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은 1903년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의 허름한 목조 건물에서 시작한 회사입니다. 1903년은 포드자동차가 처음 나오고,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날렸던 해입니다.
윌리엄 할리와 아더 데이비슨이 자전거에 엔진을 달아 현대적인 모터사이클의 원형을 만들었고, 자신들의 성을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습니다. 1909년에는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의 트레이드마크인 ‘V-트윈’ 엔진을 개발해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20년 할리데이비슨은 연간 2만8000대의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미국 최고의 모터사이클 회사가 됐습니다. 당시 이미 300여 개의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은 1, 2차 세계대전 때 군용 모터사이클을 납품하면서 최대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다 1950년대에 들어와 영국의 경쟁사들이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성능의 모터사이클을 내놓으면서 할리데이비슨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1960년대에는 일본 회사들까지 미국 모터사이클 시장에 진출하면서 위기가 심화됐습니다. 게다가 할리데이비슨의 브랜드 이미지마저 나빠졌습니다. 1947년 <라이프>지(誌)에 실린 사진 때문이었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한 군인이 고향에 돌아와 만날 모터사이클만 타고 다니면서 술 마시고 깽판 부리는 사진이었어요. 그 후로도 패싸움하고, 마약을 운반하고, 혼성 섹스를 하는 등 나쁜 짓을 일삼는 깡패 영화에는 꼭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등장하곤 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이지 라이더’입니다. 나쁜 짓을 할 땐 옆에 꼭 할리데이비슨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 굳어졌죠. 반면 혼다는 야구 선수, 성직자, 가정주부 등 건실한 사람들이 모터사이클을 타는 그림을 싣고 ‘혼다를 타는 고객은 굉장히 괜찮은 사람들’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웠습니다. 결국 할리데이비슨은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회사가 초토화돼 1969년 미국의 레저용품 회사인 AMF가 할리데이비슨을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AMF는 모터사이클 전문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의 시장점유율은 점점 추락했습니다. 그러다 AMF의 경영에 불만을 느끼던 임원 13명이 할리데이비슨을 다시 인수해 독립했습니다. 이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할리데이비슨을 최고의 모터사이클 회사로 부활시키고 싶어 했죠. 이때부터 할리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 하나만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독수리는 홀로 비상한다’는 문구를 내걸었습니다. 직원들이 티셔츠에 독수리 그림을 새기고 다닐 정도였죠.
1984년 할리데이비슨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에볼루션’이라는 엔진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엔진들의 크고 작은 결함들을 완벽하게 개선해 뛰어난 성능을 보인 엔진이었어요. 이 엔진이 라이더들의 신뢰를 얻어 할리데이비슨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광고 카피도 한몫했죠. ‘깡패 같은 사람들한테 고장 잘 나는 모터사이클을 팔 수 있겠니?’
2000년 드디어 할리데이비슨은 일본의 혼다와 야마하를 제치고 세계 1위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복귀했습니다. 1997∼2007년의 10년 동안 매출은 12.5%, 당기순이익은 18.3% 성장했습니다.
사랑하는 브랜드를 문신하다
할리데이비슨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과 저희가 약속하는 것이 만나는 접점을 ‘브랜드’라고 정의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백 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클래식 음악과도 같은 모터사이클을 만듭니다. 우리가 V-트윈 엔진을 지금까지 고수하는 것은 애초부터 최고의 엔진을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고객은 할리데이비슨의 유전자가 옛날 그대로이길 원하고, 우리는 고객에게 바로 그 점을 약속드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