월드팩’, 그리고 아시아 지역 거주 외국인을 위한 현지어 방송을 모아 놓은인디팩등의 상품을 차례로 기획해 출시하기로 했다.

 

맞춤 가치 제공을 위한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CNN, KBS와 같이 선호도가 높은 단일 채널의 경우 채널별 서비스 결제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이용자가 원하는 맞춤형 콘텐츠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 3, 그림 3)

 



 

 

이와 같이 티빙2.0은 티빙의 단순한 서비스 개선이 아닌 서비스 전반의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티빙2.0의 변신 작업을 위해 매일 힘겨운 시간을 보내온 마케팅추진팀에 주어진 마지막 과제는 소비자에게 티빙의 새로운 모습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였다. 티빙 서비스가 출시된 이래로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지만 아직까지 대중적인 인지도는 현저히 낮았고 새롭게 바뀐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티빙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티빙2.0을 통해 향상된 서비스를 홍보하며, 또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이에 헬로비전은 매스 미디어 광고를 하기보다는 고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서비스 모니터링 및 입소문을 내기 위한 BTL(Below the line) 마케팅을 전개하기로 했고 그 일환으로 바이럴 마케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티빙시대를 모집했다. (그림 4) 이들은 대학생 마케터이자 동시에 티빙의 서비스를 모니터링함으로써 혁신의 초석을 다지는 이노베이터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들은 티빙의 새로운 서비스가 공개될 때마다 고객의 시선으로 서비스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티빙의 든든한 서포터즈(Supporters)가 돼줬다. 뿐만 아니라 관련 소식을 블로그에 업로드하고 직접 대형 쇼핑몰을 찾아 로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그 결과, 티빙의 주요 잠재 고객층인 20, 30대에게 티빙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마침내 티빙 2.0의 출발을 한 달여 앞둔 시점, 티빙은 브랜드 로고도 새롭게 단장한다. ‘Fun, future, my own’이라는 의미를 담은 새로운 로고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콘텐츠를 즐겁게 시청할 수 있는 최적화된 개인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되새기며 2011 3, 티빙 2.0은 세상을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 (그림5)

 

티빙2.0의 출시와 시장 반응

티빙2.0의 출발은 성공적이었다. 종전보다 늘어난 채널 수와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의 호환성 증가가 주요 신문에서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또한 3G 접속 환경에서도 동영상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 소비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가입자 수 증가 속도에 박차가 가해졌다. 2011 3, 140만 명이던 가입자 수가 티빙 2.0 출시 2개월여 만인 6월에는 200만 명에 이르게 됐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2011 8, 다시 한번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슈퍼스타K3’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TV로 본방송을 보지 못한 많은 시청자들이 온라인상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티빙을 찾게 된 것이다. ‘슈퍼스타 K3’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감지한 티빙은 해당 콘텐츠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독점중계권을 확보했다. 가장 먼저슈퍼스타K3’ 관련 콘텐츠만을 방영하는 단일 프로그램 전용 채널(슈퍼스타K3 전용관)을 최초로 개설했고 미방영분과 예고편, 그리고 VOD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티빙의 SNS 연결과 시청자들 간 실시간 채팅 서비스인티빙톡의 기능도 이 시기에 빛을 발했다. 실시간 방송 중 게시판에 1만여 건의 글이 올라왔고티빙톡을 통한 채팅의 누적 건수가 3만 건을 넘어서는 등 시청자들이 티빙의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며 해당 회의 우승자를 예측해보는 이용자들도 단기간에 크게 증가했다. 이 시기에 티빙은 시스템 기술력을 통해슈퍼스타K3’로 인한 트래픽 급증에 대비하는 동시에 전용 플레이어 화면 우측에슈퍼스타K3’와 관련된 인물과 음원 등을 키워드로 보여주는슈퍼 서치기능까지 선보였다. 이를 통해 불과 10일 만에 18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이처럼슈퍼스타K3’의 인기는 티빙의 인지도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됐고 티빙2.0 준비 기간 동안 구축한 차별화된 기능과 기술력은 이 기회를 가시화된 성과로 이어 나가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티빙2.0의 성공에는 사용자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설계된 티빙 플레이어만의 차별화된 기능들도 한몫했다. 그중 하나가 한 화면 내에서 최대 4개까지 라이브방송을 동시에 시청 가능하도록 하는 멀티 스크린 기능이다. 스포츠 마니아들이 이를 이용할 경우스포츠팩에서 각종 스포츠 콘텐츠를 기호에 맞게 선택해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으며 놓칠 수 없는 주요 경기가 있을 경우 한 화면을 통해 4개 채널을 동시에 감상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티빙의 실시간 방송과 SNS를 연동해 방송을 보면서 응원 메시지를 보내거나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과 채팅도 할 수 있다는 점은 고객들이 티빙을 이용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티빙이 여는 동영상의 ‘NEW WAVE’ 시대

