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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커뮤니케이션 전략

긍정적 언어로 깔끔, 간결하게

김유영 | 53호 (2010년 3월 Issue 2)

최근 유난히 리콜 사례가 많다. 품질 경영의 대명사였던 일본 도요타가 ‘리콜 파문’으로 곤욕을 당하고 있다. 도요타는 전 세계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1000만 대 차량을 리콜했다. 도요타에 대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미국 GM도 130만 대 차량을 리콜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냉장고와 드럼세탁기를 리콜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소나타와 산타페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리콜을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제품의 복잡성이 증대되면서 리콜은 어느 기업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됐다. 리콜을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이유다.
 
리콜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대외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위기관리 트레이닝’을 연재하는 김호 더 랩에이치 대표로부터 기자가 직접 위기관리에 대한 코칭을 받아봤다. 김 대표는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코칭을 실시하고 있다. 4시간 동안 이어진 코칭에서 김 대표는 어느 회사에서나 일어날 법한 가상의 리콜 사례와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언론 인터뷰나 청문회 등 공식석상에서의 일문일답에 대한 대응법을 집중 소개한다.

1.부정적인 사안을 긍정적 언어로 표현하라
기자 역할을 맡은 김 대표(Q): 협력 업체의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구매 담당자가 일종의 뇌물을 받고 협력 업체를 선정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CEO 역할을 맡은 기자(A):우리는 50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져버린 적이 없다. 뇌물 수수는 절대 있을 수 없다.
김 대표의 코칭→부정적인 사안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언어를 꼭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 진보 진영에서 쓴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가 있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이다. 진보 진영이 공화당을 공격하기 위해 대중들에게 ‘코끼리는 상상하지 마’라고 말하면, 오히려 사람들은 코끼리를 생각하면서 오히려 공화당 쪽으로 기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가 골프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 국회 의원들이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해 공격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 의원의 공격에 당시 이 총리는 국회 의원의 공격(부정적 언어)을 자신의 입으로 반복하면서 ‘브로커랑 놀아나지 않았다’, ‘골프 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는 오히려 이 총리를 떠올리면 브로커나 골프가 연상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2006년 미국 일리노이대 한국인 석좌교수가 국내 유명 A대학에 스카우트되어 왔다가 되돌아간 적이 있었다. 이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로부터 A대학에 무슨 문제가 있었기에 미국에 갔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 1년밖에 있지 않았는데, 한국 대학을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대신 미국 대학 교수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A대 교수들이 진짜 공부를 안 한다는 식의 부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있던 미국 대학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했던 80대 노교수도 연구실에서 밤샌다는 말로 갈음했다.
 
이 원칙은 여러 상황에서 응용될 수 있다. 예컨대 ‘이번 투자가 위험한 것이 아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위험하지 않다’는 대답보다는 ‘우리 회사는 재무적으로 탄탄하다. 최근 채권 발생에서도 신용 등급이 좋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금리에 발행했다’라고 얘기하는 게 효과적이다. 위 질문에 대해서는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사안에 대해 결과가 나오기 전 뭐라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로 말하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뇌물 수수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을 때에는 ‘사실과 다르다. 협력 업체는 공정한 절차로 선정됐다’ 등으로 긍정적인 단어를 쓰는 게 좋다.
 
2.‘만약’이라는 질문에 ‘맞대답’하지 마라
Q: 이번 사건으로 T사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A:뇌물 수수에 관한 사항은 조사 중이다. 뇌물 수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관련자를 처벌할 계획이다.
→크라이슬러와 벤츠가 합병할 때 커뮤니케이션 최고 책임자는 다섯 단어를 직원들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강조했다. ‘Do not answer hypothetical questions’였다. 가상 질문에 대해서는 함부로 답하지 말라는 뜻이다. 질문에 ‘만약’이 포함되어 있다면 일단 긴장해야 한다. 항상 팩트를 기반으로 답해야 한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는 ‘그건 가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힘들다’고 하는 게 낫다. 다만 ‘T사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계획이고, 이에 대한 사항은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하면서 ‘브리징테크닉(bridging technique·다리를 놓는 것처럼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기술)’을 쓰는 게 좋다.
 
