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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ation Conflict

투자는 과학이 아닌 예술…자신만의 눈으로 기업을 평가하라

김홍기 | 84호 (2011년 7월 Issue 1)

 

금융위기 후 세계 경제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하려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기업, 특정 자산,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수익성과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Valuation)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쟁회사의 핵심 인재를 스카우트해올 때 과연 얼마의 연봉을 줘야 하는지, 노쇠화된 우리 회사의 인력 구조를 재편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과연 얼마인지, 내수 위주로 운영하던 핵심 사업을 해외 시장으로 확대하는 게 좋을지 등을 결정할 때도 가치 평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기업 활동의 모든 부분이 평가와 관련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경영에서 차지하는 가치 평가의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흔히 가치 평가를 복잡한 숫자와 공식을 사용해 특정 결과를 도출하는 일로만 여긴다. 가치 자체를측정하는 일에만 관심을 쏟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경영 의사결정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가치 평가를 단행하는 이유는 측정을 통해 해당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이지 최대한 정확한 숫자를 도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업의 성과는 단순히 현금흐름할인(DCF) 등 주요 가치평가 방법론의 공식을 달달 외우고, 엑셀 프로그램을 잘 돌린다고 개선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싼 자문료를 주고 외부기관에 신규 사업이나 M&A 안건에 관한 가치 평가를 의뢰해놓고, 이를 잘 이용하지 못하거나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내려 위험을 자초하는 기업들도 많다. 이런 기업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해당 기업이 자기 자신을 정확히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자사의 현금 창출 능력, 현재의 자산 포트폴리오, 설비 투자 및 부채 상환을 포함한 향후 현금 사용처와 규모 등을 정확히 모른다면 합리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 이를 제대로 모르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정확히 아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즉 투자 대상에 대한 가치평가를 제대로 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아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만 한다. 그 이후에 자기 자신만의 눈으로 투자 대상을 평가하고 투자 진입 및 퇴각 계획(exit plan)을 짜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 가치 평가를 통해 기업의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자사의 상황에 적절한 투자 형태부터 파악하라

최근 방영되고 있는 주말연속극반짝반짝 빛나는에 등장하는 일화다. 급히 돈이 필요한 한 게임 개발업자가종로 백곰이라 불리는 사채업자를 찾았다. 이 사채업자는나는 담보를 믿지검은 머리 짐승(사람)’은 믿지 않는다며 확실한 담보를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대화를 지켜보던 사채업자의 예비 며느리가 끼어든다. 이 젊은 여성은사람이 아파트보다 더 확실한 담보라며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돈을 빌려주라고 예비 시어머니에게 조언한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장면보다 가치 평가의 핵심을 명료하게 표현하기도 어렵다. 예비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각각 투자의 양쪽 극단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시어머니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금 회수, 즉 원금 보장이다. 반면 며느리는이 사람이 미래의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주 같이 될지 누가 아느냐며 투자 사업의 성장성을 중시한다.

 

특정 기업, 자산, 프로젝트, 인물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이 두 관점은 항상 충돌한다. 한쪽은 현재의 상황과 투자 원금의 회수를, 반대쪽은 향후 성장성을 더 중시한다. 투자의 역사는 원금 보장과 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측과 높은 기대 수익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측의 도전과 응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M&A를 추진할 때, 신규 사업 투자를 고려할 때, 특정 인물을 영입하고 싶을 때 과연 우리 회사가 지금 두 투자자 중 어떤 입장에 서있는지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투자 기간, 기대 수익률, 여타 투자 자산의 성격 및 규모, 다른 소득원의 유무 등 투자자의 상황과 제약 요건(constraints)에 따라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상황이 위험을 감수해도 좋은 예비 며느리 쪽인지, 원금 보장을 우선시해야 하는 예비 시어머니 쪽인지부터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회사가 연간 15%의 수익이 기대되는 신규 사업을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아무리 가치 평가를 보수적으로 해도 최소 연 10%의 수익은 가능할 듯 보인다. 엄청난 고수익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나야만 투자 원금 및 지난 5년간 발생한 수익을 한꺼번에 돌려받을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만약 이 회사의 보유 자금이 넉넉하고 현재 핵심 사업의 성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 예비 며느리의 관점에서 해당 신규 사업의 가치 평가를 진행해도 무방하다. 반면 현재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회사가 단순히 높은 수익률만 기대하고 시어머니가 아닌 며느리처럼 행동한다면 이 사업에 대한 가치 평가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연히 투자 위험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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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기

    - (현) 크롤(Kroll) 한국사무소 상무
    - 조선일보 기자
    - 이데일리 기획조정실장
    - 알리안츠생명 커뮤니케이션 실장
    - 한국투자공사의 투자개발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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