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에서 위험 관리하기

“경영진이 무절제한 춤을 못 추게 하라”

43호 (2009년 10월 Issue 2)

데이비드 챔피언: 2008, 2009년의 금융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사건입니까?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 즉 ‘블랙 스완’에 가깝습니까?
또는 많은 사람이 예견했지만 그 시점을 알 수 없는 캘리포니아 지진과 비슷합니까?
 
피터 터파노:금융위기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위기를 초래한 여러 요소들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분석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일찍부터 의문을 제기했고, 거시경제학자들은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를 염려했습니다. 저는 마이너스 수준인 미국 가계 저축률과 엄청난 부채 수준에 주목했죠. 어떤 사람들은 신용 평가 모형의 취약점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문가들이 놓친 건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는 문제였습니다. 즉 경제 체계 전체가 무너질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거죠.
 
마이클 호프만:
같은 생각입니다. 금융위기의 본질은 전형적인 신용 거품의 폭발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폭발이 나타난 후에야 세계의 금융 체계가 얼마나 집중화돼 있는지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동에서 나타나는 편향성 또한 부각됐고요. 세계 금융 체계의 중요한 특성은 지난 25년간 지속돼왔고, 우리는 이에 매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모든 경제 활동은 경제가 안정된 시기의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재앙을 예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죠.
 
로버트 사이먼스:금융 부문에서는 확실히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 패턴이 이어져 왔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3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수십 년간 이뤄진 금융공학 분야의 혁신은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공고히 했습니다. 둘째, 금융시장에 성과 창출에 대한 압력이 지나치게 높았습니다. 경영자들은 매출 증가, 더욱 높은 시장점유율, 주가 상승을 이뤄내야 한다는 극심한 압력에 시달려 왔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인은 최근 들어 새롭게 극심해진 요인은 아닙니다.
 
차이점은 바로 세 번째 요인인 ‘합리화’입니다. 합리화란 특정 행동이 경제적,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개념입니다. 기업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최대 가치를 제공하면 사회 복지가 실현된다고 믿는 게 바로 합리화입니다. 합리화 때문에 경영진은 이전 같았으면 피했을 위험을 쉽게 감수했죠. 위험을 감수하는 게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당연한 일로 나타난 겁니다.
 
 
금융 혁신은 분명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위험 측정의 도구 또한 마련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위험의 과학화’로 인해 위험을 통제하기가 더욱 쉬워졌다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지요?
 
호프만:금융 위험 모형의 역할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즈니스의 의사결정은 보상을 얻기 위한 겁니다. 일정한 보상을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요. 따라서 위험을 감수할지를 결정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얻고자 하는 보상은 무엇인가? 우리는 감수하려는 위험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이 위험은 수용할 만한가?’ 만약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그 보상이 충분히 크냐는 겁니다. 바로 이때 위험 모형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위험을 측정하기에 앞서 생각해야 할 건 우리가 그 위험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아네트 마이크스:의사결정의 주체는 위험 모형이 아니라 사람, 즉 경영진입니다. 저는 많은 경영진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정량적 낙관론자’입니다. 그들은 위험이 2가지 종류로 나눠진다고 믿습니다. 즉 모든 위험이 이미 모델화된 위험과 그렇지 않은 위험으로 분류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은행들은 어떤 회사에 대출을 해줄지를 결정할 때 위험 모형만 활용하면 된다고 믿습니다. 데이터에 접속해 신용 등급과 위험 모형을 추출해내는 식이죠. 이런 정량적 낙관론자들의 약점은 결과에 치중한 나머지 그 모형을 추출하는 전제에는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두 번째 유형은 ‘정량적 회의론자’입니다. 위험 모형의 취약성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주요 위험이 정량화할 수 있는 위험 유형의 외부에 놓여 있다고 보지만, 위험의 전체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잘 파악하지 못합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이들 양 진영이 모두 건전한 회의론에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정량적 낙관론자들은 더욱 회의적인 경향을 띠기 시작했고, 전문가의 판단에 의한 의사결정의 과학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반면 정량적 회의론자들은 스스로 위험 모형에 대한 유효성 검증을 실시함으로써 위험 분석법을 좀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금융 부문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산업 부문이 처한 상황은 금융 부문과 많이 다르지 않나요?
 
