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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바꾼 그들의 비밀

여준상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올 한 해에도 무수히 많은 브랜드와 상품이 시장에서 경쟁했습니다. 마케터들의 열정과 노력은 많은 ‘베스트 프랙티스’를 남겼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마케팅 전공 교수와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올 한 해 가장 의미 있는 마케팅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목적은 순위를 매겨 포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미 있는 마케팅 활동을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지식을 만들어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과 공유하기 위한 것입니다. 설문 조사 결과를 기초로 주목할 만한 5개 사례를 골라 전문가와 DBR 취재진이 공동으로 깊이 있는 사례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현장의 생생한 스토리와 전문가들의 체계적 분석을 함께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2009년 한 해 동안에도 국내 시장에서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브랜드와 상품이 태어났다. 하지만 새로운 브랜드(상품)가 살아남아 하늘을 밝힐 확률은 바다거북의 알이 어른으로 자랄 확률(100개 중 1, 2개)보다도 낮다. 최근에는 시장의 환경 변화까지 심해져 새 브랜드(상품)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과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신생 브랜드(상품)의 성공 비결을 찾아 배우려고 한다. 앞서 길을 가는 달팽이는 갖은 난관을 직접 극복해야 하지만, 그 뒤를 따라가는 달팽이는 앞선 이의 경험과 점액질로 닦인 길 덕분에 보다 쉽게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2009년 한 해 동안 뛰어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 브랜드(상품)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들의 성공 비결을 집중 탐구해 널리 알리기 위해 ‘2009 베스트 마케팅’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응답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교수, 연구원, 마케팅 및 광고 실무자)를 1차 대상으로 삼았으며, 젊은 소비자 집단을 대변하는 대학생들을 비교군으로 추가했다. 설문 조사는 2009년 11월 19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해 총 127명이 응답했다. 설문 문항은 2009년 최고의 마케팅 활동을 보여준 브랜드 1∼5위를 묻는 ‘종합 질문’과 기발한 발상, 창의·혁신, STP 전략, 고객 만족 등 11개 세부 분야에 대한 ‘다차원 질문’으로 구성됐다.(▶DBR TIP 2009 베스트 마케팅, 어떻게 선정했나? 참조)

이후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DBR 기자들과 객원 편집위원들이 토론을 벌여 마케팅의 모범 사례가 될 만한 브랜드(상품) 5개를 최종 선정했다. 선정 기준으로는 마케팅 전략의 기본인 4P와 STP 프레임워크를 사용했다. (그림1)
 

KT의 유선 통합 브랜드 ‘쿡(QOOK)’은 설문 종합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뛰어난 단기 파급력과 인지도 향상(promotion) 측면에서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 ‘서울우유’는 제품(product) 차원의 혁신에서, 기아자동차는 디자인이란 새로운 제품 속성을 이용한 포지셔닝(product+positioning)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LG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오즈(OZ)’는 쇼트 리스트(short list)에서는 빠졌지만, ‘리스트엔 없지만 추천하고 싶은 브랜드(상품)’ 항목에서 응답자들의 높은 성원을 받았다. 오즈는 가격 전략(pricing) 측면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오리온의 ‘마켓오’는 종합 평가 상위 10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STP 측면에서 가장 유효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제품으로 선정돼 모범 사례에 포함했다. 물론 모범 사례를 분석한 케이스 스터디에는 단편적인 요소가 아니라 종합적인 성공 포인트와 시사점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스페셜 리포트의 제작진과 DBR 객원 편집위원들은 ‘2009 베스트 마케팅 조사’의 목표가 단순히 기업들의 순위를 매겨 시상을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이번 조사는 각 마케팅 분야에서 선구적·모범적 활동을 한 브랜드(상품)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분석해 학계와 경영계의 지식 축적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DBR TIP 2009 베스트 마케팅, 어떻게 선정했나?
 
