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포츠 의류업체인 나이키(Nike)는 1990년 야심찬 프로젝트를 하나 가동했다. 바로 나이키 타운(Nike Town)을 만드는 것.
나이키 타운이란 전시·판매·이벤트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소가 섞인 쇼케이스 스토어(showcase store)로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즐기는 공간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타운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거대 매장 안에 학교와 경찰서, 공공회관 등 하나의 마을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을 구비했기 때문이다.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나이키 브랜드를 공유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방문과 체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깊이 각인하도록 의도했다.
나이키는 애당초 계획한 나이키 타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인상적인 것 하나 없이 그저 곳곳에 ‘저스트 두잇(Just Do It)!’, ‘저스트 두잇(Just Do It)!’이란 나이키 광고문구만 걸어놓고 상품을 판매했을 뿐, 나이키 팬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경험이나 이와 관련한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 등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나이키 타운과 비슷하게 ‘NBA 스토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미국프로농구협회(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가 운영한다. 모든 NBA 팀의 공식 상품을 판매하는 유일한 상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상점에는 실제 크기의 절반인 농구 코트가 있다. 하지만 코트 옆 커다란 통에는 바람 빠진 농구공이 담겨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NBA 선수처럼 점프할 수도 없고 바람 빠진 공으로 슛을 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농구공은 전시용임. 통에서 공을 꺼내지 말 것. 덩크슛 절대 금지.”
나이키 타운과 NBA 스토어는 고객에게 체험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체험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사례들이다. 즉 고객들에게 말한 대로 실행하지 않은 곳이자,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도 맞지 않는 곳이었던 셈이다.
비즈니스에서 고객과 함께하는 경험(experience)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어 진정성(authenticity)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진성정의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음에도 이 두 업체는 ‘가식(fake)’으로 이런 트렌드에 역행한 셈이다.
그렇다면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쉽게 말해 ‘믿음과 신뢰’다. 겉으로는 ‘고객 만족’, ‘고객 최우선’,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등 고객의 눈을 혹하게 하는 말을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을 때 고객은 그 기업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물론 ‘신뢰의 가치’보다 ‘거짓을 광고하고 말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크다면 기업은 가식(fake)을 내세울 수도 있다.
과거 대부분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활용도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공급업자가 많아지자 관심사가 ‘품질(quality)’로 이동했다. 이후 품질마저 평준화되고 유통이 최적화되자 ‘질적 수준과 적정 가격’으로 점차 관심이 옮겨갔다. 결국 오늘날에는 그 관심사가 ‘진정성’으로 변했다. 가식 또는 겉치레보다는 진실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그 진정성을 가진 기업과 거래하고 싶은 것이 오늘날의 소비 행태이다.
따라서 가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21세기 고객을 20세기 고객으로 잘못 알고 있는 어리석은 경영자라 할 수 있다. 가식과 거짓, 과대 포장으로는 절대 현재의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가식은 기업의 미래 성장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다는 점이다.
나이키 타운이 진정성을 얻고자 했다면 나이키가 말하는 가치를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NBA 스토어도 진정성을 생각했다면 고객들이 만족스럽게 눈부신 덩크슛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고객들이 직접 호쾌한 덩크슛을 즐기고 다른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 사람들은 매일 이곳에 오려고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