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기업의 신제품개발 방법론

산업재 아이디어의 원천, 측정과 탐구

57호 (2010년 5월 Issue 2)



일반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할 때는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먼저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시장 트렌드와 고객의 욕구를 분석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후 제품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신제품 마케팅 전략을 구상한 후, 사업성 예측 단계를 거쳐 실제 제품 개발 및 테스트, 시장 출시 등의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마케팅을 크게 소비재(B2C)마케팅과 산업재(B2B)마케팅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듯이, 신제품 개발에서도 소비재와 산업재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소비재 시장과 산업재 시장에서 각각 신중하게 신제품 개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소비재와 산업재 신제품 개발은 고객 니즈 분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소비재 신제품 개발을 위한 고객 니즈 분석 방법으로는 설문조사(survey)나 인터뷰(interview), FGI조사(Focus Group Interview·소수의 잠재 고객들과 면접조사를 벌여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정성적 기법) 등이 많이 활용된다. 주요 목적도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나 감성적 특성을 찾아내는 데 있다. 반면 산업재 신제품 개발에서는 기술개발 트렌드나 고객사와의 긴밀한 정보 교환 자체가 고객 니즈 분석의 중요한 방법이다.
 
신제품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도 산업재와 소비재간에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표 참조). 1993년 미국 시장에서 실시된 한 연구 결과에서 보이듯, 산업재는 소비재에 비해 연구개발(R&D)에서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는 사례가 월등히 많다. 소비재에 비해 신제품 개발에서 끊임없는 원천기술의 개발이 훨씬 중요하고, 기술 로드맵(technology roadmap)이나 제품 로드맵(product roadmap)에 따른 차세대 신소재·부품 개발이 신제품 개발의 주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원자재나 부품 공급업체와의 긴밀한 정보공유와 이를 통한 시장 변화 이해가 제품 아이디어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소비재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개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치밀하게 분석하며 경쟁사의 제품 전략에 대응하는 활동들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속성을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 아이디어를 구상,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로 연결시키는 방법론 측면에서도 소비재와 산업재간에는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는 컨조인트 분석(conjoint analysis)과 QFD(Quality Function Deployment)를 들 수 있다. 컨조인트 분석은 제품의 중요 속성(attribute)을 찾아내고, 트레이드오프(trade-off)에 기반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제품 속성별 효용(utility)값을 도출, 최적의 신제품 콘셉트를 이끌어내는 조사기법이다. 소비재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신제품 개발 방법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QFD는 개발해야 할 제품의 중요한 기술적 속성과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속성들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의 이상적인 사양(specification)을 찾아내는 아이디어 도출 방법론이다. 주로 기계나 부품과 같은 산업재 시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제품 평가 및 신제품 개발 방법이다.
 
신제품 개발에 활용되는 정성적, 정량적 시장조사 기법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전통적인 마케팅 분야에서 개발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기법들 대부분은 소비재 제품 개발에 적용하기 적합한 방법들이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그 동안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주로 B2B 산업재 시장에 적용하기 적합한 신제품 개발 방법론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Stage-Gate 모델
Stage-Gate 모델은 1986년 Robert Cooper가 발표한‘Winning at New Products’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됐다. 많은 기업들, 특히 산업재 부품과 같은 B2B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신제품 개발 기법이다. Stage Gate 모델은 신제품 개발 과정을 말 그대로 몇 개의 활동 단계(stage)와 의사결정 문(gate)을 통과하는 일련의 연속된 과정으로 구분한다(그림 1 참조). 단계별로 차근차근 의사결정을 수행해 나감으로써 개발 과정의 효율성과 향후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게 주 목적이다.
 

일반적인 Stage-Gate 모델은 ‘개발 범위 규정(Scoping) → 제품 계획서 작성(Build Business Case) → 제품 개발(Development) → 테스트 및 최종 확인(Testing and Validation) → 신제품 출시(Launch)’ 등 5개의 stage로 이루어져 있다. 또, stage별 활동을 수행하고 그 다음 stage로 들어갈지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를 gate라고 한다. 즉, 신제품 개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최종 시장 출시까지 5개의 stage와 gate를 통과하게 된다.
 
5단계로 이루어진 Stage-Gate 프로세스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전 단계로 탐사(Discovery) 단계가 있다. 이는 Stage-Gate 모델의 예비 단계로 어떤 신제품을 개발할 때 Stage-Gate 모델을 활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단계다. 보통 이 첫 단계에서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신제품 개발의 성격을 정리하고 향후 전개될 개발과정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토론하고 생각해 본다.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나 집단 토론 등을 많이 활용하며 일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Scoping 이라는 본격적인 Stage-Gate 단계가 시작된다.
 
1.Scoping (개발 범위 규정)
이 단계의 주 목적은 개발할 신제품의 성격과 그에 따른 목표 시장을 평가하는 것이다. 즉 출시할 제품 개념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관련 시장에서의 기회와 위협 요인들을 명확하게 하고 이러한 제품개념 확정과 시장상황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go or no-go decision) 하게 된다.
 
2.Build Business Case (제품 계획서 작성)
이 단계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제품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하고 어떻게 비즈니스화 할지를 정한다. 실제 개발로 들어가기 직전 단계이므로 향후 실제로 시장에서 출시되었을 때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보통 ‘제품개념과 분석(Product Definition and Analysis)’ ‘제품 계획서 작성(Building the Business Case)’ ‘프로젝트 계획(Building the Project Plan)’ ‘타당성 검토(Feasibility Review)’ 등의 세부 활동들을 시행한다.
 
