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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관료주의는가라! 21세기형 스태프는 혁신 브레인

신동엽 | 84호 (2011년 7월 Issue 1)

 

19세기 후반 현대적 산업 조직이 등장한 이후 경영학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논란이 있다. 스태프(staff) 조직과 라인(line) 조직의 역할 분담 문제다. 교과서적 구분에 따르면 라인(line) 조직은 해당 조직의 핵심 과업 수행과 관련된 의사결정 및 실행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스태프(staff) 조직은 전문 지식, 기술, 역량 등을 기반으로 라인 조직에 전문적 조언을 제공한다.

 

실제 조직 경영에서 라인과 스태프 간 관계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산업, 조직, 시대에 따라 두 부문의 역할과 관계는 매우 다양하게 변화한다. 일각에서는 스태프 조직이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라인 조직의 성과에 무임승차하거나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때가 많다고 주장한다. 소위스태프 무용론이다. 하지만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사안이 아니다.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닌 한국 재벌들은 전통적으로 스태프 조직이 신사업 진출, 기존 사업 평가, 양자의 시너지 창출 추진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전략 기획, 인사, 관리, 감사, 평가, 진단, 위험 관리, 대외관계 관리, 연구소, 헤드쿼터 등의 스태프 인력이 증가했다. 스태프 조직이 비대화, 관료화됨에 따라 문제가 발생했다. 비대해진 스태프 조직이 급변하는 21세기 경영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려는 현장 라인 조직의 발목을 잡는 경향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에는 스태프 조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헤드쿼터 스태프 인력을 10분의 1 정도로 대폭 줄인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스태프 조직의 역할과 영역은 무엇일까? 스태프 조직의 탄생과 역사적 변동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다.

 

테일러리즘과 스태프 조직의 탄생

스태프는 원래 군대 조직의 참모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군대에서 스태프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18세기 후반이다. 당시 이탈리아 주둔 프랑스 군대에 루이 알렉산드르 베르티에(Louis Alexandre Berthier) 장군이 부임한 게 시초라는 설이 유력하다. 베르티에 장군은 군사 첩보, 정보 수집, 병참 및 작전 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총괄 전담하는 참모장(Chief of Staffs)으로 임명됐다.

 

이전까지는 일선 지휘관이 이런 지원 업무를 부하나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수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그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다. 베르티에 장군의 참모 시스템은 나폴레옹 군대의 지휘 본부 조직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나폴레옹 군대의 막강한 전투력의 기반이나 다름없었다. 그러자 프러시아 등 유럽의 군사 강국들도 앞다퉈 참모 조직을 채택했다. 이후 세계 군대 조직의 보편적 단위로 제도화됐다.

 

기업에서 스태프 조직을 도입한 시기는 20세기 초다. 산업 사회 탄생의 아버지로 불리는 F. W. 테일러는 현대 기업에서 스태프의 역할을 대부분 규정했다. 테일러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후미진 산골에 위치한 한 철강 공장에서 세계 역사를 바꿀 일련의 실험을 했다.

 

19세기 중반 2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한군데 모여 일하는 거대 산업 조직들이 우후죽순 탄생했다. 하지만 그에 관한 경영 시스템과 노하우는 전혀 정립되지 않았다. 각 기업들은 경영자 개개인의 임의적 판단에 의해 주먹구구(rule of thumb)로 운영되고 있었다.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극도로 낮았다. 이에 당시 기업가들은 노동자들에게 긴 시간의 과도한 노동을 요구했다. 그 결과 19세기 후반부터 심각한 노동착취 및 깊어가는 노사 갈등이 나타났다.

 

철강 공장의 고급 엔지니어였던 테일러는 개별 노동자나 공장마다 같은 일을 하는 방식이나 도구가 천차만별이며, 생산성의 편차도 매우 크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테일러는 같은 공정, 도구, 기계설비를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반복적으로 시도한 뒤, 그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최고의 생산성 향상 방안을 찾았다.

