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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성공요인

애플, 협력자 수입 키워 플랫폼 살렸다

송재용 | 103호 (2012년 4월 Issue 2)




애플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는가?

2011년 애플(Apple)사는 혁신적인 스마트폰인 아이폰(iPhone)과 태블릿PC 아이패드(iPad)의 대성공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덕분에 2012 3월 현재 시가총액이 5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 전 세계 기업 중 최고를 기록했다. 휴대폰 산업의 후발 진입자였던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강자로 부상하면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등극한 비결은 무엇일까.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용한 전략은 역시 MP3플레이어 시장에서도 후발기업이었던 애플이 아이팟(iPod) 출시를 통해서 단시간에 석권했던 전략과 거의 동일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저 인터페이스 기술과 혁신적인 디자인, 아이콘 브랜드 확보 등 애플 특유의 핵심역량이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기능성 측면만 놓고 보면 한때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레인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MP3플레이어가 애플에 크게 뒤질 바가 없었다.

 

애플과 한국 기업 간의 명운을 가른 가장 큰 차이점은 콘텐츠 제공 역량이었다. 즉 애플은 아이튠즈(iTunes)라는 온라인 음악 스토어를 아이팟과 결부시켰다. 이를 통해 최신 음원부터 올드 팝까지 다양한 음원을 곡당 99센트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전쟁에서도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모바일 콘텐츠 거래장터를 만들어서 질 좋고 다양한 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을 확보, 제공함으로써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플은 산업 생태계의 협력자인 콘텐츠·어플리케이션 제공자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주고 자기 몫을 지나치게 챙기기보다는 협력자들에게 수익의 70%를 배분하는 상생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상생의 모델을 통해 좋은 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을 확보함으로써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었다.

 

플랫폼 리더십 전략과 네트워크 효과

애플의 성공 사례는 VCR 전쟁 사례와 많은 유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 초반 VCR이 보급될 당시 소니의 베타맥스(Betamax) VCR JVC와 마쓰시타가 주도했던 VHS VCR과 자웅을 겨뤘다. 베타맥스 방식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우월한 면이 많았지만 VHS 방식에 참담히 패배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콘텐츠 확보 경쟁에서 VHS 진영이 밀렸기 때문이다.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VCR, 게임 콘솔 등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콘텐츠와 같은 보완재가 있어야 가치가 창출되는 소위 플랫폼(platform) 상품이다. 플랫폼 상품은 이를 수용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산업 생태계에서 협력자(complementor)들이 보완재를 더 많이 개발하게 돼 그 가치가 상승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과거 VCR 전쟁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했던 소니의 베타맥스 VCR VHS VCR과의 표준 전쟁에서 밀려 퇴출된 사례도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인 네트워크를 창출했느냐의 여부에서 이해할 수 있다. PC전쟁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했던 애플의 퍼스널 컴퓨터가 IBM 호환 PC에 밀린 사례도 마찬가지다. 또한 MP3플레이어 시장을 선점했던 한국 기업들이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즈 음악 서비스에 밀린 이유도 이와 같이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정 플랫폼 상품의 수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외부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와 같은 보완재를 더 많이 개발해서 네트워크 가치가 더욱 올라간다. 애플의 연이은 성공, 특히 스마트폰 분야에서의 성공은 이러한 플랫폼 상품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한 덕분이다. 애플은 콘텐츠 제공자와의 협력을 통해 플랫폼 리더십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쿠수마노(Cusumano)와 그의 제자인 가우어(Gawer) <플랫폼 리더십>이라는 책에서 성공적인 플랫폼 주도 기업들은 네 가지 요소<그림 1>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킨다고 밝혔다. 우선 첫 번째 요소로 시스템을 주도할 차별화된 제품기술(product technology)이 있어야 한다. 이는 플랫폼을 만들고 다양한 보완자산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두 번째 요소로 명확한 사업영역(scope of the Firm)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콘텐츠나 어플리케이션 등 보완자산을 개발하는 업체들에 이들의 사업영역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더 나아가 상생의 파트너십을 강조함으로써 사업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이들에게 플랫폼 주도 기업과의 협력이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시스템 전반에 걸친 이해를 바탕으로 플랫폼과 보완자산의 역할과 경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외부 보완자산 개발 업체들을 동참시키고 협력하는 역량(relationship with external complementors)과 이를 책임지고 추진할 조직(internal Organization) 2가지 요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보완자산 개발업체들을 어떻게 끌어들이고 활성화시킬 것인가와 관련이 있다.

 

보완자산을 제공하는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공정한 이익 배분 룰의 정립이다. 산업 생태계 내에서 창출 가능한 수익의 총액이 고정됐다면 플랫폼 리더가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할 때 보완자산을 제공하는 협력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익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만약 플랫폼 리더가 수익을 너무 많이 차지하려고 하면 협력업체들은 더 이상 플랫폼 리더와 협력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는 특정 플랫폼 전체의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중대한 장애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플랫폼 리더는 플랫폼 전체의 시장 규모 확대와 자사의 이익 확보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적절한 이익 배분 룰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애플은 자사와 보완자산 제공자들의 수익 배분 비율을 37로 협력업체들에 보다 유리하게 적용했다. 이를 통해 아이튠즈에서는 질 좋고 다양한 음원을, 앱스토어에서는 어플리케이션을 조기에 확보해 자사의 플랫폼을 급속히 키울 수 있었다. 후발주자로서 애플을 추격해야 했던 구글은 자사 앱 마켓플레이스인 구글 플레이(옛 안드로이드 마켓)의 더 빠른 확대를 위해서 개발자 등 보완자산 제공자들에게 70%의 수익을 제공하고 나머지 30%는 안드로이드 마켓을 운영하는 업체가 가지고 가도록 했다. 이처럼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신사업자나 아마존과 같은 마켓 플레이스 업체들이 운영할 수도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애플보다 개방적이면서 상생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애플을 급속히 추격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전쟁에서 애플은 승리했는가?

