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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ation Conflict

“헉, 우리회사 가치가 겨우…” 최적가격의 황금잣대는 없다

장승세 | 84호 (2011년 7월 Issue 1)
 

대체 우리 회사의 가격은 얼마일까?
A 사장은 오랫동안 지방에서 철강 열처리를 통해서 국내 대형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소규모 중소기업을 운영해왔다. 그는 어느 날 책상 위에 놓인 두 개의 서류 뭉치를 보고 고민에 휩싸였다.
 
첫 번째 서류는 주치의로부터 받은 암 판정 진단서였다. 모든 업무를 즉시 떠난 후 절대적 요양을 권장하는 내용이었다. A 사장은 이참에 아쉽지만 30년간 운영해온 기업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 마땅한 후계자도 없는데다 수술 후 투병을 위해서도 목돈이 필요했다. 그의 회사는 최근 수년간 연간 매출 100억 원에 5% 수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었다. 30년 전에 마련한 약 500평의 공장 부지는 인근에 고속도로가 생기고 주거 아파트 단지가 지어져 최근 땅값이 꽤 올랐다. 공장 부지 가격은 구입 당시보다 50배 이상 상승해 현재 시가로는 거의 60억 원에 달했다.
 
A 사장은 두 번째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세무사가 작성한 기업 가치 평가 의견서를 보고 놀라 숫자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귀사의 영업력과 현금흐름 할인법에 의거하여 가중평균 자본비용 12%를 적용한 귀사의 가치평가액은 85억 원이며….” A 사장은 부동산 가치만 60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기업이 고작 85억 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동향 친구인 B 사장을 생각하니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 B 사장은 자신의 회사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률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10여 년 전에 일찌감치 코스닥에 상장시킨 터였다. 친구는 현재 시가총액만 150억 원이 넘는다고 종종 자랑했다. 사실 A 사장은 예전부터 사업의 안정성이나 기술력 등을 보면 친구보다 자신의 회사가 훨씬 낫다고 여기고 있었다. 때문에 세무사의 평가서를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A 사장은 서류 뭉치를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 전부가 담긴 공장의 앞마당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체 우리 회사의 진짜 가치는 얼마인 걸까?’
 
주요 기업 가치 평가 방법론
안타깝게도 A사장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달래줄 방법은 별로 없다. 절대적으로 옳은 기업 가치 평가 방식이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상장 회사라면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이 곧 그 기업의 가치가 아니냐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주가 또한 기업의 본질적인 수익 잠재력과 더불어 시장의 수요 공급의 원칙, 상장돼 있는 자본시장의 상황 등에 따라서 쉴 새 없이 바뀐다.
 
기업 가치에 대해 많은 사람이 그나마 공감하는 원칙은 해당 기업에 투자, 혹은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곧 해당 기업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논리다. 투자자들은 자본으로 얻을 수 있는 다른 대안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 그 기업을 사려 한다. 이때 당연히 그 기업의 가치는 올라간다. 기대 수익률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는 당연히 떨어진다. 이렇듯 기업의 가치는 매우 상대적이다. 매수자의 관점에서 보면 ‘지불 가능한 최대 가격’, 매도자가 보면 ‘실현하고자 하는 최저 가격’ 사이에서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기업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해당 기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유형 자산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그 기업과 유사한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 혹은 인수합병을 통해서 거래가 이뤄졌을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경영학의 재무 이론에서는 ‘계속 기업(going concern)이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현금흐름)의 할인액’을 본질적 가치라고 정의한다. 이 3가지 방법 즉 자산, 시장에서의 가치비교, 현금흐름 할인액을 이용한 수익 가치 평가가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기업 가치 평가 방법(Valuation)이다. 이를 정리해 보면 <그림1>과 같다.
 

자산가치 평가법
첫 번째 방법은 자산가치 평가법이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총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가치로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때 기업의 가치는 자산의 총 가치에서 채무자들에게 변제를 해야 할 부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자산 가치는 장부에 기록돼 있는 역사적 원가를 기준으로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치로 재평가한다.
 
