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수요 관리 체계

영업부서는 낮게, 생산부서는 높게…이기적 수요예측, 컨센서스를 찾아라

69호 (2010년 11월 Issue 2)

 
 
사진작가 윤정미 씨는 수집과 분류를 사회적 의미로 연결시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해왔다. 그는 서울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홍익대와 미국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과 비디오를 공부했다.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펜-문방구>와 <컬러펜-화방>에서 꽉 막힌 진열대 안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펜을 통해 잘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기계의 부속품이나 재료로 느껴질 수 있는 개인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미 시스템화, 제도화되어 있는 것들, 고정관념화 되어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시장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적절하게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법론이나 제도, 고정관념 등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의 문제의식과 연관 지어 작품을 감상해볼 수 있다.
윤정미 <펜-문방구> C-Print, 가변크기, 2001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마치 깜깜한 밤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유리창을 응시하며 라이트도 없이 시골길을 잘 달려가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소비자 취향이 다원화되면서 정확한 수요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렇지만 어렵고 틀리더라도 예측 활동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이 없다면 계획과 대비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틀리기 쉬운 수요 예측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가변적 미래 수요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요 관리가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DBR은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효과적인 수요 관리 체계와 수요 예측 방법 등을 종합했습니다. 극도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최근의 경영 환경 속에서 효과적인 수요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정보기술 거품이 붕괴되자 2000년 약 543억 달러에 달하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요는 불과 1년 만에 269억 달러 규모로 반토막이 났다. 예기치 못한 수요의 급감으로 NEC나 후지쓰와 같은 일본 업체들은 결국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2008년 몰아닥친 경기 침체로 건설 수요가 급감하자 아르셀로미탈이나 신일본제철 같은 주요 철강 업체들은 건설용 강재 제품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10∼20% 가량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기 LCD 패널 출하량이 급감함에 따라 일부 용해로의 가동을 중단했던 일본의 LCD 기판 유리 제조업체들은 1분기 만에 갑작스럽게 수요가 회복되자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결국 상당 기간 기판 유리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사업의 존폐나 성과를 좌우할 만큼 매우 실질적이고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온갖 불확실성 요소가 난무하는 사업 환경에서 미래 수요를 항상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특히 과점적 시장 구조 아래 한정된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B2B 기업의 경우 그 어려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B2B 제품의 평균적인 수요 예측 오차율(MAPE·Mean Absolute Percentage Error)이 30%에 이른다는 한 연구 결과는 이를 입증한다.
 
 
B2B 제품의 수요 예측이 더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1>은 1970∼2002년의 분기별 데이터에 기초해 미국의 한 자동차 부품 회사의 제품 수요(정확하게는 판매량)를 분석한 수요 방정식(demand equation)이다. 이 공식은 B2B 제품의 수요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두 가지 근본적 이유를 명료하게 제시해준다. 첫째, B2B 제품의 수요는 최종 소비자나 전방 산업에 의존한다. 거시 경제의 변화 양상이나 완성품 소비재의 판매량 등을 온전히 꿰뚫고 있어야 제품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둘째, B2B 제품의 수요는 해당 기업이나 경쟁사의 마케팅 활동 양태에 따라 가변적이다. 차별적인 제품 속성이나 상대적 가격 수준, 영업 활동의 강도에 따라 수요가 증가 혹은 감소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가 제한적인 과점적 구조 하에서 한 공급자가 마케팅 전술에 변화를 주면 그 파급력은 더욱 크다.
 
B2B 제품의 수요가 이토록 가변적이고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도 다양하다 보니 수요 예측의 오차율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부 기업들은 예측의 무망함을 역설하기도 하고 나아가 아예 합리적 예측을 포기한 채 단기 운영에만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하지만 주가나 날씨를 정확히 예견할 수 없다고 해서 예측 활동을 포기하지 않듯, 미래 수요에 대한 예측 또한 방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다면 계획과 대비 또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믿을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수요 예측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가변적 미래 수요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하고도 체계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바로 시장지향적이고 전사적인 수요 관리 체계다.
 
