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92호 (2011년 11월 Issue 1)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Thomas Malthus) 1798년 출간한 그의 저서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멜서스는 이에 따라 식량 부족으로 인구가 정체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절대경지 면적의 증가를 간과한 기우였다.

 

오늘날 많은 산업화 국가들은 맬서스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의 감소라는 새로운 인구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구호를 외치던 대한민국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 이상이면고령화 사회’, 20% 이상이면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지금까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가장 빨리 진입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이 36년 걸렸던 이 기간을 10년이나 단축해 2026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은 향후 어떠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까? 우리보다 앞서 2006년에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사례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첫째, 고가제품이나 과잉 서비스보다 가치합리적인 상품을 선호하고 차량 및 대형 주택에 대한 소비가 감소하는소비행태의 합리화가 나타났다. 둘째, 편리한 생활과 교류 및 병원에 대한 니즈가 증가해 고령자들의 대도시 유턴이 일어났다. 셋째, ()출산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이 심화되는교육시장의 구조조정이 벌어졌다. 넷째,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적으로 고착화하고 사회 전반에 무기력함이 만연하는우울한 청년시대의 도래와 같은 다양한 사회현상이 발생했다. 경제성장률 하락, 실업률 상승, 자산가치 하락 등 일본의 거시경제적 문제의 기저에는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한국과 일본 경제 간의 구조적 차이로 일본에서 나타난 현상들이 한국에 그대로 발생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소비재 시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볼 때 이러한 사례가 우리와 무관한 미래만은 아닐 것이다. 예컨대 유통업에서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근 거리의 슈퍼나 편의점 또는 무점포 업체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건설업에서는 대도시 소형 주택 건설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식품업에서는 건강기능성 식품과 가정대용식(HMR·Home Meal Replacement)이 인기를 끌고, 금융업에서는 노후 대비를 위한 개인연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하는가? 시장 창출, 고객 세분화, 커뮤니케이션의 3가지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고령화 시대에 새로 떠오르는 니즈를 찾아야 한다. 흔히들 국내 식품시장은 저성장 산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성 식품은 최근 2년 동안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새롭게 대두되는 소비자 니즈를 찾고 선점해야 한다.

 

둘째, 연령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방식의 고객 세분화 작업이 필요하다. 과거 소비 시장에서는 간과됐던 노령층이 핵심 소비계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연령대별로 구분하던 기존 세그멘테이션 방식에서 벗어나조부모와 손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낵과 같은 다양한 연령대에 걸친 세분화 작업(Cross-generation segmentation)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노령층은 다른 계층보다 보수적이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간단한 메시지 중심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한계가 있다. 고령화 사회일수록 쌍방향적이고 스토리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필요하다.

 

미국의 심장전문의 로버트 앨리엇(Robert S. Eliet)은 그의 저서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 - 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한 삶을 사는 법에서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고 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기업이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하는지에 따라서 미래의 산업구조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기회가 있다.

 

 

김영준 롯데경제경영연구소 소장 youngjoon.kim@lotte.net

저자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LG화학 연구원, ADL(Arthur D. Little) 부사장, 현대오일뱅크 기획조정실장, 머서 매니지먼트 컨설팅 한국 지사장 겸 대표, 롯데쇼핑 정책본부를 거쳐 현재 롯데경제경영연구소 소장(전무)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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