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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의 서비스 품질 관리 사례

고객을 나눠라, 그리고 감동시켜라

김수욱 | 5호 (2008년 3월 Issue 2)
국내 백화점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후 소비자의 저가상품 선호도가 증가한 데다 할인점이 급성장하고, 소매업체가 도산하면서 백화점 업종의 성장세는 급격히 위축됐다.
 
특히 소비자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백화점들에는 새로운 전략이 요구됐다. 우선 인터넷 보편화로 소비자의 정보력이 커졌다. 인터넷 보급으로 품질이나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판매자가 소비자를 상대로 품질을 왜곡하거나 다른 매장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얻는 과정에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거래에 대한 개념이 변했다.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를 대신해서 원하는 정보를 탐색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와 함께 소득수준 향상과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로 소비 성향이 달라졌다. 외환위기 극복 후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주 5일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교통 통신 레저 관련 소비의 비중이 늘어났다.
 
이런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업체인 현대백화점은 과거 현대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계열분리 이후에는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유통업에서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백화점은 서비스 품질관리 향상을 통해 성장을 모색해야 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유통연구소를 만들고 백화점과 유통 산업 분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후발주자였던 현대백화점은 안정적으로 국내 백화점 업계 ‘빅3’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현대백화점의 서비스 품질 관리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통해 이뤄졌다.
 

 
고객 세분화에 기반한 품질 경영
현대백화점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고객을 세분화하고 타깃 고객을 집중 관리함으로써 백화점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와 충성도를 강화했다. 회사 측은 1998년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구축한 후 성별, 연령, 점포, 내점 일수, 구매량, 거주 유형 등 다양한 기준으로 고객군을 구분했다. 이를 통해 10여 종의 고객군을 선별했으며 이들에게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일례로 현대백화점은 최우량 고객을 의미하는 ‘VVIP급’에 비해 구매 금액이 다소 떨어지는 고객군만을 별도로 찾아내 이들에게 3개월 한도에서 무료 주차와 발레 파킹, 고객 라운지 이용 등 VVIP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VVIP 고객군으로 편입을 유도하는 한편 백화점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다.
 
또 백화점 카드를 발급하고도 사용액이 많지 않은 고객들만 별도로 선정해서 직업군과 거주 지역 등 다른 정보를 토대로 공략 대상을 선정, 상품권 혜택이나 무료 주차권을 배송하는 형태로 구매를 유도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이벤트홀을 통해 다양한 전시회나 예술 행사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아동극 공연이 있을 때에는 30∼4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초청권을 배포하고 고액 소비자는 패션쇼나 재테크 강연회에 초청하는 등 세분화한 고객 요구에 맞춰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적극적 피드백
서비스 품질의 관리와 개선을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상황이나 소비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반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본사에 소비자 조사를 담당하는 전담 부서를 뒀으며 수시로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고객들의 생각을 읽고 제품 기획이나 마케팅에 반영하고 있다. 실제 연말연시나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선물 수요가 많은 경우에는 온라인 소비자 조사를 실시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상품을 매장에 진열했다. 또 통상 30문항 범위 내에서 제품 선호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설문에 참여한 고객들에게는 백화점 상품권 등을 지급하고 있다.
 
적극적인 조사 활동을 하다 보니 당초 백화점 측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개선책을 유도한 경우도 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자체 발급한 카드를 소지한 고객 가운데 사용액이 크게 줄어든 집단을 선별, 조사를 실시했다. 당초 객관식 설문을 만들면서 백화점의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불만족이 주 요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카드 업계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다른 카드를 소지한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현대백화점 카드 소지자들의 결제 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카드 사용에 따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비스 품질 관리를 위한 조직
현대백화점은 각 지점별로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 만족)담당자와 조직을 신설했으며 본사 영업전략실 산하에도 CS향상팀을 만들었다. 특히 고객서비스를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변화하는 고객 욕구에 대해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지점별 조직을 적극 활성화했다. 또 지점별 CS조직은 각 지점의 인사 책임자가 맡도록 했다. 인사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CS이며, CS도 결국 사람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CS 조직원들의 업무 향상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의 경우 CS 올림픽을 운영하고 있다. 매달 매장별로 평가를 해서 올림픽처럼 금 은 동메달을 수여한다. 금메달을 딴 부서에는 상금을 주고 연말에는 메달 순위를 종합 집계해서 우승한 부서에는 포상을 할 계획이다. 또 개별 직원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서 우수 직원 30명에게는 ‘서비스 명인’이란 칭호를 부여하고 축하 케이크를 주고 있다. 미아점 관계자는 “직원들 스스로 서비스 분야의 대표 선수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CS올림픽을 시행하고 있다”며 “CS올림픽 도입 후 고객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2월 기준으로 고객 불만 접수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6% 줄었고 고객 만족도는 23.1%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객만족을 위한 노력이 결합하면서 현대백화점은 업계를 선도하는 다양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미아점의 경우 백화점 가운데 최초로 고층부에 서점을 설치했고 조망을 위해 창문도 설치했다. 또 신촌점에서는 실제 집안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가구 매장에 창문을 냈다. 통상 백화점은 쇼핑객들이 일몰을 인식하지 못하고 쇼핑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창문을 내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이와 함께 압구정 본점 2층 명품관매장을 트랙형으로 배치해 고객들이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본점 3층에는 국내 디자이너 매장과 수입 의류 매장을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배치했다. 국산 디자이너의 제품과 해외 제품을 지근거리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이런 매장 배치에 대해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DBR TIP] 현대백화점의 교훈 : 고객만족 서비스가 경쟁력이다 

