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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로맨 vs 에어 조던, 광고 아이콘의 실체를 엿보다

김태경 | 82호 (2011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이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희대의 광고 아이콘, 말보로 맨
불 꺼진 강의실에서 프로젝터 불빛만이 스크린을 비추고 있는 광고 전략론의 첫 수업. 브라이언 스턴탈(Brian Sternthal) 교수가 보여주는 슬라이드에는 필립 모리스의 대표 브랜드인 말보로(Marlboro) 담배의 인쇄 광고들이 나온다. 1957년부터 최근까지 말보로 광고 특유의 콘셉트, 즉 카우보이의 표정, 말의 유무, 브랜딩 및 담배 패키지 위치 등은 계속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 50년간의 광고들은 누가 봐도 단번에 말보로 광고임을 알 수 있다.
 
스턴탈 교수는 말한다. “말보로 맨이 처음 등장한 1954년부터 지금까지 말보로의 광고 에이전시인 레오 버넷(Leo Burnett)이 광고주인 필립 모리스 본사에 들어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내용은 항상 동일합니다. 바로 ‘어떤 캠페인을 새롭게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왜 올해도 말보로 맨 캠페인을 계속해야 하는가’입니다.”
 
새로움과 변화가 마치 당위처럼 느껴지는 한국에서 마케터로 일한 경험이 있는 필자에겐 이 말이 무척 신선하게 들렸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한국 시장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일해 온 터라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말이 아닌가라는 느낌도 들었다. 과연 한국 현실에서 광고 에이전시가 60년간 같은 콘셉트의 광고 전략을 유지한다면 이를 받아줄 고객회사가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스턴탈 교수가 한 말보로 광고를 가리켰다. “여러분. 이 말보로 광고를 보세요. 이 광고에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학생들은 저마다 손을 들었다. “말의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카우보이가 젊어졌습니다.” “카우보이가 담배를 피우는 동작이 달라졌습니다.”
 
교수가 다시 말했다. “자세히 보세요.” 순간 교실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그 광고에는 말보로 광고에 늘 있었던 담배 제품 사진과 Marlboro라는 로고가 빠져있었다. 한마디로 그냥 여느 카우보이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교실에 있던 학생 모두가 이 광고를 말보로 광고로 여겼다. 말보로 맨이라는 희대의 광고 아이콘이 지금까지도 일반 소비자의 뇌리에 강력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말보로는 말보로 맨 캠페인을 통해서 시장 점유율 1%에 불과했던 브랜드를 세계 최대 담배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더 놀라운 건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장 점유율이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턴탈 교수는 이것이 바로 말보로 광고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광고 모델이 바뀌어도, 광고 내용이 달라져도, 심지어 브랜딩과 제품 이미지를 생략해도 누구나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마케터의 할 일이라는 스턴탈 교수의 말을 들으며 마케터로 일했던 필자의 지난 날을 되돌아 봤다.
 
에어 조던과 나이키
몇 주 후 스턴탈 교수는 말보로 못지않게 유명한 광고를 수업 주제로 삼았다. 바로 나이키의 에어 조던(Air Jordan)이었다. 나이키는 1990년대 전설적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을 활용해 엄청난 규모의 농구화 및 농구 의류 판매 증가를 이끌어냈다. 1970년대 생 중 중고교 시절 에어 조던을 신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이키는 어떠한가? 조던의 은퇴 후 나이키의 농구 관련 상품 매출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제는 조던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나이키의 에어 조던은 불과 10년 정도만 먹힐 아이디어였을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에어 조던 브랜드가 나이키에 득이었을까, 실이었을까? 스턴탈 교수는 말보로 맨처럼 일반인이 아닌 특정 유명인을 사용한 광고는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될 때가 많다고 평가했다. 아무리 뛰어난 운동 선수라 해도 10년 넘게 전성기를 유지하긴 힘들다. 소비자는 광고 모델의 부진을 해당 브랜드의 쇠퇴와 연관해서 생각한다.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광고 모델로 활동하던 연예인이 갑자기 나쁜 사건에 연루되거나 인기가 시들해지면 해당 브랜드는 큰 타격을 입는다. 건강한 이미지의 브랜드를 대변하던 연예인이 갑자기 사망하면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때로는 경쟁사가 우리 회사의 광고 모델과 이미지는 비슷하나 훨씬 유명하고 몸값 비싼 연예인을 쓰는 바람에 2등 브랜드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스턴탈 교수는 이와 같은 연예인 활용(endorsement)의 폐해를 Six Deadly Ds라는 용어로 유형화했다. 6D는 파괴(destroy), 희석(dilute), 결함(defect), 분산(distract), 사망(die), 다른 연예인에게 지배되는 현상(dominated by another spokesperson)의 약자다.
 

한국에서는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이 교과서처럼 여겨지고 있다. 작은 액세서리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대부분이 유명 연예인과 운동 선수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연예인 활용은 브랜드의 가치와 효용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연예인에 의존한 마케팅은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의 브랜딩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는 단기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만의 고유한 브랜드 자산을 축적하는 데는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맺음말
광고 전략론 수업을 들으면서 필자는 지나치게 유행만을 좇거나, 인기가 많은 특정 연예인을 내세워서 쉽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보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느꼈다. 아무리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이라 해도 한 번 정한 브랜드 콘셉트를 우직하게 밀고 가는 말보로 같은 끈기가 중요하다는 점도 깨달았다.
 
마케터는 절대로 마케팅 활동의 성과 측정에 대해 게을러지면 안 된다는 점도 이 수업에서 얻은 교훈이다. 마케터는 광고의 어떤 부분이 브랜드의 핵심 역량과 연계돼야 하며, 어떤 부분이 매출 증대와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바꾸지 않을 부분은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바꿔야 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마케터로 일할 때 많은 한국 마케터들이 ‘한국에서는 좋은 마케팅 사례가 드물다’고 말하는 모습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무조건 시장 환경, 소비자 트렌드, 고객회사에서만 찾아야 할까? 마케터들 스스로가 너무 쉽고 뻔한 답에 의존해왔기 때문은 아닌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김태경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Class of 2012 tkim2012@kellogg.northwestern.edu
 
김태경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P&G에서 프링글스, 페브리즈, 오랄-비, 브라운 등의 브랜드 마케팅 및 P&G 글로벌 인터넷 마케팅을 담당했다. MBA 학생의 시각으로 본 사회 현상에 대한 해석을 담은 블로그 mbablogger.net 을 운영하고 있다.
 
1908년에 설립된 켈로그 MBA스쿨은 교과 과정에 팀 활동(Group project)과 동료 평가(Peer evaluation)를 최초로 도입한 경영대학원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도널드 제이콥스 (Donald Jacobs) 전 학장의 리더십 아래 여러 혁신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며 세계적인 명문 경영대학원으로 도약했다. 특히 1980,1990년대에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를 필두로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얻었으며, 최근에는 금융, 회계, 인사, 조직 등을 포괄하는 General Management School로 성장하고 있다. 정규 MBA과정에는 매년 약 650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 김태경 | - P&G 프링글스,페브리즈,오랄비,브라운 등의 브랜드 마케팅
    - P&G 글로벌 인터넷 마케팅
    - mbablogger.net(블로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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