 
수요 관리란 수요의 규모와 변동성을 심층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기초해 기업의 경영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주도적 대응 방안을 전략적이고 전사적인 관점에서 수립해 실행하려는 경영 활동을 의미한다. 이의 구현을 위해서는 <그림2>와 같은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1.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마켓 인텔리전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미래와 관련된 정보로부터 도출된다. 따라서 수요의 규모와 변동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래 수요와 관련한 정보를 폭넓게 확보하고 심층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의 마켓 인텔리전스 기능은 매우 취약하거나 제한적이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의 보고서를 취합해 분석하거나 거래 고객의 일반적 동향 및 구매 계획을 파악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마켓 인텔리전스 관련 부서로부터 나오는 산출물들은 대부분 피상적이거나 단편적이어서 전략적 의사 결정에 필요한 입체적인 통찰이나 견고한 계량적 근거들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성공적인 수요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와 관련한 정보의 양과 질을 전면적으로 확충하고 이를 필요에 맞게 가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최종 소비자로부터 시작해 해당 기업의 제품에 이르는 가치 사슬의 전 과정을 분석해 제품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을 상세히 규명하고 파악해야 한다. 특히 가치사슬 상에서 최종 소비자로부터 멀어질수록 수요와 재고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를 감안할 때 전방 산업의 양태에 대한 세밀한 조사와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별로 입체적인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정성적인 동향 정보 파악도 중요하지만 제품 수요에 미칠 실질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수치화된 정량적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시계열적 트렌드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시장 지표나 산업 지표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요구되는 정보의 종류와 성격이 정립되면 이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출처를 정의해야 한다. 정보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각 정보의 출처가 일관되게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출처는 해당 정보의 특성에 따라 미디어, 시장 조사 기관, 산업 관련 전문 기관, 관련된 전후방 거래 업체, 영업 인력 등을 포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켓 인텔리전스와 관련한 실질적인 고민은 수요 예측에 필요한 고급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거래 고객의 생산 용량, 재고 수준, 구매 계획 등과 같은 핵심 정보는 쉽게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100% 믿을 수 있는 숫자를 구할 수 없다고 정보 확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70∼80% 수준의 정확도만 일관되게 확보할 수 있어도 수요 파악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보는 일단의 가설을 수립하고 관련된 다양한 정보의 퍼즐 맞추기를 통해 이를 검증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유용하다.
 
글로벌 IT 부품 제조업체인 A사는 세가지 카테고리의 IT 완제품에 대한 최종 소비자들의 구매량 추이, 해당 완제품 및 관련 모듈을 생산하는 주요 제조업체들의 판매량 추이, 핵심 경쟁사들의 출하량 추이가 자사 핵심 제품의 수요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마켓 인텔리전스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A사는 주요 영향 요인들의 변화 추이를 상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해당 요인들과 가장 높은 상관 관계를 나타내는 OECD 소비자 가격, 유럽 지역 교역량, 일부 신흥국의 GDP(국내 총생산), 위안화 환율, 완제품 및 모듈 제품들의 시장점유율 및 가격, 고객 및 주요 경쟁사들의 생산 용량 등을 지수화해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당 지수들의 변화 양태 및 변화 원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미디어, 정부 기관, 금융 기관, 시장조사 기관 등으로부터 좀 더 풍부한 수치와 신뢰할 수 있는 분석 정보들을 다량 수집했다. 특히 핵심 경쟁사들의 생산 용량 변화 등과 같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정보들은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 보도 자료, 애널리스트 보고서 등과 같은 공식 정보와 영업 담당자들이 고객사로부터 획득한 정보나, 구매 담당자들이 생산 설비 납품 업체들로부터 획득한 정보 등과 같은 비공식 정보를 망라해 구조화된 분석을 실시함으로써 확보할 수 있었다. A사는 이 같은 마켓 인텔리전스의 개선을 통해 수요 변동의 시기, 규모, 원인 등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이에 기초해 수요 변동에 대한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인텔리전스 기능이 조직 내에 체계적으로 안착되자 관련 정보와 분석 스킬이 꾸준히 축적됨으로써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신뢰할 만하고 깊이 있는 전략 정보들을 생성해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A사는 해당 산업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의 출처가 되어 산업 분석가들이 오히려 자문을 구할 정도의 위상을 확보했다.
 