 

10여 년간에 걸친 이 실험이 바로 세계 산업 역사를 바꾼시간과 동작 연구(Time and Motion Study)’. 이전까지는 상상도 못하던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혁신적인 시도였다. 테일러는 이 연구를 통해 각 과업마다 최적의 수행 방식, 도구, 공정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The One Best Way’라 불렀다. 바로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의 시초다.
 

 

테일러는 개별 노동자나 공장이 주먹구구식으로 선택한 과업 수행 방식을 임의로 사용할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발견된 ‘The One Best Way’를 획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성과급 제도를 통해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경영자와 노동자가 공유하면 노사 공동 번영(Co-Prosperity)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제시한 방식을과학적 경영(Scientific Management)’이라고 불렀다. 테일러는 자신의 방법이 경영을 주먹구구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놓을 거라고 장담했다.

 

결과는 테일러의 호언장담 이상이었다. 20세기 초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 방식을 채택한 공장 중에는 단 하루 만에 열 배 이상의 생산성 증가를 경험한 사례도 있었다. 그의 방식은 엄청난 성과를 거두며 급속히 확산됐다. 현대적 기업 경영 체제와 학문으로서의 경영학이 테일러를 계기로 탄생한 셈이다. 그의 과학적 경영은 테일러리즘으로 불린다. 이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제품 생산을 택한 자동차 왕 헨리 포드(H. Ford)의 포디즘과 함께 20세기 현대 산업 사회를 탄생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경영진의 업무가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테일러 이전의 경영진은 단순히 근로자들에게 업무를 배당하고 그 수행 과정만 감독했다. 하지만 이제 경영진의 업무는 시간과 동작 연구의 수행, 이를 통한 베스트 프랙티스의 발견과 실행, 이를 위해 필요한 과학적 교육 훈련, 적절한 적성을 가진 인력의 과학적 선발 등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이런 새로운 업무들은 고도의 계량적 지식과 시스템 디자인 역량 등이 필요했다. 일선 관리 감독만 하던 기존 경영진이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제였다.
 

 

따라서 테일러는 경영진을 일상 업무의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일선 관리자(first-line supervisors)’와 시간과 동작 연구와 같은 고도의 전문적 업무만 전담하는기능적 감독자(functional foremen)’의 두 유형으로 분리했다. 기능적 감독자가 현대 기업의 스태프 조직의 시초라 할 수 있다.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에서 새로 탄생한 기능적 감독자는 라인 관리자와 달리 일상적 과업 수행의 권한과 책임은 지지 않는다. 대신 베스트 프랙티스의 지속적인 발견과 개선, 공정 라인 설계 및 변화, 생산 계획 수립, 직원 교육 훈련 및 선발 시스템 설계 등 라인 관리자들의 한계를 보완하고 전문적 조언을 제공한다.

스태프 역할의 역사적 변동

스태프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한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이 폭발적인 성과를 창출하자 스태프 조직은 급속히 전 세계로 확산됐다. 테일러가 처음 제시한 역할과 달리 이를 활용한 기업들은 스태프 조직에 훨씬 다양하고 새로운 역할을 많이 부여했다. 이에 많은 영향을 끼친 기업이 바로 1920∼1930년대의 포드, 1930∼1950년대의 GM이다.

 

테일러의 팬이자 테일러리즘을 완성시켰다는 평을 듣는 헨리 포드는 스태프의 역할을 급격히 확장한 인물이다. 찰리 채플린(C. Chaplin)의 걸작 영화모던 타임스(Modern Times)’는 이를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당시 포드 공장의 근로자들은 하루 종일 쏜살같이 지나가는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나사 한두 개만 조이는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했다. 경쟁 우위의 원천은 조립 라인의 설계와 끊임없는 개선을 담당한 스태프 기능에 있었다.

 

이에 따라 포드 공장에는 테일러가 처음 제안했을 때보다 훨씬 고도화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전문가 스태프가 등장했다. 바로 산업 공학자들이다. 이들의 역할과 범위도 급증했다. 그러나 포드 공장에서 스태프 역할의 비대화가 나타난 이유는 오히려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에게 있었다.

