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매각의 기술

값진 회사를 팔아라, 저성장의 덫이 사라진다

105호 (2012년 5월 Issue 2)




황창하 _ One quarter Acrylic paint on cotton canvas, 152.4X122, 2011

선과 면으로 구성된 미로(迷路)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현란한 색채로 어지럽게 얽혀 있는 격자 문양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2차원적 그림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시작도 끝도 모호해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미로지만 그로 인해 공간적 깊이와 생동감이 생겨난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과감한 도전에 나서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현실을 투영하는 듯하다.

 



 

많은 경영자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규 사업 발굴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은기존 사업에서 언제 어떻게 철수(Exit)하느냐입니다. 흔히철수=실패한 사업을 어쩔 수 없이 정리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면밀하게 계획된 철수, 특히 현재 잘나가는 사업이지만 미래 비전과 맞지 않아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기업에 큰 가치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웅진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았고 LG그룹은 최근 올해 안에 비주력 사업 7개를 처분하거나 합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소니와의 합작법인 S-LCD를 청산했습니다. 이처럼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사업 매각 및 철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업 매각 후에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Smart Exit’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DBR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사업 매각 및 철수와 관련한 다양한 통찰과 지혜를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키워드는성장이다. 최근 전 세계 경제는 과거와 같은 단기적인 침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저성장이라는 구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중국만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두자릿수의 고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고 한국의 GDP 성장목표 역시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기업은 꾸준한 성장을 필요로 한다. 과거에는 잠시의 위기만 넘겨내면 빠르게 성장하는 전 세계 시장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 환경하에서 지속적인 성장이란 이전과는 다른 무게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실 저성장이라는 환경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모든 일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전체 경제가 아닌 개별 산업 관점에서 성장기를 마치고 성숙기에 접어드는 것은 흔한 일이다. 기업 시각에서 중요한 건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보통 성장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즉 지금 하고 있는 사업 내에서 내부적인 역량을 통해 성장을 이뤄내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과 역량을 마련해 성장하는 방법이다. 경제와 산업이 모두 성장하는 상황에서라면 유기적 성장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기회들을 맞이할 수 있겠지만 저성장 환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아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서 M&A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M&A 기회를 찾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만큼이나 정체된 기존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숙제가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다. 바로 투자(investment)의 반대편에 서있는 분할/매각이다. 영어로 divestiture, 혹은 divestment에 해당하는 분할/매각 작업은 쉽게 말해 투자한 곳에서 어떻게 발을 뺄 것이냐의 문제다. 일반적으로는 전체 그룹이나 기업의 완전한 매각보다는 특정 사업에 대한 분할매각과 철수를 의미하며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 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선도기업을 대상으로 한 베인(Bain)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77%경영진의 관심과 자원을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67%의 경영진이핵심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분할/매각을 택했다고 답했다. (그림 1) 이는 유기적 성장의 한계가 명확해진 저성장 시대에 지속 성장을 위해 분할/매각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할 전략적 고려 사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2)

 

 

미국의 선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Bain의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70%의 기업들이 분할/매각에 대한 전략적 중요도를 M&A와 대등하게 놓고 있다. 인력 등 자원 투입에 있어서도 50% 이상의 기업들이 M&A와 동등한 수준으로 공을 들인다고 답했다. (그림3) 이제 한국의 기업들도 저성장 시대에 지속적으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정체된 사업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상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성장을 위한 전략적 대안으로서의 Divestiture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GE의 경우 M&A divestiture의 선순환 구조를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1등이나 2등이 아닌 사업은 모두 팔아 치우고 지속적인 M&A를 통해 변신을 거듭해 온 GE divestiture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Divestiture는 사업을 좋은 조건에파는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서 언제 팔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저성장 산업에서 Bain의 연구는 매각 시점에 대한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이 고점을 찍고 저성장에 접어든 시점에서 매각이 이뤄질수록 divestiture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커지는 반면 매각을 하지 않고 그냥 사업을 유지했던 기업은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서야 특별히 잘하는 사업이 아니라고 해도 그냥 시장 성장률 정도만 유지해주면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저성장 시대에서 이러한 사업에 대한 시각은 근본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애매한 사업에 대한 미련, 이미 지나가버린 성장에 대한 미련은 결국 회사의 가치를 깎아먹는다.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언제가 사업을 버려야 할 때인지, 언제가 새로운 사업에 투자해야 할 때인지를 항상 관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Divestiture에서의 실패는 보통 분할/매각을파는것이 아니라버리는것으로 보는 데서 시작한다. 엄청난 위기가 오거나 완전히 실패가 확실해지지 않은 한 현재 갖고 있는 사업에 대한 divestiture는 고려대상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서 divestiture를 시도하는 경우에도사야 하는게 확실해 지고 나서야 divestiture를 고민한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서의 divestiture는 보다 능동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핵심은 divestiture를 전략의 한 축으로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룹 단위에서건 기업 단위에서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 영역 중에서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핵심사업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전략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