2. 합리적이고 설명력 있는 수요 예측
 
 
예측은 어떠한 방식을 취하든 과거의 경험과 이력에 기초해 이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미래는 항상 과거와는 다른 양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예측은 근본적으로 오류 가능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확한 수요 예측의 핵심 성공 요인은 <그림3>과 같이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적이고 계량적인 예측 모델과 새롭게 변화하는 상황을 유연하게 반영시킬 수 있는 합리적 보정 체계를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수요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판매량을 수요와 혼동하곤 한다. 판매량은 사실 제품 특성과 가격 수준, 영업 활동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예측의 관점을 넘어 목표 설정의 개념이 많이 개입된다. 물론 설정된 판매량은 내부 오퍼레이션의 근간을 이루게 되므로 명확한 숫자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전에 전체 시장 및 각 세분시장이 필요로 하는 본래적 의미의 제품 수요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선제적으로 요구된다. 전체적인 수요 규모와 시장 기회를 파악한 후, 그 가운데 기업이 판매할 수 있는 대상 시장의 잠재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해야 수요에 대한 전략적 대응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둘째, 활용 목적에 따라 적합한 예측 요건을 정의해야 한다. 수요 예측은 경영 계획 수립, 마케팅 전략 수립, 생산 용량 최적화, 생산 계획 수립, 주문 처리 우선 순위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예측 수준을 총량, 카테고리, 제품, SKU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예측 기간을 3개년간, 연간, 반기간, 분기간 중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인지, 예측 기간 내 예측 간격을 분기별, 월별, 주별, 일별 가운데 어떤 단위로 설정할 것인지, 예측 주기를 매 분기, 매월, 매주 중 어떤 빈도로 가져갈 것인지를 예측의 활용 목적에 따라 각기 차별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사 계획과 중장기 관점의 예측은 총량 단위에서 긴 호흡의 트렌드를 파악하도록 요건을 정의해야 한다. 기능별 계획과 단기 관점의 예측은 품목 단위에서 실제 수량을 파악하도록 요건을 정의하는 것이 주효하다.
 
셋째, 예측 대상의 전략적 특성에 따라 최적의 계량적 예측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상당수 기업들은 시장 조사 기관이나 영업 사원들이 제공한 고객의 구매 계획을 집계하거나 이동평균법 및 지수평활법 같은 시계열 분석 모델에 기초해 수요를 예측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 방법은 약간의 시황 변동 상황에서도 커다란 예측 오차를 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선 고객의 구매 계획에 기초한 예측은 고객사 스스로도 최종 소비자나 전방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또 설령 정확히 예측을 해낸다 하더라도 자신의 전략적 구매 계획을 협상 대상자인 공급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줄 리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또한 시계열 분석에 기초한 예측 모델도 과거의 수요 변화가 보여준 일정한 패턴에서 벗어난 불규칙한 시황 변동은 예측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B2B 제품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전방 제품의 확산 양태, 고객 관련 정보, 시계열적 특성, 주요 영향 요인과의 상관관계 등 다양한 정보를 입력 자료로 활용하는 맞춤화한 계량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변수들 간의 상관 관계를 바탕으로 수요 함수를 도출하는 계량경제 모델, 가치사슬 내의 투입 산출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는 투입 산출 모델, 마코프체인 분석이나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기법 등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모델 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만일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너무 많고 그 패턴 또한 복잡해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모델을 구성하기 불가능하다면 고도의 예측력을 지닌 인공신경망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상당히 정확한 예측 값을 구할 수도 있다.
 
맞춤화한 계량 예측 모델의 구축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요 변화의 구조와 특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 같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델을 구성하는 수식은 복잡할지언정 모델을 관통하는 핵심 논리와 가정은 간결하고 명료해야 한다. 어떤 요인이 어떤 시장에서 얼마만큼 수요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핵심 논리가 모델 내에 잘 구축돼 있다면 예측 오차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신속 정확히 규명함으로써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예측 모델의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요가 실재보다 과다 예측된 원인이 예상보다 침체된 거시 경제 변수 때문인지, 혹은 예상을 뛰어넘은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 때문인지에 따라 마케팅 및 오퍼레이션의 대응 기조가 다를 것이며 또한 예측 모델의 개선 방안도 다를 것이다.
 