DBR은 ‘2009 베스트 마케팅’ 설문 조사를 위해 우선 80개의 설문 후보 브랜드(상품)를 롱 리스트(long list)로 뽑았다. 롱 리스트는 우선 후보를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벌이고, 광범위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활동을 전개한 브랜드(상품)로 제한했다. 그리고 신문, TV, 라디오 등 전통 매체와 인터넷, 블로그 등 뉴미디어 활용,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았던 브랜드(상품) 80개를 선정했다.
 
이어서 정량적 기준과 정성적 기준을 바탕으로 롱 리스트를 다시 30개의 쇼트 리스트로 압축했다.(표1) 구체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또는 시장점유율의 증가가 현저하거나,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거뒀거나(올해 출시된 새로운 브랜드의 경우), 계량화하기 어려운 창의성과 시장 흐름 주도, 이미지 향상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되는 브랜드를 추렸다.
 
제작진은 이 30개를 후보로 해 2009년 11월 19일부터 24일까지 총 12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로는 마케팅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직업군(교수·19.7%, 연구원·15.7%, 마케팅 종사자·14.2%, 광고 종사자·6.3%)을 우선적으로 확보했다. 그리고 대조군으로 대학생 및 대학원생 응답자(40.2%)를 포함시켰다(3.9%는 기타). 응답자의 성별은 남성이 86명(67.7%), 여성이 41명(32.3%)이었다. 분석 작업에서는 응답자들을 이론가(교수·연구원), 실무 경험자(마케팅·광고 담당자), 젊은 소비자(학생)로 구분했다.
 
설문 조사가 끝난 후에는, 그 결과를 놓고 DBR 제작진(김남국 팀장, 문권모 박용 한인재 하정민 신성미 기자)과 DBR 객원 편집위원들(김정수 베인&컴퍼니 이사,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최현아 왓슨와이어트 상무, 홍대순 아서디리틀(ADL) 부사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각 브랜드가 설문 조사에서 얻은 점수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기업과 독자에게 실질적 도움과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브랜드(상품)를 모범 사례로 선정하자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2009년 마케팅의 모범 사례가 될 만한 브랜드(상품) 5개가 최종 선정됐다. DBR 기자들은 마케팅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 결과
설문 조사 결과를 종합 평가와 세부적 평가로 나눠 정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표2)
 

 
1. 종합 평가
KT의 쿡(344점)과 SK텔레콤의 ‘생각대로T’(259점),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캠페인(131점), 삼성전자의 ‘애니콜 햅틱 아몰레드’(120점), 대한항공의 ‘미주·중국 노선’(115점)이 1∼5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의 특징은 그동안 대중 매체를 통해 광고를 많이 집행해온 통신 브랜드(상품)와, 디자인과 제품 콘셉트 등 시장 변화의 선도 역할을 한 브랜드(상품)들이 높은 순위에 오른 데 있다. 쿡과 생각대로T는 톡톡 튀는 창의적인 광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소비자들의 친밀도를 높였다. 기아차는 성능과 연비 등 기능적 속성을 주로 강조하던 자동차 시장에 ‘기아 패밀리룩’이라는 독특하고 일관된 디자인을 소개하면서 브랜드 아우라(brand aura·독창적인 브랜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애니콜 햅틱 아몰레드는 화려한 영상과 음악을 곁들인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한항공의 미주·중국 노선 마케팅에서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지양하고, 취항 지역의 풍광을 중점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수요를 촉발시키는 혁신이 돋보였다. 대한항공의 광고는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감성적 광고 문구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은 소비자들이 특정 여행지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대한항공을 연상케 하는 기법, 즉 2차 연상 전략(secondary association strategy)으로 큰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2. 부문별 마케팅 활동 평가
기발한 발상(또는 역발상)이 돋보이는 마케팅 쿡, 생각대로T, 서울우유가 상위에 올랐다. 쿡은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도발적 문구의 티저 광고로, 생각대로T는 ‘생각대로 해’라는 간결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생활 속 에피소드와 접목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주목을 끌었다. 서울우유는 그동안 우유 패키지에 유통기한만 표기했던 업계 관행을 깨뜨리고 ‘제조일자’를 표기했다. 이는 수면 아래에 있던 제품의 속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으며, 동시에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시그널링 효과(signaling effect)’를 만들어냈다. 관행을 과감히 깨는 발상의 전환은 쉽지 않지만, 서울우유의 사례처럼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표A-1)
 