한국 유통시장에서 백화점의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과거에는 백화점이란 고급 유통망은 다른 유통업체와 확연히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했다. 하지만 현재는 대형 할인점과 인터넷 쇼핑몰 및 TV 홈쇼핑 등 다른 경쟁 유통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백화점의 브랜드 파워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의 사례는 시장에서의 성공요인은 결국 고객에게 있으며, 궁극적으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 내는 서비스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현대백화점은 시장을 세분화하고 자사에 가장 매력적인 고객층을 집중 관리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고객 서비스 품질 관리를 위한 CS 조직과 서비스 담당 부서를 지점별로 배치하고 고객 접촉을 늘렸다. 더불어 지속적인 소비자 성향과 선호도 조사를 통해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고 이를 통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했다. 현대백화점의 성과는 동종 업계 이외에도 다른 많은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념해야 한다.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시행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2030 세대인 남성이 주도하며 남성 명품 시장의 급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백화점은 남성을 위한 명품 편집매장을 열었다. 모든 고객을 한결같이 중요하게 보고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 자사의 자원과 역량을 집중시켜 목표 고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불만은 고객의 입장에서 파악해야 한다
만족한 고객이 기업에 주는 이익보다 불만족한 고객이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크다. 불만족한 고객은 최소한 다섯 명에게 불만의 원인에 대해 불평하며, 이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된다. 따라서 고객 불만을 관리하고자 하는 기업의 욕구가 증대되고 있으며 불만 고객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도입되기도 한다. 기업이 고객의 불만을 관리하면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모든 불만 사항을 자사 입장에서 분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고객의 불만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과 사전 불만 제거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불만족 사항은 고객의 입장에서 파악해야 한다. 파나소닉 브랜드로 알려진 마스시타는 고객의 입장에서 불만을 파악하고 조기에 개선해 다른 고객의 불만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뒀다.
 
내부 직원을 잘 관리해야 한다
많은 서비스 기업들이 고객 만족도와 직원 인센티브를 연계한 인사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고객만족도를 이끌어 내고 궁극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이런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판단해 고객 불만을 해소하고 적극적으로 고객만족도 제고 활동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서비스 만족도 평가에는 감성적인 부분을 포함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만족도 평가는 ‘좋다, 나쁘다’와 같이 단순한 평가내용만을 포함하고 있어 고객의 진정한 니즈(needs)를 알기가 어려웠다. 서비스 만족도 평가는 ‘어떻게 만족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감성적인 부분들을 포함해 이뤄져야 근본적인 문제 분석을 진행해 수준 높은 품질 개선을 이룩할 수 있다.
 
서비스 품질 향상은 전사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서비스 품질 향상은 어느 한순간 성취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 꾸준히 진전해야 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과실이다. 그뿐 아니라,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리더십 하에 모든 구성원이 총체적인 활동을 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전사적 추진 없이는 일시적이고 한정된 서비스 향상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지속 가능한 서비스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 결국 서비스 품질 향상은 조직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서 체화될 때에만 영구히 빛을 발할 수 있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International Journal of Product Research> 등 국내외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으며 <공급사슬관리>등 10여권의 책도 저술했다. 공급망관리와 생산 및 품질관리 등이 주 연구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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