호프만: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코흐 인더스트리와 그 계열사는 금융업체와 거의 동일한 금융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신용을 부여하고, 유동성 관리를 담당하는 재무 부서가 있으며, 대규모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무역 사업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류부터 대규모 공장 운영에 이르는 여러 가지 운영 위험도 안고 있죠. 이런 운영 위험은 금융업체가 지닌 위험보다 훨씬 클 때가 많습니다. 금융업체의 위험은 주로 문서화나 데이터 처리 등에 한정돼 있으니까요.
로버트 캐플란:산업 업종에 속해 있는 기업들은 전략적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 위험보다 측정 및 관리가 더욱 어렵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유형 및 무형 자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이런 투자는 고객이 그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바로 가치가 사라집니다. 무형 자산이 아예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타격이 더 오래가는 거죠. GM은 지난 25년간 대형 자동차만으로 수익을 창출한 후, 뒤늦게 포트폴리오 편중으로 자사가 초래한 위험을 깨달았습니다. 유가가 2배로 뛰어올랐을 때 GM은 고객들에게 연비 효율이 높은 수익성 있는 자동차를 제공할 수 없었고, 결국 좌초했습니다.
 
터파노:분석의 단위도 중요한 고려 대상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분석 단위를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그 기준으로 위험과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삼았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상위 수준에서의 위험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제연합(UN)의 ‘세계 식량 계획(WFP)’은 언제나 대규모 기아에 대해 걱정합니다. 이게 바로 전체적인 위험이죠. 하나의 기업에서 생긴 위험이 전체적인 수준의 위험으로 확대되지 않았다면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일 일도 없었을 겁니다. 여러 기업과 금융시장이 상호작용함에 따라 나타나는 전체적인 위험은 전통적인 위험-보상 분석법으로 측정,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사이먼스:맞습니다. 저는 위험-수익률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큰 우려를 느낍니다. 포트폴리오 및 개인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물론 위험-수익률 상관관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고객과 직원, 더 나아가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훌륭한 기업은 주어진 상황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합니다.
 
캐플란:사이먼스 교수의 탁월한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를 따르지 않았던 회사의 실제 사례를 보죠. 2007년 7월 세계 최대 금융회사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찰스 프린스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유동성 문제는 음악과 같다. 음악이 멈췄을 때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그러나 음악이 연주되는 한 당신은 일어나 춤출 수 있다. 우리는 지금도 춤추고 있다.” 문제는 이제 아무도 춤추지 않는다는 거죠. 프린스는 CEO에서 물러났고, 씨티그룹의 채권자, 주주, 직원도 춤추고 있지 않습니다.
 
마이크스:그렇습니다. 게다가 많은 기업들은 춤추는 걸 멈추려다 주식시장에서 쓴맛을 봤죠.
 
 
이 지점에서 인센티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군요.
 
캐플란:물론입니다. 단기 성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할수록, 경영진은 더 큰 보상을 위해 더 큰 위험을 무릅씁니다. 결국 이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죠. 분석가들은 이를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이라 지칭합니다. 그린스펀 풋은 금융업체들이 어떤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거나 유동성을 공급하고, 정부도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식으로 그들을 구제해주는 상황을 말합니다. 금융시장 전체를 망가뜨릴 수 없기 때문에 취해지는 조치이지만, 문제는 금융업체가 초래한 위험의 피해를 사회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죠. 최근 AIG, GM, 크라이슬러가 구제된 걸 보세요. 이러한 현상은 금융권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런 현상이 모든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흥미롭네요.
 
캐플란:그렇습니다. 물론 1970년대에도 경영진에게 위험을 감수하라고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투자자들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함으로써 개별 기업에 위험이 있어도 이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기업들이 대규모 옵션과 주식 인수권(equity grant)을 발행함으로써 경영진에게 위험을 감수할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많은 경영자들이 도가 지나친 위험을 무릅쓰고 말았죠.
 
이번 금융위기를 돌이켜보면, 경영진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기업 안에만 영향력이 미치는, 즉 상호작용이 없는 위험을 택했어야 합니다. 때문에 앞으로는 상호작용을 초래하지 않는 위험을 택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개발해야 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죠.
 