질의응답을 할 때 아마추어들은 질문에 대한 대답만 대답한다. 하지만 프로들은 질문을 짧고 명확하게 얘기하고, 마지막에 자신의 주요 메시지나 솔루션을 덧붙인다. 미국 레이건 전 대통령은 질의응답에서 ‘Let me say’를 쓰는 걸로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제가 중요한 말을 한 가지 할 게 있습니다’라고 말을 꺼내는 게 좋다. 이를 잘하려면 자신의 입장(position)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이 입장을 표현할 키 메시지도 있어야 한다. 여기서 키 메시지는 부정적 사안이라도 긍정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신뢰가 떨어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말보다는 ‘소비자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행할 것이고,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게 좋다.

[DBR TIP]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체크리스트
 
인터뷰에서는 비언어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특히 공격적인 질문을 받아 곤궁에 몰릴 때의 감정이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때가 있다. 한 가지 명심할 사항은 잘못된 결과가 문제지 말하는 사람이 죄인은 아니라는 것. 정정당당한 태도로 신뢰감을 줘야 한다.
밝은색 옷을 입고 있지 않은가
-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에서는 기자 회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부정적인 내용의 기자 회견에서 대통령이나 대변인은 짙은 색 옷을 입는다. 리콜에 관한 인터뷰에서도 흰색 셔츠에 짙은 색조의 겉옷을 입는 게 좋다.
몸을 뒤로 젖히지 않은가
- 앉아 있을 때 자신이 공격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무의식적으로 상체가 뒤로 넘어갈 때가 있다. 이를 막으려면 의식적으로 손을 탁자 위에 올리고 질문하는 사람을 향해 몸을 약간 기울이는 게 좋다. 마찬가지로 회전의자에 앉아 있다면 무의식적으로 회전의자를 돌리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천장이나 바닥을 보고 있지 않은가
- 곤경에 처한 질문을 받으면 눈을 한쪽으로 돌리게 된다. 대답할 때도 질문하는 사람을 보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관심 있게 듣고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비비 꼬지 않은가
- 오른손으로 왼손 손등을 덮는 등의 방법으로 손을 움직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좋다. 또 ‘똑딱이 볼펜’이나 흐물흐물한 물체를 손에 쥐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웃음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 질문하는 사람에 대해 호의를 표한다고 해서 웃음을 머금기도 한다. 하지만 리콜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웃음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3.숨긴다고 능사가 아니다
Q: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겁니까.
A: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만약 있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어야 한다. 만약 소문으로만 떠돈다면 ‘소문을 접한 적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과거에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고 사실대로 말하고 문제를 어떻게 개선했는지를 보다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불투명해지고 싶은 욕구가 은연중에 있다. 하지만 투명할수록 더 유리해진다는 게 투명성의 역설(paradox of transparency)이다. 위기는 갑작스럽게 빵 터진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보의 진공 상태(information vacuum)가 당연히 발생한다. 기업은 진공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기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은 부족한 정보를 채워 진공을 메우려고 한다. 이때 기업이 ‘할 말 없다’고 무시하곤 한다. 무시하면 기자들은 공백을 제3자의 코멘트로 채울 수 있다. 그 공백은 기업이 메우는 게 가장 유리한데도 말이다. 위기관리에서도 한 달 뒤, 일 년 뒤에도 탈이 없을 것인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들통이 나면 위기 상황과 별개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리콜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A:물론이다. AS센터 직원을 현재 200명에서 500명으로 확충했다. 리콜 담당자도 근무 시간 연장에 돌입했다.
→최대한 소비자들이 리콜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좋다. 이처럼 구체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게 좋다.
 