 

 
혁신적(창의적)인 마케팅 기법 쿡, 기아차, 생각대로T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쿡과 생각대로T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광고 실행에서의 혁신성이 돋보였다. 기아차는 디자인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제품 콘셉트로 성공을 거뒀다.(표A-2)
 
 

 

③STP(시장 세분화·타기팅·포지셔닝) 측면에서 가장 유효한 마케팅 전략 오리온의 건강과자 마켓오와 농심켈로그 ‘스페셜K’, 동서식품 ‘맥심 T.O.P’, 대한항공 미주·중국 노선이 상위를 차지했다. 마켓오는 자사의 과자 브랜드 ‘닥터유’와 함께 프리미엄 웰빙 과자 시장에서 선두 위치에 올라섰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웰빙을 중시하는 여대생 계층을 발굴해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스페셜K 역시 젊은 여성층을 겨냥해 성공을 거뒀다. 특히 다이어트에 민감한 젊은 여성층에게 ‘설탕이 많이 들어간 고칼로리 음식으로 알려진 시리얼도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인지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맥심 T.O.P는 기존 맥심 커피의 주 타깃층인 중장년층을 벗어나, 에스프레소 커피를 선호하며 커피 시장 확장을 주도하고 있는 젊은 층을 겨냥해 성공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원빈과 신민아의 키스 장면을 담은 광고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대한항공은 현재 항공 수요가 가장 많으면서 미래 시장성도 높은 미국과 중국 노선에 집중적인 커뮤니케이션 타기팅을 해 수익성을 높여가고 있다.(표B-1)
 
 

 
틈새시장 공략 한국야쿠르트의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와 마켓오, 한국맥도날드의 ‘맥카페’가 꼽혔다. 쿠퍼스는 숙취에 좋다는 헛개나무 열매를 첨가한 제품으로, 술자리가 잦아 알코올성 간 손상에 민감한 30, 40대 직장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제품은 그동안 마케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중장년층을 틈새시장으로 공략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맥카페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테이크아웃 커피의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을 바꿔놓는 가격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 제품은 대학생들이나 불황에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저가 테이크아웃 커피 시장으로 이동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표B-2)
 
 

 
마케팅을 통한 고객 만족 쿡, 생각대로T에 이어 기아차가 눈에 띈다. 기아차는 앞서 소개했듯이 디자인 혁신을 통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감성적 만족을 줬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YF쏘나타’와 달리 남녀 응답자 모두에게서 호응을 받아 이채로웠다. 기아차는 최근 서비스 측면에서도 더 나은 사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만족 부문을 계속 강화 중이다.(표C-1)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 활동 DBR 제작진의 예상을 깨고 한국암웨이가 1위를 차지했다. 수년 전부터 ‘바른생활 주식회사’ 등의 슬로건과 감성적 광고로 자사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또 환경 운동과 의료 봉사, 아동복지센터 운영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활동도 계속해왔다.
2위에 오른 대교 ‘눈높이’는 공부습관 광고 캠페인으로 지속적으로 국내 교육시장의 선두 브랜드 이미지를 굳혀왔다. 교육 브랜드의 대명사다보니 소비자들에게 사회 발전에 공헌한 브랜드로 쉽게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우유는 제조일자를 표기해 우유 시장 전반의 신선도 향상 노력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웅진코웨이 정수기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한 리얼리티 광고로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다. 시후라는 아기의 임신, 출산, 백일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물의 중요함을 알리는 메시지가 소비자의 호응과 신뢰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표C-3)
 
 

 
앞으로 장기간 마케팅 활동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브랜드(상품)생각대로T, 기아차, 쿡이 상위에 꼽혔다. 생각대로T는 오랜 기간 동안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브랜드를 커뮤니케이션해왔으며, 일상생활 속의 평범한 주제나 에피소드를 통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킴으로써 많은 공감을 얻었다. 기아차는 단순히 자동차 모델 하나에만 디자인을 강조한 게 아니라, 회사 전반적 차원에서 꾸준히 디자인 혁신을 알렸다. 이에 따라 장기적 측면에서 일관성을 띤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있다.(표C-4)
 