 

10초마다 한두 개의 나사를 조이는 단순 작업을 하루 종일 되풀이해야 하는 포드식 공법은 근로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겼다. 심각한 근로의욕 저하와 함께 제품 불량 문제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조립 라인이 자신의 앞을 통과할 때 어떤 제품의 나사를 시계방향으로 10번 회전한 후 조립하는 일을 맡은 근로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하루 종일 이 작업을 쉴 새 없이 반복하는 근로자는 심각한 동기 저하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결국 조립 라인이 자신의 앞을 지나는데도 정확한 조립 타이밍을 놓치거나 나사를 5번만 회전하고 만다. 겉으로는 정확하게 조립된 부품과의 차이를 알 수 없기에 해당 제품은 그대로 출시된다. 하지만 사후에 심각한 불량 문제를 일으켜 기업에 큰 타격을 준다. 실제 1920∼1930년대 포드 공장에서 매일 발생하던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드가 동원한 방안은 스태프 기능의 대폭 확대였다. 즉 그 이전까지는 고급 산업공학자 역할만 수행하던 스태프 조직에게 근로자들이 제대로 맡겨진 과업을 수행하는지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업무까지 맡겼다. 이에 따라 스태프들은 조립된 상품의 불량 여부를 통계적으로 평가하는 품질 점검(Quality Assurance) 업무, 라인 근로자들의 과업 수행 정확성 및 적절성을 몰래 평가하는 감사(Auditing) 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업무와 숫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1930년대 초 포드 공장에는 이런 말이 떠돌았다. “실제 생산을 맡은 라인 근로자와 이를 평가하고 감시하는 스태프의 수가 같다.”

 

포드가 확장시킨 스태프의 역할과 영역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기업은 GM이다. GM 1930년대 한때 세계 시장 점유율의 80%를 차지했던 포드를 꺾고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가 됐다. 이를 주도한 사람이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비즈니스 스쿨의 설립자이자 전설적 경영자인 알프레드 슬론(A. P. Sloan)이다.

 

1920년대 말 슬론은 철옹성처럼 보이던 포드를 단숨에 무너뜨릴 전략을 제시한다. 1907년 말 테일러리즘에 컨베이어벨트를 결합해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가 된 포드의 전략은 초저가형 단일 차종의 대량 생산이었다. 그때 포드가 선택한 차종이 바로 전설의 모델 T. 당시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가격도 너무 비쌌다. 이 시기에 등장한 포드의 대량 생산 전략은 엄청난 결과를 창출하며 포드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슬론은 포드식 대량 생산의 허점을 잘 파악했다. 1920년대 초 T의 누적 판매량은 1500만 대를 넘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초과 수요는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포드는 여전히 T의 생산에만 집중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보면 여전히 T가 단일 차종으로는 가장 인기였다. 하지만 세분시장별로 구분하면 T에 불만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의 차보다 고급스러운 차를 원하는 부자, 어른들보다 스포티한 차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대표적이다.

 

슬론은 이 점을 잘 파악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 효율성,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는 논리를 과감히 버렸다. 슬론은 전체 자동차시장을 5개로 세분해 각 시장을 전담하는 사업부를 만들었다. 각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담당 세분시장의 고객들이 원하는 특화된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주문했다.

 

최고급 부자들이 속한 캐딜락 사업부에서는 비용이나 가격보다 최고가 차종에 필요한 품격 있는 디자인, 고급 자재, 승차 안락성 등에 집중했다. 젊은 소비자가 핵심 고객인 폰티악 사업부에서는 품질이나 승차감은 무시하고 가격 경쟁력과 젊은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슬론의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GM은 포드를 넘어 단숨에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에 올랐다.

 

슬론의 전략은 전사 수준의 시너지 창출, 통합 조정 등의 역할을 담당할 강력한 헤드쿼터 스태프 조직을 요구했다. 슬론의 사업부제 조직에서 라인 권한과 책임은 각 사업부 경영자들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부 간 관계 조정, 사업부 재편, 신사업 진출, 전사적 미래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조직이 필요했다. 이를 담당한 사람들이 헤드쿼터 스태프였다.

