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등골을 타고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무더운 어느 여름 날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현재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떠오르지 않아 밤잠을 설친다는 신 사장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시간도 일러 더위도 식힐 겸 약속 장소 입구의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앉고 보니 TV 요리 프로그램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주부 두 분의 옆자리였다.
큰 꽃무늬 티셔츠를 입은 주부는 “재료가 좋으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도 맛있다”며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체크무늬 블라우스를 입은 상대편 주부는 “솜씨가 없으면 재료가 좋아도 맛없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되받았다. 맛있는 요리의 조건은 ‘재료’인가 ‘솜씨’인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두 주부의 얘길 들으면서, 재료와 솜씨를 다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 재료가 그저 그렇더라도 솜씨가 뛰어나면 맛있는 요리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생각은 신 사장의 고민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고 싶은데 자원을 더 투입할 여력은 없으니, 현재 가진 그저 그런 재료로 어떻게 하면 맛있는 요리를 내놓을지 궁리하는 주부의 고민과 닮아 있었다.
신 사장은 만나자마자 “어떻게 하면 현재의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고 캐물었다. 준비한 자료와 함께 방금 전의 요리 이야기를 예로 들며 가진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솜씨를 부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있는 재료로 맛을 내는 방법인 ‘스캠퍼(SCAMPER)’를 소개했다. 스캠퍼는 7가지 질문을 던지고 7개의 답을 찾아낸 뒤 실행 가능한 최적의 대안을 골라내는 방법이다. 스캠퍼를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팀을 꾸려 대안을 찾는 방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신 사장은 곧장 기획실장을 불러 태스크포스팀(TFT) 구성을 지시하고, 스캠퍼를 이용한 신규 아이템을 과제로 제시했다. 기획실장의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았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라는 지시가 아니라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同價紅裳)’를 만들라는 주문이었기 때문이리라. 다음 주쯤 신 사장은 7가지 대안을 보여주며 가장 좋은 대안이 무엇인지 물을지도 모른다.
김연성motbeol@inha.ac.kr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산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생산관리학회 회장,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정부혁신평가단장,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품질상 심사위원장, 국민은행경제연구소 중소기업연구실장, 인하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정석학술정보관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고객만족경영학회 회장이다. 2024년 3월부터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