자산가치 평가법은 실제 장부에 기록된 자산을 근거로 가치를 매기기에 이해하기 쉽다. 기업의 현재 재무 상태를 반영하므로 객관성도 높다. 때문에 가격 협상의 기초로 자주 활용된다. 반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미래 현금 창출 능력 및 수익성과 같은 기업의 본질적인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극히 보수적인 방법이라는 약점이 있다. 유형자산이 거의 없는 지식 기반 중심의 서비스 기업에는 더욱 이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산가치 평가법은 기업을 사고 파는 거래가 발생할 때 가치평가의 최저 한도로 사용하거나, 사업적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 향후 사업을 지속하는 게 합당한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종종 사용된다. 즉, 기업이 현재 시점에서 사업을 접는다고 가정하면 모든 자산을 다 팔고 부채를 갚을 때의 청산 가치가 결국 자산을 기반으로 한 가치평가 방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자산가치 평가법의 객관성, 보수성과 같은 특성 때문에 이 평가 방법은 주로 매수자(Buyer)가 선호한다. 기업이 처한 사업환경의 불확실성 정도가 심하고, 매수자가 단기 이득을 추구하고자 할 때는 자산 가치에 의거해서 매수 후 즉시 매각할 수 있다. 이때 훌륭한 대안이 된다는 뜻이다. 주식을 매입하고 경영권 및 고용에 대한 승계가 전제가 되는 M&A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 방식이 간단하고 고용 승계 조건도 빡빡하지 않은 자산 양수도 거래에서도 종종 쓰인다.
 
시장가치 평가법
시장 가치 평가법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유사한 기업의 주가를 기반으로 특정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동종 업계나 비슷한 규모로 사업 방식을 영위하는 비교 대상 기업들의 가치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교법(Comparable method)이라 불리기도 한다. 보통 기준이 되는 성과 지표에 비교 대상 기업의 가치를 성과 지표로 나눈 값을 곱하기 때문에 배수법(Multiple method)이라고도 일컫는다. 주식을 평가할 때 흔히 이야기하는 PER(Price/Earning Ratio)나 PBR(Price-Book value ratio)은 주식의 가치를 순이익(Earning)이나 장부가치(Book value)로 나눴을 때의 값(Ratio)이 기업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배수다.
 
시장가치 평가법은 쉽고 간단하다. 큰 장점이다. 배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성과 지표에다 비교 대상 기업들의 배수를 평균해서 곱하면 쉽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따라서 정교한 가치 평가 방법을 적용하기 전에 해당 기업의 대략적 가치를 알아보고자 할 때 많이 쓰인다.
 
반면 평가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한계도 내포하고 있다. 시장가치 평가법은 우리가 충분히 유사한 적절한 수의 비교 대상 기업을 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배수의 기준이 되는 성과 지표가 기업이 벌어들일 수 있는 향후 현금 흐름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계산 과정을 단순화했다. 즉 ‘유사성에 대한 판단’과 ‘기준 성과 지표의 선정’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준으로 삼으려는 기업을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충분히 유사한 기업을 뽑았다고 할 수 있는가? 어떤 성과 지표를 사용해야 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다면 큰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
 