맞춤화한 계량 예측 모델은 구축과 관리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따라서 그 적용은 매출이나 이익 측면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되 예측의 오차율이 큰 제품을 대상으로 선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제품에 이를 적용할 경우 모델의 복잡성은 증가하는 반면 예측의 정확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 성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나 수요 변화 패턴이 안정화된 제품은 종래의 단순한 예측 방식을 활용해 관리해도 큰 지장이 없다.
 
 
넷째, 유연하되 객관적인 수요 예측 보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계량 예측 모델이 아무리 정교하게 구축된다 하더라도 미래의 수요를 항상 정확하게 예측해낼 수는 없다. 논리적 모델에 담아내기 어려운 돌발 변수나 예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모델의 가정 사항이나 논리 자체가 일부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량 예측 모델에 의한 예측 결과를 현실적인 상황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보정할 수 있는 장치를 구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를 위한 가장 유용한 방법은 오랜 경험과 통찰을 구비한 전문가의 판단이나 수요 예측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서 인력들 간의 합의에 기초해 예측값을 보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보정이 단순히 직관이나 감에 의해 이뤄진다면 수요 예측의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보정은 매우 엄격한 논리와 수치적 근거에 의해 이뤄져야 하며 따라서 모델 외적인 변화 요인과 관련된 수치 분석이나 델파이 기법 등과 같은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을 활용해야만 한다.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울일 수 있는 추가적 노력은 예측 기간 초기의 시황을 모델에 반영해 재예측을 해보는 것이다. 예측 기간 초기 20%의 실재 데이터를 모델에 반영해 다시금 예측값을 구할 경우 그 적중률이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높아지는 사례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앞선 언급한 A사는 주로 시계열 분석에 기초해 자사 제품의 수요를 추정하고 담당자가 이를 자신의 경험과 정보에 기초해 보정하는 방식으로 수요 예측을 실시해왔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은 많은 예측 오류를 발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예측 수요에 대한 합리적 논리나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주지 못해 조직 내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이에 A사는 강화된 마켓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수요 예측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예측의 정확성과 합리성을 높여 전사적으로 통일된 수요 예측치를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A사는 각기 다른 수요 특성을 지니는 세가지 완제품 카테고리별로 완제품-모듈-부품에 이르는 가치 사슬 상의 투입-산출 관계를 계량적으로 규명하는 투입 산출 모델을 기본 프레임으로 채택했다. 투입 산출 모델은 수요 변화의 핵심 원인과 규모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유용한 접근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투입 산출 모델에 기초해 완벽한 수요 예측 모델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들의 변화 양태를 모두 예측해내기 위해서는 무수한 변수와 가정들을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A사는 투입 산출 모델의 근간을 유지하되 복잡한 변수와 가정들은 마코프체인 분석 같은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해 최대한 단순화했다. 아울러 예측의 최신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신경망 기법을 활용한 객관적인 예측치 보정 체계도 구축했다. A사는 이 같은 예측 모델을 통해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상당히 개선시킬 수 있었고 나아가 수요 변화의 원인과 규모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됨으로써 그에 합당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3. 전사 전략 목표에 기반한 수요 계획
수요 예측이 일단락됐다면 이에 기초해 기업의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전사적 수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사실 수요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절대 변수가 아니다. 수요는 제품의 가치와 가격 간의 함수 관계에 의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제품의 성공 요인을 최고 수준의 기술,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제품, 놀랄 만한 낮은 가격으로 요약한 바 있다. 애플 제품의 놀라운 확산 속도와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의 원인이 의도적인 가격 전략에 일부 기인함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가격이 현재보다 30% 가량 비쌌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 시장은 현재 어땠을까?
 