 

 

시사점
이번 조사 결과에서 각 부문 상위에 오른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공통점은 해당 산업은 물론 타 산업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광고의 힘은 여전히 크다 KT의 쿡과 SK텔레콤의 생각대로T가 종합 평가에서 최상위에 오른 것은 광고 커뮤니케이션이 인지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두 브랜드는 대중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한다는 이점도 있다. 즉 친숙성 효과(familiarity effect)가 인지도 측면에서도 긍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켈러의 브랜드 지식 모델(Brand Knowledge Model)에 따르면 브랜드 자산은 인지도와 이미지로 구성된다. 생필품, 통신 서비스 등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사용하는 ‘저관여 일상생활형 상품’의 경우 인지도가 브랜드 자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 이런 제품은 소비자가 잘 알고 친숙하다는 사실,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사실만으로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
 
또 저관여 제품의 경우 친숙성이 브랜드(상품)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은 별 의미가 없는 것에도 반복적인 노출만 있다면 무의식적으로 친숙해진다.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불리는 이 심리적 현상에 따르면, 머릿속에 잘 떠올려진다는 처리적 유창성(processing fluency)은 감정적 즐거움을 낳는다. 따라서 해당 브랜드(상품) 평가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Fang, Singh, & Ahluwalia(2007) 연구 참조).
 
반면 고가의 자동차나 가구, 가전제품 등 ‘고관여 내구재형 상품’은 인지도보다 이미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가격이 높은 상품을 잘못 구매했을 때 소비자 자신에게 닥칠 심리적, 금전적, 사회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심사숙고를 거듭해 고관여제품을 구매하며, 단순히 잘 떠오르거나 먼저 떠오른다는 사실만으로는 쉽게 구매 행동을 하지 않는다. 고관여 제품에 있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강력하고 호의적인 이미지를 쌓은 브랜드가 더 큰 브랜드 파워를 발휘한다.
 
통신 브랜드는 저관여 제품이라는 상품 특성상 대규모 광고 물량 투입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행위는 자연스럽게 단기적으로 브랜드 파워를 높인다. 쿡과 생각대로T의 높은 순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광고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가 반드시 롱런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광고를 줄이면 브랜드 파워가 쉽게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variety seeking) 경향이 강한 저관여 일상생활형 상품은 태생적 특성상, 높은 인지도 유지를 위해 대규모 광고 물량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서 KT 쿡의 온·오프라인 마케팅 연계를 통한 비용 절감은 상대적이긴 하지만 상당한 시사점이 있다.(▶34쪽 쿡 케이스 스터디 참조)
 
게임의 룰을 바꾸는 혁신이 선도자를 만든다 서울우유와 기아차, 스페셜K는 시장의 경쟁 방향을 바꿈으로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간과해온 속성을 부각시키거나 새로운 속성을 제시하는 혁신은, 제대로 성공할 경우 시장 선도의 기회가 된다. 서울우유는 제조일자라는 속성을 우유시장에서 새롭게 부각시켰다. 기아차는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속성의 중요도를 높였다. 스페셜K는 시리얼에 다이어트라는 속성을 부여했다.
 
소비자 태도 형성의 전통 이론인 피시바인 모델(Fi- shbein Model)에 따르면, 태도를 결정짓는 요인은 ei(Attribute Importance·해당 속성에 대한 중요도)와 bi(Brand Performance·해당 속성과 관련해 그 브랜드에 매겨지는 평가 값)로 구성된다. bi를 높이려는 전략은 모든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취하는 레드오션에 해당한다. 막대한 투자로 평가 값을 높이고자 하지만 경쟁사도 가만있지 않기 때문에 경쟁만 치열해질 뿐이다. 반면 자신에게 유리한 속성에 대해 ei를 높이는 전략이나, 새로운 속성을 투입해 ei를 새롭게 형성하는 전략은 그 누구도 넘겨다보지 못한 블루오션이다. 과거에 하이트맥주는 맥주에서 물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부각시켰으며,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 GT’는 흰 우유 시장에서 맛이라는 속성을 처음으로 조명했다.
 
