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시대 : 21세기엔 마음을 판다

83호 (2011년 6월 Issue 2)


뉴욕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2005년 칼럼에서 “21세기는 세계화의 시대가 아니라 인지의 시대(The Cognitive Age)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은 21세기가 세계화의 시대가 될 거라고 예상한 바 있다. 물론 세계화는 현대 사회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다.

하지만 아이폰, 소셜 네트워크, 인공 인지 시스템, 인지 로보틱스 등 최근 등장한 각종 신기술과 새로운 기기들은 21세기가 단지 세계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시대임을 잘 보여준다. 유명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주장하듯 이제 인간과 기계의 구별이 모호한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도구인 인지과학의 중요성과 개념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왜 인지의 시대일까. 우선 인지과학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흔히마음의 과학(Science of Mind)’으로 불리는 인지과학은 사람의 두뇌와 마음, 인공물을 포함한 환경까지 이해하기 위해 신경과학, 심리학, 언어학, 인류학, 철학, 종교학, 컴퓨터과학,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등 각종 학문의 연구 방법과 연구 결과를 연결하는 통섭 학문이다. 인지과학의 발달로 인지문학, 인지신학, 인지종교학, 인지정치학, 인지법학 등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학문도 여럿 생겨나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여러 현상과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해석하려면 한 학문만 탐구해서는 불가능하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공학 등 학문의 여러 영역을 융합적으로 연결하고 재구성해야만 한다.

학계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인지심리학 교수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동료들은 여러 실험과 과학적 증거를 통해 인류가 오랫동안 신봉해 온 인간 이성의 맹점을 파헤쳤다. 행동경제학의 태동에 큰 역할을 담당한 그는 심리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 내에서는 인지과학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국내의 학계 풍토는 융합 학문인 인지과학이 뿌리를 내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자들도 마찬가지다. 아이폰과 아이팟 등으로 애플이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난 후 많은 기업들이 애플의 성공 비결을 탐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지과학이 애플의 성공을 가능케 한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애플의 제품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단순히 인간의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을 사는 게 아니다. 인간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트렌드를 포착했기에 열광에 가까운 마니아들이 생겨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시스템,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의 개발 때도 인지심리학자와 인지공학자가 다수 참여했다. 그간 주류 경영학계에서 풀지 못했거나 기업 현장에서 고민했던 많은 난제들 또한 인지과학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도 아이폰과 같은 제품을 만들려면값싸고 좋은 제품을 대량 생산하면 최고라는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일이다. 또한 인지과학의 중요성과 엄청난 잠재력을 인식하고 이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1세기 미래 사회를 앞서가려면 어떤 식으로든 인지 시대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이정모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캐나다 퀸스대에서 심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심여대, 고려대,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 한국 실험및인지심리학회장, 한국인지과학회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인지 과학: 학문간 융합의 원리와 응용> <인지심리학: 형성사, 개념적 기초, 조망>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공저)> 등이 있다.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jmlee@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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