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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키우는 열린 인사가 H&M을 키웠다

예지은 | 80호 (2011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SERICEO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회원제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로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들에게 경제, 경영, 인문학 등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http://www.sericeo.org)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2010년 2월, 명동 한복판의 한 의류 매장 앞에 수많은 인파들이 줄을 섰다. 2008년 일본에서 이 회사가 첫 매장을 열 때도 사람들이 2시간이나 줄을 선 후에야 매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스페인의 자라, 일본의 유니클로와 함께 세계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꼽히는 H&M, 즉 헤네스 앤드 모리츠(Hennes & Mauritz) 이야기다.
 
H&M은 1947년 설립된 스웨덴 기업이다.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패션 기업으로는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LVMH)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현재 38개국에 2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명동에 2개의 매장이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매출은 약 18조 6000억 원, 직원은 5만여 명에 이른다. 매장에는 매일 새 상품이 들어오고 6주에서 8주가 지나면 매장의 전 제품이 바뀐다. 패스트 패션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H&M의 남다른 기업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NEXT Me’ 원칙이다. 현지 법인 책임자나 관리부문의 매니저 등 모든 관리직은 그 자리에 있는 동안 자신의 업무 중 일부를 후에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직원에게 의식적으로 맡겨야 한다.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후임자를 육성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없다. 때문에 관리자들은 6개월에 한 번씩은 매장의 모든 직원과 개별적으로 상담하며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지점장의 중요 임무이자 리더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대부분 회사에서 마음 편히 육아 휴직을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 회사 눈치도 보이고, 다른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도 가중될 수 있어서다. 심지어 휴직 기간에 내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 그러나 H&M에서는 여직원뿐 아니라 남자 직원도 당당히 장기 육아 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휴직이 나의 업무를 대신할 사람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직원들과의 소통이 이뤄지고 ‘서로 돕는다’는 생각도 뿌리내렸다.
 
둘째, 열린 인사 제도다. H&M에는 정해진 커리어 패스가 없다. 매장의 아르바이트나 전문직 등 모든 직원은 직위에 관계없이 몇 단계 위의 직책에 도전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물류 책임자가 되기도 한다. 현재 H&M의 디자인 책임자인 안-소피 요한슨은 점포 판매원으로 일할 때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작품으로 경영진의 눈에 들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러한 제도 때문에 H&M 직원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계발을 한다.
 
스웨덴 본사의 간부나 스태프는 1년에 최소한 2차례씩 점포에서 직접 판매를 한다. H&M의 글로벌 인사 책임자 사나 린드버그는 “직원들이 한 분야에서 충분히 성장하면 다른 업무에 도전하도록 한다. 우리는 한 직원이 같은 분야에서만 성장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열린 인사 제도는 심지어 회사를 옮긴 직원이나 퇴직자들에게도 해당된다. H&M은 헤드헌터를 통해 전문직을 영입하기보다 퇴직 사원 및 전직 사원 중에서 적임자를 찾는다. 두 번이나 회사를 그만뒀다가 재입사한 플로어 매니저도 있다.
 
셋째, 장기 고용 제도다. H&M은 장기 고용을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기 위한 조건이라 여겨, 근속연수에 따라 격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5년 이상 근무하면 격려금이 적립되기 시작한다. 10년 이상 근무하면 파트타임 직원이나 정직원 구분 없이 62세부터 근속연수에 따라 격려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철학 때문에 H&M에서는 20∼30년씩 장기 근속하는 직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947년에 문을 연 스웨덴 1호 점에는 대를 이어 2대째 지점장을 맡고 있는 직원도 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책임감과 소속감을 갖고, 회사도 직원들에게 회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다.
 
H&M의 성공 요인은 직원들이 성장할 기회를 열어주고, 직원과 회사와의 관계를 장기적 안목에서 보며, 심지어 떠난 직원마저 배려하는 조직 문화에 있다. 새로운 인재를 신속하게 영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존 직원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더욱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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