혁신 선도자들의 교훈은 수면 아래에 있는 속성을 수면 위로 부각시키는 ‘속성 중요도에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상품의 속성 구성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빙산과 같다. 수면 위로 나타난 속성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중요한 속성들은 바다 밑의 80% 속에 잠겨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무의식 세계에서 원하는 속성을 잘 들춰내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소비 트렌드 변화를 읽고 재빨리 대응하라 LG텔레콤 오즈는 젊은 층의 휴대전화 사용 패턴이 음성 통화보다는 데이터 사용으로 점차 옮겨가는 추세와 그들의 불편 사항을 재빨리 파악했다. 이에 따라 편리한 풀브라우징(full browsing)을 도입했고, 데이터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와 단말기를 공급해 시장을 넓혔다. 기아차는 자동차 회사들 간의 기술 격차가 점점 줄어들면서 브랜드별로 더 이상 내구성과 안전성에서 차이를 못 느끼는 소비자를 겨냥해 디자인 차별화로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스페셜K는 아침에 빵이나 시리얼 같은 간편식을 먹길 원하면서도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젊은 여성층의 트렌드 변화를 읽고 ‘체중 조절용 시리얼’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울우유와 마켓오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신선하고 자연친화적인 식품을 찾는 소비자 욕구의 변화를 재빠르게 읽었다.
 
이들은 시장과 소비자 욕구, 사회 트렌드의 변화를 남들보다 먼저 파악하고 한발 앞서 상품을 내놓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선행적 트렌드 파악이 중요하긴 하지만, 기업은 무엇보다 트렌드 파악 후 상품 개발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빠른 행동이 없으면 2인자가 되어버리는 게 마케팅 세계다. 발 빠른 소비 트렌드 예측과 더불어 트렌드를 선도해가는 공격적 콘셉트의 상품 제안은 베스트 마케팅의 필수 요소다.
DBR TIP 설문에서 드러난 성별 및 직업별 응답 차이
 
A. 남녀 차이
설문의 남성 응답자(86명)와 여성 응답자(41명)들은 종합 순위와 부문별 상위(10위까지) 브랜드(상품)에 대해서는 예상만큼 큰 의견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브랜드(상품)에 대해서는 관심과 시각이 매우 달랐다.
 
먼저 종합 순위에서는 KT 쿡과 SK텔레콤 생각대로T가 남녀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대한항공 미주·중국 노선과 SK텔레콤 11번가의 순위도 비슷했다. 하지만 맥카페(남성 10위, 여성 4위)와 맥심 T.O.P(남성 11위, 여성 3위) 등 감성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브랜드(상품)에 대해서는 남녀 시각 차이가 컸다.
 
