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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ation Conflict

“헉, 우리회사 가치가 겨우…” 최적가격의 황금잣대는 없다

장승세 | 84호 (2011년 7월 Issue 1)
 

대체 우리 회사의 가격은 얼마일까?
A 사장은 오랫동안 지방에서 철강 열처리를 통해서 국내 대형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소규모 중소기업을 운영해왔다. 그는 어느 날 책상 위에 놓인 두 개의 서류 뭉치를 보고 고민에 휩싸였다.
 
첫 번째 서류는 주치의로부터 받은 암 판정 진단서였다. 모든 업무를 즉시 떠난 후 절대적 요양을 권장하는 내용이었다. A 사장은 이참에 아쉽지만 30년간 운영해온 기업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 마땅한 후계자도 없는데다 수술 후 투병을 위해서도 목돈이 필요했다. 그의 회사는 최근 수년간 연간 매출 100억 원에 5% 수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었다. 30년 전에 마련한 약 500평의 공장 부지는 인근에 고속도로가 생기고 주거 아파트 단지가 지어져 최근 땅값이 꽤 올랐다. 공장 부지 가격은 구입 당시보다 50배 이상 상승해 현재 시가로는 거의 60억 원에 달했다.
 
A 사장은 두 번째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세무사가 작성한 기업 가치 평가 의견서를 보고 놀라 숫자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귀사의 영업력과 현금흐름 할인법에 의거하여 가중평균 자본비용 12%를 적용한 귀사의 가치평가액은 85억 원이며….” A 사장은 부동산 가치만 60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기업이 고작 85억 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동향 친구인 B 사장을 생각하니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 B 사장은 자신의 회사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률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10여 년 전에 일찌감치 코스닥에 상장시킨 터였다. 친구는 현재 시가총액만 150억 원이 넘는다고 종종 자랑했다. 사실 A 사장은 예전부터 사업의 안정성이나 기술력 등을 보면 친구보다 자신의 회사가 훨씬 낫다고 여기고 있었다. 때문에 세무사의 평가서를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A 사장은 서류 뭉치를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 전부가 담긴 공장의 앞마당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체 우리 회사의 진짜 가치는 얼마인 걸까?’
 
주요 기업 가치 평가 방법론
안타깝게도 A사장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달래줄 방법은 별로 없다. 절대적으로 옳은 기업 가치 평가 방식이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상장 회사라면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이 곧 그 기업의 가치가 아니냐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주가 또한 기업의 본질적인 수익 잠재력과 더불어 시장의 수요 공급의 원칙, 상장돼 있는 자본시장의 상황 등에 따라서 쉴 새 없이 바뀐다.
 
기업 가치에 대해 많은 사람이 그나마 공감하는 원칙은 해당 기업에 투자, 혹은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곧 해당 기업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논리다. 투자자들은 자본으로 얻을 수 있는 다른 대안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 그 기업을 사려 한다. 이때 당연히 그 기업의 가치는 올라간다. 기대 수익률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는 당연히 떨어진다. 이렇듯 기업의 가치는 매우 상대적이다. 매수자의 관점에서 보면 ‘지불 가능한 최대 가격’, 매도자가 보면 ‘실현하고자 하는 최저 가격’ 사이에서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기업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해당 기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유형 자산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그 기업과 유사한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 혹은 인수합병을 통해서 거래가 이뤄졌을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경영학의 재무 이론에서는 ‘계속 기업(going concern)이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현금흐름)의 할인액’을 본질적 가치라고 정의한다. 이 3가지 방법 즉 자산, 시장에서의 가치비교, 현금흐름 할인액을 이용한 수익 가치 평가가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기업 가치 평가 방법(Valuation)이다. 이를 정리해 보면 <그림1>과 같다.
 

자산가치 평가법
첫 번째 방법은 자산가치 평가법이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총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가치로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때 기업의 가치는 자산의 총 가치에서 채무자들에게 변제를 해야 할 부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자산 가치는 장부에 기록돼 있는 역사적 원가를 기준으로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치로 재평가한다.
 