어떻게 비교하는 기업과 유사한 기업들을 뽑을까? 평가하고자 하는 대상 기업과 동일한 산업 및 자본 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유사한 재무 구조, 비슷한 사업 모델이나 운영방식, 규모를 가진 기업일수록 좋다. 그러나 이 유사성의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배수를 산정할 기업의 수가 매우 적어진다. 이때 산출한 배수는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 비교 기업의 개별 특성에 심하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동종 업계에 있는 수십 개의 기업을 모두 포함시켜 평균화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과연 규모와 사업의 특성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그 기업들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두 요인에 대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가급적 참여 시장, 규모, 사업모델 관점에서 비슷한 기업들을 선정하되 뽑힌 기업의 수가 너무 적어서 대표성이 낮아지지 않으려면 최소 6∼7개 이상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배수의 기준은 해당 산업과 기업의 상대적 가치를 대변할 만한 지표로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매출액, 순이익, 장부 가치 등 재무 지표를 주로 사용한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지표를 사용할 수도 있다. 가입자의 수로 기업 가치가 결정되는 케이블TV SO 사업은 가입자당 가치를 통해 인수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 케이블TV 업체 간의 인수합병이 활발했던 2004년 이후 가입자당 가치는 60만 원대 정도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2007년에는 100만 원대 이상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케이블TV의 서비스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에서 가입자당 기업 가치가 결정된다고 본다. 즉 재무지표 이외의 성과지표 역시 그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에 대한 거품이 한참 컸을 때는 인터넷 기업의 매출이나 수익이 워낙 빈약했기에 가입자당 가치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가치가 허상에 불과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수익(본질)가치 평가법
수익가치 평가법은 기업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활용, 미래 수익 창출능력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주로 현금 흐름 할인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보통 DCF(Discounted Cash Flow)로 불린다. 이 방법은 경영학의 재무 관리에 기반한 이론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수익 모델, 수익성을 좌우하는 운영 효율성, 기업의 재무구조 등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를 고려할 수 있기에 정교함 측면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M&A에 자주 쓰인다. 현재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과 역량이 피인수 회사와 결합할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계산해야 하는데다 이 시너지 효과를 객관적으로 파악할수록 M&A를 추진할 명분과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이론적 타당성과 정교함이다. 그러나 주관성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도 한다. DCF에서는 기업이 영속성을 지니는 존재라고 가정한다. 즉 기업의 현금 흐름이 영구적으로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합리적으로 추정 가능한 5∼10년 이후의 현금흐름은 계속 가치(Terminal value)로 상정하고 계산한다. 이렇게 구한 현금흐름에 대해서 DCF에서는 그 기업의 위험 요소를 적절히 반영한 자본 비용 혹은 할인율(Discount rate)을 적용해 현재가치화한 것을 해당 기업의 가치라고 정의한다. 문제는 DCF로 계산하는 수익가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임의성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계속 가치와 할인율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계속 가치는 개별적인 현금흐름을 구하는 맨 마지막 기간의 현금흐름을 할인율과 영구 성장률(Perpetual growth rate) 차이로 나누어 구한다. 영구 성장률이 1%만 바뀌어도 전체 계속 가치가 몇 배씩 차이가 난다. 더군다나 이런 계속 가치가 전체 기업 가치에서 적어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몇몇 중요한 가정 즉 성장률, 할인율에 의해 해당 기업의 가치가 대폭 바뀐다는 점은 더욱 정교한 가정과 논리의 동원을 필요로 한다. 재무 이론에 낯선 일반인이 이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계산 방식상 미래의 사업 성장이나 수익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추정하는가도 숙제다. 때로는 시장의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는데도 과거의 좋은 실적이 미래에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영진의 의지를 반영함으로써 가치를 과대 혹은 과소 평가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단선적 시각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DCF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학계나 몇몇 선진국을 중심으로 실물 옵션을 이용한 가치평가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실물 옵션 방식은 DCF와 유사한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나, 미래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동적(Dynamic)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옵션은 정해진 가격으로, 정해진 기일에 특정 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실물 옵션은 이 옵션의 정의를 경영상 의사결정에 적용한 기법이다. 기업이 고려하고 있는 미래에 현금흐름을 발생 시킬 수 있는 투자 및 의사결정을 옵션을 통해 행사할 수 있는 기초 자산으로, 그 투자에 소요되는 지출을 옵션의 행사 가격으로, 투자안의 현금흐름의 미래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옵션에서의 기초 자산의 변동성으로 이해하면 된다.
 
금융상품에서 옵션을 행사하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사항이다. 실물 옵션도 마찬가지다. 최초 투자를 한 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으면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전제한다. 미래의 불확실성 정도가 심한 신규 사업이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를 시도하는 기업이 실물 옵션을 사용하면 DCF에 대한 좋은 보완이 가능하다.
 
평가 결과에 대한 의견차는 왜 발생하는가?
가치 평가 방식을 변경하면 당연히 평가 금액도 달라진다. 하지만 설사 매수자와 매도자가 동일한 가치평가 방법론을 적용한다고 해도 서로 좁히기 힘든 수준의 평가 결과 차이가 발생할 때도 많다. 특히 M&A 거래에서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가치 평가 분쟁(Valuation Conflict)의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추정의 변수와 가정에 대한 인식차: 미래는 과거의 반영인가?
가장 널리 쓰이는 DCF를 보자. 평가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래 현금흐름, 즉 매출과 비용에 대한 추정이다. 매출액 추정은 보통 평가대상 기업의 주요 사업 영역에서 미래 시장 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의 곱으로 계산된다. 이 성장률과 점유율 전망치를 어떤 근거에 따라 얼마로 가정할 것인가에 대해 매수자와 매도자 간 큰 이견을 보일 수 있다. 해외 기업에 지분 매각된 한 완성차 업체인 A기업의 M&A 사례를 살펴보자.
 
A기업은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상당히 높은 실적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재무건전성 악화로 신차 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해 워크아웃과 출자 전환 상태를 맞이했다. 이후 국내 자동차 경기 위축 및 수출 경쟁력 악화가 겹치면서 A기업은 대주주인 채권단 지분 전량을 해외 완성차 업체로 매각하기로 했다. 매수자 실무진과 경영진은 수개월간의 정밀실사를 통해 A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A사 경영진과 논의했다.
 