2012 5, 티빙은 또 한번의 사이트 리뉴얼을 진행했다. 이번 서비스 개편은 N스크린의 ‘New Wave’라는 콘셉트로 직관적인 디자인 차별화(Wonderful 디자인), 편리해진 검색과 콘텐츠 추천 강화(Easy 콘텐츠 검색),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Private 기능), 소셜TV로의 진화(New 서비스, 소셜클립 오픈)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검색 기능을 강화해서 콘텐츠 검색결과를 바탕으로 연관성 높은 영상에 대한 추천을 통해 1인당 영상의 절대적인 소비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개인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하는 맞춤형 콘텐츠 추천 기능을 보완해 사용자가 전일 야구를 시청한 후에 다음 날 티빙을 이용할 때 야구 방송 채널과 관련 동영상을 수집해 추천해준다. 또한 티빙이 소셜TV로의 진화를 큰 발전방향으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추가된소셜클립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소셜클립은 티빙 이용자가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동영상을 직접 편집해 SNS를 통해 전파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기반의 소셜 서비스이다. 이로써 티빙은 오픈 플랫폼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티빙의 현재와 미래

현재 티빙은 지상파를 포함한 200여 개의 채널을 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언제 어디서든 시청할 수 있는 베이직팩(Basic Package, 5000, VAT 별도)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베이직팩은 현재 가장 많은 가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제품이지만 실시간 보기 기능만을 제공할 뿐 지난 방송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VOD 서비스는 포함돼 있지 않다. VOD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신영화의 경우 1편당 350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TV 프로그램의 경우 500∼70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청하고자 하는 니즈를 가진 일부 고객들은 패키지 상품에 VOD 서비스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어차피 VOD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마음껏 VOD를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끊이지 않았다. 헬로비전은 이러한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장 인기 있는 일부 채널들을 테마별로 묶어서 무제한 VOD를 즐길 수 있는 SVOD 패키지 상품을 기획했고 키즈 장르에서 실험적으로 실시간 채널 상품과 SVOD의 종합 패키지인 슈퍼키즈팩을 론칭해 전방위적으로 판매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번의 결제로 고객이 원하는 실시간 콘텐츠와 VOD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객의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종합 패키지에 대한 모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며 대표적으로 지상파 채널들을 묶은 지상파팩(가칭) CJ E&M의 채널들을 묶은 E&M(가칭) 등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의 베이직팩이나 플러스팩 등을 결합해 별도 결제 시보다 할인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키지도 구상 중이다. 그러나 새로운 서비스들의 범위와 가격을 설정하는 데에는 좀처럼 명확한 답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SVOD 서비스의 경우 고객들이 체감하기에 비싼 가격을 설정한다면 기존 개별 VOD를 사용하던 고객들의 전환을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설정한다면 오히려 개별 VOD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경우보다 수익성이 낮아질 우려도 있다.

 

 

 

헬로비전은 티빙의 N-스크린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영상 플랫폼인 티빙 에어(tving Air)를 개발했다. 티빙 에어는 티빙의 오픈 플랫폼으로 최신 클립들이 실시간으로 티빙 홈페이지와 동시에 업데이트된다. 기업이든, 개인 개발자든 누구나 자신의 어플리케이션에 티빙 에어를 접목해 어플리케이션 사용자들에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웹 서비스와의 연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티빙 에어는 헬로비전의 강점인 콘텐츠가 더 많은 곳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게 하고 동시에 새로운 사용자 유입의 통로가 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물론 티빙 에어를 활용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기업 및 개인 개발자들에게도 충분한 인센티브가 있다. 어플리케이션에 티빙 에어를 접목하면 동영상에 필연적인 트래픽 부담이 사라질 뿐 아니라 고품질의 콘텐츠를 쉽고 합법적으로 확보해 서비스할 수 있다. 또한 유료 결제나 광고를 통한 수익을 헬로비전과 공유하게 된다. 이처럼 상생을 전제로 한 티빙 에어는 뉴미디어 시장에 건전한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점은 개발자들에게도 큰 환영을 받고 있는데 티빙 에어의 완전한 개발자 센터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만 명의 개발자가 티빙 에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2012년 상반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경진대회인 슈퍼 앱 코리아(Super App Korea)를 후원해 개발자들로 하여금 티빙 에어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동기를 부여했다. 그러나 수익 공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세워지지 않았고 개발 지원 환경이 공고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신속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티빙 에어의 성공 여부에 따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판가름 날 수도 있기 때문에 티빙 에어의 적절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티빙은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브랜드 계정(www.facebook.com/cjtving)을 개설했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들처럼 페이스북을 단순히 고객들과의 대화 창구 정도로만 사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다양한 활동들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2011 11월에 있었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음악시상식인 마마(MAMA, M.net Asian Music Award)를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티빙 에어에 업데이트되는 최신 동영상들 중 지금 대중이 가장 궁금해하고 관심 있어 하는 콘텐츠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큐레이션한다.

