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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Business Model

열린 세상의 가운데에서 혁신을 만나다

서진영 | 72호 (2011년 1월 Issue 1)
 
 
 
□ 를 추구하지 않았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실패자였다. 애플의 초기시절, 조지 오웰의 <1984>를 이용한 슈퍼볼 광고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얻었던 애플의 매킨토시는 MS-DOS를 내세운 IBM과의 경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한다.
 
당시 IBM은 MS-DOS를 채택함으로써 외부 시장에 존재하던 많은 응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계속해서 추가 개발했다. MS와 IBM, 두 골리앗의 협공으로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1983년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26%, IBM이 17%였다. 그러나 다음 해에는 1, 2위가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IBM PC의 첫해 판매량은 140만 대가 넘었고 해마다 두 배씩 증가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입한 전문 경영자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스티브 잡스는, 1986년 초 애플을 떠난다. 애플의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달랑 한 주만 남겼다. 마지막 한 주를 남겨둔 것은 연례 경영보고서를 계속 받아보기 위해서였다. 쓸쓸한 뒷모습의 스티브 잡스, 당시에 그가 몰랐던  □ 는 무엇일까.
 
오픈 비즈니스 모델, 왜 필요한가
해답은 바로 오픈 비즈니스 모델(open business model)이다. <Open Business Models>과 <Open Innovation>의 저자이자 UC버클리대학 하스 경영대학원의 헨리 체스브로(Henry W. Chesbrough)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의 기능을 1. 가치를 창출하는 것(value creation)과 2. 그렇게 창출된 가치의 일부를 획득하는 것(value capture)이라고 정의한다. 즉, 비즈니스 모델은 원재료에서부터 고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부가된 가치를 지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데 필요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또 일련의 활동 과정 속에 독특한 자원 및 자산 혹은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시장지위(position)를 확립함으로써 기업이 가치를 획득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기업의 중요한 가치 창출의 수단인 사업모델을 오픈(open)하면, 즉 사업 노하우를 공개해버리면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 답은 다음의 질문 2가지에 담겨 있다.
 
1. 다른 회사에서 어떤 특허 또는 사업모델을 가져와 우리와 결합시키면 우리 사업모델이 더 나아질까?
2. 우리 회사에 사장(死藏)된, 놀고 있는 특허나 사업계획은 없는가?
과거의 혁신시스템은 자신이 가진 하나의 기술을 통해 시장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었다.(그림1)
 
 
하지만 새로운 오픈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혁신이 내·외부의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특히 기업의 내부 기술은 현재의 시장에 제품, 서비스로 공급될 뿐 아니라, 기술 자체가 라이선싱으로 거래되고 기술 확산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자신의 현재 시장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데 외부의 기술을 소싱하기도 한다는 점이다.(그림2)
 
 
하지만 오픈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아이디어, 지식, 자원, 시장 지위 등이 최적으로 조합될 수 있는 개방된 시장 플랫폼(market platform)을 기반으로 한다. 즉 기업 자체가 다양한 고객들이 모여서 최적의 조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따라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개방된 시장 플랫폼 운영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버려지는 지식자산 효율적으로 활용
그렇다면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이 형성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기업은 주어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경제 주체다. 하지만 기업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비효율과 낭비의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지식재산의 경우가 그렇다. 기업들이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특허자산을 활용하지 않은 채로 방치해두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실제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활용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5% 미만에 그치고 있다. 즉 95% 이상의 특허가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못한 채 낭비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게다가 수백억 원 이상이 투입된 공장 설비가 50% 이하의 낮은 가동률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지멘스(Siemens)의 한 임원은 독일에 등록된 특허의 무려 90% 이상이 상업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P&G도 2002년 기준으로 보유 특허의 약 10% 정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오픈 비즈니스 모델을 강의하기 위해 찾아간 자동차 부품 회사 등에서도 보유 특허의 90%가 사장되고 있었다.
체스브로 교수는 이런 현상을 바로 ‘폐쇄형 지식재산 관리(closed IP management)’라고 명명했다. 여기서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즉, 기업 내부에서 접근하는 것이며, 이를 활용하는 방법 역시 한 가지뿐이다. 바로 내부 기술을 활용해 자사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 대부분의 지식재산은 사용될 일이 거의 없다.
 