터파노:제 대안은 주식이 아니라 채권에 기반한 보상을 제공하는 겁니다. 경영자들이 자사 주식의 성과뿐 아니라 채권의 성과에 연동해 보상받는다면, 그들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대해 더욱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채권자들의 이익을 희생한 대가로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는 인센티브는 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캐플란:위험관리자에 대한 보상과 일반 경영진을 위한 보상 또한 구별할 필요가 있어요. 동료 교수인 밥 머튼은 기업의 위험관리 전문가를 위한 이상적인 인센티브는 회사가 여전히 그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 때만 지급하는 5년 만기 무상환 어음이라고 말했습니다.
 
호프만:하지만 그렇게 하면 경영진을 단지 5년 동안만 묶어두는 데 그치지 않을까요? 생산 활동을 독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효과적으로 시행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단기, 중기, 장기 인센티브를 적절히 혼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법을 계획했건 이를 실제로 적용하면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깁니다. 모든 상황을 다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니까요. 그러나 다양한 척도와 판단을 활용한다면 좀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비금융 부문의 위험 측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캐플란:제가 개발한 균형성과표(BSC)가 전략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유용한 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BSC는 전략을 실제로 적용했을 때 이게 어떻게 운용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건지를 집합적으로 보여주는 체계입니다.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능력과 정보기술(IT) 인프라에 대한 측정법을 개발하고, 그 다음 전략의 구축과 집행에 중요한 절차를 정합니다. 이후 고객의 입장에서 회사의 업무와 절차가 고객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고려합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의 관점이 포함됩니다.
 
이때 각 단계에서 작성된 위험성과표는 회사의 전략적 목표 중 하나가 위험에 처했을 때 조기 경보 시스템의 역할을 합니다. 위험성과표 목표치는 ‘히트 맵(heat map)’에서 도출할 수 있습니다. 히트 맵은 위험의 가능성과 결과를 각각 1에서 5 사이의 점수로 표시한 2차원 도표로, 두 점수를 합산해 15점 이상의 점수가 매겨진 위험은 엄정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나 그 타격을 줄일 수 있는 위험 완화 대책이 한 예죠.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은 모든 기업에 필요합니다. 인도 IT 업체 인포시스는 이런 면에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요즘은 글로벌 고객과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죠. 이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금융 위험은 대금 결제입니다. 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인포시스는 자사 고객 80%와 관련이 있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의 현황을 늘 파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지식 습득 및 성장과 관련한 위험도 뒤따릅니다. 회사가 핵심 인력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주요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하므로 노동시장의 보호주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인포시스는 자사 직원 중 2개국 이상의 비자나 시민권을 보유한 사람의 숫자를 늘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금 논의하는 위험은 예상할 수는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은 겁니다. 예상할 수도, 확인할 수도 없는 위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캐플란: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는 위험, 즉 ‘블랙 스완’은 일반 위험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위험에는 정량화가 큰 도움을 주지 못하므로 가상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해야 합니다. 회사의 전략 또는 회사 전체를 실패로 이끌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험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그 시작입니다. 우리는 미래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찾아올지, 디플레이션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둘 중 하나가 발생하면 엄청난 위기가 오겠죠. 때문에 기업들은 이들 두 상황이 일어났다는 가상 시나리오 아래서 자사의 전략과 경쟁사의 전략이 어떨지를 예상해야 합니다.
 
 
이처럼 여러 방식을 활용하는 접근법이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호프만:예. 가상 시나리오, BSC, 히트 맵 모두가 유용한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들을 활용할 때 3가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첫째, 자신의 예상을 믿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예상하는 사건은 무엇이든 간에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반드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가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둘째, 최악의 위험이 오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어떤 회사라도 최악의 위험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 함정은 바로 위험을 쉽게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보험 상품을 구매할 때 우리가 실제 구매하는 대상은 보상금을 지급해줄 수 있을 만한 대상에게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위험을 또 다른 형태의 위험으로 전환할 뿐이죠.
 
터파노: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대부분의 금융 파생상품과 보험 계약은 많은 허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매하기 전에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져봐야 합니다. 위험을 적절히 이양할 수 있는가? 그 계약이 실제로 회사가 원하는 바를 수행해줄 수 있으며, 법정에서 구속력을 가질 것인가? 회사가 위험을 이양한 상대방은 그 위험을 감당해낼 수 있는가? 상대방이 그 위험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계약상 혹은 기업 이미지상 우리 회사에 그 위험이 돌아올 가능성은 없는가?
 
아웃소싱은 어떻습니까? 아웃소싱이 효과적인 위험관리 도구일까요?
 
