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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한국타이어

타이어,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 T’스테이션은 서비스까지 판다

박용 | 59호 (2010년 6월 Issue 2)
 
 

과거 타이어 제조 업체들은 ‘타이어가 팔렸다’라는 말을 썼지, ‘타이어를 팔았다’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판매에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다. 과거 타이어를 최종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소매 업체들은 힘이 약한 동네 카센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한국타이어 등 제조업체들은 동네 카센터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주요 도매업체 몇 곳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힘 들이지 않고 물건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호시절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끝났다. 우선 타이어 희망 소비자 가격이 폐지되면서 업체들 간 가격 경쟁이 격화됐다. 또 특히 타이어 소매 판매점도 크게 늘었다. ‘타이어가 신발보다 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저가 전문 판매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이들은 동네 카센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교섭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 인하 압력은 거세졌다. 또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각각 경정비 업체인 스피드 메이트와 오토 오아시스를 설립했다. 삼성화재(애니카)와 현대해상보험(하이카), 동부화재(프로미 월드)도 경정비 업체를 운영했다.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정비 업체를 선호했고, 타이어 제조 업체의 전통 고객이었던 카센터나 대리점의 수익 구조는 날로 악화됐다.
 
당시 타이어업계 1위였던 한국타이어도 이런 환경 변화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타이어는 도매업체인 타이어 대리점을 1차 고객으로 삼고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 대리점 매출은 매년 3% 정도씩 야금야금 줄었다. 또 소규모 카센터가 점점 늘면서 물류 비용은 불어났고 가격 경쟁 격화로 이익도 줄어들었다.
 
한국타이어는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부심하다 ‘서비스’에서 해법을 찾았다. 타이어 중심의 자동차 종합관리센터인 ‘T’스테이션’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T’스테이션을 프랜차이즈로 운영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타이어 마모 정도를 진단해주는 등의 상담이나 차량 정비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을 넘어섰다. T’스테이션은 2004년 경기도 안양에 처음 개설됐으며 현재 전국에 255개가 운영되고 있다. T’스테이션 개설 전 한국 타이어 점유율은 40%선(금액 기준)이었지만, T’스테이션 개설 이후 점유율이 54%로 뛰어 올랐다. T’스테이션이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고하게 높일 수 있게 한 ‘증폭제’가 된 셈이다. 특히 T’스테이션을 통한 판매량이 전체 내수 시장의 25%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팔리는 타이어 4개 중 1개 꼴로 T’스테이션 제품인 셈이다. T’스테이션에 한 번 들른 고객의 재방문 비율은 70%를 웃돈다. 한국타이어 한국지역본부 박철구 상무, 김윤영 상무, 이상근 팀장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T’스테이션을 통한 제품 서비스 통합 과정을 분석했다.
 
제조업에 유통 서비스 통합
한국타이어는 경쟁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2002년부터 컨설팅 업체에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등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1년여간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은 유통업이라는 서비스업을 접목시켜 제조업 일변도의 사업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타이어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제품 선택과 구매, 사용, 관리,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도 찾을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고민 끝에 한국타이어는 회사의 정체성을 살려 타이어를 중심으로 하되 타이어 교체뿐 아니라 차량 점검과 정비 등 모든 서비스가 한 곳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이름도 T’스테이션으로 정했다. T’스테이션의 T는 타이어(Tire), 기술(Technology), 종합(Total), 투명성(Transparency)의 약자다. ‘타이어 중심의 자동차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슬로건도 ‘타이어와 기술(Tire & Technology)’로 결정됐다. 서비스 통합 세부 전략은 다음과 같다.
 
①가격 표준화로 신뢰 회복
우선 한국타이어는 T’스테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켜주기로 했다. 과거 소비자들은 카센터에서 타이어를 교체할 때 ‘카센터 사장이 바가지를 씌우는 게 아닐까’ ‘나에게 추천해주는 타이어가 과연 좋은 걸까, 혹시 타이어 제조사와 유착해 엉뚱한 타이어를 추천해주는 게 아닐까’ ‘이 타이어가 정품일까’ ‘다른 동네 카센터에서는 더 싼 가격에 팔지 않을까’ 등의 의구심을 가졌다.
 
T’스테이션은 모든 점포에서의 가격을 통일했고, 서비스를 표준화했다. 언제 어느 곳의 T’스테이션을 가더라도 고객들은 같은 가격에 타이어를 살 수 있었다.
 