 

Divestiture는 상시적인 전략의 일환으로서 다뤄져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divestiture를 내가 무엇인가를 버려야만 하는 시점에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좋은 divestiture에 대한 결정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쉽다. 돈이 급해서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경우 매각 대상이 되는 사업은 핵심 사업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많다. 급매물로 내놓은 물건에 대해 제값을 받아내기 어렵다는 건 상식이다. 결국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을 통해 현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과 divestiture를 추진하는 방안 중 무엇이 나을지 상시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석, 성장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저성장 산업은 사실 항상 존재했다. 대표적인 게 군수산업이다. 1980년대 후반 냉전이 마무리되면서 대표적인 미국의 성장산업이었던 군수산업은 급격한 침체에 빠진다. 1986 1280억 달러에 달하던 미 국방부의 구매액은 1996 490억 달러로까지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미국 군수업체들은 큰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General Dynamics(GD)는 선제적인 divestiture를 통해 현금을 확보한 덕택에 위기를 넘겼다. 더욱이 침체된 시장에서 매력적인 사업들을 골라 적극적인 M&A에 나섬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GD는 국방비 감액이 시작되는 것을 감지하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divestiture를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1990 100억 달러에 달하던 매출액이 1992년 불과 36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후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GD는 공격적인 divestiture를 통해 축적한 자금을 바탕으로 1996년부터 공격적인 M&A에 나섰다. GE는 군수시장의 통합(consolidation)을 주도했고 불과 10년 만에 매출을 6배 이상 늘리며 가장 성공적인 군수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GD divestiture 전략을 통해 군수산업체라는 본연의 업을 더욱 강화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GD는 저성장 국면 초기에 비싼 값으로 사업들을 정리해 자금을 확보한 후 저성장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경쟁업체들이 싼 가격에 매물로 내놓은 기업들을 다시 사들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 적기에 divestiture M&A 전략을 취함으로써 저성장의 한계에 빠진 군수산업에서도 효과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Divestiture 실행

대부분 기업들이 divestiture의 대상은 경쟁 우위가 없고 시장 매력도도 떨어지는비핵심 사업이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맞는 소리이지만 이런 비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만이 divestiture 고려대상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래 전망은 밝지만 현재 기업 역량은 부족한유망사업과 이미 성장은 끝난 성숙시장에 속해 있지만 우리가 이미 선도지위를 확보한성숙사업에 속한 사업 영역에 있어서도 전략적 divestiture 여부를 검토해 봐야 한다. (그림 5)

 

 

특히 한국에서 divestiture에 대한 고민은 어쩔 수 없는 재무적 위기가 닥쳤을 때 생존을 위한 자금이 모자란 경우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현실적으로 경영진이 풀어야 할 문제는 유망사업과 성숙사업 중 어떤 것을 버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가장 확실한 기준은 해당 사업에 대해 향후 내가 계속 갖고 있을 때의 가치와 남이 갖고 있을 때의 가치를 비교해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갖고 있어서 더 좋은 사업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이 회사의 가치보다 매각 시에 받을 수 있는 가격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나보다 남이 사서 운영하는 게 더 낫다면 상대방은 이 회사를 더 비싸게 주고라도 살 것이다. 이처럼 재무적 성과의 극대화 측면에서 해당 사업의 미래를 위해 가장 좋은 모회사가 누구인가(Best parents’ assessment)를 판단해 divesture 대상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림6)


