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 빙그레 끌레도르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김광노(23,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처음에는 배스킨라빈스나 하겐다즈처럼 전용 매장을 보유하지 않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포화 상태에 다다른 기존 아이스크림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반드시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6년 전 빙그레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Cle’d’Or)’ 출시를 담당한 태스크포스(TF)팀의 일원이었던 김태훈 빙그레 마케팅실장의 말이다. 끌레도르는 경쟁 제품과 달리 전용 매장을 보유하지 않은 브랜드였다. 마케팅 및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출시 초기 빙그레 내부에서도 끌레도르의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2005년 6월 출시된 끌레도르는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2011년 현재 국내 유통형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즉 전용 매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4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010년 말 기준 매출 180억 원, 누적 매출액도 700억 원을 넘어섰다. ‘메로나’ ‘더위사냥’ 등 대표적인 대중적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각인돼 있던 빙그레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6년 만에 이러한 성과를 이뤄낸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김태훈 빙그레 마케팅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끌레도르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현황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크게 일반유통 시장과 전문점 시장으로 나뉜다. 일반유통 시장은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을 통해 판매된다. 주요 제품은 청량바, 소프트바, 튜브형 제품, 콘형 제품, 모나카형 제품 등이다. 일반유통 시장의 아이스크림 가격은 보통 한 개당 700∼2000원이다. 일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는 주요 제품들을 50% 전후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한다. 일반유통 시장에서는 롯데제과, 롯데삼강, 해태, 빙그레 등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으로도 불리는 전문점 시장은 하나의 브랜드하에 다양한 맛과 크기, 디자인의 아이스크림을 출시하는 고가격 시장을 말한다. 1990년대부터 배스킨라빈스(Baskin Robbins), 하겐다즈(Häagen-Dazs), 나뚜루(Natuur) 등의 브랜드가 등장하며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 브랜드들은 가게 안에 비치된 별도의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매장을 개설했다. 성숙기를 맞은 일반 아이스크림 시장의 성장률은 매우 저조하다. 반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2000년대 이후 연 평균 10∼30%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그림 1) 특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은 대부분 한 개당 혹은 1인분 기준 3000원 이상이다. 제품 가격이 비싸지만 할인이 거의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끌레도르의 경쟁자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주요 브랜드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배스킨라빈스는 수십 종류에 달하는 아이스크림으로 다양성, 즉 골라먹을 수 있는 재미를 앞세워 많은 환영을 받고 있다. 광고 집행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10대를 핵심 고객으로 삼고 있는 배스킨라빈스는 해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겨냥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광고 모델로도 가장 트렌디한 아이돌 스타를 섭외한다. 매장 수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서울시내의 주요 교차로마다 배스킨라빈스가 하나씩은 있다는 농담이 생길 정도다. 국내 배스킨라빈스의 운영은 1985년 SPC그룹과 미국 배스킨라빈스 인터내셔널과의 합작으로 설립된 비알코리아㈜가 맡고 있다.
하겐다즈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중 가장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직접운영만을 고집하는 까다로운 매장 관리 방식,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등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만들어온 덕이 크다. 하겐다즈 제품의 가격은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조금 더 비싸다. 또 미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이미지를 풍기는 브랜드 이름 덕에 국내에서는 가장 고급스러운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인식된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배스킨라빈스 및 하겐다즈와 달리 나뚜루는 롯데제과가 국내 기업 최초로 선보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나뚜루는 아이스 셔벗(Sherbet)과 같은 질감과 재료들의 신선함을 내세워 깨끗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나뚜루는 지속적인 광고로 웰빙을 강조한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가맹점 운영으로 고객과의 접근성도 높이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등 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쉽게 매장을 내고 있다. 나뚜루의 가격은 배스킨라빈스와 하겐다즈의 중간 수준이지만 국내 브랜드로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소비자 행동 변화
199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 트렌드와 경기회복으로 식품 가공 산업은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소비자들은 다소 비쌀지라도 더 위생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삶의 질을 추구하는 트렌드는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확산돼 가치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아이스크림 소비자 연령과 소비 수준의 증가에 따라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고품질의 아이스크림을 소비하는 성향도 두드러졌다.
국내의 아이스크림 소비자는 유아기와 청소년기에는 일반유통 시장에서 판매되는 저가의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다 20대를 넘어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는 편이다. 즉 아이스크림 소비 행태가 단순 군것질에서 일종의 문화 활동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매장 숫자가 늘어나고 빙수 전문점 아이스베리(Iceberry), 요거트 아이스크림 전문점 레드망고(Redmango)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변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의 제품 카테고리 다양화도 아이스크림 소비 문화를 변화시켰다. 생일 파티에서 생크림 케이크가 아닌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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