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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의 실패 요인

도요타를 베낀 수많은 기업이 실패한 이유

배영일 | 66호 (2010년 10월 Issue 1)
 
 

가장 흔한, 그러나 성공하기 힘든 벤치마킹
어느 기업이든 언제나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벤치마킹임에도 불구하고 벤치마킹을 성공했다는 사례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왜 일까? 결론적으로는 벤치마킹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 대충 시작하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을 한다고 해 놓고 단순히 외형을 흉내 내다 잘 안된다고 포기해 버리는 기업들도 많다. 그리고는 “벤치마킹은 우리 회사에 절대 안 맞는 방식”이라고 단정 짓고,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벤치마킹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경영 도구 중 하나이고, 벤치마킹을 잘 활용해 큰 도움을 받은 선진 사례도 많다. 즉 비록 과거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더라도 다시 한 번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세탄(伊勢丹)백화점을 벤치마킹하는 붐이 일었었다. 이세탄백화점은 불황에 다른 경쟁 유통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유통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로 알려져 있던 입지여건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며 날로 번창했었다. ‘이세탄 방식’으로 불리는 이세탄백화점의 경영 비결은 소매유통업의 모범으로 인식되면서 오타큐(小田急)백화점, 마쓰자카야(松阪屋), 밀레니엄 리테일링, 이와타야(岩田屋), 메이테쓰(名鐵)백화점, 도큐(東急)백화점 등 일본의 대표적인 유통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세탄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이세탄의 고위 임원이나 간부들을 스카우트 했고, 이세탄식 경영을 흉내 내려 했다. 이 때문에 이세탄은 ‘유통업계의 인재사관학교’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세탄백화점 벤치마킹을 공언했던 업체들 중에서 아직까지 특별히 효과를 봤다는 곳은 없다. 오타큐백화점은 2008년, 이세탄의 벤치마킹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4년 오타큐는 이세탄의 사장 출신인 가케이를 비롯, 주요 직원(3명의 임원 포함)들을 영입해 의욕적으로 이세탄 방식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국 4년 만에 이세탄 출신 임직원들이 전원 사표를 내면서 실패를 선언했다.
 
비록 최근 다량의 리콜 사태로 많이 퇴색됐지만, 도요타 방식도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싶어 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시에 최상의 조건으로 공급해 주기 위해, 사내 재고를 최소화하고 낭비를 없애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방식인 ‘JIT(Just In Time·적기생산방식)’로 널리 알려져 있는 ‘도요타 방식’은 지금도 제조업에서는 모두가 본받고 싶어하는 ‘표준’이다. 전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이를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세탄 방식 모방 사례처럼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벤치마킹이 실패하는 3가지 이유
아직도 현장에서 벤치마킹을 단순하게 ‘최고로 잘하는 경쟁자를 본받아 그대로 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영자가 많다. 과정보다는 결과, 즉 외형으로 드러난 것을 따라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그게 훨씬 수월해 보이고, 당장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정이 아닌 결과만 따라하는 벤치마킹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벤치마킹이 왜 실패하는지 3가지 주요 이유에 대해 실제 사례와 함께 살펴보자.
 
실패이유 1경영층의 벤치마킹에 대한 오해
벤치마킹을 단순하게 외형만 따라하면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벤치마킹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이는 벤치마킹 과정에서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로 마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과 같다. 벤치마킹에 대해 잘못 이해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타큐백화점은 이세탄백화점을 벤치마킹할 당시 이세탄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세탄 사장과 핵심 임원을 스카우트했다. 오타큐백화점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래서 이세탄 백화점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우선 핵심 인력부터 스카우트하고 나머지는 그 다음에 추진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오타큐가 이세탄에 뒤지는 이유를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에 대해 심사숙고 했더라면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비슷한 사례가 일본우정공사에서도 있었다. 한국의 체신청 역할을 수행하던 일본우정공사는 2003년 민영화하면서 도요타를 벤치마킹하기로 하고 민영화와 함께 도요타 방식으로 업무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일본우정공사는 우선 고시가야 우체국에 도요타 방식을 시범 적용했다. 비록 도입 초기 약간의 저항이 있기는 했지만, ‘생산성 20%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낭비와 오류도 대폭 줄였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일개 지점에서 이룬 단기간에 걸친 성공을 맹신해 이를 전사에 그대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우정공사는 이 운영 방식에 ‘JPS(Japan Post System)’라고 이름을 붙이고, 총 2만4000여 개의 우체국 중 1000여 곳에 수평전개 방식으로 확산을 시도했다. 그러는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벤치마킹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시범 프로젝트로 끝날 것이라 기대했던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불만이 불거졌다. 또 예산 절감의 결과,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비정규직 사원들이 급증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졌다. 당연히 노동조합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도요타 방식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종업원의 의식개혁은 이뤄낼 수가 없었다.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추진했던 도요타 벤치마킹은 실제 성과는 없는 선전용으로 끝나버렸다.
 
실패이유 2접목의 오류(벤치마킹 추진과정의 오류)
경영층에서 벤치마킹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면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했다 하더라도, 벤치마킹 포인트를 진정으로 조직에 맞게 변화시키지 못하면 결국 실패한다. 이는 벤치마킹 결과를 수용해야 할 조직원들이 새로 도입되는 방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앞선 경영방식이라 할지라도 이를 활용하는 조직원들이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단지 외형만 따라한다면 새로운 방식이 지속되기 어렵다.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경영방식은 결과적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방식이 정립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세탄 방식 역시 종업원들이 머천다이징 노트를 스스로 기록하며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매장에 진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출범 초기 이세탄백화점은 유통업에서 가장 중요한 입지 여건에서 ‘지리적 열세’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 경쟁사에 비해 자본도 넉넉하지 못했다. 종업원들은 아마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종업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머천다이징 노트라는 것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백화점’으로서의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이런 모범 사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하게 결과만 따라하는 벤치마킹은 대부분 실패한다. 이는 오타큐백화점의 실패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세탄 방식은 외형적으로 따라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매뉴얼이 아니었다. 종업원 개개인이 진심으로 고객의 입장에 서서 어떻게 하면 우리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최우선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철학이고, 종업원 각자의 냉철한 자기반성과 고민이 요구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의 진심에서 우러나는 참여가 동반돼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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