 

이때부터 전략 기획과 통합 조정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GM이라는 거대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미래 전략 방향을 선택하고 회사의 조직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을 극소수 최고경영진과 스태프 조직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테일러가 시작하고, 포드가 확장한 스태프의 역할과 영역은 슬론의 GM에 이르러 엄청난 권한을 가지게 됐다.

 

스태프 조직의 한계: 비대화, 관료화, 준 라인화

스태프 조직의 급속한 역할 확대는 심각한 부작용도 양산했다. 전통적으로 라인 경영자의 역할이었던 업무의 상당 부분이 스태프의 영역으로 편입된 게 문제였다. 그 결과 스태프와 라인 조직 간 심각한 갈등 및 충돌이 발생했다. 스태프 조직의 비대화 및 관료화는 더 큰 문제였다. 라인 조직의 의사결정을 전문적 관점에서 조언하고 재평가한다는 명목으로 스태프 조직이 라인의 주요 업무를 일일이 검토하고 간섭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옥상옥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장 라인이 신속하게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긴급 사안도 스태프 조직이 한 번 더 점검하고, 2, 3중으로 검토하다 보니 기업의 속도 경쟁력이 크게 훼손됐다. 스태프 조직이 위험 관리를 담당한다는 명목하에 위험 자체를 회피하기 시작하면서 조직의 혁신 역량도 타격을 받았다.

 

최고경영진을 지척에서 보좌하는 헤드쿼터 스태프들의 권력화도 문제였다. 이들은 조직의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할 원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최고경영진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비서 역할에만 치중하려 했다. 결국 1970년대부터 스태프가 조직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는커녕 현장 라인 조직의 발목을 잡는 간섭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1980년대부터는 이런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스태프 조직을 대폭 축소화하는 시도가 확산됐다. 스태프 무용론이 등장한 시기도 이즈음이다. 스태프 영역을 대폭 축소한 대표적 시도가 토요타(Toyota)의 간소 생산(lean production) 체제다. 토요타 생산 방식(TPS, Toyota Production System)을 개발한 전설적 경영자 오노(T. Ohno)가 이를 주도했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생산을 담당하는 라인 조직이 스태프가 수행하던 다양한 고차원적 업무들을 직접 하도록 만들었다.

오노는 조립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했는지는 이를 수행한 라인 근로자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품질 점검은 스태프가 아니라 라인이 직접 맡아야 한다며 라인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확대했다. 전형적인 스태프의 업무였던 생산 과정의 개선 업무 또한카이젠(Kaizen)’이라는 명칭하에 라인 근로자들이 담당하도록 만들었다. 조립 라인의 변경 등 고차원적 업무도 상당 부분 라인 근로자에게 넘겼다. 스태프의 숫자는 대폭 줄었고 조직은 극도로 간소화(lean)됐다.

 

창조 혁신과 21세기형 스태프

조직 경영에서 바람직한 스태프의 역할과 영역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스태프 조직의 역할이 대폭 바뀌기 시작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테일러와 포드가 처음 스태프 조직을 만든 이유는 특정 개인의 역량이 아닌 시스템 경쟁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슬론이 헤드쿼터 스태프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한 이유는 세분시장별로 다각화된 상품 전략을 만들고, 분권화된 사업부 구조를 효과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였다. 오노가 스태프의 역할을 축소하고 그 역할을 라인 근로자들에게 대폭 이양한 건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토요타식 간소생산(Lean Production)의 전략적 요구 때문이었다.

 

즉 바람직한 스태프의 역할과 영역은 해당 기업이 처한 상황과 필요에 따라 대폭 달라진다. 그렇다면 21세기 환경은 어떤 전략적 대응을 요구하는가? 신경제(New Economy), 신경쟁(New Competition), 지식 경제(Knowledge Economy), 창조 경제(Creative Economy), 뉴 노멀(New Normal)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Hyper Competition)은 세계화, 상시 기술 혁신, 글로벌 모바일 및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등을 특징으로 한다. 모든 경계가 파괴되고,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극도의 불확실성이 경영 현장을 지배한다.

