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et Crisis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Joseph Romm 박사가 분석한 2011년 기상재해 Top 10에 의하면 지난 한 해 동안 1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입힌 기상재해는 모두 32건이었다. 태국, 호주, 미국, 멕시코, 중국 등은 큰 피해를 입었다. 3만 명 이상이 사망한 동아프리카의 가뭄과 116명이 숨진 콜롬비아 폭우 피해 등도 기후변화로 야기된 재앙이었다. 스위스재보험(Swiss Re)에 따르면 기상재해로 인한 자사의 보험손실이 1970년 연간 50억 달러에서 2010년 270억 달러로 늘었고 2011년은 역사상 거의 최고의 보험손실을 기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는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와 기업가치사슬의 복잡성으로 인해 세계 전역의 경제적 피해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 적응 준비가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에 보다 큰 타격이 될 것이다. Swiss Re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실효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2030년 개발도상국들의 연간 GDP 중 19%는 기상재해로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후변화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2007년 앨 고어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단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산업혁명 이후 지구 표면온도 상승이 인위적인 탄소 배출에 기인한 것임을 밝혀냈다. 이들은 온도 상승에 따른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재앙을 막으려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현재 수준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라는 얘기와 다름 없다. 이를 실현하려면 단순 배출 규제의 도입이 아니라 화석에너지 기반 경제를 녹색에너지 경제로 바꾸는 혁신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 과거 화석에너지 경제구조는 에너지 공급에 집중돼 있었으며 에너지 기술은 연료 집약적인 기술들이었다. 에너지 수요는 급성장한 산업계를 중심으로 한 대량 소비 중심 수요였다. 그러나 향후 도래될 녹색에너지 경제구조에서의 에너지 공급은 신재생에너지를 필두로 한 분산형 공급이 될 것이며 화석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 집약적인 기술들이 발전할 것이다. 또 대량 소비 중심의 수요가 아닌 효율을 염두에 둔 최적화가 추구되는 수요가 생길 것이다. (그림 1) 이러한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는 에너지 산업만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이 미래의 녹색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며 Green Racing을 펼치고 있다.
세계 주요 국들은 지난 2008년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유럽은 ‘20-20-20’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20%의 탄소감축을 실시하고 발전원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에너지-기후변화 패키지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후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17% 감축 목표를 천명했으며 2012년 대통령 의회연설에서도 청정에너지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호주는 2015년까지 2000년 배출량 대비 5%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2년부터 500개의 탄소 다배출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했다(AUD23/tonCO2). 비록 남아공 더반에서 개최된 제1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즉각적이고 강력한 감축합의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2020년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하는 新기후체제 출범에 합의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조성에 합의함으로써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공감대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기조는 일부 국가의 정치적 변화에 의해 쉽게 달라지기 어려운 메가 트렌드(Mega trend)이며 향후 5년간은 국제사회가 상호 의견을 수렴하는 불확실한 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Business Impact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은 각국의 기업 경영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정부는 탄소 배출규제를 통해 기업들이 배출 감축을 위해 설비 투자를 하거나 탄소 배출이 적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강제하고 투자자들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리스크를 평가해 투자 및 대출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정부, 투자자, 공급업체, 고객, 지역사회로 나누어 볼 때 각 이해관계자로부터 발생하는 기업에 대한 녹색 압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그림 2). 즉, 기후변화라는 사회적 이슈는 자원 및 에너지 이슈와 함께 일부 기업에는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압력이 가해진다.
1) 규제당국(정부)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감축 규제’ ‘화학품 및 유해물질 규제’ ‘에너지절약 규제’ ‘재활용 규제’와 같은 다양한 법적 규제를 통해 배출 감축을 강제하고 있다. 일례로 EU의 자동차 업종에 대한 탄소규제(2009년 4월23일 발효)는 2012년부터 EU 역내에서 등록되는 신규 차량에 대해 평균 CO₂ 배출량을 130g/㎞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당장 올해 1월부터 시행 적용되는 내용을 보면 EU로 수출하는 자동차는 CO₂를 반드시 130g/㎞ 미만으로 배출하는 경우에만 수출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규제명: Regulation (EC) No 443/2009, [OJ L 140, 2009]).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는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규제비용으로 인해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기업에 가하는 규제는 크게 공장규제와 제품규제로 나뉜다. 공장규제는 각 공장마다 배출한도를 정해 한도를 넘는 배출량에 대해 규제하는 방법이다. 한국의 2020년 산업 부문 예상배출량의 17.5%를 감축목표로 적용 시 탄소 다배출 업종(전력, 철강, 정유/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예상 감축목표는 8470만 t이며 이러한 감축목표를 모두 배출권으로 구매한다고 가정 시 연간 약 6조2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로 인해 발생된 추가 비용을 가격으로 전가시키지 못하면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림 3) 제품단위의 규제로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유해물질이 일정수준 이상 사용된 제품의 수입금지 등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수출 감소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 2005년 규제로 인한 비용 부담증가로 유럽의 글로벌 알루미늄 제조사는 실제로 문을 닫기도 했다. 앞으로 에너지 비용이 높은 기업들은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2) 투자자
금융기관 및 투자자는 기업(고객사)이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이슈에 노출돼 있는 수준을 평가해 투자, 여신 등의 금융 의사결정에 반영한다. 총운용자산이 약 70조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551개 금융기관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를 통해 매년 60개국 3000여 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과 성과 정보의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업들로부터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탄소정보공개지수, 탄소성과지수를 평가해 참여 금융기관의 투자 및 금융 의사결정에 고려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주요 은행들도 기업들의 환경 관련 리스크를 기업 여신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HSBC는 에너지, 광물자원, 화학, 수자원, 삼림 관련 주요 산업에 속한 고객사들에 대해 환경 리스크를 4개 등급으로 평가해 최하 등급을 받은 기업에는 거래관계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KPMG가 2011년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LP(Limited Partner)의 50%는 투자의사결정 시 GP(General Partner)의 녹색경영에 대한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투자수익 감소와 금융시장 감소는 투자자의 녹색경영과 신흥시장으로의 관심을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 PEF의 기업투자 시 녹색경영은 인수 여부, 가격협상, 보험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업의 녹색경영이 브랜드 가치, 이익 극대화, 현금 흐름, 이해관계자 영향을 개선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 회수(Exit) 시 탄소, 에너지, 연료 규제 관련 대응 등의 녹색경영은 기업가치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