 
<그림4>는 대표적인 B2B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웨이퍼의 수급-가격-이익률 변동 사례를 보여준다. 2007년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이 D램 제품의 공급을 대대적으로 늘리자 시장은 초과 공급 상태에 빠지게 됐고 그에 따라 D램 가격과 업계의 전반적인 수익률은 떨어졌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의 원재료라 할 수 있는 웨이퍼 업체들은 같은 기간 주력 제품을 8인치에서 12인치로 업그레이드하고 공급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가운데 가격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전방 산업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경영 성과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B2B 제품의 경우 수급과 가격 간의 상관 관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이 둘을 어떻게 최적화하느냐가 경영 성과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게 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B2B 기업들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요와 판매량을 혼동하고 내부 지향적 관점에서 예측된 제품 판매량을 기초로 생산 및 판매 계획을 수립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물론 이마저도 맞지 않을 경우 밀어내기식 영업 관행에 매몰되거나 돌려막기식 출하관리를 답습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B2B 기업이 높은 수준의 경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전체적인 수요 규모와 시장 기회가 어떠한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기초해 기업이 지향하는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대상 시장, 판매량, 가격 수준을 체계적으로 규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 즉 어느 고객에게 얼마만큼의 제품을 어떤 가격 수준에 판매할지를 전사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정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물론 계량적 수요 예측 모델과 가격 책정 모델이 긴밀히 연동해 운영돼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전사 마케팅 담당 조직이 업무를 주도해야 한다.
 
신차를 개발한 자동차 업체 B사는 출시 첫 해 판매량을 30만 대로 예측했다. 신차 가격은 동급 경쟁 차량과 유사한 1만4750달러로 책정하려 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지닌 신차의 판매량 및 가격을 경쟁 차종에 빗대어 추정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문제가 B사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에 B사는 신차에 대한 고객들의 구매 의향과 지불의향을 계량적으로 조사해봤다. 조사 및 분석 결과 신차의 가격이 1만5500달러 정도에 책정될 때 B사가 예상한 30만 대 규모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에 B사는 신차의 콘셉트를 경쟁차와 완전히 다르게 정의하고 가격도 1만5500달러로 책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B사는 출시 첫해 목표 대수인 30만 대의 차량을 모두 판매하면서 한 대당 750달러의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고객의 구매 의향과 지불 의향에 대한 복합적 계량 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시장 수급 조절에 실패함과 동시에 추가 이익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4. 컨센서스에 기반한 통합적 수요 계획 이행
수요 예측 결과에 기초해 전사적인 수요 계획이 수립됐다면 남은 과제는 빈틈 없는 실행이다. 이에 앞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모든 기능 부서들이 전사적으로 통일된 예측 수요와 판매 계획에 기초해 담당 업무를 일관되게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요구일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각 기능 부서의 엇갈린 이해 관계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마케팅 부서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목표치를 높게 잡으려는 경향이 있고, 영업 부서는 판매 목표 달성률 증대를 위해 목표치를 낮게 잡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생산 부서는 품절 사태를 피하기 위해 목표치를 높게 잡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각의 기능 부서는 전사적인 수요 계획과는 별개로 자신들만의 내적 목표치에 기초해 업무를 전개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혼선과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이미 수요 예측 및 계획 수립 단계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구축하고 수요 및 판매에 대한 통일된 시각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선명한 논리에 기초한 예측과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보정, 전략적인 대응 계획 수립은 조직의 실행력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긴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예측값이나 동의할 수 없는 계획이 일방적으로 전달될 경우, 각 기능 부서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위험 회피를 위해 그 수치를 액면 그대로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 계획의 이행에 앞서 전사적으로 확정된 예측치와 대응 계획을 상세히 커뮤니케이션 하고 공감대를 확고히 구축하는 일은 매우 실질적이고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수요 계획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전사의 각 기능이 통합적으로 수요를 창출하거나 경우에 따라 선별적으로 억제하는 전략적 활동들을 전개해야 한다. 새로운 영업 기회를 포착하거나 차별적인 고객 서비스를 개발해 수요를 증대시킨다든지, 창의적인 가격 차별화 전략으로 잠재 수요를 촉발 혹은 억제시킨다든지, 판매 제품의 가격 수준을 정당화하는 정밀한 협상 전략과 정량적 근거를 개발한다든지, 대상 고객의 기여가치에 따라 출하의 우선순위를 조정한다든지 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 시멘트 회사인 세멕스는 마치 레고와도 같은 콘크리트 블록을 이용해 손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새로운 건축 공법과 제품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건축업자들이 고민한 높은 공사비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자사의 시멘트 소비량을 50% 가량 증가시켰다. 또 듀퐁이 매년 교체해야 하는 구식 호스의 대체품으로 3년간 사용이 가능한 호스 제품을 개발했을 때 구식 호스 교체 비용이나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기회 비용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고객이 경제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최적 가격을 책정하고 이를 영업 활동 시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 높은 성과를 창출한 사례도 수요 관리의 모범적인 경우다.
 