스마트폰 전쟁에서 애플은 승리했을까. 2012 3월 초 현재 앱스토어에 55만 개의 어플리케이션을 확보하고 250억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횟수를 자랑하는 애플이 플랫폼 리더십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것은 분명하다. 또한 작년 하반기 아이폰 4S와 함께 도입한 아이클라우드(iCloud) 서비스를 통해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높여 기존 애플 고객에 대한 잠금 효과(lock-in effect)를 강화했다. 아이폰이든, 아이패드든, 아이팟이든, 아이TV든 간에 애플 기기를 통해서 구입한 콘텐츠·어플리케이션을 다른 애플 기기로 자동으로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킨 덕분이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는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시스템(OS)을 바탕으로 구글 플레이라는 모바일 콘텐츠 거래 장터를 육성 중인 구글이다. 콘텐츠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지만 단말기나 OS에서는 여전히 상당 부분 폐쇄성을 고집하고 통신서비스사업자에는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이 애플의 주요한 약점이다.

 

구글이 애플에 위협을 느끼거나 반감을 가지고 있는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을 광범위하게 모은 덕분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애플 플랫폼을 제치고 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채택될 수 있었다. 콘텐츠, 단말기, 통신서비스 사업자 등 산업 생태계 내의 모든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개방형 모델을 채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11 3분기 세계 스마트폰 OS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53%를 차지해 2010 3분기보다 점유율이 2배 이상 높아졌으며, 같은 시기에 15%를 점유해 2010 4분기보다 점유율이 2% 정도 줄어든 애플의 iOS를 압도했다. VCR전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보다 많은 제조업체와 콘텐츠 제공자들을 확보해 베타맥스 진영을 이겼던 VHS진영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이로 인해 결국 콘텐츠 제공자들도 보다 많은 단말기 제조업체와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폰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11 3분기에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세계 시장에서의 판매 대수에서 한때 애플의 아이폰을 제쳤던 것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플랫폼 리더십 전쟁에서 애플을 앞서 나가고 있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애플의 아이폰을 아직 채택하지 않은 주요 국가의 1등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아이폰에 대한 대응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에서 하드웨어로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면서 구글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갤럭시S 시리즈가 가장 훌륭한 대항마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스마트폰 전략 방향은?

그런데 개방적 모델을 통해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온 구글이 2011년 여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함으로써 큰 변수가 발생했다. 구글은 MS와 애플의 OS 관련 특허소송과 높은 로열티 요구로 인해 안드로이드 진영이 수세에 처하게 되자 맞대응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단기적으론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입장에서도 자사 웹 서비스에 최적화된 플랫폼과 기기들을 확대함으로써 광고 수입 등을 늘리는 것이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한 주요 이유였기에 안드로이드 OS 채택 기업들과 경쟁 관계로 돌변하기보다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모토로라의 기기 개발 역량을 활용하여 보다 완결성 높은 OS를 만들어 기기 개발 역량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확대시키려고 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보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어 이익률이 저하될 것이다.

 

IT 산업의 주도권이 급속히 소프트웨어 기업에로 넘어가고 IBM, HP와 같은 하드웨어 분야 강자들이 하드웨어 사업을 상당 부분 포기하면서 IT 서비스와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신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업체 등 하드웨어 중심의 한국 IT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한국 기업의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제품 설계, 제조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을 제조해온 세계 최대의 전자 위탁 제조 업체인 대만의 팍스콘은 조립제조역량만 놓고 본다면 한국 기업들을 이미 능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화웨이, ZTE 등도 무서운 기세로 한국 기업들을 추격해오고 있다. 한국의 IT 업체들이 하청제조업체로 전락해 팍스콘이나 중국 추격자들과 경쟁해야 한다면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으며 영업이익률은 급락할 것이다.

 

따라서 OS 등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솔루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의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당면 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 강화가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기에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으론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계속 채택해야 할 것이다.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드로이드는 물론 MS OS 플랫폼을 수용하면서 OS 플랫폼 간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멀티 OS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바다’ OS 플랫폼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인텔, 리눅스재단과 손을 잡고타이젠이라는 새로운 웹 기반 OS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만한 움직임이다. 장기적으로 구글이 OS 플랫폼을 유료화하거나 폐쇄적으로 바꾸어 스마트폰 시장의 직접 경쟁자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OS 플랫폼은 질적 수준 못지 않게 산업 생태계에서 어떻게 특정 OS 기반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최근 블랙베리가 급속히 점유율을 잃은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애플이나 구글보다도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면서 개방과 상생의 플랫폼 리더십을 통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확보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한국 기업이 자체 개발, 제휴 또는 인수를 통해 확보할 OS 플랫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의 예측에 의하면 향후에는 HTML5 기반의 웹 플랫폼이 대두하면서 OS와 앱스토어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대신 SNS 중심의 서비스 플랫폼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 간의 상대적인 부침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이 향후 새로운 유형의 플랫폼 전쟁에서는 플랫폼 리더십을 보다 잘 구사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jsong@snu.ac.kr

송재용 교수는 Pennsylvania Wharton스쿨에서 박사를 취득한 후 Columbia대와 연세대 교수를 지냈다. 미국경영학회, 유럽국제경영학회, 한국경영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Columbia, 서울대에서 최우수 강의상을 수상했고 등 저명 저널에 논문을 다수 게재했다. 삼성, SK, POSCO, 아모레퍼시픽 등의 자문교수를 지냈으며 <스마트경영>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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