흥미롭게도 기아자동차 디자인 캠페인은 남녀 모두에게 긍정적인 응답(남성 4위, 여성 6위)을 받은 반면 현대차의 YF쏘나타는 상반된 응답(남성 6위, 여성 19위)을 받았다. 기아차는 남성들에게는 자동차라는 상품 카테고리 측면에서, 여성들에게는 감성 측면에서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햅틱 아몰레드 휴대전화는 종합 순위(남성 3위, 여성 12위)는 물론 부문별 순위에서도 남성 고객들로부터 ‘몰표’에 가까운 편애를 받았다. 이는 최신 기술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과 손담비 등 젊은 여성 가수를 내세운 광고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11개 부문별 설문 항목 중 아몰레드 휴대전화가 남성보다 여성의 평가를 훨씬 더 잘 받은 것은 ‘STP 측면’ 정도밖에 없었다. 이는 여성이 남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더 객관적으로 알아봤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상품)들 역시 부문별 설문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맥카페는 기발한 발상 부문에서 여성들로부터 1위에 뽑혔으나, 남성들은 13위로 평가했다. 맥심 T.O.P도 마찬가지(트렌드 선도 부문에서 여성 6위, 남성 20위)였다. 미니홍초를 이용한 ‘홍초소주 칵테일’ 제조법을 적극 홍보한 대상의 ‘마시는 홍초’는 틈새시장 개척 부문에서 남성 순위 4위에 올랐으나, 여성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B. 직업별 순위
이번 설문의 분석은 교수·연구원과 마케팅·광고 담당자, 대학생·대학원생의 3개 그룹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각각 이론가, 실무자, 소비자를 대변한다. 우선 소비자를 대변하는 학생들은 일부 제품 선호도에 있어 독특한 특성을 보여줬다. 이들은 전체 종합 순위에서 11번가(대학생·대학원생 3위, 마케팅·광고 담당자 6위, 교수·연구원 11위)와 맥카페(4위, 8위, 9위), 맥심 T.O.P(5위, 9위, 12위)를 가장 선호하는 집단이었다. 반면 삼성의 ‘파브 LED TV’는 대학생 종합 순위에서 16위에 머물렀다(마케팅·광고 담당자 7위, 교수·연구원 4위). 이들은 부문별 순위에서는 기발한 발상의 마케팅에서는 서울우유를, 틈새시장 개척 측면에서는 맥카페를 최고로 꼽아 다른 그룹과 차이점을 보였다. 서울우유에 대한 평가는 이들 젊은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소비자의 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건강 과자인 마켓오에 대한 평가도 대학생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더 좋았다.
 
대학생·대학원생 그룹과 관련해서는 2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첫째, 이들은 사람들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애니콜 햅틱 아몰레드폰에 대한 반응이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아몰레드폰은 학생 종합 순위에서 7위(마케팅·광고 담당자 4위, 교수·연구원 3위)를 차지했다. 부문별 순위에서도 학생 그룹은 아몰레드폰에 대해 STP(26위)와 틈새시장 공략(28위), 투자 효율 측면(29위)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했다. 다만 새 기법(8위)과 단기 파급력(4위)에 대한 평가는 좋았다.
 
둘째, 대학생·대학원생 종합 순위에서만 전체 1위인 KT 쿡과 2위인 SK텔레콤 생각대로T의 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는 SK텔레콤의 마케팅 캠페인이 젊은 층에 상대적으로 더 어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특히 생각대로T의 장기 파급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생각대로T 1위, 쿡 8위).
 
광고·마케팅 담당자들은 종합 평가에서는 다른 그룹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세부 항목에서 다른 그룹보다 훨씬 날카롭고 전문적인 면모를 보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창의적(혁신적) 마케팅과 STP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한 아몰레드폰에 대해 기발한 발상(22위)과 새 기법 시도(24위) 부문에서 혹독한 평가를 했다.
 
종합 1위인 KT 쿡에 대해서는 STP에서 최하점을 줬으며, SK텔레콤의 생각대로T는 투자효율 부문에서 3그룹 중 가장 낮은 평가(22위, 교수·연구원 5위, 대학생·대학원생 3위)를 했다.
 
광고·마케팅 담당자들은 특히 전략적인 측면의 평가에 냉정했으며, 인지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마케팅 활동을 세밀하게 관찰 및 평가했다. 틈새시장 개척에서 다른 그룹과 달리 대상 마시는 홍초를 1위로, 진로 제이를 2위로 평가한 것이 그 예이다.
 
한편 교수·연구원 그룹은 전체적으로 종합 순위에 가까운 객관성이 높은 평가를 했지만 다른 그룹과 도드라지게 차이 나는 특징을 드러내진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의 LED TV(종합 4위)와 한국야쿠르트의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 등이 특기할 만했다.
 
 
설문 협조 서비스마케팅학회, 한국광고학회, 전략마케팅학회,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영학술 연합 동아리 ‘향영’
 
편집자 주 이번 스페셜 리포트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박진영 인턴연구원(22·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과 정지용 인턴연구원(25·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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