 

티빙은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의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검색 기능을 정교화시키고 서비스를 보다 개인화해 고객의 편의를 증대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의 과거 시청 내역과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고객이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뿐만 아니라 동영상 연계형 소셜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진정한 소셜TV를 구현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티빙을 해외 시장에 선보이는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4월 말에는 야후(Yahoo)와의 제휴를 바탕으로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티빙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들 지역은 최근 K-pop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뜨거운 곳으로 한류와 관련한 일부 콘텐츠들(윤도현의 Must, 풍년빌라, M Countdown )은 무료 VOD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2012년 콘텐츠진흥원 글로벌 지원 사업자로 선정돼 영어권 국가(동남아 및 미국)에서 올해 내 독립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티빙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데에는 다양한 경쟁자들이 N-스크린 기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로 자리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해 신규 수익원을 개발하고 기존 유료방송 플랫폼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앞다퉈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처럼 경쟁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으로 출시되는 상황에서 티빙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쌓아온 선도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새로운 패키지 상품들의 기획을 마무리하고 티빙 에어의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조찬회의가 끝나고 강당을 빠져나가는 김종원 팀장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 profkim@snu.ac.kr

김상훈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하이테크마케팅> <앞으로 3년 세계 트렌드> <상식파괴의 경영트렌드 28> 등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제품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사용될 경우 이를 존속성 기술이라고 한다. 이때 성능은 그 제품의 현재 고객의 관점에서 중요시하는 속성과 관련된다. 공중파 방송 이후 케이블 방송, 위성 방송, DMB 등으로 기술이 발전해 온 사실에 비춰본다면 방송 기술은 다양한 채널을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시청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N-스크린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인 티빙 역시 이와 비슷한 성능들을 중시하는 서비스이므로 존속성 기술의 측면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티빙은 와해성 기술의 특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와해성 기술은 주류시장 고객의 관점에서 볼 때 일시적으로 열등한 기술이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궁극적으로 기존의 기술을 대체하는 기술을 말한다. 와해성 기술은 기존 주류고객의 환영을 받지 못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시장에 도입해 그동안 기존 제품의 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 낸다. 티빙은 기존 케이블 방송이나 위성 방송에 비해 화질도 떨어지고 영상 재생 능력도 낮은 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PC 등을 통해 방송 시청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방송 콘텐츠를 잘 소비하지 않았던 고객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예를 들면 스포츠 경기나 성인 방송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중장년층 남성들은 가족들과 함께 한 대의 TV를 시청해야 하는 기존 환경에서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그러나 티빙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자 이들이 시장의 새로운 고객층이 된 것이다. , 티빙은 기존 방송 시장에개인화된 미디어라는 새로운 가치를 도입해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고 있다. 티빙의 화질이나 영상 재생 능력 등의 제반 기술들이 개선돼 기존 고객들의 요구 수준을 만족시키게 된다면 머지않아 시장의 와해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와해성 혁신이 항상 시장을 와해시키는 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Christensen 교수가 ‘Seeing What’s Next’에서 밝힌 와해성 혁신 실패의 세 가지 유형이다(김상훈, <하이테크 마케팅>, 박영사 참조). 이 유형들을 티빙의 사례에 적용해 살펴보자.

 

(a) 와해전략이 너무 성급하거나 초기 준비가 미흡한 경우 와해성 혁신이 실패할 수 있다. 티빙은 뉴미디어 시장의 Low end 요구성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요구성능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하여도 Low end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 이후에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채널의 종류가 너무 적거나 동영상 재생 능력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아무리 개인화된 미디어를 원하는 Low end 소비자가 존재한다 하여도 그들의 관심을 받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b) 선도기업과 기존 가치네트워크를 공유할 경우 선도기업이 와해성 기술을 시스템 내부로 흡수할 수 있다. 이 유형은 존속성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추가적으로 와해성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와해성 기술을 담당하는 부서가 존속성 기술을 담당하는 부서와 조직 구조상 독립적이지 못한다면 존속성 기술이 내세우는 가치와 충돌하게 된다. 이때 기업 내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존속성 기술의 가치에 와해성 기술의 가치가 지배당할 가능성이 있다. 티빙 역시 케이블 방송이라는 존속성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업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데 와해성 기술인 티빙을 담당하는 조직을 기존 케이블 방송 사업 조직과 완벽하게 분리하고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c) 기존 선도기업이 하위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와해성 기술을 이용하는 경우 와해성 혁신이 실패할 수 있다. 선도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와해성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경우 단숨에 와해성 기술의 막강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뉴미디어 시장에서도 존속성 기술을 대표하는 지상파 방송사들과 유선방송 사업자들이 속속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티빙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 사업자들은 아직까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크게 집중하지 않고 있다. 선도기업들의 와해성 기술 이용이 아직까지는 티빙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고 있지만 선도기업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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