물론 고객 지향적인 연구개발이나 최적화한 용량 계획 및 생산계획, 치밀한 물류 계획 등이 고객 접점 업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면서 빈틈 없이 맞물려 돌아가야 함은 당연하다.
 
5. 수요 변동성의 조기 감지 및 신속 대응
 
 
정량적, 정성적 정보를 총동원해 아무리 정교하게 수요를 예측한다 할지라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수요의 급격한 변동을 사전에 모두 예견해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같은 변동은 경영 성과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B2B 기업은 <그림5>에 나타난 바처럼 수요의 변동성을 조기에 감지하고 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수요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상황을 가정해 몇 가지 유력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 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선행 지표인 사인포스트(signpost)를 정의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거시 경제나 최종소비자의 행태부터 산업의 각 가치사슬 단계를 포괄적으로 검토해 시나리오나 사인포스트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전방 산업의 급격한 판매 부진으로 인한 제품 수요의 급락 시나리오는 최종 소비자의 구매력 지수 추이나 완성품 소비재의 가격 추이, 대표 기업의 주가 추이 등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둘째, 정의된 사인포스트를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야 한다. 어떤 사인포스트는 특정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시사해줄 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 수요의 변동을 선행적으로 예견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정의된 사인포스트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군인의 경계 업무처럼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셋째, 사인포스트의 이상 징후가 포착될 경우 그것이 노이즈나 잘못된 시그널인지, 아니면 수요 변동 시나리오의 실질적인 현실화 전조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전방 산업 대표 기업의 주가 하락은 주식 시장의 교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고 판매 실적의 하락을 예상한 시장의 선제적 반응일 수도 있다. 이 같은 판단은 담당 실무자나 임원의 주관적 판단에 맡기기보다는 수요 예측의 보정 체계를 활용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나 관련 부서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같은 판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표의 변화나 정성적 정보만을 활용하기보다는 회귀 분석이나 인공 신경망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해 선행적 사인포스트의 변화가 실재 수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량화해 봐야 할 것이다.
넷째, 사인포스트의 이상 징후가 특정 수요 변동 시나리오의 전조라고 판단될 경우 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 한 수요의 변화 폭에 기초해 전사 수요 예측값을 조정 및 공표하고 시나리오 수립 단계에서 정립한 상위 수준의 대응 계획(top line strategy)에 따라 수요 계획과 이행 계획을 신속히 수정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상에서 언급한 시장지향적인 전사 수요 관리체계는 기업의 전략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 인프라 혹은 실행 역량이라 할 수 있다. 극도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최근의 경영 환경 하에서 시장 수요의 변동성을 체계적으로 예측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고도의 운영 체계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전략이란 그저 한낱 백일몽에 그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SCM 관점의 협업에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자체적인 수요 관리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운명을 전적으로 고객사에 맡겨버리는 지극히 단편적인 행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해당 사업의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수요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해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 성과 지표를 재정비해야 한다
 
 
 
필자는 서강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중국 경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SDS, KPMG, 아서 앤더슨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마케팅 전문 전략 컨설팅회사인 마케팅인텔라이트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사업 전략, 혁신 전략, 마케팅 전략 분야의 전문가로 국내외 기업들의 성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