이는 사회나 기업 모두에 엄청난 비효율성을 가져온다. 특허를 취득한 기술을 발명가 자신이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타인이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라이선스를 하지도 않는다면, 일시적인 독점에 의해 보호되는 제품은 결코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사회는 새로운 발명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특허 만료 시점까지 해당 발명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할 권리를 발명가에게 부여하는 것과 같다. 기업이 수천에서 수만 건에 달하는 엄청난 특허 포트폴리오(patent portfolio)를 구축하고 그 가운데 25%도 활용하고 있지 않다면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엄청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바로 오픈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분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오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로 가야 할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경쟁이 극도로 격심해지고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은 내부개발비용을 자신의 제품 판매 이익만으로 회수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판매, 스핀오프, 라이선스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외부 기술 이용을 통해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어야 생존과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의 실례
그렇다면 오픈 비즈니스 모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
첫째, 외부 혁신의 내부적 활용이다. 규모에 관계없이 기업들 대부분이 잠재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외부 기술을 더욱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들어 델(Dell)은 내부 연구소를 활용한 개발보다 외부의 발명(invention)을 활용해 강력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는 전통적인 연구개발에 인수합병을 결합한 ‘인수개발(A&D·acquire & develop)’이라는 모델을 고안해 성장했다. A&D를 통해 우수 인력과 미래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었다.
 
둘째, 우리 회사가 쓰지 않는 미활용 기술을 외부에 제공하는 형태다. 그런데 우리도 안 쓰는데 외부에서 쓰겠는가? 해당 기술을 기꺼이 쓰려는 회사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구매 기업이 판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판매 기업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기회를 구매 기업이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기술 프로젝트를 스핀오프 시킨 제록스(Xerox) 팔로알토연구소(PARC·Palo Alto Research Center)를 살펴보자.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이 중단된 이후 제록스를 떠난 프로젝트는 35개였다. 제록스는 이런 기술 개발을 계속 지속하더라도 추가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체 35개 프로젝트 가운데 30개는 분리된 스핀오프 기업에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까지 부여했다. 이를 보면 대부분의 스핀오프는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이었지 부주의로 인한 실수가 아니었다. 35개 프로젝트 가운데 24개는 스핀오프 이후 성공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11개 프로젝트는 제록스의 비즈니스 모델과는 전혀 다른 모델로 발전했고, 소위 대박을 터뜨려 엄청난 가치를 창출했다. 이 11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탄생한 기업의 시가총액(market value)을 모두 합하면 제록스의 두 배가 넘을 정도였다. 이는 제록스가 프로젝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 내부의 사람들은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그렇게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①P&G, 외부 혁신을 내부로 끌어다 쓴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오픈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기는 할까? 이미 여러 회사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P&G
는 감자 칩에 유머나 간단한 상식 등 직접 새겨 넣은 프링글스 프린트(Pringles Print)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외부 기술을 이용해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을 이룬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 사례다. P&G는 케이크와 쿠키에 잉크로 메시지를 인쇄할 수 있는 방법을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제과점에서 발견했고, 이를 자사의 프링글스 칩에 적용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P&G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제품을 개발했으며, 내부적으로 개발했을 경우 소요됐을 시간의 절반도 걸리지 않고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P&G는 세계 도처에 있는 타사로부터 기술을 라이선싱을 받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P&G에서는 이를 연계개발(C&D·connect and develop)이라고 한다. P&G는 C&D로 라이선스를 획득하거나 스핀브러시(SpinBrush) 전동칫솔이나 올레이 리제너리스트(Olay Regenerist) 화장품, 먼지떨이 스위퍼(Swiffer) 등과 같이 다른 회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P&G 브랜드로 시장에 내놓았고, 그 결과 재도약을 할 수 있었다.
P&G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질 클로이드(Gil Cloyd)와 함께 래플리는 P&G가 성장을 가속화하려면 외부기술에 대해 자사의 혁신 프로세스를 개방해야만 한다고 말뚝을 박아버렸다. 오늘날 P&G는 광범위한 스카우트망을 활용해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그림은 C&D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웹사이트의 모습이다.
 