호프만: 예. 어떤 회사가 특정 부문에서 경쟁적 우위에 있는 업체를 아웃소싱한다면 이는 운영상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물론 하도급 업체가 폐업을 하면 위험하죠. 때문에 아웃소싱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위의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 일이 잘못된다면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물론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대차대조표상의 여유 자금은 위험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차입을 늘려) 자본 구조를 지나치게 효율화시켰다는 견해에 동의하십니까?
 
호프만:레버리지 투자는 특정한 경기 순환 주기에 특히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과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 사이에서 큰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때문에 이 충돌을 관리하는 일이 바로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의 업무입니다. 이 충돌은 회사가 떠안아야 하는 위험 수준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터파노:레버리지 투자의 본질은 차입 경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조세 혜택과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자금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겁니다. 지난 25년간 자금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줄었고, 기업의 자금 운용 방식도 많이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차입 자본을 적극 활용했고요. 더 많은 차입금을 유치할수록 경영진은 더 많은 신기술을 적용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기회를 택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진 환경에서는 차입금을 줄이고 미래에 이용할 유휴 자본을 창출할 때 얻는 혜택이 레버리지 투자의 혜택보다 더 큽니다. 때문에 건전한 재무 구조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금융업계를 보죠. 과거에는 적절한 자본 구조를 결정할 때 비교적 단순한 체계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경제 주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조건부 자본 구조의 필요성을 논의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 관료 중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 금융업체들이 경기가 나쁠 때를 대비한 자본금을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리 있는 견해입니다.
 
캐플란:동의합니다. 인포시스의 CRO인 랑가나스는 “모든 사람들이 경기 침체기에만 위험을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위험관리의 실효성은 경기가 호황일 때 가장 잘 드러난다. 최고 경영진은 유혹에 휘말리지 않고,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결정을 단호히 물리쳐야 하며, 이를 통해 위험관리 전문가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에는 경영진이 너무 무절제한 춤을 추지 않도록 그들을 통제해야 합니다.
 
사이먼스:경영 손익(Profit and Loss ·P&L)도 고려해야 합니다. 존슨앤존슨(J&J)처럼 성과가 높은 회사들은 각 비즈니스 부문의 수익 계획에 항상 예비금을 상정해둡니다. 수익 계획에 위협을 가하는 비상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예비금을 비축해놨기 때문에 경영진은 회사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를 피하면서도 자사의 수익 목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운영을 담당하는 경영진은 언제나 예산에 여유 자금을 상정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물론 느슨한 예산 관리로 인해 부정부패가 생길 위험도 있습니다. 장부를 부풀릴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부채 비율이 높은 재정을 선호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하지만 여유 자금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만 운영한다면 이 문제를 줄일 수 있죠.
 
 
금융위기로 인한 후유증으로 금융 규제의 증가를 들 수 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터파노: 2가지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첫째, 업계 전반을 위협하는 전체적인 위험에는 엄중하고 세심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위험에는 가벼운 규제를 적용해야 합니다. 둘째, 단일 감독기관을 둘 건지, 다수의 감독기관을 둘 건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다수의 감독기관을 두고 있습니다. 이 체제의 문제점은 각각의 감독기관 사이에 있는 틈새로 관리되지 않은 위험이 빠져나간다는 점입니다. 현재 이러한 체제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저는 이런 추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크스:동의합니다. 감독기관들은 전통적으로 각각의 기업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전체적인 수준에서 이를 연결해야 합니다. 더욱 큰 그림을 보려면 감독기관들이 서로 좀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감독기관을 통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나 감독기관과도 협력해야 하고요.
 
캐플란:감독기관의 문제는 항상 금융 혁신에 한 발짝 뒤처져 있다는 겁니다. 그들은 늘 과거의 혁신에만 규제를 가합니다. 혁신적인 기업이 새로운 위험을 감수할 때, 과연 감독기관들이 이 새로운 위험을 이해할 만한 역량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은행은 일반 기업이 아닌 공공 사업체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은 단기 자금을 유치하고 장기 대출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또 위험성이 높은 비즈니스는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위험이 높은 비즈니스는 헤지펀드나 투자은행(IB)의 몫입니다.
 