3.Development (제품 개발)
제품 계획 단계에서 구체화된 아이디어가 실제적인 제품 디자인과 개발 과정 단계로 들어가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실제 제품 개발과 함께 마케팅 전략도 함께 개발되며 따라서 구체적인 STP(시장세분화-목표고객설정-포지셔닝)전략에 대한 내용까지도 구체적으로 결정된다. 이 단계에서의 최종 결과물은 흔히 견본(prototype)이라고 부르는 신제품의 초기 모습이며 이는 다음 단계로 옮겨지게 된다.
4.Testing and Validation (테스트 및 최종 확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전에 최종 확인과 테스트를 하게 된다. 테스트는 제품뿐만 아니라 생산과정, 고객의 반응, 프로젝트의 재무적 성과까지 다 포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전테스트(Near Testing), 현장테스트(Field Testing), 시장테스트(Market Testing) 등 세 단계로 나누어 실시된다.
 
5.Launch (신제품 출시)
Stage-Gate 모델의 마지막 단계이며 지금까지 거쳐온 단계(stage)들의 최종 결합체이기도 하다. 시장에서의 제품 출시와 함께 마케팅 활동도 함께 활발히 진행된다. 이 때 초기 시장의 반응에 따라 어느 규모까지 신제품 출시와 생산을 확대시킬지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초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영업 사원의 활동 및 역량이 매우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제품의 성격 및 시장에 따라 유통업체와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게 된다.
 
지금까지 Stage-Gate 모델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 보았다. 미국 AMR리서치나 부즈알렌해밀튼의 조사 결과를 보면 주요 미국 기업들의 70% 이상이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Stage-Gate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시 Stage-Gate 모델을 사용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먼저 Stage 단계별로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갈 때 신제품 개발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동시에 실수나 잘못된 의사결정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 전체적인 품질관리와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 성공 가능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단계별 검증을 통해 사전에 신속하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어 전체적인 효율성 및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
 
CECOR
CECOR(Calibrate - Explore-Create - Organize - Realize)는 잭 웰치의 뒤를 이어 2001년에 GE의 회장으로 취임한 제프리 이멜트가 개발한 신제품·신사업 개발 방법론이다. 신제품 개발에서 마케팅의 중요성에 역점을 두고 만든 것으로, 신기술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케팅 주도로 상품화하는 체계적 방법론이다. 2004년 도입한 GE의 혁신 프로그램인 ‘상상력 돌파구(Imagination Breakthroughs· 약 1억 달러를 넘는 매출액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지는 일군의 훌륭한 아이디어들)’를 통해 나온 창의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정립한 개념이기도 하다.
 
아래 그림은 CECOR의 단계적 프로세스를 보여주고 있다. 앞에 세 단계인 CEC는 전략을 도출하는 단계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경우 다시 단계별로 반복할 수 있다. 뒤에 두 단계인 OR는 앞서 도출된 창의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제품화하고 성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CECOR의 실행단계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먼저 측정(Calibrate) 단계에서는 변화하는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고객과 경쟁자 및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는 게 주 목적이다. 탐구(Explore) 단계에서는 목표 시장을 파악하고 시장기회를 찾아내는 게 목표다. 창조(Create) 단계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러한 아이디어가 줄 수 있는 고객가치를 평가한 후 필요에 따라서는 다시 앞 단계로 돌아가 Calibrate와 Explore 단계를 반복하며 최적의 아이디어를 찾아내게 된다. 조직화(Organize) 단계에서는 도출된 아이디어를 제품화하여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마지막 현실화(Realize) 단계에서는 마케팅 믹스 (제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 측면에서 실행활동을 구체화하고 최종적으로 마케팅성과를 평가하게 된다.
 
CECOR 방법론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시장을 중심으로 한 성장기회 발굴, 신기술 및 신규 제품의 조기 상업화, 사업화를 위한 아이디어 발굴·평가·선정 과정에서의 마케팅 통찰력 제고 등을 꼽을 수 있다. CECOR 방법론을 개발한 후 GE에서는 매년 100개가 넘는 IB프로젝트를 사업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산업재 부품이나 소재 기업들을 중심으로 CECOR를 활용한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국내 모 산업재 소재 기업이 LCD패널에 들어가는 고기능확산필름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단계에서 CECOR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신제품개발 과정에서 소비재와 산업재간의 특성 차이를 알아보고 그 동안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산업재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Stage-Gate 모델과 CECOR라는 흥미로운 신제품개발 방법론에 대해 살펴 보았다. 고객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마케팅 전략의 근본 개념은 같으나 현실에서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론은 소비재 시장과 산업재 시장에서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에서도 소비재와 산업재의 차별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과 그 기업의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신제품 개발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주 연구 분야는 B2B마케팅, 유통, 하이테크마케팅, 서비스관리 등이며 <Industrial Marketing Management>와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 <Journal of B-to-B Marketing>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참고문헌
Cooper, R., Winning at New Products, Gage, 1986.
Cooper, R., Perspective: The Stage-Gate Idea-to-Launch Process Update” Journal of Product Innovation Management, May 2008, 213-232.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