②안전 컨설팅으로 고객 관리 지속
운전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컨설팅이 큰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 T’스테이션은 단순히 타이어 정비, 교환,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고객 차량의 특성, 운전 습관, 운행 행태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타이어를 추천해주고, 안전 진단까지 해줬다. 예를 들어 각각 다른 형태로 마모된 타이어들을 비치한 뒤 유형별로 ‘빗길 제동에서 위험할 수 있다’ ‘커브를 돌 때 미끄러질 수 있다’ ‘주행 중 펑크날 수 있다’ 등 각종 위험 요소를 알려주는 안내판을 내걸었다. 또 유형별로 ‘휠 얼라이먼트를 교체해야 한다’ ‘타이어 위치를 바꿔야 한다’ ‘타이어를 바꿔야 한다’ 등의 솔루션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는 타이어를 교체할 만한 시기에 자동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타이어 위치 바꾸기, 오일 교환 시점 등을 알렸다. 단순히 타이어를 판매하거나 타이어를 교체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상담을 해주니 차량 점검을 하러 왔다가 타이어를 구매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고객과의 상담 과정에서 추출된 데이터베이스는 한국타이어의 귀중한 자산이 됐다. 한국타이어가 신제품을 개발할 때 현장에서 바로 추출한 고객 니즈 관련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가형 실속 타이어인 ‘스마트 플러스’다. T’스테이션에 입력되는 정보를 분석한 결과 경기 불황에 대한 고객들의 체감 지수를 즉각적으로 알아낼 수 있었고, 경쟁사보다 빠른 시일 내에 저가형 타이어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③매장의 주인공은 차량 아닌 사람
매장 레이아웃도 고객 중심으로 만들었다. 기존 카센터들은 차량 중심으로 매장을 설계했다. 따라서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고 고객이 앉아있을 수 있는 공간도 부족했다. 하지만 T’스테이션은 점포 내에 별도의 대기 공간을 만들어 소파나 테이블을 갖다 놓았다. 또 고객이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대기할 수 있게 컴퓨터 등도 구비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동시에 대기공간의 투명 유리창을 만들어 고객이 자신의 차량 정비 장면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T’스테이션 외관도 오렌지 색깔로 포인트를 줘 기존의 칙칙한 분위기의 카센터와 차별화했다.
 
한국타이어는 다른 카센터에서는 찾기 힘든 특화 장비도 T’스테이션에 제공했다. 하중이 걸린 상태에서 바퀴가 구를 때 바퀴가 둥근지 여부를 확인하는 장비인 진동 밸런서, 기존 장비의 절반 시간에 타이어 정밀도를 측정하는 무선 얼라이너 등 7000만∼8000만 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를 본사 차원에서 구매해 가맹점인 T’스테이션에 비치했다.

④친절까지 팔았다
고객을 기분 좋게 하는 고객 환대(hos-pitality) 교육도 적극 실시했다. 이를 위해 각 매장의 판매 교육직원인 세일즈 마스터(Sales Master)를 운영했다. 각 매장 종업원에게 판매 스킬과 고객 응대, 판촉 활동, 서비스 마인드 개선 등을 위해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실시한다. 카센터에서도 백화점 못지 않은 서비스를 받게 한다는 게 목표였다. 이를 위해 판매시점(Moment of Truth)을 8단계로 나눠 표준화했다. 고객 맞이(차량 진입 안내 및 주차하기), 고객 상담용건 파악하기, 문진하기), 차량 확인(차량 내외관 검사, 점검), 고객 점수(점검 결과 설명 및 접수 안내, 견적 제시), 차량 정비(정비 작업 실시, 무상 점검 서비스), 결과 설명(정비 작업 결과 설명, 서비스 결과 설명), 요금 수납(명세서 발생, 요금 설명), 고객 전송(차량 인도, 고객 전송 및 인사) 등으로 체계적으로 구분했다.
 
매장을 열 때 기본 업무 역량 강화 교육(판매 상품, 서비스 체계, 운영 시스템)를 실시하고, 한 달 뒤면 ‘슈퍼바이저(supervisor)’라는 한국타이어 본사와 가맹점 가교 역할을 하는 직원이 투입된다. 이들은 매장 청결도, 서비스, 매출 관리 등 전반적인 매장 운영을 점검한다. 물론 특화 장비를 들일 때 따로 실시하고, 경쟁사 분석, 베스트 프랙티스 공유 등의 교육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서비스 마인드를 접목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변화 환경은 필수적이라는 점 등을 내세워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⑤가맹점 사업으로 돈 벌지 않겠다
T’스테이션의 가맹 해지율은 2%에 그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T’스테이션 자체가 가맹 사업을 주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해지율이 낮다고 한국타이어는 분석한다.
 
당초 한국타이어는 T’스테이션 가맹 사업으로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목표는 한국타이어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따라서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가맹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로열티 명목으로 월 5만∼10만 원만 받고 있다. 형식적인 비용일 뿐이다. 대신 한국타이어는 T’스테이션 점포를 지원하기 위해 아낌 없는 투자를 했다. 2004년 이후 전국 200여 개의 T스테이션에 투자한 돈이 300억 원에 이른다.
 