 
훌륭한 CRO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터파노:호프만 씨와 저는 국제 재무위험관리 전문가협회(GARP) 회원입니다. 설립 10년째인 GARP는 CRO의 자격 기준을 구축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그 자격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위험관리 전문가는 수학과 위험 모형 등 기술적 지식을 숙지해야 합니다. GARP는 위험관리 전문가가 갖춰야 할 기본 지식을 인증하기 위해 공인회계사(CPA)나 공인재무분석사(CFA) 시험과 비슷한 광범위한 시험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식이 전부는 아닙니다. 위험관리 전문가는 개별 위험을 넘어서는 전반적인 트렌드를 파악하고, 여러 회사들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또 자신이 속한 조직을 넘어 공공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경영학 석사(MBA) 교육에서 이 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왔습니다.
 
마이크스:저는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위험관리 전문가의 중요한 요건으로 꼽고 싶습니다. 위험관리 전문가가 맡은 업무의 상당 부분은 기술적 언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위험 분석 결과를 최고 경영진이 사용하는 언어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역량 있는 위험관리 전문가는 최고 경영진이 부정적인 가상의 상황을 인식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즉 회사가 그 상황을 감당할 여지가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부 위험관리 전문가는 최고 경영진에게 회사 전략에 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들은 특히 조직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정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는 악역을 자처함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일반 경영진과 위험관리 전문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이먼스:통상적으로 일반 경영진은 각각의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들에게 회계, 인사, IT 업무 등을 위임합니다. 그러나 회사의 위험은 위험관리 전문가가 아닌 최고 경영진이 떠안고 가야 할 문제입니다. 아무리 위험관리 전문가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위험에 대한 책임은 최고 경영진이 져야만 합니다.
 
마이크스:이에 관한 흥미로운 사회학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닐 플리그스타인 버클리대 교수는 지난 100년간에 걸친 기업 내 권력 변천을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는 회사 경영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부서가 시대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철도 시대에는 최고 경영진이 주로 제조 부문 출신이었습니다. 이후 거대 기업이 등장하면서 각각의 상품을 각 지역 및 시장에서 판매하는 일이 중요해지자 마케팅 출신들이 주로 CEO에 올랐습니다. 기업들이 회사의 재정 운영을 중요하게 생각했을 때는 재무 부서 출신이 경영자로 득세했고요. 이제 위험관리 전문가들이 경영진의 자리에 오르는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호프만 씨께서 마지막을 정리해주시죠.
 
호프만:우리 논의의 초점은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과 그로 인한 문제에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편견에 사로잡힌 존재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할 때 그 편견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의사결정을 할 때 ‘경험’이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경험은 우리의 의사결정에 확신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은 보통 예상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데, 경험은 이런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한 생각을 가로막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생략할 때가 많습니다. ‘과연 이게 어떤 식으로 작용할까? 왜 지금 이런 방식으로 이 업무를 하고 있는 거지? 지금 상황에서 문제는 무엇일까?’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의사결정권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자신의 무지입니다. 위험 측정법과 모형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위험관리 전문가의 능력은 자사의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의사결정권자의 의견에 제동을 걸 수 있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습니다. 위험관리 전문가가 항상 ‘아니요’라고 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늘 ‘아니요’라고만 한다면 결국 업계에서 쫓겨날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다양한 인력을 활용해야 합니다. 코흐 인더스트리의 위험관리팀은 엔지니어, 회계사, 금융 인력, 기타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모든 인력이 다 필요합니다. 하나의 시각으로는 완전한 그림 전체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0월 호에 실린 위험관리 전문가 대담 기사 ‘Managing Risk in the New World’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대담은 데이비드 챔피언 HBR 시니어 에디터의 사회로 진행됐습니다.
 
로버트 캐플란(rkaplan@hbs.edu)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베이커 재단 교수로, 동료인 데이비드 노턴 교수와 함께 균형성과표(BSC)를 개발했다. 아네트 마이크스(amikes@hbs.edu)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부교수로, 위험관리의 발달과 최고 위험 경영진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로버트 사이먼스(rsimons@hbs.edu)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교수로, 10년 전 HBR에당신의 회사는 얼마나 위험한가?(How Risky Is Your Company?)’를 기고했다. 피터 터파노(ptufano@hbs.edu)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재무 경영학 교수이자, 국제 재무위험관리 전문가협회(GARP) 이사다. 마이클 호프만(hofmannm@kochind.com) 미 캔자스 주에 위치한 코흐 인더스트리의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이며, GARP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