②IBM, 지식재산을 수익화하다
IBM은 자사의 특허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했다. PC 사업에서 철수할 당시 IBM은 델(Dell) 및 레노보(Lenovo) 등 PC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엄청난 지식재산을 자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델은 다양한 IT 서비스를 IBM이 장기 공급하면서 동시에 IBM이 보유한 지식재산까지 함께 제공하겠다는 패키지 형태의 제안을 했다. 델은 이를 받아들여 앞으로 IBM에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레노보는 무려 17억 달러를 받게 되며 이에 더해 IBM의 IT 서비스 사업을 중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까지 마련했다. IBM은 PC 사업이라는 문을 하나 닫았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IT 서비스 제공이라는 또 다른 문을 연 셈이다.
 
이는 지식재산 수명주기 모델상 쇠퇴기의 지식재산을 현명하게 관리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특허가 지닌 강력한 힘과 가치가 입증되면서 IBM 경영진은 훨씬 공격적인 특허전략을 취하기 시작했고, 이는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IBM은 빠른 속도로 특허출원신청을 늘렸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특허를 취득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IBM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8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특허를 취득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는 IBM이 단지 더 많은 특허출원신청을 하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IBM의 성공은 각국에 흩어진 연구 인력 6000여 명과 연간 50억 달러가 넘는 연구개발투자비(2004년 기준) 덕분에 가능했다.
 
IBM은 이러한 특허를 이익의 원천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에 IBM이 거둬들인 로열티 수입은 수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04년 즈음에는 12억 달러로 늘어났다. IBM 전략 부문의 조엘 콜리(Joel Cawley)는 “우리가 가진 지식재산으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을 배운 스티브 잡스
이제 서두에서 언급한 스티브 잡스의 사례로 돌아가자. 오픈 비즈니스 모델의 최고 사례는 단연 애플일 것이다. 그렇다면 ‘□’를 몰랐던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이것을 깨달은 것일까?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우연한 기회에 <스타워즈(Starwars)>를 만든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George Lucas)가 재정난으로 루카스필름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인수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 회사명을 픽셀(pixel, 화소)과 아트(art, 예술)를 합친 픽사(Pixar)로 정했다. 그리고 틴토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성공이 이어져 1995년에 틴토이를 수정해 디즈니와 <토이스토리>를 제작했고 이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개봉 첫 주에만 제작비와 맞먹는 29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영화는 그 해의 최고 흥행작이 됐고 세계 전역에서 2억 5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여기에 비디오 판권으로 1억 달러가 추가로 들어왔다. 총수입은 3억 5800만 달러에 이르렀다. 그리고 드디어 1995년 11월 픽사를 기업 공개했다. <토이스토리>가 개봉한 지 1주일 뒤였다. 1주당 39달러에 마감했고 스티브 잡스는 다시 억만장자가 됐다. 이후,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와 함께 <벅스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을 제작해 모두 성공시켰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여기서 무엇을 배운 것일까? 영화 즉,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작가가 시나리오를 물색하고, 제작자가 자금을 모아 공급하고, 배우와 감독이 고용되고, 촬영 세트가 만들어지고, 특수효과 담당자와 촬영 보조 및 스태프가 고용되며, 밥차도 동원된다. 모든 메이저 영화는 이처럼 다양한 참여자들의 독특한 조합을 통해 창조된 프로젝트며, 모든 참여자들에게는 대리인이 있다. 비즈니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다양한 참여자 및 자산, 기술이 결합돼야 하는 좋은 오픈 비즈니스 모델의 사례가 할리우드였던 것이다.
 
픽사의 성공은 애플의 경영진에게도 스티브 잡스의 존재를 다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1년 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복귀했다. 복귀 후 만든 아이맥, 아이북도 성공이었다. 아이팟은 필립스에서 몇몇 제품을 개발한 적이 있는 하드웨어 기술자 토니 파델(Tony Fadell)이 제발로 애플을 찾아와 설계도를 보여주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애플이 찾고 있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예전의 스티브 잡스였다면 아이팟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만든 기술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스티브 잡스에게는 ‘□’를 채울 줄 아는 지혜가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즉시 하드웨어 부문의 책임자 존 루빈스타인(John Rubinstein)에게 MP3 프로젝트를 맡겼다. 과거에는 모든 것을 내부에서 개발하는 오만의 기술로 버텼다면, 이번에는 외부에서 이미 만들어진 플랫폼과 부품을 사용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네트워킹(networking) 개발법을 택했다.
 