슈퍼바이저는 본부와 T’스테이션 간의 가교 역할을 한다. 본부에는 점포별 매출 분석, 지역 시장 현황 조사 등을 보고하고, 가맹점을 대상으로는 본사 정책 교육 이행 여부 점검, 브랜드 관리 교육, 점포 개업 지원을 한다. 고객을 대상으로는 고객 불만을 처리하거나 의견을 수렴한다. 협력업체 및 납품업체 대상으로는 적기 공급 관리, 업자 및 점포 간 분쟁 조정, 품질 수준 운영 관리를 한다.
 
일 년에 두 차례씩 평가를 실시해 평가 결과에 따라 가맹점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타이어 매출액뿐 아니라 본사 정책 준수도, 가격 준수율, 고객 입력비율, 점포 환경 관리, 직원 친절도 등을 골고루 평가한다. 매출액은 100점 만점에 20점에 불과하다. B등급(70점)이면 해외 타이어 유통점 시찰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 3년간 일정 수준의 평가를 받으면 본사에 제공했던 진동 밸런서나 무선얼라이너 등 7000만∼8000만 원 대의 특화 장비를 10∼40%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게 했다. D등급 이하면 가격 할인 비율을 축소한다. 또 점주는 본사로부터 타이어를 비싸게 매입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성과가 좋지 않은 점포에는 세일즈 마스터가 투입돼 점포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일종의 컨설팅을 해주는 셈이다. 세일즈 마스터 투입으로 성과가 극대화된 사례가 적지 않다. 경남 창원의 한 T’스테이션은 매출이 시원치 않았다. 바로 옆 저가 타이어업체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일즈 마스터의 진단 결과, T’스테이션의 사장과 직원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직원을 교체하고,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는 프리미엄 타이어를 판매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운영제도를 바꿨다. 6개월에 걸친 교육 및 컨설팅 결과, 매출은 이전보다 2.5배로 뛰었다.
 
⑥전산화로 물류 비용과 재고비용 등 절감
또 물류관리, 매장 운영, 영업 관리, 고객 관리, 회계 관리 등을 일괄적으로 전산으로 연결시켜 놓았다. 또 운영재고 관리(PSI·Purchasing Sales Inventory)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국 200여 개 T’스테이션에서 판매되는 타이어의 수량, 가격 등이 실시간으로 입력된다. T’스테이션에서 판매가 이뤄지면, 직원은 판매한 타이어 종류, 개수 등 각종 정보를 전산 입력해야 한다. 이 정보는 본사로 통보되고 전국 13개 물류센터 중 가까운 곳에서 타이어가 자동으로 배달돼 T’스테이션은 항상 적정 재고를 유지할 수 있다. 또 타이어를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배달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퀵서비스를 활용해 타이어를 배달한다. 재고는 자산이고, 자산은 곧 비용이다. 과거 25일치 재고 분을 쌓아뒀던 한국타이어는 이 시스템을 도입해 재고 물량이 15일치로 줄어들었다. 물류 비용도 감소했다.
 

성공 요인 분석
T’스테이션은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합할 때 따라야 하는 다음 4개 원칙에 충실했다.
 
첫째, 제품 및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었다. 제품이 범용화(commodi-tization)했을 때야말로 제품 서비스 통합을 고려해야 할 때이다. 제록스는 경쟁사인 캐논과 리코 등이 복사기, 프린터기 시장에 진입하면서 출혈 경쟁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안해낸 제품 서비스 통합 방안이 문서를 효율적으로 출력하게 하는 컨설팅 서비스였다. T’스테이션도 타이어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타이어 교체뿐 아니라 차량 점검 및 정비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합했다. 특히 고객의 문제가 복잡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착안해 개인별(customized) 컨설팅 서비스를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매장 내 서비스의 수준을 끌어올려 여타 카센터와는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했다. 타이어 자체는 범용화됐지만, 신뢰성 높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브랜드 신뢰도를 높였다.
 
둘째, 중앙집중화를 통해 서비스의 범위를 넓혔고, 제품의 규모를 키웠다. T’스테이션은 중앙집중화의 방법으로 프랜차이즈 전략을 썼다. 그리고 각 프랜차이즈에서 여러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뤄지게 해서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매장의 레이아웃, 서비스 등 모든 것을 표준화해서 균일한 서비스가 이뤄지게 했다. 동시에 각종 정보를 본사로 집중시켜 이를 상품 개발에 이용해 제3의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물류 및 재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셋째, 제품과 서비스 중 이윤을 어디서 얻을지 확실하게 정했다. 애플의 아이팟은 아이튠스를 운영하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서비스(아이튠스)가 아닌 제품(아이팟) 판매로 얻어진다. 아이튠스를 통한 수익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아이튠스는 아이팟 판매를 가속화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T’스테이션 역시 서비스가 아닌 제품 판매에 주 목적을 뒀다. 한국타이어는 가맹점으로부터 형식적으로 소액의 로열티만 받을 뿐 시장 지배력 확대에 역점을 뒀다. 대부분의 이윤은 제품 판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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