위기관리 초기 진화: 이해관계자 지도를 그려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라
 
위기 발생 초기 단계에서는 각 이해관계자별로 중요한 사항들을 지도를 통해 그려보는 게 좋다. 하나의 사건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무수히 많은데, 이를 구두로만 회의하면 위기관리 대응을 못하는 부분이 생겨날 수도 있다. 칠판에 각각의 이해관계자를 나열한 뒤, 이해관계자가 위기 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을 괄호 안에 정리했다. 포스트잇을 이용해 이해관계자들을 무작위로 나열한 뒤 비슷한 이해관계자들은 같은 곳에 재배치해서 묶어서 대응하는 것도 좋다.
이해관계자 지도(Crisis Stakeholder Map)
- 소비자: 1.잠재적인 소비자: 브랜드 갈아타기를 해야겠다. 2.T사 제품을 쓰지 않던 소비자: 역시 T사는 별로다. 3.기존 소비자: T사가 실망스럽다. 다른 회사 제품을 이용하겠다. 4.협박을 하는 소비자: 이때가 협박할 기회다.
- T사: 1.AS 직원: 앞으로 대응 방안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안내해야 할까. 2. 다른 부서의 직원: 우리 회사 이미지가 걱정된다. 나에게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을 줄까. 다른 부서에서 일어난 일인데, 대체 뭐가 진실인가.
- 수출 파트너: 제품 수출 고려, 문의 대응, 가격 협상의 레버리지로 삼을 수 있을까. 대체 뭐가 진실인가.
- 유통 매장: 항의하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대응할까. 판매 채널로서의 우리 회사 이미지는 어떻게 되나.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 협력사: 사건의 진실은 뭘까. 조사 결과 협력사 부품에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어떤 응징이 따를까.
- 블로거: 불매 운동을 벌일 수 있다.
- 로펌: 집단 소송 대리할 수 있다.
- 언론: 팩트가 무엇인가. 소비자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될까. 독자들에게 리콜 및 보상 안내를 해야 한다.
- T사의 협력 업체 선정자: 뇌물에 대한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처벌 및 해고가 우려된다.
- 부품 공급 업체: 이제 T사와 거래 끝이다.
지도가 완성되면 이해관계자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액션 리스트를 정리해야 한다. 또 회사의 공식 입장(official position)을 세우고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때 대변인을 누구로 선정할지 정해야 한다. 어느 정도 높은 직급에, 해당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미디어 트레이닝 등을 통해 언론과 대화를 나누는 데에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와 함께 담당 팀과 임원들에게 각각에 해당되는 이슈와 액션 리스트를 나눠준 뒤 4시간, 혹은 8시간마다 관계자들이 모여 위기관리 회의를 해야 한다. 언론에서 이슈가 불거졌다면 언론에도 일정 시간마다 진행 상황을 전달하는 게 좋다.

4.노코멘트는 금물-변명이 너무 많아도 안 된다
Q: 사장님께서 부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때는 언제인가? 내부에서는 3개월간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다음 달 출시할 제품에 대해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을 방치한 것 아닌가?
A:노코멘트하겠다.
→노코멘트는 금물이다. 사실은 확인을 해줘야 한다. 여기서 사실이란 무엇이, 언제, 어디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가 아니다. 지금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고, 정부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회사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현재 어떤 기관에서 제품에 결함이 있는지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는 언제까지 마무리될 것 같다. 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자들에게 먼저 알리겠다’고 답하는 게 좋다. 주요 인사가 검찰 등에 출두할 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데 그냥 지나치는 것보다는 카메라 앞에 서서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자신만의 핵심적인 메시지만 밝히는 게 효과적이다. 또 언론과의 끈도 놓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매 4시간마다 언론에 입장을 발표하는 등 방법을 쓰는 게 좋다.
 
Q: 지금 T사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밝혀달라.
A:해당 제품의 결함은 조사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협력 업체 부품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된다.
→절대로 남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조사가 진행 중이며 명확하게 진상이 밝혀지면 즉시 기자나 고객에게 알려주겠다’고 해야 한다. 또 같은 뜻의 문장이라도 수동형보다는 능동형을 쓰는 게 낫다. ‘우리는 해당 제품을 수거해서 연구 센터에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처럼 능동형으로 말해야 T사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과할 때 ‘3A 법칙’이 있다. 인정하고 사과하기(Acceptance and Apology), 변명(Apologia), 적극적 조치(Action)이다. 언론의 오해에 대해 해명하되 방어적인 변명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 성추문에 휘말린 타이거 우즈는 첫 입장 표명에서 70% 이상을 방어로 일관해 역효과를 냈다. 행동과 관련해서는 CEO 등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의지를 갖고 제대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실무자가 위기관리 방안을 제대로 짠다고 해도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한 대기업 총수의 폭력 사건에서는 홍보팀이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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