논의 과정에서 매수자 경영진은 미래 시장 성장성 및 A사 점유율 전망에서 양사 간 매우 심각한 수준의 차이를 인식했다. A사의 미래 전망치가 대부분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한 단순 추정치거나, 경영진의 의지를 반영한 지나치게 긍정적인 숫자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매수자는 전체 시장 성장률을 주요 시장으로 세분하고, 각 세분시장별 주요 구매자의 인구통계학적 분포 및 구매력 변화를 다수의 시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 이를 세분시장 성장률 추정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매수자 실무진은 A사의 점유율 전망 역시 세분시장별 주요 경쟁사의 신차출시 계획을 A사 신차개발 계획과 비교하면서 과거 실적의 최대, 최소, 평균치를 적절히 반영함으로써 비교적 보수적이고 달성 가능한 추정을 할 수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결국 A기업은 매수자의 매출추정치에 대한 논리적 근거 및 이를 토대로 한 현금흐름 추정에 상당 부분 동의했다. 결과적으로 매수자는 초기 협상과정에서 논의되던 금액보다 약 20% 낮은 금액으로 인수를 할 수 있었다.
 
이 사례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미래 예상되는 사업 환경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추정의 주요 변수는 무엇인가? 과거 추이는 미래 추정의 가장 합리적인 가정이 될 수 있는가? 미래 성과 추정 시, 임직원의 의지를 반영하는 일이 과연 합리적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매수자와 매도자의 답은 언제나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양측 모두에게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내세울 수 있는 쪽이 M&A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A사의 사례에서 미래 현금흐름 추정의 변수, 가정 및 그 근거에 대해 매수자-매도자 간 상호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어떨까. 이러한 M&A 거래는 결국 깨질 수밖에 없을까? 물론 깨질 때도 있지만 이해관계자 간 목표가 일치한다면 평가 분쟁을 회피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다음 2가지다.
 
첫째,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회사의 미래 전망이나 위험에 대한 이견으로 인수가격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주로 Earn-Out 방법(M&A 거래 시 기업이나 건물을 두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향후 이익이 나면 수익을 배분하자고 약속하는 거래.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거나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 주로 쓰인다. 매도자는 M&A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매수자 역시 쉽게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이 쓰인다.
 
둘째, 전략적 투자가와 재무적 투자가 간에 인수대상 기업의 미래 전망이나 위험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때는 Put Back Option(M&A 시 인수자가 재무적 투자자의 보유 지분을 약정한 날짜나 가격에 되사는 것을 약속하는 거래) 방법이 주로 쓰인다.
 
미래 투자 옵션이 가진 불확실성: 기회인가? 위험인가?
매수자와 매도자 간 평가 충돌은 주로 미래 투자 옵션이 가진 불확실성을 가치평가 과정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벤처기업처럼 고수익 고위험 특성을 지닌 산업에서는 미래의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또는 투자 의사결정 자체가 가진 불확실성을 위험으로만 해석할지, 높은 수익창출 기회로 인식할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업의 역사가 짧아 과거 실적 데이터가 부족하고, 초기 투자 규모가 비교적 크며, 상당 기간이 경과돼야 투자의 성패를 알 수 있는 생명과학 산업에서 분쟁이 자주 생긴다. 생명과학 산업에서는 특히 DCF 방식을 적용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B사의 실제 사례를 보자.
 
B사는 과거 화장품 원료 전문업체로 사업을 시작해 의료용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기업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빠른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주요 고객인 국내 화장품 제조사의 수익성 저하 및 다양한 바이오 벤처회사의 등장으로 경영성과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이에 다양한 신규사업 진출을 고민해온 B사는 인공장기 관련법 제정이 가시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인공 각막 및 피부 사업에 진출할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B사는 투자 자금 마련 및 악화된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설립자인 CEO 지분의 일부 매각을 추진했다. 한 국내 사모펀드는 B사의 기존사업 및 미래 사업계획을 면밀히 검토해 DCF 방식에 따라 주당 약 6000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B사 CEO는 미래 성장동력인 인공조직 사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며 사모펀드회사의 제안을 거절하기에 이른다. 사모펀드의 경영진은 아직 투자 의사결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불확실한 신규 사업의 가치를 현 시점의 기업 가치 평가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B사와 추가 협상에 나섰다.
 
양사 경영진은 미 확정 상태인 전략적 의사결정 사안을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 가치평가 대안으로 실물옵션 가치평가(Real Option Valuation) 방식을 적용했다. 이 방식을 적용해 신규 사업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주당 약 4000원의 추가 기업 가치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양사는 실물옵션 방식을 적용한 총 기업가치(기존사업 가치 + 신규사업 옵션가치, 주당 6000원 + 주당 4000원=주당 1만 원)의 약 90% 수준에서 지분 인수 계약을 맺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 투자를 성공적으로 실행했다.
 
