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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reciative Inquiry 방법론

AI: 조직 개발의 새 패러다임 (장점 탐구)

신좌섭 | 80호 (2011년 5월 Issue 1)
 
 

Appreciative Inquiry의 탄생
Appreciative Inquiry(이하 AI)는 ‘과거와 현재의 장점, 성공, 자산(資産),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appreciation’, ‘가능성을 발견할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탐구’한다는 ‘inquiry’의 두 단어로 구성돼 있다. 이를 사전적 의미로 단순 번역하면 ‘장점 탐구 혹은 가치 탐구’ 정도가 될 것이다. 통섭학을 이끌고 있는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가 스승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의 ‘Consilience’를 ‘통섭(統攝)’으로 번역했듯이 뭔가 적합한 우리말을 찾을 필요가 있지만 아쉽게도 마땅한 우리말을 찾지 못했다.
 
Appreciative Inquiry라는 말은 1980년대 중반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Case Western Reserve) 대학의 조직행동학 박사과정 학생이던 데이비드 쿠퍼라이더(David Cooperrider)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지도교수인 서레시 스리바스바(Suresh Srivastva)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조직개발 프로젝트를 돕다가 두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첫째, 조직개발을 위해 조직구성원들을 인터뷰하면서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할수록 사람들이 실망하고 서로 비난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조직에 개입(intervention)한다는 자세보다는 조직의 강점과 생명력을 ‘탐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할 때 변화가 더 잘 일어난다. 이로부터 데이비드 쿠퍼라이더는 ‘문제점’을 발견해 ‘개입’한다는 전통적 조직개발 개념을 조직이 본래 갖고 있으나 미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치’와 ‘강점’을 찾아내고 ‘탐구’한다는 새로운 조직개발 개념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데이비드 쿠퍼라이더는 조직개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던 다이애나 휘트니(Diana Whitney) 박사 등을 만나면서 AI를 여러 조직의 변화, 혁신에 적용해 얻은 사례들을 축적하면서 정교하게 다듬었다. 이제까지 AI를 적용한 기업이나 조직은 Hunter Douglas, British Airway, McDonald's, Verizon, US Navy, United Religions Initiative 등 수천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AI는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전파돼 수많은 컨설턴트들이 애용하는 조직개발 방법론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결함중심접근과 강점중심접근의 차이
전통적 조직개발과 AI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AI 전문가들이 애용하는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BP(British Petroleum)의 자회사로서 차량서비스를 하는 프로케어(ProCare)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79%의 만족도가 나오자 이를 더 높이기 위해 불만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그 결과를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그러나 재조사 결과, 당초 의도와는 달리 소비자 만족도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ProCare는 역발상의 접근을 시도했다. 만족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서 ProCare 서비스 직원들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으며 그 서비스에 왜 만족했는지 자료를 수집해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8개월 후 다시 실시한 조사에서 만족도는 95%로 껑충 뛰어올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불만족 소비자들로부터 수집된 자료들은 회사와 직원들의 결함, 잘못된 행동에 관한 것들인 반면, 만족한 소비자들로부터 수집된 자료들은 회사와 직원들의 강점, 잠재력, 가능성, 올바른 행동에 관한 것들이었다. 결함에 관한 데이터는 자긍심을 떨어뜨리고 조직의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강점에 관한 데이터는 자긍심과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훌륭한 서비스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롤-모델을 전파시킨다. 결함중심접근(deficit oriented approach)과 강점중심접근(strength oriented approach)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필자는 의학과 교육학을 공부하고 의과대학에서 의사 양성 시스템을 기획, 조정, 평가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여러 차례 의과대학과 병원의 전략기획을 이끌 기회를 가졌다. 그런데 전통적 전략기획 방법론에 따라 환경 분석(SWOT 분석)이라는 것을 할 때 참가자들을 당혹하게 하는 공통된 현상은 강점(strength)과 기회(opportunity)는 몇 개 나오지 않고 약점(weakness)과 위협(threat)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SWOT 차트를 벽에 걸어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곤혹스러운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이 같은 경험 때문에 필자는 AI를 배울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모든 부문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험이 주로 의료계에 국한돼 있어서 그렇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유능한 의사는 환자의 ‘문제’를 잘 찾아내야 한다. 흐릿한 X-레이 필름의 한 구석에 작은 음영으로 나타나는 비정상 소견을 족집게처럼 짚어내는 의사의 이미지를 많은 사람들은 떠올릴 것이다. 의사들은 의과대학 시절부터 끊임없이 문제를 발견하는 훈련을 받고 이것을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장점이나 기회보다는 약점이나 위협을 더 많이 발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조직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에서 구성원들이 온통 부정적인 것들에 압도당하는 것은 아주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왜 우리는 부정성에 깊게 빠져 있는가
중학교 시절 필자는 담장을 맞대고 있는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 문예반 선배들을 도와 교지 교정보는 일을 한 적이 있다. 광화문 서울신문사 지하 인쇄소에서 교정이 끝나고 돈암동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떡볶이와 맛탕을 얻어먹으며 ‘웃자란 보리 같은’ 문예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하루 종일 교정에 몰두하곤 했다. 어느 날 버스에서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나에게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길거리 간판의 잘못된 글자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오탈자를 잡아내는 교정일을 일주일 정도 하고 나니 세상이 온통 교정지로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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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좌섭

    - (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 (현)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교육연수원 교수개발 담당
    -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전문위원회 위원장
    -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acilitators’의 Certified Professional Facilitator
    - ‘Corporation for Positive Change’의 Certified Appreciative Inquiry Practitioner, Certified Appreciative Leadership Development Program Tra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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