 

 

Divestiture 대상이 결정된 후에는 매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단계를 밟아 진행해야 한다. 우선 실질적인 분할/매각 작업이 이뤄지기 전, 왜 이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논리 개발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수 후보자에 대한 일차적 탐색까지도 이뤄지게 된다. 특정 사업을 매각하는 문제는 해당 사업을 인수하게 될 회사에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M&A divestiture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내가 팔고자 하는 사업이 상대방에게 사고 싶은 사업이 되기 위한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개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건 명확하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재무적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다. (그림 7)

 

 

지금까지 한국에서 divestiture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패배의 증거로 받아들여져 왔다. 재계 순위를 매출과 자산규모로 결정하는 현 상황에서 구조조정이나 매각은 마치 경영진의 실패인 양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divestiture를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나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divestiture는 새로운 핵심사업으로의 투자를 위한 첫 단추로서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 이제 M&A와 동시에 ‘divestiture’도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세상에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는 법이지만 한국의 그룹들은 너무도 많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함께 쑥쑥 커나가던 과거에는 이러한 다각화 전략이 다양한 산업의 성장 과실을 영위하는 좋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저성장 시대에서 이러한 다각화 전략은 그룹 차원뿐 아니라 개별 사업 단위에서도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잠재력을 깎아먹을 뿐이다. 객관적인 눈으로 이 사업에 더 좋은 모회사가 없는지를 명확히 판단하고 이를 적절히 매각하는 것은 다른 사업을 위한 기반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서 M&A는 매우 중요한 경영기법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인수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내부에 M&A 상시 전담팀을 두고 상당 수준의 전문성을 쌓으면서 대상 기업을 수시로 물색한다. 그러나 정작 자기 기업의 매각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 사실 중요도는 인수보다 매각이 더 크다. 대부분의 기업 매각은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아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귀찮은 일인 것처럼 빨리 끝내려고 한다. 경쟁이 심한 M&A에 비하면 매각은 훨씬 더 쉬운 과정이라고까지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M&A에 익숙한 해외 기업들은 매각도 인수만큼이나 중요한 경영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각 대금을 재투자해 핵심역량을 강화하거나 다른 기업 인수에 나서기도 한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성숙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성장성 높은 미래 지향적 포트폴리오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자주 관찰된다. 이 경우 계열사나 사업 부문의 매각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매각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매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기업 인수에 비해 오히려 높다. 인수의 경우에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쟁 입찰의 특성상 가격이 높아지는 걸 피할 수가 없다. 입찰이 아닌 협상을 통한 수의 계약을 한다 하더라도 인수 기업이 원하는 만큼 인수 가격을 낮추는 일은 쉽지 않다. 매번 M&A 때마다승자의 저주논란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매각은 매각 기업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매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① 나보다는 남에게 더 가치 있는 회사를 팔아라

매각 기업이 매각하기 아깝다는 생각으로 결정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핵심 사업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매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 및 수익성이 높거나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이 있는 회사를 매각 대상으로 해야 한다. 나에게 가치 있는 기업을 더욱 높은 가치에 매각하는 게 성공적인 매각이다. 두산이 매각한 처음처럼이나 테크팩은 모두 수익성이 높고 경쟁력 있는 사업이었으나 과감한 매각을 결정해 성공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사례다.

 

② 최적의 인수 대상자 물색에 공을 들여라

나에게는 가치가 작지만 남에게는 가치가 큰 경우도 있다. 흔히 말하는 시너지(synergy)인데 이러한 시너지가 높은 기업을 먼저 찾아서 매각해야 매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인수할 때 시너지를 고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각할 때도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을 찾아 집중적으로 구애해야 한다. 시너지는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매출 시너지보다는 비용 시너지가 현실화하기 쉽다.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서 비용 시너지가 높은 경우가 더 현실적이고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에 참여할 후보 기업 목록을 미리 만들고 개별 기업별로 전략적 니즈나 재무 현황을 명확히 파악해 매각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향후 매각 협상에서도 유리한 입장을 유지할 수 있다.