 

따라서 기존 경쟁 우위나 강점에 선택과 집중해 이를 유지하고 방어하는 전략은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경쟁 우위를 남보다 계속 먼저 만들어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스태프의 역할을 비롯한 21세기형 경영 패러다임의 모든 선택도 이에 부합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 21세기형 스태프의 핵심 역할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상시 스캐닝(scanning)이다.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는 전혀 예측 못한 기회나 위기가 갑자기 발생한 후 변화무쌍하게 전개된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라인 조직이 급변하는 외부 환경의 변화와 그 시사점을 제대로 탐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스태프 조직이 상시 스캐닝을 통해 위기나 기회의 가능성을 조기에 탐지하고 전체 조직과 공유해 적기에 대응토록 만들어야 한다.

 

이때 스태프가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성과에 일희일비하는 근시안적 시각이다. 매년 말 성과가 발표되면 라인 조직은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다. 스태프 조직은 라인과 달리 성과의 과거-현재-미래 사이의 동태적 인과관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현재 우리 회사가 달성한 순이익, 매출액, 시장 점유율 등은 과거에 이뤄진 의사결정과 행동이 일정 시간이 지나 실현된 결과물이다. 지금 경영을 잘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경영 행위와 성과 실현 사이에는 언제나 시간 지체(lagging)가 발생한다. 즉 현재의 성과가 높다는 게 미래의 전망을 밝게 해주지는 않는다. 스태프 조직은 이런 측면에서 회사의 미래 위기와 기회를 탐지할 줄 알아야 한다.

 

2010 CEO 퇴진까지 불러온 LG전자의 위기는 전해 사상 최대의 성과를 달성한 후 발생했다. 부동의 세계 최고 휴대폰 생산업체였던 노키아가 현재 엄청난 위기에 봉착한 이유도 같다. 21세기형 스태프는 회사 내부의 감사, 성과 평가, 라인 결정 재검토 등에 함몰돼선 안 된다.

 

둘째, 조직의 기존 강점과 핵심 역량에서 탈피할 줄 아는 사고다.

만일 위기의 조짐이 보이면 스태프는 그 위기를 낳은 근본 원인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흔히 위기를 맞으면 자신의 강점에 선택과 집중하라는 말을 한다. 전형적인 라인 조직의 사고와 행동 패턴이다. 조직의 현재 강점과 역량은 현업에 종사하는 현장 라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위기가 발생하면 라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역량으로 이에 대응하려고 한다.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조직의 현재 강점과 역량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기존 강점이나 역량의 가치가 갑자기 파괴되고 별 의미가 없어지는 역량 파괴적 환경 변화(Competence-Destroying Environmental Change)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의 핵심 역량이 오히려 혁신과 문제 해결의 걸림돌일 때가 많다. 기존 강점에만 의지하다 보면 위기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때 스태프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강점에 함몰된 라인과 달리 스태프 조직은 기존 강점을 버리고 핵심 역량 자체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현장보다 한 단계 위에서 한 걸음 멀리 보는 스태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셋째, 양손잡이(Ambidextrous) 사고다.

21세기 초경쟁 환경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경쟁우위를 남보다 계속 먼저 창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사업 분야의 효율성과 수익 극대화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사업의 성과가 없으면 미래 생존을 위한 상시 창조적 혁신을 실현할 때까지 버틸 수가 없다. 현재 사업의 경쟁 우위를 꾸준히 확보하고, 미래지향적 상시 창조적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양손잡이형 경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애플이 대표적 예다.

 

물론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이 2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역할의 분업이 필요하다. 당연히 라인 조직이 현재 사업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일을, 스태프 조직이 상시 창조적 혁신을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 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 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등 저명한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sh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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