이 사례는 미래 불확실성 및 신규사업 진출에 대한 경영진의 의사결정 유연성이 DCF에 의한 가치에 추가 반영된 결과다. B사가 기존 사업만 영위한다면 이 회사는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신규 인공 조직 사업이 현실화된다면 해당 기업의 가치는 크게 증가한다.
 
비재무적 위험에 대한 의견 차이
DCF와 같은 재무적 방식에 의한 기업가치 평가는 환경에 대한 법적 책임, 노사 문제와 같은 비재무적 위험을 인수가치 평가에 적절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비재무적 위험은 가치 평가에서 상당한 할인(Discount) 요소다. 문제는 이 할인율을 산정하는 객관적 기준을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최종 협상에서 상당한 갈등을 유발할 때가 많다.
 
C사는 아시아계 주요 식품회사다. 최근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료첨가물 사업을 남미 시장으로 확장하고 현지 생산거점을 조기 구축하기 위해 브라질의 사료첨가물 제조회사인 D사의 인수를 추진했다. 현지 정밀실사를 단행한 결과, 인수의 전략적 정합성 및 재무적 타당성은 어느 정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환경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고 노조가 상당한 강성이라는 점이었다.
 
D사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방 공무원과 결탁해 불법적으로 오폐수를 불법 방류한 사실도 있었다. 과거 발생한 주변 강에 대한 오염 문제의 해결 지연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심각한 기업 이미지의 손상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노사 문제 역시 사내 복수 노조의 허용으로 노조 간 세력 다툼이 매우 심각했다. 두 노조는 모두 현지에서도 알아주는 강성 노조로 노사관리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없다면 공장의 정상가동이나 효과적인 노사 협상이 어려울 수 있었다.
 
C사는 D사의 경영진 및 채권단에게 이러한 실사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최소 15% 이상의 인수가격 할인 요소로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D사는 이를 거절했다. 양측은 인수가 조정비율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거래가 불발됐다.
 
앞서 설명했던 다른 유형과는 달리 이 문제에 관해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비재무적 위험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략적, 재무적 인수 타당성이 아무리 높다 해도 환경 비용이나 노조 문제가 심각하면 인수자 측에서 먼저 거래를 포기할 때가 많다. 그만큼 이러한 문제들이 사업의 안정적 운영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이는 재무적 가치로 정확하게 변환하기 어려울 뿐 어떠한 식으로든 해당 회사의 가치를 심각하게 갉아먹는 요인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학계의 활발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적의 가치평가 방법은?
‘단 하나의’ 최적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가치 평가 방식은 없다. 다양한 시각에서 평가해 일정 범위 내에 기업의 가치를 산정해놓고 최종 수치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협상 및 당시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실무적으로 기업 가치 평가를 할 때 순자산 가치부터 시작해 시장가치, 수익가치 등 모든 가치 평가 방법을 적용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사 아무리 어떤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했다 해도 실제 그 가치가 실현되려면 거래가 성사돼야 한다. 즉 기업의 가치는 매수자와 매도자의 쌍방 합의 없이는 단지 서류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각자가 옳다고 우기는 ‘최선’의 평가방법이 아니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차선’의 가치가 더 정확한 가치다.
 
가장 중요한 건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서로가 납득할 만한 기준과 근거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대방의 합의를 이끌어낼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가치 평가 작업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를 정확히 산출하기 위한 정량적 요인이 중요하다. 하지만 매수자와 매도자의 협상처럼 숫자 이면에 있는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요인도 매우 중요한 기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승세 모니터그룹 이사 Seungse_Chang@Monitor.com
고중선 모니터그룹 이사 Joong-Sun_Ko@Monitor.com
 
장승세 이사는 서울대 섬유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Principal로 재직 중이다. 전략 컨설팅 및 사모펀드 분야의 전문가다. 국내외 에너지, 화학, 철강, 중공업 회사를 대상으로 성장 전략, 경쟁 전략, M&A 전략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 고중선 이사는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 스쿨을 졸업하고 모니터그룹 서울 사무소 Principal로 재직 중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마케팅, R&D 및 운영 전략 분야의 전문가다. 중공업, 전자, 소비재 산업의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 장승세 | - (현)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부사장: 정유, 석유화학, 자동차, 중공업 기업 대상 성장전략, 경쟁전략, 턴어라운드 프로젝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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