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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삼성전기 거북선센터

부서 이기주의 허물고 ‘시간싸움’ 이겼다

이방실 | 57호 (2010년 5월 Issue 2)

기업 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신제품 개발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월한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기술적 우위와 마케팅 역량을 절묘하게 결합해 신제품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과 프로세스, 방법론을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소개합니다. 또 제품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삼성전기 거북선센터의
성공 요인도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신제품 개발과 관련한 위기관리 솔루션도 전해드립니다.

 

 
‘전자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부품이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Multi Layer Ceramic Capacitor·항상 일정한 전류가 흐르도록 조절해 주는 부품)라는 수동 소자다. 휴대폰, LCD TV, 노트북 PC 등 전자 제품 여기 저기 안 들어가는 곳이 없어서 ‘쌀’이란 별명을 얻었다. 실제 크기는 작은 모래알 정도. 와인 잔에 가득 채우면 무려 1억5000만 원짜리 고급 승용차보다 값이 더 나간다. 휴대폰에 200여 개, LCD TV에 700여 개가 들어간다. 소형화·슬림화·고용량화 기술이 MLCC 제조의 핵심이다.
국내 최대 전자 부품 기업인 삼성전기에서 단일 품목 기준 최대 매출, 최고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것이 바로 MLCC다. 삼성전기는 2009년 기준 전체 매출액(연결 기준 5조5505억원)의 약 20%를 MLCC 판매로 거둬들였다. MLCC 영업이익률도 두자릿수로 회사 전체 평균치(8.4%)를 웃돈다. 또 일본 경쟁사들보다 기술력 측면에서 1년 이상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2005년까지만 해도 삼성전기 MLCC 사업은 매년 100억 원대 적자를 내 회사 내 ‘애물단지’로 통했다. 제품력 측면에서 무라타, TDK, 교세라 등 일본 경쟁사들을 뒤따라가기에 급급했고, 경쟁사 대비 신제품 출시 시기도 1년∼1년 6개월 가량 뒤졌다.
 
삼성전기가 쟁쟁한 일본 경쟁사들을 제치고 MLCC 시장에서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데는 혁신적 신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는 사내혁신 조직 ‘거북선센터’가 중추적 역할을 했다. 약 20년간 일본 업체들의 뒤만 쫓아가다, 2005년 11월 거북선센터에서 사상 최초로 경쟁사보다 3개월 앞서 신제품(‘1005 2.2㎌’ 기종) 양산에 성공했다. 이 신제품 판매로 삼성전기 MLCC 부문은 2006년 곧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알짜’ 수익 제품으로 급부상했다. MLCC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삼성전기에서 혁신적 신제품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거북선센터의 성공 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1 가중치 평가 항목에 따른 과제 선별
거북선센터는 2003년 4월 강호문 전 삼성전기 사장이 원가 절감과 혁신적 신제품 개발을 목표로 설립했다. 일본 회사들이 전자부품 시장을 장악한 것을 본 강 전사장이 일본 회사들을 무찌르자는 뜻에서 거북선센터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무거운 쇠는 물에 가라앉기 마련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거북선을 개발한 자세를 배워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혁신적 목표를 갖고 도전하자는 의미도 담았다.
 
삼성전기 신제품 개발은 통상 사업부별로 개발팀, 혹은 선행개발팀(향후 2∼3년 뒤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팀)을 꾸려 진행한다. 이 가운데 혁신적 기술 개발이나 신(新)시장 창출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과제를 일정 기준에 따라 선별, 거북선센터에서 별도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거북선센터에 MLCC 프로젝트 심사 의뢰가 들어온 것은 2005년 3월. LCR 사업부(MLCC 관장 사업부)에서 오랫동안 중국 판매를 담당해 온 중화 영업 그룹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PC시장에서 고용량 MLC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 때만 해도 대부분 PC 업체들이 사용하는 제품이 ‘1608(가로 1.6mm X 세로 0.8mm X 두께 0.8 mm) 4.7㎌(마이크로패럿·패럿은 콘덴서가 저장할 수 있는 전하량 단위)’이었으므로, 사이즈는 같지만 두 배 이상 용량이 큰 ‘1608 10㎌’을 개발하면, 신(新)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LCR 사업부장이던 최치준 상무(현 삼성전기 부사장)가 이 안을 받아들여 거북선센터에 프로젝트 심사를 의뢰했다.
 
통상 거북선센터는 프로젝트 개발 의뢰가 들어오면 가중치가 정해진 평가 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겨, 총점 70점 이상을 받은 과제들을 택해 입과(入科) 여부, 즉 거북선센터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평가 항목은 이익 기여도(50%), 수율이나 원가절감 등 핵심 지표의 향상률(20%), 구성중인 CFT의 적절성(20%), 제품개발로 인한 파급효과(10%) 등이다. 당시 MLCC 프로젝트는 이익 기여도 측면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아 입과 결정이 났다.
 
2 CFT 구성해 신제품 개발드림팀 조직
거북선센터의 신제품 개발이 사업부 단위 신제품 개발과 다른 점은 협업팀(CFT·Cross Functional Team)을 이뤄 작업한다는 점이다. 각 사업부의 개발팀을 주축으로 하되, 그때 그때 프로젝트 주제 및 특성에 따라 마케팅, 영업, 구매, 제조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다. 단순히 개발팀 시각에서가 아니라 다양한 부서에서 온 인력들의 관점을 반영,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자는 취지다.
 
CFT를 총괄하는 프로젝트 리더(PL· Project Leader)는 대개 사업부 개발팀 소속 직원이 맡는다. 특이한 점은 PL 외에 각 CFT마다 프로젝트 운영 전문가인 프로세스 디자이너(PD·Process Designer)를 배치한다는 점이다. PD는 사업부가 아니라 거북선센터에 소속된 인력으로, CVS(국제공인가치혁신전문가), BB(6시스마 블랙벨트) 등 전문 자격을 갖춘 프로젝트 진행 전문가다. 과제 주제와 특성에 따라 단계별로 적절한 방법론을 제시, PL과 함께 CFT를 이끄는 핵심 축을 담당한다.
 
MLCC 프로젝트의 CFT는 LCR 사업부내 칩(chip)선행개발팀과 칩재료개발팀 등 개발 인력과 함께 영업, 구매, 품질, 특허 등 분야별 전문 인력으로 꾸려졌다. 눈 여겨 볼 점은, CFT 출범 때만 해도 과제 목표는 휴대전화 단말기 고객사들에 폭발적 인기를 끌며 삼성전기에 ‘대박’을 안겨 준 ‘1005(1.0mm X 0.5mm X 0.5mm) 2.2㎌’ 기종이 아니라, PC 고객사들을 겨냥한 ‘1608 10㎌’ 기종의 ‘샘플 개발’이었다는 사실이다. 개발 품목이 초기 목표와 달리 ‘1005 2.2㎌’ 기종으로 바뀌고, 특히 샘플 개발이 아니라 ‘양산화’로 프로젝트 최종 목표가 변경된 것은 거북선센터의 독특한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3 100 Index 통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 설정
거북선센터는 6시그마(완벽한 품질을 달성하기 위한 경영혁신 방법. 품질 수준으로 정의하면 100만개 제품당 3.4개의 불량품이 나오는 수준) 방법론인 ‘DMAIC’<용어설명1 참조>의 개념에 기초해 신제품 개발을 진행한다. 즉,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크게 5단계(Define→Measure→Analyze→Improve→Cont-rol)로 구분한다. 이 프로세스를 기초로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단계별로 다양한 기법을 적절히 적용, 문제를 해결한다. <그림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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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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