 

③ 매각할 때에는 사모펀드를 적극 활용하라

최근 기업인수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투자자는 사모펀드다. 최근 투자자들을 통해 들어온 사모펀드의 실탄은 국내 기준 10∼1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들 금액은 약정된 기간 내에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사모펀드는 적극적으로 인수 기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차입을 통한 인수가 일반적인 사모펀드는 꾸준한 현금흐름을 선호하며 일반적인 기업보다 불확실성을 꺼려한다. 회계 투명성이 낮거나 매각 때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인수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꾸준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사모펀드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④ 역실사(reverse due diligence)를 기업 가치 개선의 기회로 삼아라

역실사는 M&A 시 기업 인수 실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매각자가 투자자의 입장에 서서 매물로 내놓은 기업을 면밀히 실사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는 인수 대상을 실사하며 현재 EBITDA(세전 이자지급 전 이익)의 유지 가능성, 향후 성장을 위한 기회, 영업상의 위험 등을 면밀히 주시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역실사에서는 매각자가 EBITDA 지속성, 추가매출창출기회(upside), 잠재 리스크(potential risk)를 명확히 파악해 이를 기준으로 매각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금 흐름에 부(-)의 영향을 주는 사업은 미리 매물로 내놓기 전 과감하게 정리한다든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매각 이전에 그 추세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단기적으로 매출 창출 기회를 현실화할 수 있다면 매각 전에 추진하는 게 좋다. 최소한 1년 정도는 손익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주는 게 매각 시 값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역실사 작업을 통해 기업 가치 개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건 매각을 장기적으로 계획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영향이 중장기적으로 발생하는 upside의 경우 매각이 예정된 경우라면 굳이 이를 현실화시키는 데 기업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인수자에게 훌륭한 셀링포인트(selling point)로서는 활용할 수 있다.

 

⑤ 매각 기업의 위험 요소를 솔직하게 드러내라

매각자는 기업 가치를 높이려 하고 인수자는 낮추려 한다는 건 인지상정이다. 이 과정에서 매각자는 기업 가치를 과장하거나 잠재 리스크를 감추려고 하는 반면 인수자는 이를 들춰내려고 한다. 그러나 매각을 일회성 이벤트로 고려하지 않고 장기적인 경영 기법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매각 가치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 속아서 물건을 산 소비자는 그 상점을 다시는 찾지 않는다. 하물며 막대한 금액을 지불한 기업 인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기본적으로 매각 대상 기업의 장점을 부각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과장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역실사를 하며 정리된 upside를 현실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은 오히려 인수자의 신뢰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잠재적 위험은 더욱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 인수 경험을 통해 역량을 구축한 기업들이 늘고 전략/회계/세무/법무 컨설팅 등 자문사들의 전문성도 높아지면서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인수 실사로부터 감추는 일은 어려워졌다. 장기적으로 감출 수 없는 위험이라면 명확히 밝혀야 한다. 두산이 성공적으로 자회사들을 매각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upside downside(매출하락위험)에 투명했던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두산테크팩 매각 당시 이를 실사한 인수 기업과 자문사는 upside가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정리돼 있으며 과장된 부분이 적고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돼 있는 점에 놀랐다고 한다. 두산테크팩은 성공적으로 매각됐고 이후 두산이 매각하는 기업은 비교적 믿고 인수해도 된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 줄 수 있었다.

 

 

이지효 베인 & 컴퍼니 이사 jihyo.lee@bain.com

 

이지효 이사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학사 및 석사)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국내외 선도 전자, 통신업체들의 전사전략, 신규사업, 성과개선 관련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현재 베인 &컴퍼니 TMT(Technology/Media/Telecommunication)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2010)>가 있다.

이혁진 파트너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M&A/Private equity 전문가로 국내 외 유수의 사모펀드 및 전략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M&A 전략적 실사, 인수 후 기업가치 극대화 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 왔다. 특히, 산업재, 소비재, 유통, 금융 및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 Dynamic Workspaces 2021년 0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