과거 애플은 기술 오만에 빠져 처음부터 끝까지 내부에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지금은 제품 콘셉트와 디자인은 내부에서 하되 기술개발은 외부 전문기업을 활용하는 네트워킹 개발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단기간 내에 최고 히트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네트워킹 개발방식을 채택함으로써 8개월 만에 최고 히트작 아이팟을 만들어냈다. 아이팟에서 애플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은 거의 없다. 아이팟은 Wolfson, Toshiba, Texas Instruments, Portalplayer 등의 기술들이 결합된 오픈비즈니스모델의 산물이었다.
 
개발 이후에도 스티브 잡스는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발전시켜나갔다. 아이튠스 뮤직스토어는 현재 전세계 온라인 유료 음악시장에서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음반사 및 원 저작권자들과의 수익 배분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곡당 99센트를 받을 경우 33센트는 음반사, 33센트는 원 저작권자에게 돌아가게 되며 애플 측에서는 33센트를 받는 식이다.
 
2004년 8월, 애플은 휴렛팩커드와 중대한 협력을 체결했다. 휴렛패커드가 아이팟에 자사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하고, 휴렛패커드의 컴퓨터에 아이튠스를 장착하기로 한 것이다. 또 애플은 자사의 아이튠스를 모토로라 단말기에 탑재하기로 하는 제휴를 맺었고, 미국의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싱귤러와이어리스와도 협력했다.
 
과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컴퓨터 분야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1990년대 말 애플은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과 운영에 필요한 소스코드를 내놓았다. 코드 공개로 애플은 기업용 리눅스 운영체제로 선정됐다. MIT 대학이 매킨토시 운영체제를 채택한 것도 코드 공개 덕분이었다. 2000년부터 새롭게 선보인 매킨토시의 운영체제인 맥 OS도 기존 애플 운영체제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개방형 표준에 기반을 두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나 포토숍 등 주요 상용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1996년에 13억 8000만 달러, 1997년에 10억 7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해 파산지경에 이르렀던 애플. 그러나 1997년 스티브 잡스가 경영자로 복귀하면서 흑자로 전환하게 되고 1999년부터는 매출도 다시 성장했다. 2001년 MP3 플레이어 아이팟이 대히트를 치면서 매출과 이익이 급증했고 애플은 역사상 가장 화려한 부활을 하게 된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비즈니스 모델을 오픈하자, 많은 유명인들이 자진해서 아이팟에 도움이 되는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작곡가 디즈니 리치는 “아이팟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노래를 저장해서 어디든 가지고 다닌다”고 했고, 영화배우 윌 스미스는 NBC <투나잇쇼(Tonight Show)>에 출연해서 자신이 얼마나 아이팟에 빠져있는지 열변을 토했다. 영화배우 기네스 펠트로는 <보그(Vogue)>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팟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으며, 딸의 이름을 ‘애플’이라고 짓기도 했다. 또 라거펠트는 아이팟을 12개까지 넣고 다닐 수 있는 고급 가죽가방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BMW는 운전 중 아이팟을 조작할 수 있는 특수장치를 부착했고, 아이팟과 연결해 조작할 수 있는 카오디오 시스템도 개발했다. 사업 모델을 오픈하자 세상이 연결돼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 세상을 향해서
체스브로 교수가 주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은 지식을 창출하는 주체와 이를 활용해 가치를 획득하는 활동이 한 기업 내에서만 이루어지던 시대가 이미 끝났음을 알리는 선언문이다. P&G의 C&D(connect & development: 연계개발) 모델이나 시스코의 A&D(acquire & development: 인수개발) 모델 등은 새로운 가치 창출 기회를 기업 외부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게다가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우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기술 가운데 내부에서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낌없이 다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과거의 닫힌 비즈니스 모델을 오픈 모델로 바꾸라는 것이다. 체스브로 교수는 오픈 비즈니스 모델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거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방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업만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제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는 무엇일까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참고 자료
<오픈 비즈니스 모델> 헨리 체스브로 지음, 서진영 김병조 옮김 플래닛 출판, 2009.
<Open Business Models: How To Thrive In The New Innovation Landscape, 1/E>, Henry Chesbrough, published by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2006.
<스티브 잡스의 창조 카리스마> 김영한 저, 리더스북, 2006. 등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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