자산가치 평가법은 실제 장부에 기록된 자산을 근거로 가치를 매기기에 이해하기 쉽다. 기업의 현재 재무 상태를 반영하므로 객관성도 높다. 때문에 가격 협상의 기초로 자주 활용된다. 반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미래 현금 창출 능력 및 수익성과 같은 기업의 본질적인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극히 보수적인 방법이라는 약점이 있다. 유형자산이 거의 없는 지식 기반 중심의 서비스 기업에는 더욱 이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산가치 평가법은 기업을 사고 파는 거래가 발생할 때 가치평가의 최저 한도로 사용하거나, 사업적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 향후 사업을 지속하는 게 합당한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종종 사용된다. 즉, 기업이 현재 시점에서 사업을 접는다고 가정하면 모든 자산을 다 팔고 부채를 갚을 때의 청산 가치가 결국 자산을 기반으로 한 가치평가 방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자산가치 평가법의 객관성, 보수성과 같은 특성 때문에 이 평가 방법은 주로 매수자(Buyer)가 선호한다. 기업이 처한 사업환경의 불확실성 정도가 심하고, 매수자가 단기 이득을 추구하고자 할 때는 자산 가치에 의거해서 매수 후 즉시 매각할 수 있다. 이때 훌륭한 대안이 된다는 뜻이다. 주식을 매입하고 경영권 및 고용에 대한 승계가 전제가 되는 M&A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 방식이 간단하고 고용 승계 조건도 빡빡하지 않은 자산 양수도 거래에서도 종종 쓰인다.
 
시장가치 평가법
시장 가치 평가법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유사한 기업의 주가를 기반으로 특정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동종 업계나 비슷한 규모로 사업 방식을 영위하는 비교 대상 기업들의 가치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교법(Comparable method)이라 불리기도 한다. 보통 기준이 되는 성과 지표에 비교 대상 기업의 가치를 성과 지표로 나눈 값을 곱하기 때문에 배수법(Multiple method)이라고도 일컫는다. 주식을 평가할 때 흔히 이야기하는 PER(Price/Earning Ratio)나 PBR(Price-Book value ratio)은 주식의 가치를 순이익(Earning)이나 장부가치(Book value)로 나눴을 때의 값(Ratio)이 기업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배수다.
 
시장가치 평가법은 쉽고 간단하다. 큰 장점이다. 배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성과 지표에다 비교 대상 기업들의 배수를 평균해서 곱하면 쉽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따라서 정교한 가치 평가 방법을 적용하기 전에 해당 기업의 대략적 가치를 알아보고자 할 때 많이 쓰인다.
 
반면 평가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한계도 내포하고 있다. 시장가치 평가법은 우리가 충분히 유사한 적절한 수의 비교 대상 기업을 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배수의 기준이 되는 성과 지표가 기업이 벌어들일 수 있는 향후 현금 흐름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계산 과정을 단순화했다. 즉 ‘유사성에 대한 판단’과 ‘기준 성과 지표의 선정’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준으로 삼으려는 기업을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충분히 유사한 기업을 뽑았다고 할 수 있는가? 어떤 성과 지표를 사용해야 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다면 큰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
 
어떻게 비교하는 기업과 유사한 기업들을 뽑을까? 평가하고자 하는 대상 기업과 동일한 산업 및 자본 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유사한 재무 구조, 비슷한 사업 모델이나 운영방식, 규모를 가진 기업일수록 좋다. 그러나 이 유사성의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배수를 산정할 기업의 수가 매우 적어진다. 이때 산출한 배수는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 비교 기업의 개별 특성에 심하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동종 업계에 있는 수십 개의 기업을 모두 포함시켜 평균화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과연 규모와 사업의 특성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그 기업들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두 요인에 대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가급적 참여 시장, 규모, 사업모델 관점에서 비슷한 기업들을 선정하되 뽑힌 기업의 수가 너무 적어서 대표성이 낮아지지 않으려면 최소 6∼7개 이상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배수의 기준은 해당 산업과 기업의 상대적 가치를 대변할 만한 지표로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매출액, 순이익, 장부 가치 등 재무 지표를 주로 사용한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지표를 사용할 수도 있다. 가입자의 수로 기업 가치가 결정되는 케이블TV SO 사업은 가입자당 가치를 통해 인수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 케이블TV 업체 간의 인수합병이 활발했던 2004년 이후 가입자당 가치는 60만 원대 정도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2007년에는 100만 원대 이상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케이블TV의 서비스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에서 가입자당 기업 가치가 결정된다고 본다. 즉 재무지표 이외의 성과지표 역시 그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에 대한 거품이 한참 컸을 때는 인터넷 기업의 매출이나 수익이 워낙 빈약했기에 가입자당 가치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가치가 허상에 불과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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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승세seungse_chang@monitor.com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부사장

    필자는 서울대 섬유고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3년 이상의 전략 컨설팅 및 M&A 관련 경험을 갖고 있으며, 특히 성장 전략 및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의 전문가중 한 명이다. 모니터그룹에서는 주로 글로벌 에너지, 화학, 중공업 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사업 발굴 및 육성, 마케팅 전략 수립, 턴어라운드(Turnaround)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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